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재생으로 아포칼립스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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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밤
작품등록일 :
2024.08.26 04:49
최근연재일 :
2024.09.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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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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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3)

DUMMY

곧바로 하예림의 사무실로 갔다.


“진짜로 잡아 왔네요?”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입이 뚫린 이종익이 고래고래 소리쳤다.


“세종이 알면 무슨 일을 당할지 알고 계시는 겁니까!”


“전부 죽겠죠 뭐.”


“그걸 알고도 절 납치해 왔다는 겁니까?”


일단 데리고 오긴 했지만, 이종익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암브로시아가 만들어진다면, 세종은 근원지를 파악해 낼 거고, 암시장인 게 들키면 곧바로 전쟁으로 이어질 테니까.


“솔직히 세종이 암브로시아를 알고 있을 줄은 몰랐어요.”


”늦지 않았습니다! 제가 잘 말할 테니까 세종의 간부들을 불러 주십쇼. 협상할 수 있을 겁니다.“


”다행히도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네?“


”들어오라고 해요.“


문을 열고 처음 보는 남녀가 들어왔다.


”이분이 암브로시아를 만든 사람인가요?“


”정확히는 그의 아들이에요.“


“누구...”


“저희 암시장 최고의 연금술사랍니다.”


내가 연금술사를 많이 얘기해서 그렇지, 능력 자체가 흔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이 자리에만 세 명의 연금술사가 있었다.


“이제부터 암브로시아란 이름은 없을 겁니다.”


“그게 무슨...”


“암브로시아를 기반으로 완전히 새로운 약을 만들 거니까요.”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제 아버지의 유산은 오로지 저만이 쓸 수 있습니다!”


제집 안방처럼 소리치는 이종익을 보니 슬슬 눈치가 보였다.


세종이 잘해주니 자기 처지가 어떤지도 모르는 건가?


하예림이 시사에 불을 피운 뒤, 연기를 들이마셨다.


”듣기는 좋네요, 좋은데...“후.


매캐한 연기가 이종익의 얼굴에 뿜어졌다.


”돈 때문에 불량품 암브로시아를 팔던 네가 할 말이야?“


이종익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드러났다.


”무...무슨 소리입니까!“


”거짓말 그만 해. 혀를 뽑아버리기 전에.“


하예림은 예전부터 암브로시아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가져온 암브로시아와 그 전의 암브로시아가 다르단 걸 깨달았다.


”무능인지, 고의인지 모르겠지만, 이건 진짜가 아니야.“


”웃기지 마! 아무리 암시장의 역주라고 해도...“


”내 말 끊지 마. 죽여버리기 전에.“

이종익이 조용해졌다.


“그러니까, 난 내 사람을 붙여서 제대로 된 근력 강화 포션을 만들 거야.”


“그...그건...”


“애초에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그래도 세종이...”


“널 구해주러 올 거라고?”


하예림이 같잖다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 불량품이 강화를 얼마나 할지는 네가 더 잘 알잖아? 잠깐 찾다가 말겠지.”


얘기를 듣고 있던 연금술사들이 고갤 끄덕였다.


“솔직히 그 정도의 강화 물약은 능력 있는 연금술사라면 충분히 만들 수 있죠.”


“맞아, 재료가 아까웠어.”


“당신들이 뭘 안다고...!”


남자 연금술사가 약병 하나를 꺼냈다.


“연금술사라면 이게 뭔지 알지?”


저 물약은 나도 알고 있었다.


미트리다테스.


뿌리면 어떤 독이든 해독할 수 있다는 해독제.


독이 있는 괴물의 고기에 뿌리면 평범한 고기가 된다고도 한다.


단점이 있다면, 더럽게 비싸다는 것.


그게 암시장의 물건이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당신이 미트리다테스를 만든 사람이라고?”


“레시피까지 말해줄까? 너 같은 버러지 새끼야 절대 못 만들 테니까.”


연금술사의 입에서 레시피가 흘러나올수록 이종익의 안색이 파래졌다.


“내가 설마 네가 만들어 낸 쓰레기를 못 알아볼까 봐?”


“그래도 세종은 저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을 겁니다!”


“이쯤 되면 현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그냥 멍청한 것 같기도 하네.”


하예림이 낫을 들어 이종익의 목에 살포시 올렸다.


“이...이게 무슨...”


당기면 당장이라도 목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이 아슬아슬한 상황.


“그럴 일은 없으니까, 저분들이랑 같이 완벽한 암브로시아나 만들어 와.”


이종익이 입술을 몇 번 달싹이더니, 곧 고개를 푹 숙였다.


“걱정하진 마. 당신 아버지의 유지를 이어 괴물을 잡는 분들께만 팔 거니까. 이제 꺼져.”


