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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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박이
작품등록일 :
2024.08.23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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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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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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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DUMMY

22화



춘식이의 얼굴은 미소가 사라졌다.

여유롭게 웃던 미소가 사라지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악귀 따위가 인간들처럼 행동하지 말자. 악귀에게 집은 없고, 너희에게 이름 따위는 없다."


나는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도 웃을 수는 없었다.

강령술로 불려진 악귀가. 그것도 피를 제물로 이름까지 붙여졌다?


얼마나 강할지는 나조차도 모르겠다.

이 세계가 저 자식의 절반 이상은 받아 드렸을 것이니까.


"내 집이. 내 집. 집. 집. 집. 집!"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며, 천천히 손이 얼굴로 올라가 얼굴을 긁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긁으며

"집 집 집 집 집 집 집."


같은 말만 계속 반복하며, 보는 사람도 미치게 만들 게 했다.

얼굴이 점점 망가지며, 얼굴은 점점 상처로 가득 차고 있었다.


악귀 주제에 피 또한 흘리고 있었지만, 저건 저 자식의 피가 아닐 것이다.

기괴하게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며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고, 그 소리는 점점 커지고 빨라졌다.


하람이를 포함하여 웅남이 조차도 그 모습을 보고 눈에서 피가 나며 귀에서 조차 피가 흐르기 시작했고, 민이가 그 앞에 서 그 둘을 지켰다.


민이가 앞에 서서 막아주니 괜찮아 진 듯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버렸고, 춘식이도 고개를 움직이는 것을 멈췄다.

그리고는

"내 집을 태웠어?"


이제는 얼굴을 긁을 것도 없는 듯 양 팔을 긁기 시작했고, 그 팔에서도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 피가 흐를 수록 냄새는 심각해졌고, 그 피가 닿은 곳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부식 되어 가고 있었다.


나 조차도 그 역한 냄새와 부식 된 냄새에 얼굴이 일그러졌고, 참기 힘들었다.

"그냥 빨리 죽여주마."

"죽여? 나를?"


긁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한 쪽으로 기울이며, 아무것도 없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물었다.

"나를 왜 죽여? 나를 부른 건 인간인데? 나를 왜 죽여? 인간들이 나를 불렀어. 너희와 달라. 나는 불려진 존재야. 너희와 달라. 저들이 나를 불렀잖아. 난 죽지 않아."


미친 듯한 모습과 목소리로 같은 말을 계속 반복했다.

"정말로 미쳤군. 그러니 빨리 죽여주마."


불로 태워 죽이려, 불을 뿜으려 했다.

분명히 태워 죽이려 했다.


하지만 저쪽이 더 빨랐다.

이승에서는 내 힘이 아직 많이 억제 되어 있는 듯, 평소였다면 이미 죽였을 것을.


춘식이의 몸에서부터 검은 힘으로 우리의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을 덮었다.

우리가 서있는 공간은 순식간에 바뀌었지만, 다행히 일행들과는 떨어지지 않았지만, 춘식이의 기척을 놓쳤다.


"놓쳤다."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지만 이미 웅남이와 하람이는 전투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리고 민이는 나를 노려보며

"이 미친 놈아! 그러게 그 인형을 왜 바로 태워!"

"그게 옳은 방법이니까."

"없애고 태워도 되잖아!"


민이는 머리를 긁으며 주변을 둘러봤지만,

"만일 한 번에 죽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 인형을 찾기 더 힘들었을 것이다."


민이는 그런 나를 노려보며

"그래, 그러니 한 번에 끝냈어야지. 이렇게 우리 팀을 위험에 빠뜨리지 말고."

내 멱살을 잡을 줄 알았지만, 민이는 그런 나를 뒤로 한 채로 무방비하게 춘식이의 힘을 맞아 기절한 이들에게 다가갔다.


"이 공간에서 어떻게 찾을 거야. 그렇지 않아도 숨바꼭질로 불려 온 놈이라 이 공간을 다 뒤져서라도 찾아야 할 텐데."

우리가 있는 공간은 춘식이의 힘으로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이 공간 자체를 깨버리면 될 것을."

공간은 더 강한 힘으로 깨버릴 수 있다.

그러니 딱히 이 공간으로 불려도 그리 놀라지 않으며 당황하지 않은 이유였다.


하지만

"너는 정말로 생각이 없구나."

"뭐?"

"얘들은 생각 안 해? 그렇게 했다가는 정말로 얘들은 죽는다."


나는 기절해 있는 그들을 보고는 혀를 차고 고개를 돌렸다.

"인간들이란."

"네가 인간이 되고 싶다면 똑바로 생각해. 우리의. 아니 너의 입장으로 생각하지 말고 인간들의 입장으로 생각해."


민이는 단호하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돌렸다.

기절해있는 이들을 데리고 다닐 수는 없다.


어떻게 해야하지.

