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하는 깡촌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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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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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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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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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DUMMY

한가로운 오후.

보건진료소의 진료실 안.


오늘도 환자는 없었다.


나는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째깍째깍


초침이 10을 가리켰다.


째깍째깍


초침이 10과 15 사이를 지나가더니,

이내 15를 가리켰다.


‘근데 밑에서 보면 초침이 가리키는 게 14인지 15인지 모르겠단 말이야.’


초시계를 잘못 봐서 1초 느리게 시간을 인식한다면 큰일 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당장 시계 위치를 아래로 내려 초침을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띠링


내가 별 말 같지도 않은 생각을 하고 있으니 문자가 날라 왔다.


[(인터넷 링크)]

[야 이거 뭐임?ㅋㅋ]


하윤이었다.


하윤이가 보내온 인터넷 링크를 눌러보니 유튜브 영상이 하나 떴다.


썸네일에는 내 얼굴이 들어 있었고, ‘까마귀 먹지 마세요’라는 글자가 시뻘건 글자로 대문짝만하게 박혀 있었다.

제목은 까마귀를 먹고 병원에 갔다는 투의 내용이 과장되어서 표현되어 있었다.


‘아 이거 올라왔구나. 빠르네...’


나는 곧바로 영상을 재생해봤다.


예전에 진료를 보러 왔던 최상목 씨가 영상에 나왔다.

영상 속에서 최상목 씨는 비닐봉지에서 까마귀를 꺼내더니.


“자 여러분 이게 까마귀입니다.”


날개를 활짝 펼쳐서 전신샷을 보여줬다.


‘아니 까마귀가 이렇게 크다고?’


까마귀의 전신샷을 본 나는 아연실색했다.

크기도 크기인데 새까만 색이라 무섭게 보였다.


‘저걸 처음 먹어볼 생각 한 사람들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계속 영상을 시청하는데


“자 손질을 해볼게요.”


최상목 씨가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 밑으로 까마귀를 내리더니 칼로 슥슥 긋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는 내장처럼 생긴 것을 카메라에 비추더니


“이게 까마귀 내장인데 이건 못 먹으니까...”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다.


‘으악 징그러...’


나는 곧바로 화면을 다음으로 넘겼다.


그리고 나온 화면은 까마귀를 통째로 석쇠에 굽는 최상목 씨의 모습.

최상목 씨는 까마귀를 통째로 잡은 채 그냥 뜯어먹고 있었다.


‘으엑, 저걸 왜 먹는대.’


스킵.


화면은 장면이 전환되더니 최상목 씨가 배아파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별 다른 내용이 없는 것 같았다.


스킵.


다음에 나온 화면은 지금 내가 앉아있는 진료실과 같은 곳이었다.


“네,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을까요?”


화면에 내 얼굴을 제외한 상반신이 나왔다.


‘내 목소리를 이렇게 들으니까 이상하네...’


나는 어색해서 빠르게 영상들을 넘기기 시작했다.

어차피 당사자라 다 아는 내용들이기도 하고.


“아이고 배가 좀 아파서 왔습니다.”

...

“예, 본인만 괜찮으시면 상관 없어요.”

...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가요?”

...

“예, 제가 어젯밤에 까마귀를 먹었습니다.”

...


순식간에 진료 장면이 넘어간 뒤에 최상목 씨가 보건지소를 나오는 장면이 나왔다.


그 뒤로는 본격적인 여행 유튜브로서 마을을 소개하는 내용들이 이어졌다.


남천 호수... 아는 곳이다.

염소 축사... 김수환 아저씨 농장인가? 아마 아는 곳 같다.

대철 초등학교... 아 내가 나온 학교다. 역시 폐교되었구나.

다릿골 폭포... 여긴 뭐야? 우리 마을에 이런 곳도 있어?


고향을 소개하는 영상을 보고 있으니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영상 밑으로 가 댓글을 확인했다.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하나하나 읽어봤다.

까마귀에 대한 이야기, 마을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내용의 댓글들이 있었다.


그렇게 내리던 중.


‘아 찾았다.’


나는 댓글 하나를 찾아냈다.


― 의사 선생님 잘 생기신 듯.


댓글을 캡쳐했다.


하윤이에게 캡쳐한 댓글을 보냈다.


그러자 곧바로 답장이 날아왔다.


[凸( •̀_•́ )凸]

[필터 쓴 건 실제 얼굴 아님.]