이종익이 안쓰러워 보일 정도로 덜덜 떨면서 방을 나갔다.


“정말 암브로시아를 괴물을 잡는 용도에만 쓰실 겁니까?”


“네, 믿을만한 사람들한테만 팔 생각이에요.”


“그럼 손해일 텐데요.”


“어쩔 수 없죠. 세종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한 제 실수니까요.”


하예림도 아쉬운지 입맛을 쩝 다셨다.


“솔직히 기대 안 했는데, 대단하신 건 인정해야겠네요.”


“칭찬보다는 물건을 원합니다만.”


“급하시긴.”


하예림이 그의 경호원을 시켜 사라마의 팔찌를 가져왔다.


“어울리네요.”


착용감이 썩 괜찮았다.


“사용법은 있습니까.”


“간단해요. 마력을 팔찌에 흘리면 됩니다.”


“저 마력 사용할 줄 모르는데요.”


“네? 그럼 그 재생 능력은요?”


기본 각성 능력에 마력을 사용해서 그 이상을 발현하는 기술은 유명하다.


하예림도 내가 그렇게 사용하고 있는 줄 알고 있던 것 같았다.


“따로 마력을 사용하진 않습니다.”


“...진짜 괴물이네요.”


괴물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제 익숙했다.


“그러면 팔찌를 사용할 수 없을 텐데 어떡하죠?”


“원래도 마력은 배우려고 했습니다. 기회가 생각보다 빨리 왔네요.”


“대단하다 해야 할지, 미쳤다고 해야 할지...”


받을 건 다 받았으니 떠날 준비를 했다.


“암브로시아가 완성되면 저 좀 꼭 불러주십쇼.”


“네? 괴물 잡는 사람만 드린다니까요? 이건 지인이라 해도 똑같아요.”


저 단호함 덕분에 역장을 맡고 있는 거겠지만,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


“주변이 정리되면, 제 목표는 괴물입니다.”


“에이 거짓말하지 마요, 인간 도살자라고 해도 무방한데.”


”저, 각성하기 전에는 성벽을 지켰었습니다.“


”그건 좀 놀라운데요?“


”그때는 살아남기 위해서 괴물을 죽였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져서요.“


이종익의 생각에 어느정도 동의하는 부분이 있긴 했다.


주변의 쓰레기를 치우고 나서야 내 할 일을 할 수 있는 것.


그거 하나는 공감할 수 있었다.


”...진심이었군요.“


하예림이 시가의 불을 꺼트렸다.


“후후. 윤호씨한테는 좀 싸게 팔아드리죠.”



*



관악산으로 돌아오자마자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공기 하나는 기가 막혀.’


괴물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관악산에서는 피비린내와 시체 썩는 냄새가 덜했다.


“고생했다.”


남재우가 내 어깨를 토닥였다.


“양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산악회는 꼭 모여야 할 때가 아니면 자율이야. 너무 멀리만 안 가면 괜찮아.”


지내면 지낼수록 마음에 드는 집단이었다.


“참, 한동안은 관악산에서 나가지 마. 세종 애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거든.”


“...죄송합니다.”


이종익을 찾는 군인들은 없었지만, 나를 찾는 군인들은 꽤 많다고 했다.


“죄송하긴. 어차피 네가 우리한테 있다고 해도 그놈들은 쉽게 못 와.”


“그래도 대비는 해 놔야겠지만.”


오랜만에 본 이유리는 특유의 웃음을 잃은 상태였다.


“아, 깼냐.”


“응. 요즘 계속 피곤하네.”


이유리가 늘어지게 하품하며 기지개를 켰다.


“그나저나 너, 미친 짓을 저질렀던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제정신은 아니야.”


“그래도 보상은 확실하게 받았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그런데 류재곤이라고 아십니까?”


그나마 바깥소식을 듣고 있던 이유리에게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다.


알고 있는지 게슴츠레하던 그녀의 눈이 커졌다.


“류재곤을 만났다고?”


“네, 죽을 뻔했어요.”


“살아남은 게 기적인데?”


짐작은 했지만, 그는 화려한 전적을 갖고 있었다.


세종의 내전을 종식한 핵심 인물이자 이인자.


그 말만 들어도 내가 어떤 괴물을 상대했는지 감이 왔다.


“일인자는 누구죠?”


“누구긴. 그때 봤잖아.”


“아.”


성벽을 부술 때 봤던 시리도록 푸른 기운의 남자가 떠올랐다.


