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생으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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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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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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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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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 이후(2)

DUMMY

건물은 불에 탔지만, 이종익은 살아남았다.


세종에게 포션을 제공하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아버지께서는 반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의 아버지도 그처럼 약사였다고 한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누구나 멸망 전을 그리워했다.


“돌아가기 위해 강해지는 물약을 만들었고, 완성해 냈습니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힘을 쓰는 사람은 정말 드물었다.


“성능이 너무 좋은 게 문제였습니다.”


악용될까 봐 자식에게조차 숨겼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약을 줬다.


그리고 그는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아버지가 만든 약은 괴물보다는 사람을 향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고 한다.

배신당한 그의 아버지는 그때서야 깨달았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걸.


사연은 안타까웠지만, 내겐 암브로시아가 남아 있는지가 더 중요했다.


“그럼 약의 레시피는...”


“아버지는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지 못했지만, 저는 다릅니다.”


이종익이 무너진 건물을 씁쓸하게 바라봤다.


“결국 인류의 적은 괴물입니다. 그 포션이 분명 괴물을 향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좋은 소식이군요.”


“약은 계속 연구 중입니다. 90퍼센트 정도 완성됐고요.”


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곧장 암시장으로 같이 갈 걸 제안했다.


“최고의 대우를 해 드리겠습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전 이미 세종과 약속했습니다.”


순간 등골이 오싹해졌다.


혈하를 뽑고 주변을 살폈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세종 분들은 서초 사람만 아니면 신경 안 쓰니까요.”


“세종도 암브로시아를 알고 있나요?”


“네. 그쪽도 이미 알고 접근해 오더군요.”


“그쪽도 제안한 게 있었습니까.”


“...네.”


“그럼 방금 하신 말은 뭐였죠?”


가장 먼저 나서서 사람을 죽이고 다닌 게 세종이다.


그런데 그런 놈들과 괴물 퇴치로 약속했다고?


살아남기 위해서 받아들인 약속이라면, 내 제안을 따라가는 게 맞았다.


그렇지만, 이종익은 단호했다.


“...전 아버지와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이종익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세상엔 쓰레기들이 너무 많습니다.”


흔한 생각이다.


세상이 망하며 인간의 밑천이 드러났다.


멀쩡한 인간이 그걸 보고 혐오감을 안 느끼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청소한 뒤에 괴물을 상대해도 늦지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미친 생각.


집안에 쥐가 들어왔다고 동네를 태우는 꼴이었다.


이종익은 어딘가 고장 나 있었다.


더 자극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한 발짝 물러났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하지만.”


관악산에 갔을 때 차에 탔을 때처럼 속이 불편했다.


이 말이라도 해야 조금이라도 편해질 것 같다.


“그날 성벽을 지켰던 일반인들, 공무원, 각종 길드원이 종익 씨가 말한 죽을만한 사람이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내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의 희생이 얼마나 무게가 있는지 알고 있다.


“......”


이종익은 침묵을 지키며 내 시선을 피했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



오랜만에 내 집에 들어가 봤다.


구석에 있어서 그런지 운 좋게 화마를 피한 것 같았다.


먼지가 두껍게 쌓였을 뿐, 집은 누가 들어온 흔적조차 없었다.


하긴, 아무것도 없는 집에 가져갈 게 없긴 하지.


“하아...”


오랜만에 방 안에서 복잡해진 생각을 정리했다.


‘역시, 강제로 데려가야 해.’


이종익의 저항은 둘째치고 세종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무사할 리 없다.


남은 시간 이틀.


그 안에 어떻게든 데려가야 하는데 별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예전에 했던 생각을 제외하면.


’가능하려나.‘


성공만 한다면 서초에서 산까지 십 분 안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준비할 게 몇 가지 있었다.


필요한 물건이야 몇 시간이면 구하겠지만, 필요한 인력은 좀 힘들었다.


산악회나 암시장의 힘이 있다면 간단하겠지만, 그 둘은 쓸 수 없었다.


암시장이야 당연했고, 산악회도 일에 휘말리면 그야말로 재앙.


하지만, 서초에는 방향을 잃은 힘이 남아 있다.


모든 공무원과 길드 사람들이 죽진 않았을 것이다.


방에서 일어났다.


“그래, 하자.”


어딘가에 숨어있을 힘, 그것부터 찾아내야 했다.



*



“어서 오십쇼!”


서초에서 가장 큰 포션 상점은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달라졌지만.


“어서 오세요!”


세종 출신으로 추정되는 직원들이 예의 있게 인사했다.


원래 이곳은 불친절하기로 유명했던 곳이었는데.


