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생으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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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4:49
최근연재일 :
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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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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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

DUMMY

공적인 집단에서 가장 강력한 게 공무원이라면 사적인 집단은 소나무 길드였다.


공무원의 규율이 싫거나 들어갈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끼리 길드를 만들었다.


몇 개의 길드가 있었지만, 가장 강한 길드는 소나무였다.


“크네.”


소나무 길드의 건물은 지나다니면서 몇 번 봤지만, 이렇게 오래 보는 건 처음이었다.


금이 조금씩 가긴 했지만, 이 정도면 멀쩡한 거나 다름없었다.


앞에 있던 경호원에게 명함을 보여주자마자 경호원이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온 이유리가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빨리 와! 너랑은 할 얘기가 많아.”


이유리의 사무실은 그녀의 외관과 다르게 단조로웠다.


조금 걸리는 점이 있다면, 옆에 있는 세 자루의 검을 든 날카로운 인상의 여자가 날 노려보고 있다는 것.


내가 여자를 신경 쓰고 있는 걸 느꼈는지, 이유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쪽은 내 호위무사 신세연.”


신세연이 가볍게 고갤 까딱여 가볍게 인사했다.


”마음은 정리했어?“


”네?“


”내가 영입할 걸 알고 안 온 거 아니야?“


소나무의 간부답게 눈치가 빠르다.


”그것 때문도 있지만...제가 스캐빈징을 하다가 들은 게 있어서요.“


이유리의 입에 걸려있는 미소가 조금 내려갔다.


”정보를 팔러 온 거야? 그건 흥미 없는데.“


아주 잠깐이지만, 사냥꾼 앞의 토끼가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이런 걸로 거래할 생각은 없습니다.“


내 말에 언제 그랬냐는 듯 이유리가 살기를 거뒀다.


”흠, 그래?“


이유리가 책상에 턱을 괬다.


”들어나 보자, 뭔데 그래?“


어제 일합회의 조직원들에게 들었던 정보를 이유리에게 말했다.


얘기를 들을수록 이유리의 입가에 머금고 있던 미소가 사라져갔다.


”그 새끼들이 그런 소릴 했다고?“


”네, 헛소리로 치부하기엔 요즘 주변이 시끄러우니까요.“


세종의 내전이 끝나간다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긴 하지. 애들 몇 명 불러서 알아볼게.“


”감사합니다.“


기우였으면 좋겠지만, 정말로 도시가 무너진다면 돈 같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됐고, 너 진짜로 들어올 생각 없어?“


”죄송합니다.“


이유리가 먹잇감을 본 고양이처럼 입맛을 다셨다.


”흠...일단 알았어.“


등골이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고개를 숙였다.


”가보겠습니다.“


”들어올 생각 있으면 말해!“



*



강윤호가 떠난 후 이유리는 몸을 의자에 완전히 맡긴 채 천장을 바라봤다.


”세연아.“


”네.“


”너는 저놈이 얼마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냐?“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언제는 안 그랬어?“


신세연이 민망했는지 가볍게 헛기침했다.


”확실히 재생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그치 그치.“


재생 능력을 가진 각성자야 꽤 많이 봤다.


그렇지만, 강윤호만 한 재생 능력을 본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입니다. 검기는 고사하고, 전투 능력도 괜찮은 전투스킬을 가진 각성자보다 떨어집니다.“


그날의 돌연변이가 까다롭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못 잡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미 짜놓은 포위망에, 복수심에 불타던 강윤호가 들어간 것뿐이었으니까.


”그것도 맞지.“


”제 생각엔...오면 나쁘진 않겠지만, 안 와도 상관없는 존재입니다.“


정론에 가까운 대답이었지만, 이유리는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혀를 찼다.


”우리 세연이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네.“


”...제가 뭘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연변이가 나왔던 날에 너도 그 자리에 있었잖아?“


”네.“


”강윤호가 사지가 찢겨나가고 있을 때 비명을 지르거나 고통스러워하는 거 봤어?“


”그야 당연히...어라?“


그렇게 잔인한 광경은 멸망기에서도 흔치 않은 편이었다.


그때의 시각적 충격은 이세연의 뇌리에 단단히 박혀 있었지만, 고통스러운 비명 같은 건 기억에 없었다.


”그러고보니...없었던 것 같습니다.“


“강윤호 그 사람, 무통인 것 같아.”


“무통에 재생 능력이 있다는건...”


길드에서 수많은 각성자를 본 이세연도 그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재생 능력자들을 고평가하지 않는 이유는 고통 때문이었다.


아무리 훈련되고 참을성이 좋은 사람이라도 고통이란 근원적 공포는 사람을 둔하게 만든다.


