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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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박이
작품등록일 :
2024.08.23 19:42
최근연재일 :
2024.09.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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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3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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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DUMMY

25화



"아니. 왜 이 쉬운 것을 못하지?"

내가 가르치기 시작한 지 벌써 몇 시간이 지났다.


근데도 아직 한 개의 초식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열이 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가 몇 번이나 보여주고, 제대로 설명을 해주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지금 하나도 제대로 못하는 것이 말이 되나?


"이 쉬운 걸 왜 못해."

내가 긴 막대기를 들고 자세를 계속 고정해주며 지도를 해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웅남이가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혹시 전 단계를 배우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닐까.....?"

하람이가 불쌍한 듯 나에게서 지켜주려 했던 것일까?


나는 그런 웅남이를 보면서

"말했잖아. 저건 매화 검법이면서, 매화 검법이 아니라고. 전 단계를 배워야 한다면 내가 어떻게 저걸 익혔겠어."

내가 강하게 나오니 웅남이는 고개를 숙여 뒤로 빠졌고, 구석으로 이동하여 웅크렸다.


그 모습을 보고 민이도 나에게 다가와.

"그래도 너무 심하게 가르치는 거 아니야?"

"못하는 걸 못한다고 해야지."

"아니 그게 아니고, 쉬는 시간도 없이 너무 빡세게 굴리는 거 아냐?"


나는 그 말을 한 민이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자,

"너 왜 그딴 눈으로 바라 보냐?"

"이게 뭐가 힘들어? 이 정도야 약과지."


그러자 민이가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네가 이상한 것 같은데."

"그리고 내가 돈을 받았으면 그에 합당한 교육을 해줘야지."


덤덤한 나의 반응에 민이는 한숨을 내쉬었고,

"그럼 휴식이라도 취하게 해줘. 몇 시간 째 쉬지도 못하고 하니까 실력이 늘지도 않겠다."


그 말에 하람이를 한 번 쳐다보니 땀이 비오 듯 쏟아지고 있었고, 나는 고개를 저으며

"화장실 한 번 다녀와. 물도 마시고 오고."


다행히 내 말에 하람이는 밝게 웃으며 빠른 속도로 훈련장 밖으로 나갔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저러면 실력이 안 느는데."

"사람은 안 쉬고 굴리면 오히려 효율이 안 나와."

"아니 구르는 데 왜 효율이 안 나와?"

"아니."


뭐라고 더 말을 하려 했지만, 정말로 궁금해 보이는 저 눈을 보면 뭐라 설명을 할 수가 없다.

"아니. 천계에서는 굴리면 굴리는 데로 효율이 나오는 데."

거기가 지옥이니 천계니?


그냥 죽도록 굴렀다는 거잖아.

"여기에서 뭐해."


민이가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훈련장에 들어오며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도대체 어떤 예의 없는 놈이 이런 허락도 받지 않고 우리가 빌린 곳에 들어 온 지 쳐다봤는데, 그곳에는 미르가 서 있었다.

"뭐, 내가 온 게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네? 여기 누구 거 인지 잊었어?"

"내가 뭐라 했어?"

"그래서 여기에서 뭐해. 바닥이랑 천장이랑 다 해먹었네."

"나일이가 하람이 검술 가르치고 있어."


그 말을 듣자, 미르가 순간 놀라며 귓속말로

'기억 돌아 왔어?'


그 말에 민이는 고개를 저으며

"저거 하람이가 의뢰하고 받은 돈 50퍼 받고 해주는 거야."

"아 뭐야."


미르가 약간 실망한 듯 나일이를 쳐다봤고, 나는

"왜 그렇게 보지?"

"아니야~"


미르는 웃으며 이 상황을 넘겼고, 잠시 뒤에 쉬러 나갔던 하람이가 다시 들어왔다.

"뭐하다가 이제 들어와!"

"아니... 쉬고 오라면서..."

"잠깐 화장실이나 물 마시고 오라 했지. 이렇게 오래 쉬라는 말은 아니었는데? 당장 이리 와서 자세 잡아."


하람이는 힘 없이 걸어와 자세를 잡기 시작했고, 방금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그곳에는 한명의 검수만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계속 초식이 틀리 잖아! 왜 이해를 못하지?"


나일이는 그런 하람이를 계속 구박하고 또 구박했다.

당연히 하람이의 얼굴은 금방 다시 땀이 비오듯 쏟아졌지만, 나일이의 잔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야! 미르."

"왜."


나일이의 분노? 아무튼 큰 소리에 미르가 약간 놀라며 나일이를 쳐다봤다.

"우리 팀 의뢰 일주일만 받지 말아 봐."

"왜? 일주일이면 생각보다 손해가 큰 데. 그걸 허락해주려면 이유가 있어야 해."


생각보다 손해가 큰 것이 아니다.

하루에 하나 씩만 해결 해도 엄청난 돈이 벌릴 것이다.


