인간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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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박이
작품등록일 :
2024.08.23 19:42
최근연재일 :
2024.09.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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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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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13화



긴장 속에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악귀는 모습을 들어내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더 흐르고, 계속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모두의 긴장이 풀린 듯 무기를 쥔 손의 힘을 푸는 것이 보였다.


"진짜 나타나는 거 맞아?"

하람이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고, 웅남이도 몸에 힘을 빼며 상황을 둘러보게 되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까와 달라진 것이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 부적을 태우면 본인의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우리가 있어서?

그건 말이 되지 않는다.


민이와 나의 기척을 느낄 수 있다면 이리 숨어서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고, 만일 우리를 보고 있다고 한 들 우리는 겉으로는 강한 힘이 느껴지지 않으니, 우리 때문에 나오지 않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당연히 의뢰인 또한 부적을 태우고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으니 떨리던 몸이 멈췄고, 꽉 잡고 있던 민이의 손을 점점 놓게 되었다.

"여기에 있는 거 맞아?"

웅남이 물었지만, 대답 해 줄 수 없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 숨을 내쉬었다.

분명히 이 안에 있다.

하지만 나타나지 않는다.


나는 머리를 쓸어 올렸다.

"*발."


작게 말을 뱉었고 다행히 아무도 듣지 못한 것 같았지만 당연히 기분은 좋지 않았다.

이리 맛있게 차려 놨는데 나오지도 않는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났고,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 시선을 무시한 채로 집을 돌아다녔다.


아무리 숨어도 내 손바닥 안이지.

이미 부적까지 태운 마당에 나타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악귀는 이 때를 노린 것일까?

내가 의뢰인과 가장 멀어졌을 때, 그리고 나의 시선이 완전히 돌아 섰을 때.


뒤에서 하람이와 웅남이의 소리가 들렸고, 내가 뒤를 돌아봤을 때 하람이는 이미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웅남이는 악귀와 힘 싸움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웅남이 또한 힘에서 금방 밀렸고, 악귀는 그 상태로 바로 의뢰인에게 달려갔다.

"주.....ㄱ.....인.......ㄷ.....ㅏ....."

이번에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형체를 한 모습으로 갈라진 목소리로 의뢰인에게 달렸다.


'늦었다.'

내가 아무리 순간적으로 빠르게 움직인다고 한 들 이 짧은 거리에서는 나보다 가까운 악귀보다는 더 빨리 도착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굳이 왜 내가 꼭 잡아야 하나?


큰 고양이도 있는데.

내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민이가 한숨을 내쉬었다.


민이는 지금 양 손을 사용할 수 없다.

의뢰인이 손을 잡고 놔주지 않았기 때문에 손을 쓸 수 없었다.


힘으로 풀 수는 있겠지, 의뢰인은 더욱 겁에 질리겠지만.

하지만 다행히 민이는 일반적인 퇴마사가 아니다.

인간도 아닌 존재.


호랑이가 유명한 것은 강한 앞발도 있지만 강한 턱 힘도 있는 것이다.

웅남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기도 하고 뭐? SNS? 사람의 관심을 받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지금 민이가 사용하는 기술은 많이 흉측한 기술이기 때문에 잘 싸우지 않는 것이라고 나일이는 생각했다.


하.... 저 여우 새끼가 움직이지 않았고 의뢰인의 손을 뿌리치고 잡을 수가 없다.

어차피 웅남이랑 하람이는 이미 기절할 상태이니, 의뢰인 또한 겁에 질려 고개를 들고 있지 않는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콰직!

어차피 저 인간도 아닌 여우에게 굳이 신경을 쓸 것은 없으니.


아무도 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똑똑히 봤다.

민이의 얼굴 주변에 호랑이 얼굴이 생겼었고, 그 입으로 악귀의 존재 자체를 삼켜 버렸다.


그 이후 민이의 입가에는 어떠한 검은 액체가 흘러나왔고, 민이는 그 자리에서 뱉어버렸다.

"역시 이 기술은 사용하지 않고 싶었는데."


아 뭐야 시선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고 그냥 먹기 싫어서 쓰지 않는 거야?

하지만 그 기술의 단점은.

툭.

의뢰인이 민이의 품에 안겨 기절했다.


"하..."

민이는 기절한 의뢰인의 손을 놓고 입을 닦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래서 내가 싸우지 않으려 한 것인데. 네가 나서지."

"처음에 내가 잡았으니 이제 신입의 실력 좀 봐야지."

"이래서는 모두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민이는 귀찮은 듯 부엌의 의자에 앉았고, 나 또한 민이의 앞 자리에 앉았다.

아마 민이의 힘을 가까운 데에서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맞았으니 기절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네가 힘 조절 하지 그랬어."