그게 결여된 사람이라면?


순간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돋았다.


“너도 느꼈지?”


이유리가 강윤호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일 년 안에 그 사람은 나보다 강해질 수도 있어.”



*



멸망기에 칼과 활을 다시 찾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자원, 마나의 효율.


시도 때도 없이 몰려오는 괴물들은 순식간에 총알을 바닥나게 했다.


그리고 멸망기의 3년은 인간을 강하게 했다.


스킬을 각성하지 못한 일반인이라도 변해버린 세계에서는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


마나에 감응하는 검과 활은 총과 다르게 훨씬 강한 파괴력을 보여줬으니, 총과 미사일의 시대가 저무는 건 당연했다.


그러니, 대장간이 돌아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에는 인간문화재로 지정되기까지 했던 대장장이 한윤철.


내가 만나러 온 사람이었다.


“윤호 왔냐.”


노인은 대장간에서 망치를 두들기고 있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 도시에서 노인이라 부를만한 사람은 이제 한윤철뿐이었다.


“허태석이 장례를 네가 치렀다며?”


“조용히 했습니다.”


한윤철이 담배를 꺼내 대장간의 불꽃에 갖다 댔다.


“병신, 그렇게 갑옷 좀 입으라고 말을 해도.”


입어도 상관없이 찢겼겠지만, 그건 말하지 말도록 하자.


“좋은 곳으로 가셨을 겁니다.”


“최소한 이 개 같은 곳보다는 낫겠지.”


한윤철이 혀를 쯧 찼다.


“그래, 또 병신같은 단검을 수리하러 왔겠지?”


“버리려고요.”


“그래, 잘 생각...뭐라고?”


한윤철이 놀란 눈으로 날 돌아봤다.


“맨날 돈도 없다고 찡찡대던 놈이 어떻게?”


“최근에 크게 벌었거든요. 새로 하나 장만 하려고요.”


“잘 생각했다, 이놈아. 그거 들고 다니다간 제명에 못 죽어.”


지금 제명만큼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한윤철이 내 걱정을 했다는 건 전해졌다.


“돈이 좀 벌렸으면 너도 방어구를 사는 건 어떠냐?”


“방어는 괜찮습니다. 저는 검만 필요합니다.”


원래는 투구도 쓸 생각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일단은 강한 검부터 가지는 게 우선이었다.


“그 새끼를 그렇게 따라다니더니 너도 어쩌려고 그러냐.”


“전 허 노인과는 다릅니다.”


“이래서 젊은 새끼들은...”


한윤철이 가볍게 한숨을 쉬며 창고로 갔다.


“자, 한번 봐라.”


수십 개의 단검이 보자기에서 쏟아졌다.


한윤철이 만든 검 답게 예기가 놀라울 정도였지만.


“다른 단검은 없나요?”


“이 정도면 네놈이 쓰긴 충분할 텐데?”


“더 날카로운 걸 찾고 있습니다.”


”이놈아, 내구성이 높으면 파괴력이 달릴 수밖에 없어. 차라리 두 자루를 사.“


”그 정도 돈은 안 돼서요.“


”하여튼 까다로운 새끼.“


욕지거리를 내뱉은 한윤철이 다시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사람한테 보여주기 뭐한 검 이긴 한데...“


이번에 가져온 검은 다른 단검과 다르게 빨간 보자기에 싸여 있었다.


보자기 밑에서 드러난 건 붉은 빛의 단검이었다.


”손잡이가...“


”그래, 이건 사람이 쓰라고 만든 검이 아니다.“


단검의 손잡이가 있어야 할 부분에는 또 다른 날이 달려 있었다.


”내가 아는 대장장이가 만든 검인데, 나한테 맡기고 자살했어.“


홀린 듯이 검 끝에 손을 댔다.


정말 끝만 스쳤는데도 손끝에서 피가 배어 나왔다.


”아까운 인재였는데 말이야.“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예의가 아닌 걸 알지만, 이런 검을 만들어낸 사람이 왜 죽었는지 궁금했다.


”괴물한테 가족이 전부 죽었거든. 본인도 눈 한 짝을 잃어버렸고.“


허 노인이 씁쓸한 얼굴로 두 번째 담배를 입에 갖다 댔다.


”망치를 쥐고 있어서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고.“


검을 본 순간 이미 결정했다.


”검의 이름이 뭡니까?“


”혈하(血河)“


붉은 검신과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제가 사겠습니다.“


”미쳤어? 이건 싸우라고 만든 검이 아니야.“


”저라면 가능합니다.“


긴 실랑이가 있었지만, 패배한 건 한윤철이었다.


