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생으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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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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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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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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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2)

DUMMY

역시, 괜히 들었다.


“철근 50개를 더 얹어준 것 치고는 무리한 부탁이군요.”


나보고 죽으라는 소리를 더 들을 필요가 없다.


동전을 넣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근 삼천 개! 성공하시면 천 개 드리고 실패하셔도 그 절반을 드릴게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유가 뭡니까.”


연기가 점점 사라져 가고 있었다.


안개가 옅어지며 하예림의 눈에 비치는 광기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약을 찾거나 최소한 재료라도 더 갖고 싶어서요. 꽤 돈이 될 것 같거든요.”


저 말이 다는 아닐 것 같지만, 나야 돈만 받으면 된다.


“세종 놈들이 다 털었을 확률이 높을 텐데요.”


“대한민국의 물건이 오고 가는 건 돌 하나조차도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포션은 최근에 거래한 사람이 아무도 없거든요.”


”마셨을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한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어요.“


연기가 완전히 걷혔다.


하예림의 황금색 눈이 반짝이고 있다.


“만약 제작자가 살아있다면?”


그렇다면 일이 흥미로워진다.


“그래서, 어떡하실 건가요?”


정말 위험한 일이다.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요.”


“얼마든지.”


“철근 3,000개면 암시장에서 아티팩트를 살 수 있습니까.”


아티팩트.


돌연변이를 잡다 보면 드물게 떨어지거나 대장장이가 혼신을 기울여야 겨우 하나 만들 수 있다.


보통은 그 돌연변이의 능력을 갖춘 아이템이 많았다.


“아하, 그런 걸 원하셨으면 빨리 말 하시지.”


하예림이 이번에도 자신의 경호원에게 말했다.


“사라마의 팔찌를 가져 와.”


“정말로 그걸 조건으로 거실 겁니까?”


“철근 3000개보다 좀 더 가치 있긴 하지만...성공만 한다면야.”


“알겠습니다.”


곧 남자가 가죽으로 만든 팔찌를 가져왔다.


“놀의 돌연변이를 연금술사들과 대장장이들이 정제해서 만들어낸 아이템이야.”


“능력이 어떻게 됩니까.”


“놀의 특징이라면 속도와 힘이겠지만, 그놈은 그런 평범한 능력이 아니야.”


하예림이 사리마의 팔찌를 차더니 이를 보였다.


이빨은 짐승의 이처럼 날카로워져 있었다.


“이놈의 능력은 뭐든 씹어먹을 수 있는 치악력이었어요.”


남자가 철근 하나를 하예림에게 줬다.


그녀가 입을 벌려서 철근을 과자처럼 씹더니 조각째 뱉었다.


“으, 쇠맛.”


침을 몇 번 뱉은 하예림이 팔찌를 풀었다.


“이 정도면 괜찮죠?”


근거리에서 싸우는 내게 사라마의 팔찌는 무기가 하나 더 생긴 거나 다름없었다.


“서초에 가기 전에 한가지 알아볼 게 있습니다.”


수락한다는 내 말에 하예림이 씩 웃었다.


“보니까 서초 출신 노예들이 많이 팔리던데, 그중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 그럴 수도 있겠네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 포션의 제작자는 정체를 숨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예림이 경호원에게 명령했다.


“지금까지 거래된 서초 출신 노예 중에 특별한 사항이 있는지 확인해 봐.”


손수윤이 내 팔을 조심스럽게 쳤다.


“저희 한 시간이 지났어요.”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 때문에 가보겠습니다.”


“이런, 벌써 시간이...미안해요.”


신세연을 만나러 갔다.



*



약속 장소로 가니 신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네.”


“죄송합니다. 그게...”


“괜찮아. 다 팔았어?”


“대장이 말한 것보다 좀 더 위로 팔았습니다.”


“고생했어.”


말수가 적어서 그렇지 신세연이 딱히 기분 나쁜 행동을 한 적은 없었다.


“살 게 있어서. 잠시만 따라와 줄래.”


신세연이 들른 곳은, 노예상들이었다.


"이리 와!"


채찍이 노예들을 내리쳤다.


이미 많이 맞았는지 수갑과 옷에는 피가 맺혀 있었다.1


“어? 세연님?”


노예 중 누군가 그녀를 알아봤다.


“쉿.”


신세연이 노예상에게 다가가 그녀를 알아본 노예를 가리켰다.


"얼마죠?"


"주화로는 10개 철근으로는 50개."


"여기요."


상인이 싱글벙글 웃으며 노예의 수갑을 풀었다.