"그냥 네가 나섰으면 편하게 갔을 거야."


서로 노려보고 있었고,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한 것은 나였다.

"근데 집에 가구들이 조금 망가졌는데 저건 어떻게 할 거지?"


민이는 한 번 돌아보고는

"의뢰자가 돈 갚으라 하면 반반 하던가 해야지."

"근데 우리는 잡아줬는데, 왜 우리가 돈을 갚아야 하지?"


민이는 그런 나를 보고 비웃듯 웃으면서

"너도 걱정 되니 나한테 물어본 거 아니야?"


그 말에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당연히 우리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인데 우리가 그냥 무시하는 것은 내 양심이 조금 찔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뒤 가장 먼저 일어난 것은 웅남이었다.

역시 배후가 있고 인간 중에서는 강한 편에 속하니 다른 이들보다는 금방 일어났다.


머리를 부여 잡으며 몸을 일으켜 세우는 중 민이가 물 컵을 들고 웅남이에게 다가가 컵을 건내주었다.

웅남이는 악귀에게 밀려 쓰러진 이후는 기억이 나지 않는 듯 보였고, 의뢰인과 하람이 또한 금방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단하게 상황을 정리하며 의뢰비랑 집 안 가구 문제 등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지만, 의뢰인은 다행히 웃으며

"가구나 다른 것은 제가 처리 하겠습니다. 그 고통에서 꺼내 주셨는데 제가 그 정도는 해야죠."

라고 말하며 현금이 들어있는 봉투를 우리에게 건내었다.


민이는 조용히 그 종이를 받고 약간 몸을 돌려 그 안에 있는 돈을 봤고, 얼마나 집중했는지 순간 눈빛이 달라진 것처럼 보였다.

너무 순식간이어서 나를 제외한 나머지는 보지 못한 듯 싶었지만, 민이는 그 짧은 순간에 돈을 센 것이다.


그리고는 웃으면서

"저희는 당연히 의뢰인 분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죠. 그것을 위해서라면 돈은 필요 없습니다."


민이의 영업적인 미소를 보며 웅남이는 혐오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의뢰인과 하람이는 그런 민이의 모습에 반한 듯 민이를 감격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짧게 인사를 마치고, 우리가 집 밖으로 나왔고, 드디어 소름 돋는 느낌은 사라졌고, 기분 나쁜 느낌 또한 사라졌다.

확실히 없어졌다는 것이 느껴지고 나서야 나는 마지막에 밖으로 나왔다.


"확실히 잡았으니 걱정 말고 나와."

민이가 돈 봉투를 주머니에 넣으며 나에게 말했고.

"네가 한 일이 아니니 한 번 더 확인 한 거야."

"그럼 네가 하지 그랬냐."


나는 그 말을 무시한 채로 하람이를 또 다시 업었다.

"먼저 간다."

말을 더 해도 똑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냥 회사로 달렸다.


그 뒤에 남은 이들도 빠르게 달려오는 것을 느꼈고, 더 이상 뒤에 신경을 쓰지 않고 회사에 도착하였다.

회사 앞에 도착하여 하람이를 내려주니 뒤에서 오던 이들도 금방 도착했고 우리는 회사 건물로 들어갔다.


"오늘 의뢰는 여기까지 하지."

나는 더 이상 의뢰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거짓 의뢰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몇 개 남지 않은 의뢰가 또 거짓 의뢰면 정말로 무슨 일을 벌일 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을 다행히 이해 해주는 듯 민이도 더 뭐라 하지는 않았고, 하람이와 웅남이의 상태 또한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더 진행 할 수 없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게 퇴근 하기 전에 하람이가 나를 붙잡고

"나 좀 도와주라."

"뭐를?"

"나를 강하게 만들어줘."


하람이는 다짐한 듯 나에게 부탁을 하였지만, 나는 그 표정을 보고

"내가 왜?"

"같은 팀원 이니까...."

하람이의 목소리가 나의 반응을 보고 점점 작아졌고 몸도 점점 소심해지는 것이 보였다.


"같은 팀원이니까 내가 너를 강하게 해줘야 한다?"

"이번에 더 느꼈어... 여태까지 내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더 크게 느꼈어."


하람이의 몸이 점점 힘을 얻는 것처럼 보였고,

"퇴마사라는 이름이 나 때문에 더러워지는 것이 좋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강해질 수 있게 도와줘!"


하람이는 고개를 숙이며 나에게 부탁을 했지만,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도

"아니, 그러니까 내가 왜?"

다른 팀원들도 나를 그저 바라보고 있었고,

"왜."


아니 내가 이득도 없는 데 내가 왜 도와야 하는 건데.

맞잖아.

아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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