”네 능력이 대단하긴 하네. 골리앗을 적으로 만났는데 살아 있다니.“


”다신 마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어쩐지 너 하나 잡겠다고 세종 놈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나 했다.“


남재우의 말대로 당분간은 사려야 할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여기가 생각보다 할 것도 많아. 조금 한가하다 싶으면...“


컹! 컹!


놀이 울부짖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이렇게 놀이 쳐들어오거든.“


”다들 쉬고 계십쇼. 밥값은 하고 오겠습니다.“


민폐를 끼쳤으니 갚아야 할 때다.



*



한 달이 흘렀다.


과거에는 그저 그런 시간이었지만, 멸망기에서는 생과 사가 수백 번 오갈 수 있는 시간.


그만큼 시간의 무게도 달랐다.


”흡!“


손수윤이 놀의 몸통을 베었다.


검을 전혀 쓸 줄 몰랐던 과거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 속도.


”저 애, 재능 있어.“


내 검술은 너무 마구잡이라 검을 잘 쓰는 산악회원에게 암시장 동전을 주고 부탁했다.


그 사람이 과거 펜싱 국가 대표 김율이었다.


”멸망 전이었으면 펜싱으로 한자리 꿰찼을 텐데.“


시선을 날 향한 김율이 혀를 쯧 찼다.


”다른 제자 놈은 한 달째 변화도 없는데 말이야.“


나는 김율의 옆에서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마나가 느껴지는 게 맞습니까?“


”그렇다니까! 내가 봤던 각성자들은 다 이렇게 마나를 깨우쳤어!“


나는 손수윤의 옆에서 마나를 배우고 있었다.


사라마의 팔찌를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마나를 사용해야 했지만, 몸이 둔감한 편인 내게 마나를 느낀다는 건 너무 어려웠다.


”가장 답답한 건 저라고요.“


”아니까 더 짜증 나는 거지.“


김율이 답답하다는 듯 검은 장발을 쓸어 올렸다.


”오늘은 여기까지. 밥이나 먹자.“


몸이 재생된다고 해도 밥은 먹어야 했다.


각자 먹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오두막이 있는 곳에서 같이 먹었다.


치이익


놀 고기가 구워지며 냄새를 풍겼지만,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의 밥 담당인 남재우가 구워진 고기를 건넸다.


”맛있게 먹어라.“


이유리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이걸 어떻게 맛있게 먹어?“


시비를 거는 게 아니라 놀 고기는 정말 맛이 없다.


나야 뭘 먹든 맛을 못 느꼈으니 배만 채우면 그만이었지만, 다른 사람은 아니었다.


놀 고기를 씹는 산악회원들은 죽상인 체로 고기를 먹었다.


”도저히 안 되겠어.“


이유리가 놀 고기를 던져버렸다.


”난 맛있는 걸 먹어야겠어.“


”또 저러네.“


이유리의 반찬 투정은 여기 오고 나서부터 계속됐다.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무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


남재우가 우물거리며 말했다.


”놀도 먹다 보면 나쁘지 않은데.“


”아니, 나는 이대로 못살아.“


”혹시 최고의 요리사라고 들어봤어?“


”아, 그 소문?“


미식은 멸망 전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즐거운 일 중 하나였다.


그 중심엔 요리사가 있었고, 살아남아 각성한 사람들도 당연히 존재했다.


그중 최고로 손꼽히는 요리사가 밑에 지역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은 서초에서도 간간이 들리던 얘기였다.


”그거 거짓말 아니에요?“


내 물음에 이유리가 고갤 저었다.


”소문이 아니야. 내가 암시장에서 정보를 사 왔거든.“


”...설마 놀 가죽이 가격이 덜 나온 이유가 그거였냐?“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비용이라 생각해.“


”이런 씨...“

잠깐 다투는 일이 있었지만, 넘어가도록 하자.


”그것 좀 썼다고 더럽게 짜게 구네.“


”공금인데 이 정도로 넘어가는 게 다행인 줄 알아.“


이유리가 눈에 든 멍을 문지르며 말했다.


”세연아, 윤호.“


”부르셨습니까.“


신세연이 고개를 숙였다.


”같이 요리사를 찾으러 가자.“


”...저는 왜요?“


미식과 가장 거리가 먼 게 나다.


다른 사람이 이유리의 생떼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데도 나만큼은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전 됐습니다. 간절한 사람이나 데려가세요.“


”도와줬는데 이러기야?“


”끙...“


이유리 덕에 산악회에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때야 할 수 없는 일이니까 안 들어 준 거지만, 이건...


”알겠습니다. 가시죠.“


”역시, 이 시대의 양심이야.“


이유리가 특유의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지었다.


”바로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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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3) 24.09.09 54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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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멸망 이후(2) 24.09.07 64 2 12쪽
12 멸망 이후(1) 24.09.06 70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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