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생으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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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4:49
최근연재일 :
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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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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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2)

DUMMY

질질 끌 시간도 아까웠다.


출발을 결정하자마자 산악회원들은 서초에 갈 준비를 했다.


능력이 들킨 나를 포함해서 소나무 길드의 핵심 멤버였던 이유리 신세연은 가지 못했다.


“가 볼게.”


“...진짜 괜찮겠어?”


“위험하면 바로 신호탄 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남재우를 비롯한 산악회원들이 떠나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번에도 우리밖에 안 남았네.”


“저도 있어요!”


일합회에게 찍힌 손수윤도 안 간 건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연습 좀 했어?”


“보실래요?”


손수윤의 검은 빈말이 아니라 꽤 많이 늘어 있었다.


“많이 늘었는데?”


“이제 놀 한 마리 정도는 혼자 잡아요!”


각성자라 신체 조건이 좋긴 했지만, 대단한 실력이다.


“고생했다.”


“윤호님도 마나를 깨우쳤다면서요.”


“응. 어쩌다 보니.”


“다행이네요.”


손수윤과 못했던 대화를 하며 숲을 돌아다녔다.


가끔 보이는 놀을 잡고, 시체를 불에 태웠다.


폭풍의 눈처럼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소식 없어요?”


놀 고기에 가져온 조미료를 뿌리고 있는 이유리가 답했다.


“아직,”


“다행히 얘기가 잘 되고 있나 보네요.”


같이 고기를 재우던 신세연이 중얼거렸다.


“아니면 신호탄도 못 터트릴 정도거나.”


“에이 씨, 불길한 소리 하고 있어.”


“기다리자. 쟤들이 우릴 믿었듯이 우리도 쟤들을 믿잖아.”


그날따라 밤이 긴 하루였다.



*



반드시 무슨 일이 생길 거 같다는 불길한 예상과 다르게 일행은 무사히 돌아왔다.


“무사했구나!”


밤샌 얼굴의 남재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하아...공기부터가 다르네.”


“맞아, 세종은 숨쉬기만 해도 피 냄새가 나서 힘들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얘기하긴 했는데...애매해.“


세종은 우리가 예상한 대로 움직였다.


”우리 예상대로 세종은 괴물을 잡으러 가는 게 맞아.“


인간의 최대 적은 언제나 괴물이다.


세종도 그 사실에는 벗어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은 산악회와 동맹을 맺기로 했다.


”일단 키메라랑 사화부터 정리한다고 하더라고.“


가장 가까운 존재이자 가장 침입을 자주 해 오는 괴물이 사화와 키메라였다.


”키메라는 양만 많은 놈들이라 그렇다 쳐도, 사화는 곤란한데.“


”그렇지. 그놈은 곤란하지.“


키메라는 양이 많은 대신 돌연변이만 아니라면 약하다.


반면에 사화는 꽤 까다로운 적인데다가, 도시에 피어난 꽃봉오리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저희는 당연히 사화겠네요.“


”응, 그나마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허락은 받았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이 정도면 협상의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세종을 도와주는 게 마음에 좀 걸리긴 했지만, 일단 살아남는 게 우선이었다.


”3일 뒤에 시작한다니까 다들 준비하고 있어.“



*



평생 안 올 줄 알았던 서초에 생각보다 많이 들락거렸다.


원래는 안 갈 생각이었다.


일합회에게 들키는 순간, 계약이고 뭐고 끝이니까.


나 같은 재생 능력을 가진 사람이 얼마 없기도 하고.


그러나 남재우의 생각은 나랑 달랐다.


”넌 반드시 같이 가야 해.“


”들키면 곤란하지 않을까요.“


”우리가 사화 상대로 경험이 적거든, 독자적인 움직임도 네가 전문가니까 결정한 거야.“


”......“


이유리의 친구답게 묘하게 대책이 없었지만, 나랑 손수윤이 있으면 편한 건 사실이었다.


암시장에서 얼굴 분장과 일합회의 낙인을 무효화하는 효과를 받았다.


이번에는 특히 평범한 얼굴이 되도록 신경을 썼다.


‘여기도 오랜만이군.’


우리가 모인 곳은 광장이었다.


기다리고 있자, 대위 계급에 나이가 지긋한 군인이 우리에게 왔다.


”다들 반가운 얼굴이군요.“


”저희를 아십니까.“

”과거에 올림픽을 다시 볼 정도로 좋아했거든요.“


대위는 정말로 산악회원들의 멸망 전 기록을 알고 있었다.


”펜싱 선수 김율씨 아닙니까! 결승전은 정말로 잘 봤습니다!“


”태권도 선수 우하윤씨! 결승전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정말로 스포츠를 좋아했는지, 선수들의 기록을 일일이 말해주며 악수했다.


