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생으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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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4:49
최근연재일 :
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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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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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여행(2)

DUMMY

식당 안은 깔끔한 목제 인테리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런 곳을 얼마 만에 오는 건지.”


“저희 오두막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요.”


“땍! 분위기가 다르잖아, 분위기가!”


이준우가 살짝 미소 지으며 물을 따라줬다.


깨끗한 물조차 귀한 시대에 이런 대접은 오랜만이었다.


“식사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이준우의 요리는 오마카세 형식이었다.


우리 앞에서 재료를 가져와 바로 조리했다.


“에피타이저입니다.”


익숙한 괴물이 내 접시 위에 올려져 있었다.


“사화의 줄기와 머리를 손질해서 샐러드처럼 만들어 봤습니다.”


“...사화?”


“서울 사람이면 사화를 직접 보셨겠네요!”


직접 봐서 더 문제였다.


“먹을 수 있는 괴물이 아닌데요.”


”걱정하지 말고 드세요. 제가 먹을 수 있게 다 조리해 놨답니다.“


확실히 접시 위에 올려져 있는 사화는 멸망 전의 샐러드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이유리랑 눈이 마주쳤다.


”내가 먼저 먹어볼게.“


조심스럽게 포크로 샐러드를 먹은 순간.


”이게 사화라고요?“


”손질을 좀 열심히 했죠.“


”맛있네요, 상큼한 향이 봄이 떠오르는 맛이에요.“


나도 먹어봤지만, 아삭한 식감만 느껴질 뿐, 향이나 맛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주변에 피와 시체 썩은 냄새만 날 때는 후각과 미각이 약한 게 좋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게 조금 부러웠다.


각종 괴물로 만든 요리가 몇 가지 더 나왔다.


충격의 연속이었지만, 맛은 더 충격적이었다.


”맛있네요.“


내가 정말 놀란 건, 그 감정 없는 신세연 조차 입가에 살짝 미소를 띨 정도였다.


“이제 메인입니다.”


작은 화로에 숯을 달구며, 이준우가 손바닥 크기의 고기를 가져왔다.


“숯에 구운 오크 고기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괴물인데요.”


“서울에서 오셨다고 했나요? 그럼, 못 보셨겠네요.”


모 게임의 초록 피부 오크를 닮아서가 아니라 돼지를 닮은 괴물이라 오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맛은 예전 돼지고기랑 비슷해요.”


치이익


소리는 살이 타는 소리랑 비슷했지만, 느낌이 달랐다.


“...맛있어.”


미각이 옅은 나조차 녹아내리는 식감만으로 맛있다는 건 알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 것 같다.


이유리가 엄지를 세우며 극찬했다.


“정말 잘 먹었어요!”


“맛있으시다니 다행이네요.”


마지막으로 방금 잡은 거인의 핵을 이용해 냉각시킨 셔벗으로 마무리.


이유리가 셔벗을 먹으며 넌지시 물었다.


“원래 오크 고기가 맛있나요?”


“그럴 리가요. 연육 작용을 하루 이상은 해 줘야 씹을 수 있는 정도입니다.”


“저 혹시...”


우리가 여기 온 사정은 이준우에게 설명했다.


“이 정도 까진 바라지도 않아요. 최소한 누린내는 나지 않을 정도만 손질하는 비법을 알 수 있을까요?”


소금은 어떻게든 구할 수 있지만, 후추를 비롯한 각종 향신료는 없어진 지 오래였다.


소금으로는 놀 고기 특유의 누린내를 지우기엔 역부족이었다.


“흠...”


“저희 동료들도 이 맛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곤란해하는 요리사의 앞에 정제된 철을 놓았다.


같은 철이지만, 철근보다 훨씬 가치 있었다.


“300개 드릴게요. 어떻게 안 될까요?”


요리사가 마른침을 삼켰다.


“제 능력은 사실 연금술입니다.”


연금술도 각양각색이다.


어떻게 각성했느냐에 따라 같은 재료로도 다른 능력의 포션을 만드는 게 가능했다.


과거 요리사였던 이준우는 대부분의 재료로 식재료를 찾아내는 능력을 갖게 됐다.


“연금술사로 각성하셨는데 거인은 어떻게 잡았어요?”


“저한테 검술이랑 마나를 가르쳐 준 은인이 있습니다.”


“은인이 있다고 해도 배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요.”


“죽기 살기로 배우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이준우가 신이 났는지, 어떻게 은인을 만나게 됐고, 거인을 잡을 정도로 성장했는지 한참을 떠들어댔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듣는 것도 나쁘지 않아서 말을 끊지 않고 계속 들어줬다.


”얘기가 샜지만, 아무튼.“


이종익이 안으로 들어가더니 사람 머리 크기의 심장을 가져왔다.


심지어 아직도 쿵쿵거리며 뛰고 있었다.


”이게 뭡니까?“


”아까 봤던 거인의 핵입니다.“


”제 생각이랑 다르게 생겼네요.“


”겉보기엔 그래도 안은 동물이랑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안도 철인 줄 알았는데, 조금 예상 밖이었다.


