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하는 깡촌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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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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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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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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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끊으세요 (2)

DUMMY

“하이고, 좀 담배 끊으라니까...”


아저씨의 기침소리를 들은 아주머니가 아저씨에게 타박을 했다.


“여편네가 남편이 담배를 피든 말든 뭔 상관이래.”


아저씨가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런 아저씨의 말을 용케 캐치하고는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뭐라고?”

“흠흠... 열심히 금연해보겠다고 했소.”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며 집 밖으로 나갔다.


하윤이가 키득거렸다.


“아저씨가 담배를 좀 많이 피시나 봐요.”

“아이고, 담배 때문에 내가 골이 띵해.”

“담배 냄새 때문에요?”

“냄새도 냄샌데 저 양반 저거 저렇게 피면 건강에는 문제 없으려나 몰라.”


아주머니는 아저씨가 나간 방향을 바라보며 걱정스럽게 말했다.


흡연의 해로운 점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이 알 정도로 많이 알려져 있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담배를 피는 모습을 멋있게 묘사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온 나라가 나서서 금연을 권장할 정도로 백해무익한 것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주머니도 흡연자인 아저씨의 건강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아저씨가 담배 때문에 힘들어하지는 않나요?”


나는 보건지소에서 봤던 임시저장 된 의무기록을 떠올리며 질문했다.


“힘들었으면 저렇게 허구언날 펴대겠어?”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근데 요즘 들어 기침 소리가 좀 안 좋아보여서 걱정이야.”

“기침이요? 아까 밖에서 인사 나눌 때도 심하게 하시던데...”

“예전에는 그다지 심하지 않았는데 요즘엔 점점 심해지더니 숨쉬기도 힘들어 보이더라고. 근데 자기는 괜찮대.”



dyspnea(호흡곤란)

의무기록에 적혀있던 내용이었다.



‘역시 의무기록에 적힌 내용은 사실이구나.’



갑자기 생겨난, 박칠수 아저씨에 대한 의무기록을 보고 나는 막연하게 아저씨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어떻게 생겨난 지도 모르는 이런 의무기록을 마주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


배종득 아저씨와 하윤이의 의무기록은 맞았지만 사실 세 번째 의무기록은 틀렸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그래서 직접 와서 의무기록에 적힌 내용부터 사실인지 확인해보려고 했다.



그리고 아주머니의 얘기를 들어보니 dyspnea(호흡곤란)은 분명 사실이 맞다.


‘normal heart sound w/o murmur(심잡음 없는 정상 심음) 부분도 맞을까?’


나중에 한 번 확인해봐야겠다.


근데 청진기를 가져왔던가?



“그러고 보니 태호 너 의사잖아.”


아주머니가 이어서 말했다.


“저 양반 저거 병원 가라고 해도 절대 안 가는데, 너가 한 번만 봐주면 안 되겠냐?”

“네, 안 그래도 기침 소리가 안 좋으셔서요, 좀 이따 한 번 봐드리려고 했어요.”

“보는 김에 담배 끊으라고 한바탕 좀 해봐. 의사가 말하면 듣겠지.”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의사가 옆에 있으니 좋구만.”이라고 말하며 자리를 정리했다.


그러자 하윤이도 이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태호야 나는 염소 진료 준비 때문에 잠깐 차에 갔다올게.”

“어, 뭐 도와줄 건 없어?”

“지금은 말고... 나중에 염소 좀 잡아주라.”

“어... 그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야?”

“그냥 잡아주기만 하는 거야. 나는 힘이 약하고 연약해서~”


하윤이가 양팔을 감싸고 몸을 웅크리며 말했다.


“엥, 그런 거면 혼자서 할 수 있는 거 아니... 으악!”


하윤이가 내 팔뚝을 세게 움켜쥐었다.


“내가 연약해서~”


하윤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


“그럼 이따가 잘 부탁해~”


하윤이는 그렇게 말하며 밖으로 쌩하니 가버렸다.


하윤이가 나가자 나도 아저씨가 풀어놓은 염소를 구경하러 가보기로 했다.



집 밖으로 나갔다.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풀이 무성한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공터에는 흰색 염소 한 마리가 개 모양이 그려진 집 안에 앉아있었다.