그러던 중, 대위의 움직임이 나와 손수윤 앞에 멈췄다.


”저분은 제가 모르는 사람인데...누구시죠?“


”아, 운 좋게 각성한 친구를 주워 왔습니다. 저희 치곤 강한 편은 아니죠.“


”짐꾼이에요, 짐꾼.“


남재우와 우하윤이 황급히 둘러댔다.


”하긴, 짐꾼 한 명쯤은 있어야죠.“


쉽게 수긍한 대위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지도로 알려줬다.


대위가 산악회에 호감이 있다고 해도 쉬운 걸 준 건 아니었다.


‘사화 근처군.’


원래 같았으면 사화에게 둘러싸이면서 곤욕을 치렀겠지만.


나랑 손수윤이랑 다녔던 길이라 어렵진 않을 것 같았다.


”저희는 정면을 뚫을 테니 측면을 부탁합니다.“


비상 상황에 사용할 신호탄 몇 개를 건네받은 뒤, 군인들이 먼저 출발했다.


”다들 오랜만에 합 좀 맞춰볼까?“


”놀 말고 다른 괴물을 잡는 건 오랜만이네.“


나도 다 모인 산악회는 처음이라 조금 기대됐다.


”자, 시작하자.“



*



사화가 강한 편인 건 맞았지만, 산악회랑 비빌 정도는 아니었다.


”율아! 오른쪽에 세 마리!“‘


김율의 검이 사화를 세로로 갈랐다.


”하윤아! 정면 좀 막아줘!“


우하윤의 발차기가 꽃봉오리를 날려 버렸다.


남재우의 명령에 산악회원들이 곧바로 반응했고, 그곳에는 사화의 꽃봉오리만 남았다.


”다들 깔끔하네요.“


나는 잘못해서 신체라도 잘리면 체력 재생이 들킬 수도 있으니 남재우의 옆에 붙어 있었다.


”훈련은 꾸준히 하고 있으니까.“


폐허를 넘어 다니며 보이는 사화를 족족 썰고 다니다 보니 군인들과 만나기로 한 목적지에 금방 도착했다.


”살벌하군.“


다시 본 사화는 더 거대해진 것 같았다.


건물에는 갈라진 땅처럼 금이 가 있었다.


내 코에도 달콤한 향기가 날 정도로 그 향이 훨씬 진해진 상태였다.


내게 미리 얘기를 들은 산악회가 마스크를 썼다.


”이래도 힘들군.“


”없는 것보다 낫긴 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산악회원이 많아졌다.


슬슬 걱정될 때쯤, 군인들이 대포를 닮은 무언가를 끌고 왔다.


우리를 보고 놀란 대위가 물었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오셨습니까?“


우리가 간 길은 군인들이 간 길보다 훨씬 길고 무너진 건물이 많았다.


”운이 좋았습니다.“


남재우의 대답에 대위의 눈빛이 묘해졌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그런데 저 대포같이 생긴 건 뭡니까?“


”서초의 창고를 뒤지다 보니 나온 물건입니다.“


일명 ’심판.‘


마력을 응집시켜서 발사하는 장치지만, 모인 것보다 위력을 더 증가시킨다고 한다.


”저 꽃의 대가리를 따기에 이만한 무기가 없죠.“


잡설을 하던 중 군인이 대위에게 경례하며 말했다.


”대위님 준비 다 끝났습니다.“


”바로 시작하지.“


심판에는 다섯 명 정도 되는 군인이 손을 모으고 있었다.


”시작하겠습니다.“


대포를 닮은 아티팩트가 빛을 뿜었다.


쾅!


사화의 꽃봉오리가 휘청거렸다.


”한 번 더!“


군인들이 아티팩트에 마나를 집어넣던 중,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쿠그그그


중심을 잡기 힘들 정도의 지진이 밑에서 느껴졌다.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사화의 씨앗은 움직일 수 있는데, 왜 사화는 움직일 수 없다고 생각했을까.


사실 움직일 수 없는 게 아니라 안 움직인 게 아닐까.


”올라가!“


내 외침에 산악회원들이 근처의 건물로 올라갔다.


폐허 아래 깔린 아스팔트가 들리며 녹색 뿌리가 올라왔다.


우지끈!


뿌리가 올라오며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에 비명과 외침이 파묻혔다.


손수윤의 손을 잡은 뒤, 남재우를 챙기려 했지만, 남재우가 뿌리쳤다.


”나는 다른 애들을 살필게!“


남재우가 향하는 방향에는 다른 산악회원이 쓰러져 있었다.


”좀있다 보자!“


남재우의 손에는 쓰러진 산악회원이 들려 있었다.