"난 당신같이 흥정 안 하는 손님이 좋아. 그러니까 서비스 하나 해 줄게."


촤악!


노예상이 품에 있던 단검을 꺼내 발목의 힘줄을 잘랐다.


“이 새끼가 반항이 워낙 심해서 팔은 잘랐거든.”


“...뭐하는 짓이야.”


“아, 다른 용도로 쓸 거였나? 이거 미안하군. 저놈 외모가 나쁜 편은 아니지.”


“너...”


노예상이 큭큭거리며 빨간 물약이 담긴 병을 던졌다.


“회복 포션이야, 싸구려지만 쓸 만할 거야.”


신세연의 손이 검집으로 향하려던 걸 참았다.


“꺼져.”


“물론이지, 빨리 안 팔면 다 살처분해야 하니까!”


노예상이 채찍질하며 노예를 데리고 갔다.


“괜찮아?”


노예가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다행입니다. 안 보이셔서 죽은 줄 알았는데...”


발목에서 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와중에도 그는 신세연을 걱정하고 있었다.


“일단 치료부터 하자.”


사람이 별로 없는 구석에서 노예상이 준 회복 포션을 발랐다.


베인 자국은 회복됐지만, 이미 그의 손에는 힘줄이 끊긴 상처가 있었다.


“가져오길 잘했네.”


신세연이 또 다른 포션을 꺼냈다.


노예상이 줬던 것보다 훨씬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아파도 참아.”


신세연이 팔에 난 상처에 약을 바르자 살이 타는 냄새가 나며 연기가 피어났다.


“끄으윽...”


노예가 이를 악물며 버티는 동안 팔의 상처가 점점 치료됐다.


“고생했어.”


인대 부근에 난 흉터가 깔끔하게 치료되어 있었다.


“아...”


노예가 감격한 표정으로 팔을 움직였다.


“내가 도와주는 건 여기까지. 알아서 살아.”


“유리님도 살아계십니까?”


“응.”


“정말로...다행입니다.”


몇 개의 암시장 동전을 쥐여준 신세연이 다시 돌아왔다.


“의외로 다정하시네요.”


"저 사람, 같은 조였어. 착한 사람이었는데.“


”괜찮아 보이더군요.“


”...바보 같아.“


신세연은 그 이후로도 노예상들을 중심으로 돌아다녔다.


모든 소나무 길드와 공무원이 죽은 게 아니다.


개 중에는 노예로 살아남은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살아남은 사람들은 노예 상인들에게 일반인보다 더 특별한 취급을 받았다.


"공무원 출신 각성자 팔아요! 저항이 거세서 힘줄은 다 잘랐지만, 마법 능력자라 상관없습니다!"


"살게요.”


그녀와 같은 조였거나 괜찮은 관계에 있던 소나무 길드원들을 구매했다.


“이...이봐! 나도 구해줘!”


소나무 길드로 추정되는 중년인이 외쳤다.


“당신은 유리님이 내는 의견마다 묵살 시켰던 사람이잖아.”


“그건 어쩔 수 없었어! 내가 다 설명해 줄 수 있어!”


신세연이 경멸의 시선을 보내며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전쟁이 일어난다는 건 들었어야지.“


다른 노예상들이 그 말을 듣고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봐! 네가 소나무 길드원들만 사는 사람이지?“


”나한테도 있는데.“


“나도!”


소나무 길드원은 생각보다 많이 살아 있었다.


그중에 신세연이 산 노예는 단 열 명뿐이었다.


선택의 이유를 물었다.


“우리의 가치를 인정한 사람들.”


신세연이 산 소나무 길드원 중에는 갑질로 유명했던 길드원도 존재했다.


“선악이 중요한 게 아니었군요.”


“그런 건 가치 없어.”


부상자 들에게 포션을 발라주며 그녀가 말했다.


“그런 부분은 유리님을 따라 할 수도 없어.”


치료가 다 끝난 길드원들에게 신세연이 마지막 한마디를 건넸다.


“도망쳐. 복수 같은 건 생각하지 말고.”


소나무 길드원들이 감사 인사를 하며 암시장을 벗어났다.


“그렇게 말씀하셔도 다정하시네요.”


“유리님이 했을 일을 내가 대신한 거야.”


이유리라면 이 암시장을 가만히 놔둘 리 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너희도 시장 좀 돌아보고 있어, 나도 좀 더 돌아봐야 할 것 같아."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손수윤이 손을 번쩍 들었다.


”저도요!“


”...상관없어.“


나도 물약을 만든 연금술사나 찾을 겸 신세연과 같이 노예 시장을 살폈다.