“거인의 핵을 구해오면 조미료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이게 조미료로 들어간다고요?”


“잘 정제하면 잡내를 잡는 데에는 최고의 재료입니다.”


어떻게 정제하는 건지 상상조차 어렵지만, 그게 연금술사니까.


“정말이죠?”


“몰론입니다! 사실, 저 혼자서 거인을 잡는 건 무리가 있거든요.”


원래는 은인이라는 사람에게 거인의 핵을 공급받는다고 한다.


“기다리고 있어요, 금방 잡아 올 테니까!”


이유리가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식당을 나갔다.


“그런데 저희 못 잡지 않아요?”


시간이 지나면 잡기야 했겠지만, 꽤 많은 기억을 잃었을 거다.


고작 괴물 한 마리 잡는데, 머리에 안개가 낀 기분을 느끼고 싶진 않았다.


“세연이가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신세연이 고갤 끄덕였다.


“넌 걱정하지 마라. 거인은 내가 잡는다.”



*



쿠어어어어!


거인이 깍지 낀 주먹으로 우릴 내리찍었다.


스릉


신세연이 들고 있는 가장 긴 검이 뽑혔다.


“흡.”


호흡을 멈추고.


휘두른다.


“꾸어어어억!”


거인의 손목이 깔끔하게 잘렸다.


“시끄럽게.”


몇 번 보다 보니 느낀 거지만, 저놈들의 엄살은 인간보다 심했다.


“지금.”


신세연의 공격에 나랑 이유리가 거인의 목으로 올라갔다.


주먹이 없는 거인이 몸을 흔들며 발버둥 쳤다.


이 짓도 몇 번 하다 보니 나름대로 기술이 생겨서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거인의 목까지 올라가면 다음은 쉬웠다.


이준우가 알려준 거인의 취약점인 목.


내 발골과 이유리의 월광이 거인의 목을 바닥에 닿게 했다.


“이걸로 다섯 마리짼가.”


“종익 씨가 원하는 양보다 두 배 정도 되겠네요.”


단단한 피부를 뚫을 수 있는 순간부터 거인을 사냥하는 건 쉬웠다.


거인 안의 심장을 꺼내 트럭에 실었다.


“차에 피 안 묻게 조심하고.”


돌아가는 운전석에서 신세연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놀을 잡을 때 봤던 신세연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다.


몇 번을 봐도 동작은 같았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간단해. 마나를 한 곳에 집중시킨 거야.”


“또 마나입니까.”


“마나도 없는데, 그 정도 힘을 보여주는 네가 이상한 거야.”


틈틈이 연습하고 있지만, 마나를 깨우치는 건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찝찝한 의문은 두고 골렘의 핵을 이준우에게 가져다줬다.


“대단하십니다! 이걸 세 시간 만에 구해오다뇨!”


이준우가 골렘의 핵을 한꺼번에 안아 들었다.


“당장 해드리겠습니다.”


이준우가 신나는 얼굴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식당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이런, 손님이 있었네.“


여자 목소리긴 했지만, 칼로 긁는 것처럼 갈라진 목소리.


검은 가면 밑에는 문신으로도 가릴 수 없는 거대한 흉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그 거대한 흉터보다도 눈에 들어오는 건, 자주 봐왔던 문신이었지만.


”...아니지?“


그 순간만큼은 우리 셋 모두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았다.


”아, 대표님!“


이준우가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이야.“


”최근에 안 오셔서 걱정했잖아요.“


”미안, 좀 바빴거든.“


이준우가 우리에게 가면을 쓴 여자를 소개했다.


”이 분은 아까 말했던 제 은인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누군지 알아.“


여자가 내 앞에 섰다.


내 키가 평균 이상은 되는데도 그녀는 날 내려다볼 정도로 키가 컸다.


”어디서 진한 피비린내가 난다고 했더니.“


가면을 쓴 여자가 내게 손을 건넸다.


”네가 우리 애들이 애타게 찾던 강윤호구나.“


비유 같은 게 아니라 심장이 내려갔다가 올라간 것 같았다.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방금 그거 살기였냐.“


김율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마나를 어느 정도 배우면 상대방에게 위협도 가능하지. 그걸 우리는 살기라고 불러.


김율이 시험 삼아 내게 사용했을 때는 그냥 기분이 나쁜 정도였는데, 지금 당한 건 류재곤과의 만남을 떠올리게 할 정도.


차원이 달랐다.


”눈치챘니? 살살 했는데.“


이런 곳에서 마주칠 거라 생각 못 했지만, 확실했다.


저 여자. 일합회의 보스다.


“밥 먹었니? 안 먹었으면 같이 어때?”


“우리가 그런 걸 물어볼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일합회의 보스가 이유리의 어깨를 토닥였다.


“윽...”


검을 뽑으려고 했지만, 가면 뒤의 눈을 마주친 순간, 이유리가 얼어붙었다.


“걱정하지 마, 안 죽여.”


“어디다가 손을...”


“아, 불쾌했니? 미안해.”


일합회의 보스가 손을 뗐다.


“그래서, 밥 먹을 거지?”


