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생으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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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4:49
최근연재일 :
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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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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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

DUMMY

도시를 나가면서 소년에게 여러 가지를 들었다.


자신의 이름이 손수윤이라는 것과, 자신이 도시 밖으로 나와서 겪었던 경험담 같은 것들.


내가 기억해 둘 건 강남에 대한 이야기였다.


“강남에 관해서 설명할게요.”


손수윤이 설명하던 강남은 과거의 부의 상징이었던 도시 같은 게 아니었다.


대부분의 설명은 도시 너머가 얼마나 지옥인지에 대해서였다.


한참을 떠들던 중 손수윤이 턱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키메라 본 적 있어요? 그 무시무시한 놈이 강남에는 득실거린다고요!”


“많이 봤지.”


“밖에 나가본 적 한 번도 없다면서요?”


“성벽 수비에서는 일상이야.”


“그...그래요?”


따로 알아보는 게 아니면 성벽에 뭐가 오는지 알기 힘들긴 하다.


“상대해 봤으면 더 편하겠네요!”


“그렇다고 확신은 못 하겠군.”


내가 3년 동안 키메라를 막을 수 있던 이유는 성벽 덕분이었다.


만약 각성을 안 했다면, 도시 바깥을 나갈 생각조차 안 했을 거다.


“길만 안내해. 키메라는 내가 막아 줄 테니까.”


“치, 알았어요.”


강남은 손수윤이 말한 대로 폐허나 다름없었다.


주변에는 아직 분해되지 않은 인간들이 썩은내를 풍기고 있었고, 건물들은 자신들의 뼈인 철근을 드러낸 채 휘청거리고 있었다.


멸망한 세계의 흔한 광경이었다.


“대박! 철근이 엄청 많아요!”


철은 도시에서 가장 필요한 물건 중 하나였다.


검부터 건물까지 안 들어가는 게 없었으니, 그 값어치는 과거보다 훨씬 높아져 있었다.


“철근이 시체 사이에 많이 있군.”


공사장이나 무너진 건물 사이에 있는 게 아니라, 시체에 있는 건 조금 어색했다.


그러나 손수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않았다.


“스케빈징을 하러 온 사람 아니었을까요?”


손수윤이 익숙한 손길로 시체를 넘어 다니며 철근을 챙겼다.


주변을 둘러보며 키메라가 나오나 살펴봤지만, 그런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신이 난 손수윤이 철근을 챙기러 시체 사이를 파고들었다.


“슬슬 그만 해라.”


“네?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요?”


“놈들이 온다.”


주변에서 살덩이와 피가 섞여 질퍽거리는 소리가 났다.


철퍽. 철퍽.


동서남북 구분할 것 없이 가까워지는 그 소리의 주인인 키메라들이 사방을 둘러쌌다.


“이...이렇게 한 번에 오는 건 못 봤는데?”


“시체 안에 철근이 어떻게 쌓여 있었지?”


“대부분 시체에 꽂혀 있었어요.”


“역시.”


머리가 다섯 개가 달린 키메라를 보고 직감했다.


저런 놈은 보통 똑똑했고, 리더 역할을 맡는 게 보통이었다.


아무래도 저놈이 만든 함정에 우리가 걸려든 듯했다.


“도주 경로는 알고 있다고 했지?”


“네, 그런데 저렇게 많으면...”


“내가 앞장설 테니 길만 안내해.”


손수윤이 손가락으로 오른쪽을 가리켰다.


“딱 좋네.”


마침 그쪽에는 다섯 마리 키메라가 있었다.


“키에에에!”


먼저 달려든 건 놈들이었다.


다섯 머리 키메라의 명령인지 근육이 많아 보이는 놈들이 먼저 다가왔고, 그 뒤에는 가벼워 보이는 놈들이 내 등을 노렸다.


아무리 봐도 포위된 상황.


다섯 머리 키메라의 이마에 달린 입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히이익!”


“피 튄다. 몸 가려라.”


손수윤이 무릎을 쪼그리고 얼굴을 손으로 가렸다.


그동안 나는 먼저 온 근육 덩어리 키메라의 머리를 잘랐다.


푹!


등 뒤를 노린 키메라의 공격이 내 팔을 잘랐다.


“윤호님! 팔! 팔이...어라?”


손수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라난 팔로 내 등을 노린 키메라의 목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움켜쥐었다.


“이젠 이 정도는 가능하거든.”


우드득!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키메라가 쓰러졌다.


다른 두 키메라를 해치우고 다섯 머리 키메라에게 다가갔다.


“키이이익!”


놈이 다급하게 키메라들에게 명령했지만, 이미 놈에게 접근한 뒤.


단검으로 놈의 관자놀이를 찍은 뒤 그대로 내렸다.


지이익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두 개의 머리가 찢어졌다.


“끼아아아악!”


키메라가 발작하며 도망쳤다.


더 쫓아갈 수 있지만, 탈출이 먼저였다.


