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생으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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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4:49
최근연재일 :
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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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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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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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복수

DUMMY

성벽 수비가 없는 날에는 방 안에서 다양한 주제로 사색의 시간을 가지지만, 오늘의 주제는 하나였다.


[완전 회복: 신체 부위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원상태로 회복합니다.]


원래 각성은 뜬금없이 찾아온다더니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내게는 완벽한 능력이야.’


회복 능력자야 꽤 있었지만, 그들이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게 회복 능력은 큰 의미가 있었다.


질병이었던 무통과 <완전 회복 능력>이 합쳐진다면 쉽게 죽을 일은 없었다.


“죽지는 않겠지만...”


키메라를 잡는 기술이야 조금 있지만, 그게 전부.


아무리 재생이 무한정이라 해도 괴물을 잡을 정도로 강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잠깐만.”


괜찮은 생각이 떠올랐다.


운동의 원리는 근육을 찢고 그 회복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


만약 내 회복 능력이 적용된다면?


간단하게 팔굽혀 펴기를 쓰러질 때까지 해봤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리고 숨이 안 쉬어졌다.


자칫하면 과호흡이 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이 가벼워졌다.


당연하지만 팔굽혀 펴기 몇 번 했다고 갑자기 힘이 강해질 리 없다.


하지만, 이 짓이 쉬지 않고 반복된다면?


“돈이 얼마나 남았더라.


운동 기구를 가장 먼저 사야 할 것 같았다.



*



성벽 수비 기피 현상이 일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돌연변이는 잡지 못했고, 사람들이 잔혹하게 죽었다.


아무리 죽음에 익숙해졌다 하더라도 그 죽음에 자기 죽음은 속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성벽 수비에 지원한 나는 경보가 울리자마자 성으로 올라갔다.


수비에 지원한 일반인들로 가득하던 성벽은 휑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비어 있었다.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원래 성벽 수비에 지원자가 없으면 도시의 공무원들이 강제로 차출됐고, 그들은 모두 각성자였다.


”병신 같은 새끼들, 돌연변이 한 마리 나왔다고 졸기는.“


양복을 입었지만, 아직 앳된 티가 나는 소년이 투덜거렸다.


그 옆에 있던 나와 비슷한 나이의 남자가 다그쳤다.


”일반인들은 키메라도 벅차다. 돌연변이가 나오면 도망치는 게 당연해.“


”그러니까 각성을 못 하는 거...알았어요.“


소년의 시무룩한 얼굴을 지나서 늘 있던 자리에 자리 잡았다.


내가 있던 자리는 성벽에서 가장 많이 괴물이 나오던 자리였다.


베테랑들이 있는 장소로 돈도 그만큼 주기 때문에 큰 불만은 느끼지 않았다.


원래라면 허 노인이 옆에 있어야겠지만, 오래 살려면 그 노인네는 잊어야 했다.


고통을 못 느낀다고 정신까지 아프지 않은 건 아니었으니까.


혼자서 어떻게 막을지 고민하던 중, 단발머리에 장검을 찬 여자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어라?“


여자가 내 얼굴을 빤히 보더니 고갤 갸웃했다.


”...아니겠지?“


”네?“


”아, 죄송해요. 아는 사람인 줄 알고.“


내가 아는 여자인가 싶어 기억을 되짚었지만,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반가워, 이유리라고 해.“


초면에 대놓고 반말을 한다는 건, 눈앞의 여자가 꽤 강하단 반증이었다.


”강윤호입니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최근에 각성했어?“


애초에 여기에 일반인이 있다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말.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고갤 끄덕였다.


”최근에 각성했습니다.“


”그래도 이 자리는 힘들텐데...“


”괜찮습니다, 늘 해오던 자리라서요.“


”해오던 자리라고?“


”각성하기 전에도 여기서 괴물들을 막았거든요.“


”아...“


딱히 믿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쪽은 왜 여기에 자리 잡았습니까?“


”재밌을 것 같잖아.“


각성자 중엔 미친 사람이 많다.

저 여자도 다를 건 없어 보였다.


할 말이 없이 어색한 공기가 흐르던 중 성벽 아래서 괴물의 비명이 들렸다.


”옵니다.“


괴물이 반가운 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몸 좀 풀어볼까!“


이유리가 씩 웃으며 검을 꺼냈다.


한밤중의 보름달 같은 창백한 빛이 그녀의 검에서 흐르고 있었다.


검기.


극한의 단계에 오르고서야 행할 수 있는 검술.


