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생으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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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4:49
최근연재일 :
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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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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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1)

DUMMY

소문은 발 없는 말이라는 말이 있다.


인터넷이 없더라도 얼마 남지 않은 미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소문을 안 탈 수가 없었다.


“요리사의 식당은 전주에 있다고 들었어.”


“전주에는 도시가 없을 텐데요.”


“마법으로 숨어 있나 보지. 그리고 봐.”


이유리가 종이 한 장을 팔랑거렸다.


“내가 사막에서 바늘 찾기나 하는 바보 같아 보여?”


이유리가 돈을 주고 산 정보는 그 값을 했다.


종이에는 전주의 지도가 그려져 있었고 한 가운데에 빨간 점이 찍혀 있었다.


“여기가 식당이 있을 장소로 가장 유력한 곳이야.”


”한옥마을이었던 곳이네요.“


”한옥마을이면 한복도 꽤 있겠네?“


”멀쩡한 옷이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지금쯤이면 불타거나 스캐빈저들이 가져가지 않았을까.


”스캐빈저들이 쥐새끼 같아도 놓치는 게 하나 두 개씩은 있어.“


”비단 같은 재질이 비쌀지 모르겠네요.“


”모르는 소리! 잠옷으로 찾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과거에 누리던 것들을 잃어버렸다 해도 기억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감각이 둔하니 저런 생각은 아무래도 부족했다.


”빨리 가자. 3일 이상은 쓰기 힘들어.“



*



아쉽게도 경공은 마나를 배워야 쓸 수 있는 기술이다.


그리고 나는 마나를 배우지 못했다.


덜컹.


트럭이 깨진 아스팔트를 지나갈 때마다 속이 울렁거렸다.


”멀리 나가니까 여행가는 기분도 들고 좋네.“


”우욱...“


이유리가 혀를 찼다.


”너는 통증도 못 느끼면서 멀미는 어떻게 하냐?“


무통이라고 자극을 안 받는 건 아니다.


그 말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는 순간, 토가 올라올 뻔 했다.


”에휴 어쩔 수 없지, 잠깐 쉬자.“


고속도로는 산과 동굴이 많은 만큼 괴물도 많다.


그래서 국도로 가야 하는데, 깨진 도로를 타고 가야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니다.


트럭이 멈춘 곳은 괴물이 별로 없는 한적한 폐허였다.


온통 폐허뿐이지만, 피와 시체 냄새만 안 나도 숨 쉬기가 훨씬 편했다.


”앞으로 며칠이나 걸려요?“


”하루 정도 더?“


”...이걸 허락해 준 재우님이 대단하네요.“


꽤 강한 전력이 빠졌는데도 남재우는 별말 없이 허락했다.


세종과 일합회가 옆에 멀쩡히 있는 상황에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시끄러울바엔 이게 낫다고 생각하는 거거든.“


”그렇게 하는데도 안 쫓겨나는 게 용하네요.“


“난 이래도 돼.”


이유리가 얽혀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참에 물어봐야겠다.


“왜 그래도 되는지 궁금한데요.”


”내가 말 안 했나?“


”네, 안 하셨습니다.“


”그래 뭐, 너도 이제 산악회니까.“


이유리가 턱을 매만지며 과거를 떠올렸다.


“처음 산악회를 규합한 게 나였어.”


“유리님이요?”


“멸망 전에는 나도 사격 국대였었어.”


“검 쓰시잖아요.”


“요즘 총을 어떻게 써, 검은 따로 연습했지.”


“대부분 검기를 쓰는 이유가 있었군요.”


“크흠! 그야 검기가 효율이 좋으니까 그런거고.”


산악회 중에 가장 먼저 각성한 건 이유리였다.


태릉에서 훈련하던 그들에게도 재앙은 찾아왔고,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총을 아무리 쏴도 괴물의 몸에는 흠집조차 내지 못했다.


“도망쳐라 유리야!”


유독 그녀를 칭찬하던 코치까지 괴물의 장난감처럼 사지가 분해될 때.


이유리는 검을 들었고, 각성했다.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이...”


“지금의 산악회야.”


이유리의 목소리가 점점 의기양양해졌다.


“걔들 다 나한테 목숨 하나씩은 빚 진 애들이야.”


“물어본 김에 좀 더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슬슬 다 쉬지 않았어?”


“아직도 속이 울렁거립니다.”


이참에 궁금한 걸 다 물어봐야겠다.


”그럼 서초는 왜 간 겁니까?“


”우리만으로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었거든.“


살아남은 산악회원들이 각성했다 해도 소수.


밥은 먹고 살 수 있어도 뭔가를 바꾸기엔 부족했다.