“방향.”


멍하니 바라보던 손수윤이 내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오...오른쪽으로 가시면 돼요!“


안내를 따라 건물 사이를 나아가다 보니 쫓아오는 키메라의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간혹 발 빠른 놈이 쫓아오긴 했지만, 처리하면 그만.


쫓아오는 키메라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잠깐 쉬지.“


손수윤의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그나마 멀쩡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멸망 전에는 카페였는지 꽤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서 물을 마시고 있는데 손수윤이 물었다.


”어떻게 그런 체력 재생이 있어요? 내로라하는 각성자들도 팔을 복구하려면 하루는 걸리는데...“


”이유는 몰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추측하는 건 그때 맞은 돌연변이의 피가 있지만, 그것도 심증만 있다.


애초에 그런 걸로 각성이 됐다면 이렇게 멸망하지도 않았을 거고.


”나도 궁금한 게 있는데.“


”저한테요?“


“너 정도 능력이면 밥은 안 굶을 것 같은데. 몰골이 왜 그러냐.”


도망치는 것밖에 못 하긴 하지만, 그 속도는 쓸만했다.


굶고 다녀서 그런지 체력이 부족한 것 빼면 짐꾼으로서 굉장히 훌륭한 편.


저 능력으로 노동만 했어도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손수윤이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아픈 동생이 있거든요.”


가족.


멸망기에 그만큼 신뢰할 수 있는 존재가 몇 없지만, 그 가족이 무능하다면 족쇄나 다름없었다.


“남은 가족이 동생밖에 없어요. 약값을 대려면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약을 그냥 사려면 가격이 꽤 나가는 편이었다.


“노동으로는 약값을 벌기 힘들지.”


나도 성벽 수비에서 따로 인센티브를 받지 않았다면, 자그마한 방을 구하기도 힘들었을 거다.


“...그렇더라고요.”


미약한 동정심이 느껴졌지만 그뿐.


어디까지나 손수윤의 일이었다.


“슬슬 나간 것 같으니 일하자. 동생 구하려면 열심히 해야지.”


“네!”


그 뒤로도 키메라를 피해 다니며 철근이나 쓸만한 재료를 주워 담았다.


“조금 더 위험한 곳도 알지?”


“물론이죠!”


서초와 가까운 강남이라 꽤 털렸을 텐데도 위험한 곳만 돌아다녀서 가방은 금세 채워졌다.


“두 명 이서 나가서 이렇게 번 건 처음이에요!”


“네 덕분이다.”


진심이었다. 싸움은 전부 내가 했어도 재료를 찾는 건 전부 손수윤이 했으니.


“저야말로 고마워요! 이 정도면 일주일 정도는 문제없겠어요!”


손수윤이 이 돈으로 뭐 할지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도시로 돌아가던 중.


“어이 거기!”


험악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인상이 험악하고 온몸에 문신이 있는 놈들이었다.


도시 출신 스캐빈저야 지나가면서 몇 번 봤지만, 서로 모르는 척하는 게 불문율이었다.


이렇게 공격적으로 부르는 건 도시에서 살지 않는 무법자들밖에 없었다.


“이...일합회에요!”


“그게 누구지?”


“빠...빨리 설명해 줄게요.”


일합회(一合會)


서울의 무법자 집단 중에 가장 악명 높은 놈들.


도시에서도 골치를 썩이고 있는 놈들이지만, 그 본거지가 어디인지 몰라 잡지 못하는 놈들이라고 했다.


놈들이 우리 가방에 시선을 둔 체 씩 웃었다.


“가방 내놓고 꺼지면 살려는 줄게.”


일합회 놈들은 세 명.


할 만했다.


“어...어떡하지? 도망쳐도 소용없을 텐데···.”


당황하는 손수윤에게 귓속말했다.


“내가 싸우면 도망쳐.”


“네?”


더 자세히 말할 시간이 없었다.


“어디서 개수작이야!”


세 명 중 오함마를 든 놈이 내 머리를 노렸다.


“거긴 곤란해.”


팔로 오함마를 막은 뒤, 앞으로 나아갔다.


“미친 새끼!”


으적- 하는 뼈가 으깨지는 소리가 났지만.


“어...어떻게?”


내 단검이 놈의 목을 찌르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커억!”


단검이 빠졌다 나오며 피카 왈칵 쏟아졌다.


“태석아!”


쓰러져서 꺽꺽대는 놈을 남은 두 놈이 챙겼다.


그사이에 내 몸 상태를 살펴봤다.


넝마가 된 팔이 힘없이 흔들거리고 있었다.


“...할 거면 제대로 부수지.”


단검으로 팔을 잘라내자마자 새로운 팔이 자라났다.


“저 미친...”


“머리! 체력 재생 각성자 약점은 머리라고 들었어!”


남은 조직원들의 무기가 내 머리를 스쳤다.