역시, 저 정도는 미쳐야 검기를 쓸 수 있구나 싶었다.


”아하하하!“


이유리가 화사하게 웃으며 검기를 성벽 아래로 쏟아냈다.


아래를 바라보진 않았지만, 피가 튀고 있는 걸로 보아 상황이 어떤지 예상할 수 있었다.


다른 곳도 상황은 비슷했다.


모두 간단하게 키메라를 잡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가장 늦게 싸우고 있는 내게 시선이 향했다.


다른 각성자들이 비웃고 있었지만, 나는 굉장히 만족스러워하는 중이었다.


‘확실히 힘이 늘었어.’


경보가 울리지 않은 일주일 동안 운동만 했다.


사람의 육체적 한계 때문에 하루 종일 운동한다고 해서 근육이 늘지 않지만, 내 몸은 지치고 찢어진 근육을 순식간에 붙여줬다.


고작 일 주일밖에 지나지 않았기에 크게 티 나지는 않았지만, 힘이 는 건 확실했다.


콰득!


키메라의 얼굴 뼈를 단검으로 찌른 뒤, 성벽 밖으로 밀어버렸다.


얼추 끝난 것 같은 분위기에 만족하며 검을 넣으려는데.


”끼아아아아!“


절대 잊을 수 없는 비명이 성 아래에서 울려 퍼졌고, 그 즉시 몸이 반응했다.


성벽에 올라오는 검은 손을 내리쳤다.


”돌연변이다!“


여유롭게 마무리하던 각성자들이 일순간 돌변했다.


”비켜! 이놈은 내가 찜해놨어!“


이유리가 이제껏 봤던 것 중에 가장 큰 검기를 놈에게 흩뿌렸다.


검기가 돌연변이의 팔을 몇 개 잘랐지만, 놈은 신경 쓰지도 않았다.


놈의 시선은 날 향하고 있었다.


”끼익?“


마치 어떻게 살아있냐는 듯한 물음에, 나는 검을 드는 걸로 답해줬다.


놈과 나.


이 세상에는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았다.


”끼아아아!“


비명과 동시에 팔이 뻗어 나왔다.


나도 그때처럼 온 몸을 던지며 팔을 내뻗었다.


그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난 죽음을 각오하지 않았다.


푹.


내 사지가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검을 놈의 가슴에 박긴 했지만, 이걸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끼아하하하하!“


놈이 비명과 광소에 가까운 소리를 수십 개의 입에서 지껄였다.


승리를 확신했기에 저러는 거겠지.


피부가 덜 복원되어 해부도 같이 생긴 팔이 내 손에서 자라났다.


”끼익?“


놈의 눈이 커졌을 때, 내 손은 이미 가슴에 박힌 검을 뽑아내고 있었다.


푹!


그 검은 그대로 놈의 가슴에 달린 눈을 찔렀다.


”끼아아아아!“


고통스러운 비명.


놈이 날 잡은 팔에 힘을 줬다.


날 허 노인처럼 갈기갈기 찢을 생각인 것 같았다.


그렇게 찢어지면 복원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몸이 찢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내 옆에는 허 노인의 죽음을 구경할 수밖에 없었던 나와 달리, 도시에서 내로라하는 각성자들이 있었다.


”이 새끼!“


이유리가 나를 잡은 팔을 검기로 잘라냈다.


비명이 터지기도 전에 두 명의 공무원이 몸을 절반으로 잘랐다.


”끼이이이...“


마지막으로 지르는 놈의 비명은 기계가 삐걱대는 소리 같았다.


쿵.


놈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내 몸은 점점 회복되고 있었다.


검은 피에서 올라오는 역한 냄새가 내 코를 찔렀지만, 일어설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때는 사지가 다 찢기고 피 때문에 확인을 못 했었네.”


이유리가 다시 자라난 내 손을 잡아 일으켜줬다.


“다시 만나서 반가워.”


그 말을 듣고서야 이유리가 누군지 떠올랐다.


“그땐 고마웠습니다.”


“고마우면...”


이유리가 품 안에서 명함을 건네줬다.


지금같이 종이가 귀한 시대에 종이로 만들어진 명함.


내용을 읽지 않아도 꽤 대단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나 꼭 찾아와!”



*



이유리를 보고 시간이 꽤 지났지만, 굳이 찾으러 가진 않았다.


만났을 때 어떤 경우를 생각해도 내게는 귀찮은 일만 생길 게 뻔했다.