”애들도 같은 생각이었어, 그래서 날 보내줬지.“


그 이후는 내가 아는 얘기다.


바꾸려 했지만, 실패했고, 소외됐다.


그 과정은 얘기하고 싶지 않았는지, 이유리가 얘기를 끝마쳤다.


”그게 전부야. 잘 안됐지만.“


”강윤호. 쉴 만큼 쉬었겠지.“


신세연의 눈치를 받으며 트럭에 올라탔다.


다시 롤러코스터같이 신나는 멀미를 하던 중, 트럭이 갑자기 멈췄다.


진짜. 진짜로 토사물이 목 끝까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갑자기 왜 멈춰?“


”괴물입니다. 정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유리가 창문을 열어 밖을 바라봤다.


어떠한 형태도 닮지 않은 피조물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또야?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네.“


”근처에 도시가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도시의 괴물을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도 같이 한다.


도시가 없는 지역일수록 괴물도 많이 등장한다.


”제가 하겠습니다.“


계속 앉아있으니, 속도 울렁거리고 답답했다.


창자 몇 번 썰리고 재생하면 괜찮아지겠지.


”그럴래? 안 그래도 피곤했거든.“


이유리가 하품하며 뒷좌석에 누웠다.


”세연아, 힘들어 보이면 도와줘.“


”그럴 필요 없습니다.“


혈하를 가볍게 쥐며 괴물을 향해 다가갔다.


다리로 추정되는 살덩이가 개구리 뒷다리처럼 뛰어올랐다.


”속도는...평범하고.“


가볍게 피한 뒤, 괴물의 살덩이를 움켜쥐었다.


독이 있는지 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내구도 좀 확인해 볼까.“


살덩이를 쥔 손에 힘을 주자마자, 탁자에서 떨어진 두부처럼 박살이 났다.


남아있는 살덩이를 손으로 털어내고, 혈하를 쥐었다.


”평범하네.“


능력이 개화한 이후로 쉼 없이 훈련했다.


이제 웬만한 뼈와 살점은 한 손으로 으스러트릴 정도로 힘이 늘어났지만, 불만족스러웠다.


‘똑같아.’


아무리 무한 재생이라도 한계는 있었다.


웬만한 강도의 육체적 훈련을 하고 몇 번의 블랙아웃이 와도 힘이 늘어나지는 않았다.


이 경지도 이 주 전에 이미 도달했다.


괴물들이 살점이 짓이겨지는 소리를 내며 다가온다.


분석은 끝났다.


”머리는 안 날아가겠네.“


혈하로 가장 앞에 있는 놈을 반으로 갈랐다.


뼈가 없는 놈들이라 그런지 도토리묵을 써는 것 같았다.


무아지경의 시간이 끝난 뒤.


”물 없습니까.“


”아까운데,“


”이 꼴로 차에 타긴 좀 그렇잖아요.“


몸은 살덩이랑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계속 연기가 나기도 하니 일단 씻는 게 좋아 보였다.


”받아.“


차 뒤에서 이유리가 2L짜리 통에 물병을 던져줬다.


그대로 머리 위로 가져다 부었다.


쾅!


폭음. 그리고 깜빡.


다시 돌아온 시야에는 난 알몸으로 서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겁니까.“


”일단 이거나 입고 말해!“


미리 챙겨 온 예비 옷으로 갈아입었다.


”다 입었으니까 다시 돌아보십쇼.“


”크흠흠!“


살짝 얼굴이 붉어진 이유리가 말했다.


”물에 닿자마자 폭발했어.“


”기억해 둬야겠군요.“


차에 다시 올라탔다.


이 여행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



몇 번의 재생과 수십번의 싸움이 있었지만, 결국에 한옥마을에 도착했다.


한옥이 남아있는 곳은 거의 없었지만, 괴물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유리님. 조금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운전한 데다가 전투까지 도왔다.


피곤한 게 당연했다.


”고생했어 세연아.“


다 죽어가는 눈의 신세연이 말을 듣자마자 기절하듯 쓰러졌다.


”깨면 갈까요.“


”장소라도 미리 찾아 놓자.“


”저대로 두고 가면 안 될 것 같은데...“


”괜찮아, 괜찮아, 기척이 느껴지면 금방 깰 거야.“


이곳이라고 다를 건 없었다.


고즈넉함을 자랑하던 한옥은 죄다 무너져 있었다.


다만 다른 게 있다면, 시체가 누가 치우기라도 한 듯 괴물의 흔적이 옅다는 것.


식당은 몰라도 여기 뭔가 있는 건 확실했다.