그러나 연금술사를 파는 노예상은 없었고, 있다고 해도 일반인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었다.


”윤호님! 저거 봐요!“


암시장에 노예만 파는 건 아니었다.


”명검이군.“


주변의 어두움을 밝게 비출 정도로 반짝이는 검이 보였다.


호기심에 상인에게 얼마인지 물어보려는데, 신세연이 날 막았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봐야 할 것 같네.”


“시장이 끝나는 시간도 있습니까.”


신세연이 고개를 저었다.


“점점 늘고 있어.”


그제야 주변을 확인했다.


“아...그렇네요.”


어느 틈에 문신을 한 일합회 놈들이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얼굴에 문신이 별로 없는 걸 보니 형제라는 놈들보단 약한 것 같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어.”


조직원들이 동시에 내게 무기를 빼 들었다.


하필 장소가 철로 부근이었기 때문에 도망칠 곳도 보이지 않았다.


“고작 사소한 규칙 하나 때문에 고위 간부님을 죽인 네놈을 가만히 둘 수가 없다.”


”저기요!“


역무원이 일합회를 말리러 왔지만.


”당신들이 아무리 일합회라고 해도 이 이상은...“


”닥쳐, 싹 다 쓸어버리기 전에.“


누군가 말리기엔 이미 늦은 것 같았다.


”온몸을 난도질해 주마.“


”버러지들이.“


신세연이 세 자루의 검 중 가장 긴 검을 뽑아 들려는 걸 말렸다.


”참아 주세요.“


”먼저 한 건 저쪽이잖아. 우리도 암시장에 할 말은 있어.“


”여기서 검을 뽑으면 제가 할 말이 없어집니다.“


”무슨 할 말?“


”나중에 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검을 뽑고 싶은 마음은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해둔 얘기가 있으니 참아야 했다.


”수윤이만 데리고 먼저 산으로 가세요.“


”그럼 넌...“


”전 괜찮습니다.“


신세연이 망설이듯 검을 만지작거렸다.


”알지 않습니까, 제 능력.“


오늘 본 신세연에 대한 내 평가는 차분했고, 이성적이었다.


”미안해.“


그렇기에 손수윤을 데리고 도망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


감정적인 대장과 이성적인 부하.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 생각했다.


”뭐야, 도망가는 거야?“


”산악회 새끼들도 별거 없네!“


”어딜 가려고!“


도망가는 신세연과 손수윤을 일합회 조직원들이 잡으려 하는 걸 내가 몸으로 막았다.


몸을 비집고 겨우 빠져나가는 둘을 본 뒤, 터널을 향해 소리쳤다.


”역장님! 좀 더 참아서 딱 세 번입니다!“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검이 내 눈앞에 가까워졌다.


하품이 나올 정도로 느린 검이었지만, 더 잘 베이라고 목을 갔다 댔다.


깜빡.


시야가 어두워졌다가 다시 돌아왔다.


아래를 내려다봤고, 그 밑에는 내 머리 세 개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기억. 지워졌나 보네.“


내가 목이 잘린 기억 빼고는 다행히 다른 기억을 다 갖고 있었다.


내가 하예림한테 했던 말까지도.


”세 번. 끝.“


”아까부터 뭔 개소...끄아악!“


혈하가 가까이 있던 일합회 조직원 목을 관통했다.


”참을 만큼 참았어.“


”죽여!“


이런 좁은 곳이야말로 내가 싸우기 편한 장소다.


놈들이 아무리 베도 내 몸은 회복하고 단검을 대충 휘둘러도 놈들이 상처 입는다.


나를 잘게 썰면 된다고 생각했는지 내 몸은 난도질이 되어 있었지만, 오산이었다.


스륵.


몸은 놈들이 베는 속도보다 더 빨리 재생됐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걸 느낀 조직원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아...암시장! 뭐 하는 거야!“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역무원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양심 있습니까? 하긴, 없으니까 무법자나 하고있는 거겠지만.“


남자의 품에 있던 무전기에서 소리가 들렸다.


”마침 저희 역장님께서 할 말이 있으신가 보네요.“


무전기에서 하예림의 목소리가 울렸다.


”오늘, 일합회와 산악회 사이에서는 불문율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혹시 몰라서 목숨은 붙여놨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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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멸망 이후(2) 24.09.07 63 2 12쪽
12 멸망 이후(1) 24.09.06 69 2 13쪽
» 거래(2) 24.09.05 6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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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조짐(2) 24.09.02 9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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