아쉽게도 내 전투 능력은 저 두 명보다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내 전문은 괴물이지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추잡하게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이길 자신이 있었다.


피가 튀고 신체가 잘려 나갔지만, 머리를 지켜 내며 한 명씩 차분하게 정리해 나갔다.


“허억...허억...”


무거운 검을 쥐고 있던 놈이 먼저 지쳤다.


“오...오지마! 이 괴물 새끼야!”


최후의 발악으로 내 머리를 노렸지만, 고개를 돌려 피했다.


앞턱이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곧 회복하겠지.


푹!


놈의 어깻죽지에 단검을 찔러 넣었고, 그대로 아래로 그었다.


괴물 사냥 때 자주 쓰던 기술로 허 노인이 가르쳐 줬었다.


뼈를 피하며 그대로 내려긋는 기술.


확실히, 뼈가 많은 인간에게 사용하긴 어려웠다.


어깨에 꽂힌 검은 배까지 이어졌고, 조직원은 내장을 쏟아내며 그대로 즉사.


남은 한 명의 조직원이 벌벌 떨며 악을 썼다.


“너 뭐 하는 새끼...아아악!”


조직원의 손에 단검을 꽂아 넣었다.


손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지르는 놈에게 질문했다.


“왜 여기서 얼쩡대고 있는 거지?”


도시 바깥이 무법지대긴 해도 여긴 도시 근처다.


그리고 도시는 무법자를 경멸한다.


그래서 보통 무법자들은 폐허 깊은 곳에서나 볼 수 있었다.


조직원이 피에 젖은 이빨을 드러내며 씩 웃었다.


“그야 한 달 안에 여기는 우리 땅이 될 거니까!”


“...전쟁?”


미친놈이라고 넘기고 싶었지만, 세종에 내전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그 틈을 노린 무법자가 전쟁을 일으켜도 이상하진 않았다.


“그러니까 곱게 죽어 이 새끼야!”


내가 조직원의 칼날을 인지 했을 때는 목에 칼이 박혀 있었다.


인정한다. 방심하긴 했다.


그렇다고 날 죽이진 못했지만.


“목을 다 벴어야지, 그래도 재생했겠지만.”


덜렁거리는 목을 붙잡은 뒤, 다른 손으로 조직원의 목을 찔렀다.


“끄어어억...괴물 새끼...”


바람이 빠지는 풍선처럼 공기가 샌 목소리로 조직원이 나를 저주하며 죽어갔다.


목을 움직여 봤다.


멀쩡히 잘 움직였다.


“목은 괜찮아요?”


“응. 다 잘린 게 아니니까.”


“가자마자 옷부터 갈아입어야겠어요.”


온몸이 피범벅이었다.


찝찝하다던가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은 없지만, 위생상 좋을 게 없다.


“돌아가자.”



*



옷을 갈아입자마자 찾아간 곳은 도시의 공식 거래소였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건물 안은 불평과 불만이 오가고 있었다.


“저번엔 이것보다 더 쳐줬는데 왜 이것밖에 안 줘!”


“공장 자재의 가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지랄하지 말고 돈 내놔!”


악성 민원을 받는 공무원의 자세라면 최대한 자세를 숙여야겠지만, 멸망기는 조금 달랐다.


“새끼가 미쳤나.”


공무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뺨을 후려갈겼다.


“이 새끼가!”


불평을 내뱉던 사람이 무기를 뽑기 전에 공무원의 주먹이 턱을 후려갈겼다.


그대로 쓰러진 사람은 누구도 치워주지 않고 방치됐고, 기절에서 깨면 조용히 돈을 받고 나갔다.


쓰러진 손님이 세 명 정도로 늘어났을 무렵 내 차례가 왔다.


“2백만 원입니다.”


철근과 각종 재료를 받아 든 공무원이 이리저리 살펴보고 한 말이다.


손수윤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이백이요?”


나도 좀 놀랐다.


이백이면 성벽에서 보름은 일해야 벌 수 있는 돈.


많이 받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이야.


“네, 정확합니다.”


공무원이 빨리 꺼지라는 눈빛과 함께 돈다발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이 정도면 검과 투구는 꽤 괜찮은 걸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네 몫이다.”


원래는 내가 대부분 가져가려 했지만, 손수윤은 생각보다 쓸모 있었다.


80만 원을 건네받은 손수윤이 입을 쩍 벌렸다.


“이...이렇게 많이 가져가도 돼요?”


“다음에도 나랑 같이 간다면.”


“물론이죠!”


잠시 분위기가 활기찼지만, 그림자처럼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그건 손수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까 그 말이 사실일까요?”


정말 세종이 쳐들어온다면, 서초는 멸망할 수도 있다.


“세종의 내전이 끝나면 그 화살이 돌아올 수도 있어.”


내부를 진정시키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


예로부터 전통적인 지배 방법이었다.


“확인해서 나쁠 건 없겠지.”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이유리를 만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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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멸망 이후(1) 24.09.06 7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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