거절할 방법은 없었다.


식당에서의 두 번째 식사가 시작됐다.



*



저녁 식사는 아까 전과 다른 구성으로 나왔다.


과거 영상으로나 보던 음식들이 괴물의 고기로 재현되어 있었다.


그러나 요리를 보고 감탄할 겨를은 없었다.


“미안한데, 저 셋이랑 긴밀이 할 얘기가 있어서. 나가 주겠니?”


“아, 물론이죠!”


“고마워.”


이준우가 나가자 그나마 남아있던 따뜻한 분위기가 전부 사라졌다.


“먹으렴.”


음식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집어넣었다.


낮이랑 다르게 썩 맛있진 않았다.


“생각보단 평범하네, 애들 말로는 흉악한 놈이라고 해서 기대했는데.”


“너는 내 생각보다 특이하네.”


갑작스레 만나서 긴장했지만, 그뿐.


어차피 넘어가야 할 상대다.


내 태도에 일합회의 대장이 먹던 숟가락을 놨다.


언제라도 혈하를 뽑아 들 준비를 하며 다음에 나올 말을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내 이름도 말 안 했네, 유진아라고 해. 하는 일은, 너희도 알 거고.”


유진아가 다시 숟가락을 들어 한 입 거리로 나온 음식을 입에 넣었다.


“네가 살육 형제를 죽였다며?”


”그렇다면?“

”잘했어, 그놈들은 너무 제멋대로라서 정리하고 싶었거든.“


사장이 부하 직원을 칭찬하는 것 같은 태도지만, 그 누구도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래도 귀한 자린데, 물어보고 싶은 거 없어?“


”어차피 대답 해 줄 것도 아니잖나.“


”살육 형제를 죽여준 대가로, 어느 정도는 대답해 줄게.“


”...정말이냐.“


”물론.“


일합회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긴장하고 있는 우리완 다르게 유진아는 편하게 음식을 먹으며 우리 질문에 대답했다.


”조직원들? 대부분 세종에 가 있지. 여기는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곳이라서 나만 찾아오는 곳이야.“


”내 약점? 그거 농담하는 거지?“


질문에 대답해 주던 유진아가 우리에게 되물었다.


“너희가 물어봤으니까, 나도 하나만 물어봐도 되지?”


“가능한 대답이라면.”


“너, 류재곤이랑 본 적 있지?”


“그게 누구지?”


죽어도 모르는 척해야 한다.


저 말을 인정하는 순간, 최소한 관악산에서는 살 수 없다.


“걱정하지 마, 절대 말 안 해.”


“정말로 누군지 모르겠군.”


“에이, 너희도 알잖아? 우리가 진심으로 하면 관악산쯤 밀어낼 수 있다는 거.”


“쉽게 말하네?”


이유리가 나섰다.


“너희도 각오 좀 해야 할 텐데?”


“그러니까 안 건들잖아. 쳐들어오는 놀도 관리해 주는데, 건들 이유가 없지.”


대화가 끊길 무렵 마지막 디저트가 나왔다.


“음, 맛있어.”


유진아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동안 우리는 한 입도 먹지 못했다.


“솔직히 말하면 암브로시아 문제는 내 선에서 끝내줄게.”


“나는 그게 뭔지도...”


다시 한번 심장이 철렁일 정도의 살기가 내게 꽂혔다.


“끝까지 이럴 거야?”


이유리를 쳐다봤다.


하는 수 없다는 듯 고갤 끄덕였다.


“...만났었다.”


“역시 있구나! 하긴, 그런 괴물 같은 재생 능력이 서울에 둘이나 있을 리 없지.” 그래서, 그 새끼 실력은 어땠어?”


“...강했다. 손목에 상처를 낸 게 겨우였어.”


“상처를 냈다고? 정말?”


“그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음...그날의 얘기를 좀 더 듣고 싶긴 한데, 시간이 없네.”


유진아가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평범한 버러지 새끼면 죽이려고 했는데, 류재곤을 다치게 할 정도면 꽤 쓸만하겠어. 아참.”


나가려던 유진아가 고개를 돌렸다.


“반년 뒤, 전주의 거인들을 모두 처리해서 여기가 안전해지면, 서초로 출발할 생각이야.”


“왜 반년이지? 지금 세종으로 가면 전부 정리할 수 있을 텐데.”


“나도 마음 같아선 당장 달려가고 싶지만, 따로 일이 있어서.”


일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반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건 아니다.


다행이었다.


“세종 놈들이 기어오르는 것 같아서 말이지. 간 김에 류재곤 얼굴도 좀 보고...”


가면 뒤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너희도 정리하고.”


유진아가 문을 열었다.


그 뒤에는 얼굴에 문신이 가득한 일합회 조직원들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혹시나 말해두는데, 도망쳐도 소용없어. 그러니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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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멸망 이후(2) 24.09.07 64 2 12쪽
12 멸망 이후(1) 24.09.06 69 2 13쪽
11 거래(2) 24.09.05 66 1 12쪽
10 거래(1) +1 24.09.04 69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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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짐(2) 24.09.02 9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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