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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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박이
작품등록일 :
2024.08.23 19:42
최근연재일 :
2024.09.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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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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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DUMMY

23화




"으으...."

하람이가 머리를 붙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웅남이는 이미 깨어나 앉아있었고, 둘 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해 이 상황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어째서 저들이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그 둘이 바라보는 방향. 방금 깨어난 나 조차도 시선을 땔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쾅!

콰앙!


보이지는 않지만 눈을 땔 수 없는 기파가 저 멀리에서 계속 이쪽으로 날아왔다.

무언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없었다면 정신을 차리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쾅!


무언가 계속 부딪히며, 소리는 줄어들 생각이 없어 보였고, 오히려 점점 커져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처럼 커져갔다.

정말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 소리의 원인이 보이기 시작했다.


쾅!

저 멀리서 칼을 든 악귀와 싸우고 있는 나일이가 보였고, 나일이의 손과 칼이 부딪힐 때마다 큰 소리가 우리에게 들렸고, 그 충돌은 엄청난 힘까지 느껴졌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지자,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고, 나일이의 손과 팔에는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적다고도 할 수 없는 상처들이 보였다.


당연히 그 모습을 보자 칼을 뽑고 달려가려 했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기절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 둘의 전투에 집중하느라 내 몸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칼을 뽑았지만, 하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휘둘러도 휘두른 것보다 못한 위력이다.


팔에도 힘이 잘 들어가지 않으니, 저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웅남이도 자신의 몸 상태를 알고 있는 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자신보다 강한 웅남이조차도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보고 더 절망 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렇게 약한 건가.

팔이 떨렸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애들아 가만히 있어."


민이가 우리를 편하게 앉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저 둘의 싸움으로 인해 움직일 수도 없는데, 민이는 힘들지도 않은 듯 자리에서 쉽게 일어났다.


민이도 힘을 끌어 올린 듯 기세가 달라졌고, 금방이라도 저곳으로 달려가려는 듯 보였지만,

"오지 마!"


나일이의 외침에 민이는 기세를 끌어 올린 채로 그 자리에 서 있을 뿐이었다.

'내가 많이 약해지긴 했나 보네'


이 따위 놈이랑 이리도 길게 싸우다니.

원래라면 상처를 입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약해졌는지, 최대한 상처를 입지 않으며 죽이고 싶지만, 그것이 어려울 것 같다.

쾅!


콰아아아앙!


저들이 나를 저리 걱정스럽게 보니, 더 오래 끌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더 상처를 입는다면 저들이 더 걱정할 것이고, 민이도 이제 참지 않을 것 이다.


내가 더 상처 입을 것을 생각하고 그냥 끝내버려야지.

양 손에는 서로 다른 상극의 힘이 맴돌았다.


불과 얼음이 양 손 각각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나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힘을 아낄 여유가 없다.


원래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이리 길게 싸웠지만, 그것 때문에 내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다.


"이제 끝내자."


챙!

쾅!


더 빨라지고 더 강해진 힘에 당황한 듯 춘식이도 더 강하게 힘을 끌어올렸지만, 그래도 의미가 없다.

불로 인해 춘식이의 피는 모두 증발하고, 춘식이의 몸은 조금씩 얼어 움직임이 느려졌다.


피는 더 이상 나에게 위험이 되지 않았고, 움직임도 느려지니 더 이상 춘식이는 나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쾅!


콰앙! 쾅!


"이제 끝내자."

"이 자식이!"

춘식이는 반항하듯 나에게 대항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의 오른손이 춘식이의 몸을 관통하였고, 춘식이의 몸을 불태웠다.

고통스러워 하는 춘식이의 목을 다른 손으로 베어내며 길고 긴 싸움이 드디어 끝이 났다.


이 공간이 나를 더욱 짓눌렀기 때문인지, 내 생각보다 힘의 소모가 컸지만, 이들 앞에서 약한 척 할 수는 없다.

인간들 앞에서 약한 척? 그건 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춘식이를 잡으니 춘식이의 공간이 깨지며 처음에 있던 춘식이의 인형을 태웠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하람이가 나에게 와서는

"괜찮아?"


하람이 나의 팔을 보면서 손을 떨며 상처들을 확인하려 했지만, 나는 내 팔을 내 쪽으로 당기며

"괜찮아. 굳이 확인 하려 하지 마."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고,

"이제 다 잡은 것 같으니까, 그만 내려가지."