...그렇긴 하지.


[근데 어제 까마귀라고 했던 게]

[이거 말하는 거였어?]


[ㅇㅇ 까마귀 먹고 진료 보러 왔다 해서 놀랐지.]


[그런 걸 왜 먹었대]


그리고 잠깐 답장이 끊기더니.


[근데 까마귀는 무슨 맛이래?]


음 역시 물어보는구나.


[고소한 게 죽여준다더라]


[(ㆆ.ㆆ )]

[신기하네]

[먹고 싶진 않음]


나는 킥킥거리며 다시 유튜브 채널을 뒤져봤다.


‘아 이것도 올라왔네.’


방금 시청한 영상 바로 다음에 올라온 영상은 박규철 씨의 노래 영상이었다.

썸네일은 박규철 씨가 기타를 치는 모습.

역시 배경이고 복장이고 전체적으로 잘 어울리는 한 장면이었다.

제목은 역시나 과장된 표현으로 역대급 버스킹이라느니 하는 식의 말이 적혀 있었다.


조회수를 봤다.


‘3만 회?’


올라온 지 하루만에 3만 회의 조회수가 찍혀 있었다.

바로 이전의 까마귀 먹방 영상의 조회수는 600회.


‘이 정도면 어디 커뮤니티에서 영상이 돌고 있는 거 아니야?’


나는 그 경이로운 숫자를 보며 바로 영상을 재생해봤다.


라이브로 무대를 감상한 입장에서 화면은 볼 필요가 없었기에 노래만 재생시킨 상태에서 아래로 쭉 내려 댓글을 읽었다.


― 소리가 어떻게 저렇게 꽉 차있지.

― 저런 분이 건초 묶는 나라... 한국...

― 이분 절대 아마추어 아님ㅋㅋ 말이 안댐.


대부분 호평일색인 댓글들이었다.

뭐, 누가 듣든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쭉 내려보니


― 안녕하세요 위넷 엔터테이먼트입니다. 출연자 분께 연락을 드리고 싶은데 연락처를 알지 못해서 글 남깁니다. 영상 제작자분이나 다른 분들 중에서 출연자 분 연락처를 아시는 분 있으시면 답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연예인 기획사로 보이는 계정의 댓글이 있었다.


‘이거 혹시 박규철 씨 데뷔 가능한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유튜브 링크를 복사해서 메모 어플에 저장해두었다.


‘나중에 박규철 씨 만나면 말씀드려야겠다.’


그렇게 다짐하고 있으니 진료실 밖에서 유한아 주무관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영숙 환자 들어가요!”


‘아이고 드디어 한 명 왔구나.’


나는 접수 창에서 환자 이름을 찾아 더블클릭했다.


52/F 이영숙.


C.C(주호소증상) : 건강상담


‘건강상담 환자는 오랜만에 받네.’


병원은 질병의 진단, 치료를 위해서만 찾는 곳이 아니다.

의료상담 또는 의학적 자문을 구하기 위해서도 병원을 찾는 사람도 간혹 있다.

치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추가 비용 없이 상담이나 자문까지 해주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그저 의료서비스의 부차적인 요소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이런 상담들도 사실은 의사의 ‘일’중 하나.

병원에서 진료비를 내고 받는 의료 서비스 중 하나인 것이다.


나는 비어있는 의무기록지를 열어 진료를 준비했다.

환자가 들어왔다.


“아이고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이영숙 환자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들어왔다.

그리고는


“이거는 딸기입니다. 선생님 좀 드시라고...”


책상 위에 딸기를 한 뭉텅이 내려놓았다.


‘음... 이 정도 양이면... 언제 다 먹지...’


나는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환자에게 질문을 했다.


“오늘은 어떤 것 때문에 오셨을까요?”

“제가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한 번 봐주셨으면 해서요...”


환자가 그렇게 말하며 가방에서 CD를 꺼냈다.


‘음... 느낌이 안 좋은데...’


나는 환자에게서 CD를 받아 컴퓨터에 삽입했다.


위잉


시끄러운 소리가 나며 컴퓨터가 덜덜 떨렸다.

윈도XP의 혼신의 힘을 다한 CD 리딩.

기나긴 리딩 작업이 끝나고 프로그램 하나가 열렸다.


‘아니 이게 뭐야?’


나는 순간 당황했다.

영상은 초음파 화면처럼 보이는 사진이었다.