”하...몇 년이 지나도 네놈의 고집은 꺾을 수가 없어.“


그러고 보니 가격을 안 물어봤다.


내가 가진 돈보다 비싸면 한윤철이 검을 줄 리가 없는데.


”혹시 백만 원이 넘으면 어떻게 해서든...“


”돈은 됐어.“


”네?“


한윤철이 아무리 사람이 좋아도 돈 관계만큼은 철저했다.


”이 검으로 사화의 씨앗들 대가리를 열 개 이상 따오면 그냥 주도록 하지.“


기대와 달라서 김이 조금 샜지만, 의외의 제안인 건 마찬가지였다.


”재료가 필요합니까?“


“그놈의 가족들이 사화한테 죽었거든.”


“유감이네요.”


“조심해서 잘 써라. 쓸 때 철 장갑 꼭 끼고.”


”장갑은 필요 없습니다.“


내가 맨손으로 검을 쥐는 걸 보고 한윤철이 기겁했다.


“야! 장갑도 없이 그걸...”


혈하를 쥔 손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미친 새끼야, 자살하고 싶으면 나가서 해!”


“제가 무통인 거 아시지 않습니까.”


“무통이 무적이냐? 그렇게 피를 계속 흘리면 죽어 이새끼야!”


“이젠 괜찮습니다. 쓸만한 능력을 얻었거든요.”


손을 펼쳐서 아물어 가는 손을 보여줬다.


“이게 뭔...”


“최근에 각성한 능력입니다.”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한윤철이 허탈하게 웃었다.


“하...하하...이 미친 새끼. 말도 안 되는 능력을 얻었구나.”


“일주일 안에 가져오겠습니다.”



*



사화(死花)는 말 그대로 죽음의 꽃이었다.


그것들의 서식지는 서초 옆의 용산이 주 거주지였다.


나 혼자 가는 건 조금 무리가 있으니, 손수윤을 데리러 그가 알려준 집 주소로 향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컨테이너의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나다.”


“윤호 님!”


손수윤이 문을 벌컥 열고 반갑게 맞이했다.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동생은 괜찮냐.”


“많이 좋아졌어요! 역시, 일 때문에 오신 거겠죠?”


“네가 필요한 일이 생겼어.”


“윤호 님이랑 가면 어디든 가죠! 이번에도 저희 둘이죠?”


“어, 다른 사람을 구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서.”


“철근이 많을 것 같은 공장단지 쪽을 제가 알아봤거든요, 키메라가 많긴 하겠지만...운호님과 저라면 문제없을 거예요!”


설레는 마음에 초를 치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을 말했다.


“혹시 용산의 지로도 좀 아냐?”


“용산이요?”


내가 용산에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줬다.


“저...윤호님. 아무리 그대로 사화 지역은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사화가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그게 아니고, 용산에는 무법자들이 꽤 많잖아요. 그중에 일합회도 있을 거고.”


이건 나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예전에 짐꾼으로 가 본 적이 있거든요. 저희 짐을 노리는 무법자 때문에 얼마 가지도 못하고 돌아와야 했었어요.”


고민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한 번은 가야 할 곳이야.”


검도 검이지만, 무법자가 무섭다고 키메라만 잡아봤자 결국 거기까지인 사람이 된다.


더 강해져서 그 누구에게도 제약받지 않는 삶.


그게 내 당장의 목표였다.


“그러니까 부탁할게.”


“저야 윤호 님을 믿어서 같이 가지만...”


“40퍼센트. 그 정도면 할만하지?”


출혈이 좀 크긴 하지만, 그만큼 많이 벌면 된다.


사화는 키메라와 다르게 꽤 가치 있는 괴물이니까.


내 제안에 손수윤이 다시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럼요!


용산에 갈 준비가 끝났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52 하록3513
    작성일
    24.09.16 12:58
    No. 1

    템빨이 너무 약하게 묘사 되는 소설이 많네

    단단함의 척도를 나타내는 강도 10의 금속은 그 단단함이 굉장한대

    경도는 다이아몬의 유리 깨짐의 척도를 나타내고
    다이아몬드도 유리처럼 깨짐,,,하지만 유리보단 단단하지

    금속의 강도 하고 다이아몬드의 경도는 개념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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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멸망 이후(2) 24.09.07 64 2 12쪽
12 멸망 이후(1) 24.09.06 70 2 13쪽
11 거래(2) 24.09.05 6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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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짐(2) 24.09.02 95 2 13쪽
6 조짐 24.08.31 105 1 12쪽
5 사냥(2) +1 24.08.30 108 2 13쪽
» 대장장이 +1 24.08.29 13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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