"그래..."


하람이는 힘 없이 동의 하며 먼저 내려가기 시작했고, 웅남이도 나의 눈치를 보고 하람이를 따라 내려갔다.

아직 이 곳에 남은 민이는

"너는 말을 꼭 그렇게 해야 겠어?"

"지금 이곳에 있는 게 더 안 좋아. 그냥 빨리 내보내는 것이 더 좋은 거지."


아직 이곳이 완전히 깨끗해진 것이 아니다.

악귀의 힘에 의해서 아직 흔적들이 남아 있으니 인간들은 빨리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겠지.


민이도 대충 내 말을 알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민이는

"꼭 이렇게 다쳐야겠냐?"

내 팔을 건드리며, 물었지만

"힘이 생각보다 많이 억제 당하고 있어서 그런 거야."

"아프지 않아?"

"이런 거 금방 나아."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나도 따라 내려 가려 했다.

하지만 뒤에서 민이가

"다음에 이름을 가진 놈이 나타나면 내가 잡을 게."


그 말을 듣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저 말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순간 뒤를 돌아 얼굴을 확인했지만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표정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숨을 내 뱉었다.

"그럴 필요 없어. 시간이 지날 수록 힘에 대한 억제가 풀릴 거니까. 그리고 네가 그들을 지키는 것이 그들의 안전에 더 나은 방법이겠지."

"하지만."

"그만. 다음에 이야기 하고 지금은 내려가자 애들 기다리겠다."


나 또한 어두운 건물을 걸어 내려갔고, 민이의 기척은 내가 건물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내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밑에서는 하람이와 웅남이가 기다리고 있었고, 무거워진 분위기를 없애기 위한 듯 웅남이가

"나일이가 강하니까 금방 끝나네, 이러다가 내가 할 일이 사라지겠는데!"


어떻게든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고 싶어 보였지만, 그것은 쉽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너희가 더 강해지면 되는 것이지."


나의 반응에 분위기는 바로 얼어버렸고,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뒤에서 민이가 걸어 나오며

"분위기 왜 이래."


우리에게 합류하고는

"빨리 가자. 피곤하다."

"응, 그래..."

웅남이가 힘 없이 대답하며, 민이와 차로 같이 걸어갔고, 하람이가 나를 바라보며

"정말로 나를 강하게 만들어 주면 안될까?"

그 말을 한 하람이를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이미 거절한 일을 이렇게 나와야겠는가.

내가 그리 정색하며 하지 않는다고 했던 일에 다시 이렇게 나온다니.

무슨 생각인 것인가.


"내가 전에."

"알아. 전에 거절 했던 거. 하지만 한 번만 도와주면 안될까?"


하람이의 몸이 떨리고, 목소리까지 떨렸지만, 나는

"싫어, 그리고 누군가의 도움에 의해서 강해지는 것보다는 스스로를 쌓아 강해지는 거시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것이지. 편하게 갈 생각 하지마."


나의 말을 끝으로 나는 그들을 따라 차로 걸어갔고, 하람이도 뒤따라 힘없이 걸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당연히 차 안의 분위기는 무겁다 못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되었고, 그 분위기에 못 이겨 웅남이와 하람이는 잠을 청했고, 민이와 나는 냉전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왜 하람이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 거야?"

"귀찮아. 그리고 내가 알려주면 다음에 나타나는 배후와의 관계에 악 영향을 끼칠 수 있잖아."


밖의 창문을 바라보며, 고개를 그냥 돌려버렸지만, 민이는 말을 이어갔다.

"그냥 가르쳐도 돼. 걔는 그리 속 좁은 얘 아니야."

"귀찮아."

"그래도 네가 이번처럼 힘쓰기 어려울 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안돼. 배후도 없는 인간이 웅남이도 못 버틴 힘을 버틸 리가 없잖아."

"그래도 한 번 생각은 해봐."

"안 한다니까!"


소리를 높이며 더 뭐라 하려 할 때, 민이도 눈을 감고 대화를 차단해 버렸다.

저런 놈을 상대로 더 뭐라 할 수도 없었고, 그냥 나도 화난 상태로 잠을 청했지만, 당연히 잠은 오지 않았고, 그냥 어두운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다시 서울로 복귀할 뿐 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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