내 체력 재생의 비법을 물어봐도 나도 모르니 귀찮아 지기만 할 거다.


그나마 행복한 상상은 길드 영입 제안인데 그것조차 혼자 다니는 걸 원하는 내게는 좋지 않은 조건이었다.


지금 내게는 이런 게 아니라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장비가 필요해.’


계속 알아본 결과 <완전 회복>은 몇 가지 약점이 있었다.


먼저, 스킬 숙련도가 달려서 그런지 계속 다치면 재생 속도가 줄어든다.


이것까지는 괜찮았다. 최소한 열 번 이상으로 팔다리가 잘려야 조금 느려지는 정도였으니.


하지만 진짜 문제는 뇌의 손상이었다.


어디까지 회복을 할 수 있는지 알아야 했기에 찝찝하긴 했지만, 자해를 해봤다.


설령 목이 잘린다 해도 그 밑에서 몸이 나왔지만(꽤 늦게 나오긴 했다.) 뇌는 복구 하는 데 오래 걸리는 데다가 기억을 잃어버리는 것 같았다.


아무리 어제 먹었던 저녁의 내용물을 떠올려 봐도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았던 게 내 추측이었다.


그나마 기억만 잃어버려서 다행이긴 하지만, 위험한 건 분명했다.


다른 부위는 몰라도, 투구랑 검은 꼭 맞출 생각이었다.


그러나 내가 성벽에서 버는 돈으로는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수준.


다른 일을 찾아야 했다.


“검 잘 쓰는 각성자 구합니다!”


“마법 계열 각성자가 스캐빈징 하러 갈 파티 구해요!”


내가 있는 곳은 과거에는 대학교의 운동장이 있던 곳이었다.


통신 수단이 적어진 사람들의 소통 방식은 원시적으로 돌아왔다.


“각성자끼리 같이 스캐빈징 하실 분!”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역시 폐허가 된 도시에서 물건을 주워 오는 스캐빈징이었다.


도시의 물자는 늘 부족했고, 폐허에는 아직 쓸만한 것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동료를 구하고 있지만, 나는 크게 필요하진 않았다.


내가 필요한 건 단 한 명.


“짐꾼 필요하신 분! 얼마든지 거뜬히 들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짐꾼을 빨리 찾았다.


목소리를 따라가니 제대로 먹지 못한 깡마른 소년이 외치고 있었다.


“보기엔 이래도 일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합니다! 뽑아 주세요!”


간절한 외침에도 그 누구도 소년을 바라봐 주지 않았다.


“저기요.”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소년이 환하게 웃었다가 그래도 굳어버렸다.


“...저 부른 거 아니죠?”


“맞는데요.”


“왜요?”


“저랑 같이 갑시다.”


“스캐빈징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처음입니다.”


“그럼 됐어요.”


솔직히 내가 소년을 평가할 정도는 안 된다.


체격이야 둘째 쳐도 내가 입고 있는 옷은 넝마나 다름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기다릴게요.”


“네?”


“어차피 절 찾을 수밖에 없을 걸 아니까요.”


그 말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소년이 인상을 찌푸렸다.


“하, 저도 나름 다녀봐서 길은 알거든요?


내게야 큰 도움이 되겠지만, 일반적인 각성자에겐 별 상관없는 능력이다.


길을 몰라도 실력이 있다면, 키메라 정도는 편하게 잡을 수 있으니까.


공터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사람들이 전부 떠났어도, 소년을 찾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마침내 소년이 운동장에서 운동하고 있던 내게 길고양이처럼 조심스레 다가왔다.


“정말 싸움 잘해요?”


가볍게 검을 허공에 휘둘렀다.


“웬만큼은 합니다.”


“좋아요, 같이 가요.”


“후회 안 할 겁니다.”


”그리고 말 편하게 하세요.“


원래 말을 잘 안 놓지만, 소년의 나이는 너무 어렸다.


”그래, 출발은 언제 할까.“


”빠를수록 좋아요.“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일 바로 가지.“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52 하록3513
    작성일
    24.09.16 11:44
    No. 1

    주인공이 똑똑하고 근성까지 잇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하록3513
    작성일
    24.09.16 11:51
    No. 2

    인간은 정말 나약한거 같음,,,,

    체력을 회복시켜주기 위해서 활력 포션을 먹어야 하며
    재생도 잇어야 하고
    근육도 성장시켜야 하고
    피통도 잇어야 하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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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멸망 이후(1) 24.09.06 6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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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짐(2) 24.09.02 9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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