봤을지 확신은 못 하겠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콰드드득!


건물 크기의 녹색 뿌리가 나와 남재우의 사이에서 뻗어 나왔다.


몸을 웅크리고 손수윤을 끌어안았다.


진동이 멈출 때가 돼서도 날 붙잡은 손수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일어나, 끝난 것 같다.“


진동은 끝났지만, 사화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거대한 녹색 뱀이 미끄러지듯 배회하는 것 같았다.


”우리만 떨어진 것 같군.“


”그런 것 같아요. 어떡하죠?“


이런 상황에서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은 정찰이다.


나갈 구멍이 있나 살펴보는데 비명이 들렸다.


”살려주세요!“


산악회 사람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일단 가보자.“


믿음은 안 가지만 계약 관계다.


당장 배신할 일은 없을 테니 같이 움직일 생각이었다.


”곧 가겠습니다! 기다리세요!“


”살려주세요!“


페닉에 빠졌는지 군인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잠깐.“


”위험해 보이는데 빨리 가요!“


이상했다.


”잠시만 기다려 봐.“


”살려줘요!“


아무리 패닉에 빠졌다 해도 음절이 같을 수가 있나?


사화의 얼굴이 떠올랐다.


코만 달린 기괴한 모습.


”설마.“


생각만 해도 불쾌한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해야 했다.


”어차피 갈 곳도 없어.“


길 주변은 뱀처럼 지나다니는 뿌리밖에 없었다.


마치 이쪽으로 오라는 듯, 소리가 나는 곳만 길이 뚫려 있었다.


”...가자.“


주변을 철저히 경계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살려주세요!“


”......“


나도 손수윤도, 애타게 울부짖는 사람에게 다가가지 않았다.


그것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사화 씨앗의 뿌리 아래에는 말라비틀어진 군인이 죽어 있었다.


꽃봉오리에서 말라비틀어진 목소리가 들렸다.


”...살려 주세요.“


인간이 각성해도 계속 나아가듯, 괴물도 진화한다.


꽃봉오리에 줄기만 있던 사화의 몸은, 어느새 인간의 몸과 꽤 비슷해져 있었다.


해바라기가 해를 보듯 꽃봉오리가 우릴 바라봤다.


그 안에는 모두 얼굴이 있었다.


”...수윤아 싸울 줄 안다고 했지?“


”네,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이긴 하지만요.“


”고생좀 하자.“



*



사화에 입 하나 달린다고 크게 강해지진 않았다.


어쩌면 내가 그때보다 강해져서 체감이 안 되는 거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하는 확실했다.


”짜증나졌군.“


사화의 입에서는 끝없이 목소리가 세어나왔다.


”살려 주세요.“


”죽기 싫어.“


”엄마...“


망자의 소리가 꽃봉오리 안에 갇혀 메아리치고 있었다.


듣기 싫은 소리였다.


촤악!


혈하를 움직이는 내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내 팔이 시야 저편으로 날아갔다.


다시 자라난 새 팔로 사화의 꽃봉오리를 잡았다.


‘발동.’


입을 벌려서 사화를 뜯어 먹었다.


식물의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


”굶어 죽을 걱정은 없겠네.“


사화의 즙은 포션 재료로 유명하다.


최소한 죽을 일은 없겠지.


”수윤아, 쉬고 있어.“


몇 시간을 연속으로 싸웠다.


손수윤의 몸은 피로를 못 이기고 휘청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빨리 쉬어.“


”...죄송해요.“


손수윤이 구석으로가 기절하듯 잠들었다.


‘잘 자네.’


확실히 손수윤이 없으니 밀고 들어오는 속도가 빨랐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마나를 사용했다.


몸 전체에 마나를 두르자 움직임이 두 배 이상 빨라졌다.


그러나, 내 몸에도 한계는 있다.


혈하를 휘두르던 팔이 점점 느려졌지만, 사화의 싸앗은 아직도 쏟아지고 있었다.


슬슬 깨워야 하나 생각하고 있던 중.


콰과광!


멀리서 폭음과 함께 사화의 씨앗이 공중에 떠올랐다.


누군가 ‘심판’이라도 사용하나 싶었는데, 웬 덩치 큰 남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관악산 출신인가.“


우린 처음이 아니었다.


수백 마리의 사화를 본 것보다 지금이 더 숨이 막혔다.


”산 사람이 반가운 건 오랜만이군.


거구의 남자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손목에는 내가 냈던 흉터가 살짝 남아있었다.


“반갑다. 류재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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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멸망 이후(2) 24.09.07 63 2 12쪽
12 멸망 이후(1) 24.09.06 69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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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짐(2) 24.09.02 9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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