”좀 더 멀리 가보자.“


한옥마을 안으로 들어갈수록 건물의 상태는 더 안 좋았다.


그럼에도 시체가 있다거나 괴물의 흔적은 잘 보이지 않았다.


”신기하네, 잔해가 이렇게 널려 있는데 괴물이 없을 수가 있나?“


괴물의 흔적은 치운다고 치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잔해를 살피다 보니 이상한 점이 보였다.


”이 건물들, 누가 밟기라도 한 것 같지 않습니까?“


나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것 치고도 파괴의 정도가 심했다.


이유리도 같이 건물의 잔해를 살펴봤다.


”이상하긴 하네.“


쿵.


갑자기 땅에서 울림이 느껴졌다.


그 충격은 우리에게 확신을 줬다.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맑은 하늘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이렇게 큰 괴물은 처음 보네.“


10m 정도 크기에 몸에 금속을 두르고 있는 인간형 괴물이 우릴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이거 발견한 거, 우리가 최초일까?“


”이곳에 사는 요리사는 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괴물의 이름은 처음으로 본 사람이 짓는 게 관례였다.


”저 새끼 이름...거인일 것 같지?“


”그럴 것 같네요.“


이유리가 검기를 날렸다.


캉!


금속이 부딪치는 맑은소리만 났을 뿐, 거인의 몸에는 흠집조차 가지 않았다.


”감히!“


자존심에 금이 갔는지 아까보다 훨씬 거대한 검기를 날렸다.


캉!


거인이 잠깐 휘청거렸지만, 그뿐이었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일단 도망이나 칩시다.“


”너도 좀 휘둘러 봐!“


”유리님 검기가 안 통했는데 제 혈하가 통하겠어요?“


”쿠어어어!“


다행히 거인이 빠른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크기 때문에 우리의 거리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거리가 벌어질 때마다 이유리가 검기를 던졌지만, 흠집이 나는 게 전부였다.


스무 번째 검기를 던진 이유리가 혀를 내둘렀다.


”와 씨, 뭐 저렇게 단단해?“


이대로 가면 이유리가 잡힌다.


”먼저 도망치고 계세요.“


거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야!“


아무리 느리다고 해도 저런 주먹을 피하는 건 무리가 있었지만.


‘머리만 피하는 건 쉽지.’


우지끈!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빙글빙글 돌았다.


잠시 시야가 흔들렸지만, 내 몸이 재생되는 건 금방이었다.


재생된 팔로 거인의 다리를 붙잡고 기어 올라갔다.


”여기는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해 볼까.“


내가 위치한 곳은 거인의 관절 부분.


아무리 단단한 갑옷을 입은 기사라도 이곳만큼은 약할 수밖에 없다.


혈하를 내려찍었다.


”끄어어어!“


철옹성 같던 거인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거인이 몸을 흔들어 나를 떨어냈다.


끝까지 붙어서 관절을 도려내고 싶었지만, 힘이 부족했다.


파리채에 맞은 파리처럼 바닥에 처박혔다.


”끄어어어!“


내가 찌른 부분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쉽네요, 좀 더 하면 다리 정돈 자를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저렇게 난리를 피우는 거인한테 다시 올라갈 순 없었다.


”세연이를 깨워야겠어.“


”세연님은 저걸 잡을 수 있습니까?“


”그러고 보니까, 너 세연이가 제대로 싸우는 거 못 봤구나? 걔 장난 아니야.“


차에 도착한 우리는 다급하게 신세연을 깨웠다.


”세연아, 괴물 한 마리만 잡아줘라.“


”어디죠.“


”저기 앞에...어라?“


아까까지 쫓아오던 거인이 두 동강 나 있었다.


”아, 거인한테 부상을 입힌게 여러분인가요?“


잘린 거인의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인간도 괴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계하는 게 최선이었다.


”누구시죠?“


”아, 죄송해요. 놀라게 할 의도는 없었는데.“


거인 뒤에서 인상이 선한 남자가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 양손을 들고나왔다.


”저는 이 근처에서 장사하고 있는 이준우라 합니다.“


장사를 한다는 말에 이유리의 얼굴이 밝아졌다.


”당신이 최강의 요리사인가요?“


”최강인진 모르겠지만...요리사는 맞습니다.“


이유리가 무기를 집어넣고 격하게 악수했다.


”당신의 요리가 최고라고 들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이준우가 머쓱하게 웃었다.


”부족한 실력입니다. 그것보다, 거인을 다치게 한 게 여러분입니까?“


”저는 아니고, 저 알몸 변태가 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거인을 편하게 잡았어요.“


이 시대에 보기 힘든 인성의 소유자였다.


”여러분을 제 식당에 초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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