“완전 연소 포션 있습니까.”


예전 같았으면 너무 비싸서 생각조차 안 하던 포션이었지만, 돈은 많았다.


“태울 양은 얼마나 되시나요?”


“사람 한 명분입니다.”


“저런, 지인이 돌아가셨나 보네요.”


완전 연소 포션은 돈을 잘 버는 각성자들에겐 꽤 인기가 많았다.


시체를 태울 때 이만한 게 없었으니 당연했다.


“철근 50개입니다.”


아공간 가방에서 철근 50개를 준 뒤, 포션을 챙겼다.


“물건은 준비됐고.”


다음은 인력.


서초의 지리를 전부 알고 있는 건 아니었지만, 각성자들이 어디 있을지 짐작되는 곳은 몇 군데 있었다.


그중 하나는 최후의 빌딩.


과거에는 이런 이름이 아니었던 것 같지만, 살아남은 사람 모두 최후의 빌딩이라 불렀다.


상위 각성자들을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각성자들이 자주 다녔고, 그만큼 지리도 잘 알고 있을 테니 괜찮지만, 난 들어가 본 적도 없다.


이유리나 신세연이 있었다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휑하네.‘


건물에는 불이 꺼진 자국과 다 치우지 못한 시체 같은 것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 안에는 낡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건물을 뒤지고 있었다.


이런 짓을 할 놈들은 무법자들 밖에 없다.


“늦게 온 손님이 있네.”


누런 이가 돋보이는 놈이 내게 어깨를 잡으며 친한 척을 했다.


“이봐! 자네는 어디서 왔어!”


배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억눌렀다.


“암시장 거주자입니다.”


“이야, 귀한 곳에서 온 양반이네!”


내 목에 칼날이 들어왔다.


“그럼 돈도 많겠네?”


“...아무리 세종이라도 도시에서 나는 살인은 용납 안 할 텐데.”


“하하하! 이 새끼 봐라. 아무것도 모르네!”


누런 이의 사내가 내 가슴을 단검으로 쿡쿡 찔렀다.


“세종 새끼들, 자기 사람 아니면 관심도 없는 거 모르나 보네?”


“...그럼 너희들은 어떻게 왔지?”


“그놈들한테 우리는 벌레야. 우리가 기어 다니는 걸 신경이나 쓰겠어?”


군인의 안일한 태도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아, 그래?“


혈하를 꺼내자마자 누런 이의 남자가 내 목을 찔렀다.


”이 개새끼가 어딜...커억!“


목에 꽂힌 단검을 뽑아내며 혈하를 고쳐 쥐었다.


”김씨!“


”그런 얘기는 빨리 말하지 그랬어. 시간도 없는데.“


그랬다면 보자마자 죽였을 텐데.


무법자의 수는 열 명이 조금 안 됐다.


”저...저새끼 목에 칼을 맞고도 멀쩡한데?“


”싸울 생각 없으면 꺼져.“


놈들이 주춤거리더니, 문으로 도망갔다.


”아, 잠깐.“


마지막으로 도망가던 무법자의 뒷덜미를 붙잡았다.


”보...보내준다며!“


”궁금한 게 있어.“


서초에 살면서 이 건물에 들어올 일이 없었다.


지도가 필요했다.


”너희, 이 건물을 샅샅이 뒤졌어?“


”그...“


망설이는 놈에게 혈하를 가슴팍에 갖다 댔다.


”알아야 할 거야.“


”안다! 안다고! 정말이야!“


”혹시 사람이 숨어있을 만한 곳이 있었나.“


”그런 곳이야 세종이 다 털었...아 말할게, 말할게!“


놈이 말한 곳은 지하 주차장이었다.


숨기 좋은 장소는 맞았지만, 이런 곳을 세종이 뒤져보지 않을 리 없다.


심지어 양복을 입은 시체가 군데군데 보였다.


”별거 없는 놈이었군.“


혈하를 꺼내 발골을 하려는데.


”잠깐! 내 눈을 봐!“


스캐빈저의 눈에 푸른 빛이 흐르고 있었다.


”자세히 보면 별거 없는 곳이지만, 내 특성이 시력이거든.“


놈의 시력은 마나까지 볼 수 있다고 한다.


”원래는 아무한테도 말 안 하고 나 혼자 조용히 오려고 했는데,“


놈이 아래를 바라보며 지하 주차장 안으로 더 들어갔다.


최하층까지 간 우리 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벽이 있었다.


”여기에서 마력의 흐름이 끝났어.“


저놈 말이 사실이라면, 벽 뒤에 무언가 있다.