‘음... 염소도 개집에서 키우나?’


신기한 마음에 멀리서 구경하고 있으니


“어, 왔네. 하윤이는?”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지금 물건 꺼내온다고 차에 잠깐 갔어요. 그런데...”


아저씨는 역시나 담배를 피고 있었다.


“아저씨 아까 금연한다면서요.”

“당연히 거짓말이지.”


아저씨가 킥킥거리면서 말했다.


“처음 볼 때도 피던데 하루에 얼마나 피는 거예요?”

“한 갑 넘게 피지. 한 갑 반 쯤? 정확히 모르겠다.”

“그러다 폐 썩어요, 아저씨.”

“아이고, 애가 의사가 되니까 잔소리 하는 것 좀 봐라.”


아저씨는 담배 한 모금을 마시더니 고개를 돌리고 후 연기를 내뱉었다.


“근데 말이야,”


아저씨가 말하던 도중에 쿨럭쿨럭 기침을 했다.



쿨럭쿨럭

쿨럭쿨럭

쿨럭쿨럭



그렇게 얼마간 연신 기침을 하고 나서는 숨이 찼는지 허억 하면서 힘들게 숨을 들이마셨다.


“크흠... 근데 말이야, 의사도 다 피더라고.”


아저씨가 이어서 말했다.


의사들은 담배의 해악성을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의사 집단에도 흡연자는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한 번 시작했다가 중독되어 버려 끊기 힘들어서 줄곧 피는 경우다.

그만큼 중독성이 강해 위험한 물질이 담배다.


“너 지금 일하는 데가 대철면 보건지소라고 했나?”

“네 거기 맞아요.”

“거기 예전에, 한 십년 넘었나? 아무튼 거기 일하던 의사 양반한테 금연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디.”


아저씨가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금연교육을 받으니까 담배생각이 나더라고. 그래서 쉬는 시간에 흡연장에 갔지. 근데 흡연장에 가니까 방금 교육했던 그 의사양반이 있더라니까.”

“아이고...”

“둘이서 맞담배 피고 다시 교육장에 가니까 그 의사 양반이 다시 열심히 금연하라고 교육하던데 그게 얼마나 우습던지.”


아저씨가 킥킥거리면서 웃었다.


“그 양반 한 이삼십 년 거기 보건지소에서 일하던 양반인데, 좀 안보이나 싶더니 알고 보니까 돌아가셨더라고.”

“네? 돌아가셨어요?”

“나이도 나이니까. 여든 살 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담배 피면 빨리 죽는다는 것도 거짓말이여.”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내가 오기까지 몇 년 동안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의사는 없었다고 들었다.

몇 년 전에는 나 같은 공중보건의가 순환근무 형태로 잠깐씩 와서 진료를 봤었다고 했고.

그럼 아저씨가 말한 의사는 내 전전 근무자인 건가?


공보의가 아니라 정식으로 근무하는 의사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듣기로는 여기 마을 사람들 한 번 씩은 다 그 분한테 진료 봤다던데. 야간에도 열고 순회진료도 다니고 아무튼 대단한 사람이라더라.”

“그렇군요...”

“금연교육은 잘 못하는 것 같았지만.”


아저씨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한 번 담배를 한 모금 흡입했다.



‘그러고 보니 컴퓨터에 엄청 옛날 의무기록도 많았지.’


처음 온 날 뒤져봤던 의무기록들을 떠올려봤다.


몇 년 전 의무기록은 대부분 간단하게만 쓴 것들이었다.

간단하다 못해 알아먹기도 힘들 정도로 줄여서 써서 기록의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의 내용들.

그러나 그보다 더 오래된 의무기록들은 정말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10여 년 전 자료지만 진료를 보며 많이 참고하고 있을 정도다.



‘그보다 야간진료에 순회진료라니...’


오는 환자만 받고 탱자탱자 놀던 나와는 다른 분이었나보다.

아마 그 분이 나를 봤으면 답답하게 느꼈을지도 모른다.


순간 임시저장 된 의무기록들이 떠올랐다.


‘그거라도 뜨니까 다행이지...’


정체불명의 의무기록들이 안 튀어나왔으면 정말 하루 대여섯 명의 환자만 받고 멍하니 있었을 것 같다.