효율을 생각한다면 저들을 버리고 민이와 따로 다니며,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 저들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이 공간을 부셔 버리는 거시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인간들을 생각을 한다면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이 나의 발을 잡았다.

버릴 수 있다.

버려야 한다.


효율을 생각하면 버려야 한다.

어떻게 생각을 해도 버리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시선을 뒤로 돌려 그들을 걱정하는 민이를 바라봤다.

정말로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웅남이가 과연 웅녀의 환생이 아니었다면, 하람이가 만약 저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이에 인연이 아니었다면 저렇게 나왔을 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의 연이 없다면 민이도 지금 이야기가 달라졌겠지.

그게 우리 같은 존재니까.


우리 같은 존재에게 인간들의 삶은 고작 찰나의 시간이다.

인간 평생의 시간이 찰나의 시간일 뿐인데, 그 평생의 고작 일부를 같이 살았다고 무슨 마음이 생겼을 까.

나는 고개를 돌려 앞으로 걸어나갔다.


이해 할 수 없으니 생각이라도 하지 말자.

"그럼 너는 걔들이나 지켜라 나 혼자 찾으마."


생각을 하지 않으려면 관심을 완전히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러니 저쪽에 시선을 주지 않는 것이 나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간다."

내 말을 끝으로 뒤에서는 아무런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해 할 수 없어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그냥 앞으로 달렸다.

굳이 일일이 하나씩 찾는 것보다 내가 달려 온 길을 모두 불 태우며 앞으로 달렸다.


일일이 찾으며 머릿속이 복잡할 바에는 그냥 모든 것을 태우며 앞으로 달려가는 무식한 방법이 편하다.

태우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면 되니까.


이런 스타일은 내가 원래 추구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겠다.


내가 저들이 되려면 저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그것이 되지 않아서 복잡한 것 같다.


콰앙!


불로 태우고, 모든 것을 없애고, 터트리고 이 공간에 숨을 수 있는 공간을 없앴다.

얼마나 태웠는지, 얼마나 달렸는지.


숨을 내뱉으며 뒤를 돌았다.

얼마나 달렸는지 그들이 보이지 않았고, 불에 타버린 곳만이 남아 있었다.


"이 정도로 달렸는데 없는 것을 보아 반대인 것 같네."

머리를 긁으며,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달려 가려 했다.


"어디 가? 나랑 놀아야지?"

춘식이 어둠에서 걸어 나왔다.

이미 얼굴과 팔에는 수 많은 상처가 나있었고, 웃으며 나에게 다가 왔지만, 나도 웃으며 반겼다.


"찾았다."

드디어 이 복잡한 생각을 버릴 수 있는 상대가 나타났다.


이 공간에서는 쟤가 더 강해질 것이고, 힘이 억제 되어 있는 내가 상대를 하다 보면, 몸을 더 써야 하니까 이 복잡한 생각도 없어 지겠지.

저 자식은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지만, 그건 나에게 위험이 되지 않았다.


나에게도 좋은 일이니까.

아니 나에게만 좋은 일이니까.


"죽어!"

춘식이가 칼을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누가 봐도 그 칼에는 춘식이의 피가 엄청나게 묻어 있었다.

그렇다면 저 피가 독 같은 효과가 있다는 것이겠지.


그리고 부식도 그리 빠르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닿으면 안 되는 것이다.

약간만 뒤로 움직여 칼을 피하며, 불로 바로 태워버리려 했다.


"소용없어!"

소리치며, 자신의 피를 뿌려 불을 제지했다.

독 뿐만이 아닌 피를 불을 끄는데 쓴다?


쾅!


그럼 어쩔 건데.

불은 그냥 내 능력 중 하나 일 뿐이다.


불이 없다고 내가 약해지는 것이 아니다.

내 손이 춘식이의 손목을 잡자

치익.

살이 녹는 듯 한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이 따위 상처야 금방 회복 하니까.

'조심하셔야죠!'


갑자기 나의 머릿속에서 어떠한 여인의 소리가 지나쳐 갔다.

갑자기 들린 소리에 당황하여 공격하던 손이 멈췄다.


이건 무슨.

하지만 생각할 시간도 주지 않으며,

서걱!


날카로운 것이 나의 팔을 베어 내는 소리가 들렸다.

원래라면 베이지 않았을 단순한 공격.


하지만 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나는 피할 수가 없었다.

내가 다른 생각을 많이 하니 머리가 이상해진 것 같군.


베여버린 팔이 욱씬거렸지만, 이 정도 상처야 금방 나을 수 있다.

몸 안에 들어온 독 따위도 힘으로 밀어내면 그만이다.

치익.

불로 상처 난 곳을 지혈 하였고, 춘식이를 냉정한 눈으로 바라봤다.


당연히 나에게 공격을 성공한 춘식이는 웃으며 나를 보고 있었고, 나는

"이제 너의 공격은 나에게 닿지 못할 것이다."

천천히, 점점 빨라지며 춘식이에게 달려들었고, 춘식이도 웃으며 나에게 달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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