”손을 뻗어봐.“


”뭐? 그건 좀 그런...하면 되잖아, 하면!“


놈이 투덜거리며 손을 뻗었다.


”오?“


벽이 호수에 돌을 던진 것처럼 파장을 일으켰다.


”더 넣어봐.“


”위험할 것 같은데.“


”내 단검이 더 위험하지 않을까?“


놈이 투덜거리며 손을 뻗었다.


”별 느낌 없는데?“


”그럼 전부 들어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눈이 감겼다.


깜빡.


다시 눈을 떴을 때 잘려있는 목은 두 개였다.


저 사람은 누구지.


아. 건물 입구에서 붙잡았던 사람.


죽었구나.


왜 죽었지?


누가 날 공격한 기억은 없는데.


혼란스러운 와중에 목소리가 들렸다.


“살아 있어?”


이제는 생각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곧장 고개를 돌려 혈하를 휘둘렀다.


“큭...”


양복을 입은 체 팔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남자를 보고서야 알았다.


“그랬지. 참. 죽일 뻔했네.”


경계하는 남자에게 양손을 들었다.


“전 암시장에서 온 사람입니다.”


“지랄!”


남자가 갖고 있던 도를 휘둘렀다.


스걱.


팔이 깔끔하게 잘렸다.


사람 몸을 배는 일이 쉽지 않은데, 공무원답게 깔끔했다.


“대화 좀 들어보라니까.”


“네놈이 공격했잖아!”


“그쪽도 했으니까. 그리고 본능적으로 나간 거니까 이해해 줘요.”


다시 재생된 팔로 포션을 꺼냈다.


“바르면서 내 말 좀 들어.”


남자의 상처는 꽤 심한 편이었다.


“.....”


남자의 상처도 깊은 편이었다.


저대로 두면 죽을 정도.


“...진짜야?”


“진짜라니까요.”


“아니기만 해봐.”


포션을 받아들었을 때, 입을 열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암시장에서 왔습니다.”


“암시장?”


“네, 당신들의 힘이 필요하거든요.”


“우리가 있는 걸 어떻게 알았지?”


“지금 목이 바닥에 굴러다니는 친구가 알려주더군요.”


”아...“


남자의 얼굴에 잠깐 미안함이 비쳤다.


‘의외네.’


단호하게 거절할 줄 알았는데.


내 생각보다 더 공무원의 상황이 힘든 것 같았다.


”힘만 조금 빌려준다면, 저도 도와주겠습니다.“


”암시장의 힘이라면...“


“암시장은 무슨.”


벽이 일렁이며 양복을 입고 우산을 가진 남자가 나왔다.


“저 사람, 서초의 성벽 수비병이었다.”


여전히 피곤해 보이는 얼굴의 서인균이 우산을 지팡이 삼아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도망친 놈이 여긴 무슨 일이지? 세종의 개라도 된 건가?”


“제가 세종의 개가 아니라는 건 그쪽이 더 잘 알 텐데요.”


서인균이 한숨을 푹 쉬었다.


“...반박할 수 없군.”


내가 전쟁을 막기 위해 뛰어다녔다는 건 저쪽이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서인균과 같이 나온 공무원이 소리쳤다.


“그래도 도망친 새끼지 않습니까!”


“시장도 도망간 마당에 저 사람이라고 안 도망갈 수 있겠냐.”


“그렇지만...”


서인균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됐다, 여기 온 이유나 말해라.”


“일단 암시장에서 왔다는 말은 틀린 게 아닙니다.”


내 사정을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진실을 전부 말하진 않았다.


연금술사 한 명을 납치해 오라는 임무를 맡았다고 짧게 말했다.


“그래서, 제겐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가만히 듣던 서인균이 물었다.


“우리에게 뭘 줄 수 있지?”


“이곳에서 나간다면 암시장 동전을 100개씩 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모두를 탈출시킬 자신은 없다.


서인균도 그걸 알고 있으니, 조건을 내걸었던 거고.


“암시장 동전 100개면...나쁘지 않군.”


“살아남은 사람에게 한정이지만요.”


서인균이 씩 웃었다.


“얼마든지. 우리는 반드시 살아남는다.”


“제 계획은 이렇습니다.”


방 안에서 생각해 둔 계획이 있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서인균의 다크서클 짙은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미쳤군, 그게 된다고?”


“이론상은.”


“해볼 만한 가치는 있겠어.”


“어차피 이것 말고는 없지 않습니까.”


급한 건 내가 아니라 저쪽이었다.


나올 수 있는 대답은 애초에 하나밖에 없었다.


“좋아,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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