문제는 무슨 장기를 찍은 것인지 알 수 없다는 것.

내과를 전공한 내가 모르는 것을 보면 다른 분야일 것 같았다.


나는 환자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음... 초음파 사진이네요...”


환자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이고 딱 보면 아시는구나. 예, 자궁선근증 때문에 찍은 사진인데요.”


‘자궁 사진이구나.’


“병원에서 설명을 제대로 못 들었어요. 선생님이 설명을 좀 해주셨으면 해요...”

“예?”


나는 당황해서 되물었다.

설명을 못 들었다면 해당 병원에 가서 다시 물어보면 될 일.

굳이 산부인과 의사도 아닌 나에게 와서 물어볼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환자는 단호하게 말했다.


“사진을 설명해주셨으면 합니다.”

“이거 찍은 병원에는 다시 안 가보셨어요?”

“다시 가려면 예약이 두 달은 걸려서...”


‘아이고 큰 병원 가셨구나...’


대한민국은 의료비 부담이 적은 편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병원에서 진료를 보려면 한참을 대기하는 것이 보통.

사실 이 정도는 작은 병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건강검진이지만...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의료의 문제점 중 하나겠지.


나는 잠깐 고민했다.


‘아니 근데 나는 산부인과 전공도 아닌데... 보건소 의사는 전공이랑 상관없이 모든 진료를 다 본다고 알고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이 정도는 의사면 다 볼 줄 안다고 생각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별 수 없었다.

환자가 검사를 받은 대형병원에 다시 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나는 빙긋 웃었다.


“하하, 이 정도는 쉽습니다.”


그리고는 확신에 찬 말투로 대답했다.


“그럼 잠깐 판독을 해야 하니 바깥에서 기다려주시겠어요?”


그렇게 말하자 환자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진료실 밖으로 나갔다.


환자가 나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후...

나는 다급하게 인터넷 창을 열었다.


‘구글... 구글...!’


나는 빠르게 검색사이트 주소를 입력해서 접속했다.


‘자궁선근증이 영어로 뭐더라...!? adenomyosis uterine? 맞나!?’


앞글자를 치니 검색창에 자동완성으로 adenomyosis uteri가 완성되었다.

그렇게 의대생 시절을 마지막으로 공부한 자궁선근증 핵심내용 벼락치기.


‘초음파에서 보이는 여기가 anterior wall(전방벽), 여기가 posterior wall(후방벽)...’


그렇게 얼마간의 벼락치기 후.

나는 환자를 다시 불렀다.


“아이고 벌써 판독 끝나셨어요?”


이영숙 환자가 싱글벙글 웃으며 진료실로 들어와 앉았다.


“하하, 이 정도는 의대생 때 다 배우는 것들이죠. 금방 판독합니다.”


나는 여유롭게 말하며 초음파 영상을 환자에게 보여줬다.


“자 여기 보이는 게 환자분의 자궁입니다. 그리고 여기 보이는 이 경계선이...”


나는 내가 아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설명을 환자에게 했다.

환자는 내 설명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렇게 설명이 끝나자.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선생님한테 오는 건데...”


환자가 연신 감사인사를 했다.


그렇게 웃으며 진료실을 나가는 환자.

나는 환자의 뒷모습을 보며 다짐했다.


‘다시는 이런 환자 안 받아야겠다...’



그리고 며칠 후.



“김경희 환자 들어가요!”


유한아 주무관님이 진료실 밖에서 소리쳤다.

나는 접수 창에서 환자 이름을 찾아 더블클릭했다.


50/F 김경희.


C.C(주호소증상) : 건강상담


‘제발... 아니겠지?’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 느낌은 틀리지 않았는지,

진료실에 들어온 환자는 대뜸 가방에서 CD 한 장을 꺼내며 말했다.


“호호, 영숙이 언니가 여기 의사선생님이 얼매나 똑똑한지 대학병원보다 판독 더 잘해준다고 그러던디...”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손깍지를 낀 채 확신에 찬 표정으로 환자에게 말했다.


“하하, 저 정도면 판독 정도는 쉽게 하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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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오랜만이야 (2) +1 24.08.29 1,099 35 12쪽
4 오랜만이야 (1) +2 24.08.28 1,173 36 12쪽
3 보건지소 +1 24.08.27 1,205 37 12쪽
2 의무기록 +1 24.08.26 1,246 39 12쪽
1 귀향 +2 24.08.26 1,445 4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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