당연히 개인들에게도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대부분 의뢰를 맡기는 것은 땅을 사거나 건물을 사거나 하는 돈 좀 있는 것들이니까.

"내가 느꼈어. 일단 저게 1인분은 해야 내가 편해진다. 배후도 없어서 써먹지도 못해."


하람이 들으라고 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연히 가까우니 들릴 수밖에 없었고, 하람이의 검은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검이 흔들리잖아! 다시!"

이런 나일이의 모습에 웅남이가 하람이를 걱정스럽게 쳐다봤고, 민이와 미르는 나일이를 쳐다볼 뿐이었다.


"다시!"

"다시!"


계속해서 똑같은 말만 나왔고, 더 이상 그 모습을 보기 힘들어 웅남이는 고개를 돌렸고, 민이랑 미르도 나에게 말을 하려한 듯 보였지만, 결국에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만! 오늘은 여기까지 할 거니까. 내일 다시 와."

나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고, 미르와 민이도 나를 따라 나왔다.


민이가 웅남이에게 뭐라 한 것 같은데, 내가 저기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보니 제대로 듣지는 못했지만 그리 중요한 내용은 아니었을 것이다.


웅남이와 하람이만 훈련장에 남겨두고 우리는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미르의 방으로 올라갔고 미르는 이 상황을 어이없어 했지만 뭐라 하지는 않았다.


"아니. 너네가 재능이 있다면서 왜 이 쉬운 걸 못해?"


둘 다 한 숨을 내쉬며, 민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시작했잖아. 내가 봐도 오늘 시작한 거 치고는 대충 검로는 따라 하던데."

"내가 직접 일일이 자세도 잡아 주고 했는데, 저것밖에 안되는 거면 재능이 없는 거지."


그 말에 미르가

"인간들과 우리를 같은 선상에 두면 안되지."


그 말에는 대꾸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개를 돌렸다.

그 상황에서

"가르치기 싫어하더니 왜 갑자기 이렇게 열심히 가르쳐?"

민이가 간단한 간식을 먹으며 정말로 궁금한 듯 나를 보며 물었다.


"돈 받았잖아."

"그것과는 다르게 가르치기 귀찮아 했잖아. 솔직히 대충 할 줄 알았는데."

"돈 받고 대충 하면 다음에 부탁 하지 않을 거니까. 열심히 해야지."

"흐음."

"그 눈은 뭐지?"

"아니야."


정말로 돈을 받아서 저리 열심히 하는 건지는 자신만이 알겠지.

"네가 하람이 가르치는 이유 때문이라면 의뢰 받지 않는 것을 허락해줄게."

"진짜? 너 같은 돈 귀신이?"

"너한테 그딴 말 듣고 싶지 않아."

"너나 나나 똑같아."


미르와 민이는 아무튼 가까워 진 것 같은 나일이를 바라보며 웃었고, 그 이후로 시간이 흘러 일주일은 금방 지나갔다.

당연히 하람이에게는 금방이 아니었겠지만, 일주일 동안 훈련실에 감금 당하여 검법만 훈련했는데, 시간이 금방 지나갈 리가 없었다.


그런 하람이의 모습을 보고 민이와 웅남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어떻게 일주일 만에 이렇게 되지?


반쪽이 되었다.

생기가 사라지고, 독기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이제야 꽃잎이 나타나네. 쯧."

나는 혀를 차며, 몸을 돌렸고,

"이제부터 의뢰 받는 다고 말하고 온다."


그 말을 끝으로 미르에게 향했고, 훈련장 안에서는 민이와 웅남이가 하람이를 축하해줬다.

"매화 그리는 거야? 축하해!"

가장 걱정했던 웅남이가 축하해 주며, 웃었고 민이도

"한 번 그리기 시작하면 이제 쉬워 질 거야. 나랑 대련 하면서 실력 늘리면 되겠다."


하지만 이런 두 사람의 반응과 달리 하람이는 힘없이.

"아직 실전에서 쓰기에는 너무 약해..."

독기가 가득했던 얼굴은 금방 힘이 빠져 어두워졌다.

"그래도."

"아니야. 약해. 나일이의 매화는 제대로 된 매화였고, 꽃잎 하나 하나가 정교해서 위력도 대단해 보였어, 하지만 나의 꽃잎은 그냥 덩어리지..."


그 모습을 보고 뭐라 할 수가 없었다.

위로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할 말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애초에 경험 해 본 적도 없는 일에 공감을 어떻게 해주겠는가. 위로 또한 듣는 이가 위로라 느껴야 위로지 위로라 느끼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말일 뿐이다. 오히려 상처만 줄 수도 있는 것이다.


민이는 두말하면 입이 아프며, 웅남이도 몸을 쓰는 일에는 재능이 뛰어나 이리 막힌 적이 없다.

재능은 상대적인 것이니.


"분위기 왜 이래."

나일이가 이야기가 끝나고 밑으로 다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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