“어, 하윤이 왔다.”


아저씨 말을 듣고 염소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니 하윤이의 모습이 보였다.


하윤이는 방역복처럼 생긴 옷을 입고선 목에는 청진기를 걸고 있었다.


‘저게 수의사들 진료 복장인가?’


뉴스에서 구제역 얘기가 나올 때마다 보는 복장을 실제로 보니 신기했다.


하윤이는 천천히 염소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다리 사이에 염소의 목을 끼웠다.


“어어...”


격렬하게 저항하는 염소.


하윤이는 염소의 뿔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는 내 쪽을 바라보며 손짓했다.


“뭐 도와줄 거 있어?”

“이것 좀 잡아줄래?”


하윤이가 내 손을 잡아 끌어 염소의 뿔 위에다 얹었다.

그렇게 내가 염소를 붙잡고 있는 동안 하윤이가 청진기로 배를 진찰했다.


얼마간 배를 진찰하던 하윤이는.


“음... 모르겠는데?”


깨끗하게 결론 내렸다.


“수의사인데 모를 수도 있는 거야?”

“너는 진료 보면 다 제대로 진단 할 수 있냐~”


하윤이가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하긴 그렇긴 하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니 확 와닿았다.


“요즘 요네병 유행하던데 그거일 수도.”

“요네병이 뭐야?”

“소가 걸리는 전염성 설사병인데, 아마 원인균이 마이코박테리움 파라튜버클로시스(Mycobacterium paratuberculosis)였었나? 그럴걸?”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다.


동물에서만 걸리는 병인가보다.


튜버클로시스(tuberculosis)면 결핵균 계열인가?


“어차피 소가 설사하면 원인이 뭐든 수액 주고 끝내니까.”

“그건 사람이랑 비슷하네.”


정확히는 사람의 경우 항생제를 주는 경우도 있다.

세균으로 인한 설사가 명확하고, 빨리 치료해야 할 경우 항생제를 주고는 한다.

그래도 기본적인 처치는 설사로 인한 수분 손실을 막아주기 위한 수액 치료.

동물도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은가보다.


“나 차에서 수액 좀 가지고 올게.”


하윤이가 청진기를 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다.


‘청진기...’



문득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나는 하윤이를 불러세웠다.


“청진기 좀 잠깐 빌려줄래?”

“응?”


하윤이는 내 말에 당황한 듯 잠깐 멈추더니 이내 무슨 일인지 이해한 듯 청진기를 건넸다.


하윤이에게 받은 청진기는 사람 것보다 작았다.


신기한 나머지 살펴 보니 익숙한 글자가 적혀 있었다.


Littmann

거의 모든 의사들이 사용하는 청진기 회사의 이름이다.


“리트만? 여기 동물용 청진기도 만들어?”

“동물용이 아니라 사람용.”


하윤이가 웃으며 말했다.


“동물용 청진기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소아용 청진기를 동물한테 써.”

“아하...”


소아용은 성인용과 크기를 제외하면 다를 것이 없다.

동물용은 사용법이 다를까 걱정했지만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아저씨 좀 잘 봐드려.”


하윤이가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나는 곧바로 아저씨를 불렀다.


“아저씨, 잠깐 봐드려도 될까요?”


나는 아저씨의 눈 앞에서 청진기를 흔들었다.


“으잉? 지금?”


아저씨는 병원이 아닌 곳에서 의사의 진찰 받는 것이 어색한 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폐 질환의 검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폐음 청진.

물론 요즘은 X-ray검사와 CT 검사가 보편화되어 첨단 의료장비의 도움을 많이 받는 상황이지만 가장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검사는 직접 신체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다.


‘무엇보다 여기는 그 흔한 X-ray 장비도 없는 깡촌이란 말이지...’


의사의 진짜 실력은 장비에 의존하지 않는 법.


나는 아저씨의 등에 청진기를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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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오랜만이야 (1) +2 24.08.28 1,173 36 12쪽
3 보건지소 +1 24.08.27 1,205 37 12쪽
2 의무기록 +1 24.08.26 1,244 39 12쪽
1 귀향 +2 24.08.26 1,443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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