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하는 깡촌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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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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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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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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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아파요

DUMMY

큰 병원에 있다 보면 다양한 환자들을 많이 보게 된다.

그렇다고 큰 병원에 있다고 모든 환자를 다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작은 시골에 있는 보건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환자들도 있다.


문제는 어떤 환자가 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


시골 깡촌 보건소에서만 볼 수 있는 환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농약 음독 환자? 그런 환자는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고라니에게 뺑소니를 당해서 오는 환자?

상상이라도 해봤다는 점에서 이미 대처 가능한 환자일 것이다.


가장 무서운 것은 예측조차 할 수 없는 그런 환자.

내 상상의 범주 안에 들어있지 않은 환자가 가장 무서운 법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순간 공포가 엄습해왔다.




그러나 그런 망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유한아 주무관님이 진료실 밖에서 소리쳤다.


“최상목 환자 들어가요!”


나는 쓸 데 없는 상상은 그만두고 곧바로 접수 창에서 환자 이름을 찾아 더블클릭했다.


27/M 최상목.


C.C(주호소증상) : abd pain(복통)


‘음, 복통이네... 뭘까? 위염? 장염? 응급질환인 충수돌기염도 빼먹으면 안 되지. 소화기 질환이 아니라 비뇨기 질환일 수도 있지. 요로결석 같은...’


머릿속으로 미리 여러 가지 질병을 생각했다.


뭐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아이고, 아이고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환자가 카메라가 고정된 셀카봉을 들고선 진료실에 들어왔다.


‘뭐지 여행객인가?’


나는 순간 당황했다.


이런 깡촌에 볼 게 뭐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깡촌이기에 수요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납득하기도 했다.


속으로 여러 생각을 거치던 중 최상목 환자가 진료실 의자에 앉았다.


“네, 안녕하세요.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을까요?”


나는 교과서적인 개방형 질문으로 진료를 시작했다.


“아이고 배가 좀 아파서 왔습니다.”


환자는 간단하게 자신의 증상만을 설명했다.

그리고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근데... 제가 유튜브를 찍고 있어서요.”


아이고 유튜버였나.


‘피곤해질 거 같은데.’


대체 무슨 요구를 할까.


“혹시 진료할 때 유튜브 방송 켜놓고 해도 될까요?”


나는 잠깐 생각했다.


‘원래 진료 내용은 본인 이외 비공개이긴 한데... 본인이 원해서 공개로 하겠다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건가?’


처음 겪는 요구에 잠깐 당황했다.


그러나 각종 병원 홍보 유튜브에서 환자 동의를 받고 진료 영상을 찍어 올렸던 것들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본인만 괜찮으시면 상관 없어요.”


“네, 감사합니다. 헤헤.”


최상목 환자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폰 카메라를 조작하더니


“시청자 분들 의사 선생님이 찍어도 된답니다. 헤헤.”


그렇게 말하며 카메라를 향해 웃었다.


“아 혹시 선생님 얼굴은...”


최상목 환자가 말끝을 흐렸다.


나는 고민하지 않고 말했다.


“안 나오면 좋겠네요...”


“헤헤 알겠습니다.”


환자는 유쾌하게 수긍했다.


그리고는 카메라가 본인을 향하도록 휴대폰을 거치시켰다.


화면에 내 모습은 나오지 않았지만 채팅창은 보였다.


실시간 방송 화면을 처음 보니 신기했다.


‘아무튼 이제 본격적으로 진료를 시작해도 되겠지.’


나는 최상목 환자에게 질문했다.


“어디가 어떻게 아프신가요?”

“아랫배가 전체적으로 아픕니다!”

“언제부터요?”

“어... 한 시간 정도 전부터요?”

“복통 이외에 구역, 구토, 설사 같은 증상은 없나요?”

“설사도 한 번 했습니다!”


장염인가?


나는 힌트를 얻기 위해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최근에 먹은 것 중에 배탈로 의심 갈만한 거 있어요?”


그러자 환자가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예, 제가 어젯밤에 까마귀를 먹었습니다.”

“예?”


나는 순간 당황해서 되물었다.


유튜브 화면에는 채팅들이 다 읽기도 힘들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부분이 ‘ㅋㅋㅋ’같은 것들이었다.


“제가 어젯밤에 까마귀를 먹었습니다.”


환자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나는 잠깐 생각했다.


‘까마귀는 먹을 수 있는 동물인가?’


나는 인터넷 창을 열어 검색해봤다.


[까마귀 고기]


검색결과를 읽어보니 서양에서 간혹 먹는 모양이었다.


‘이걸 먹네.’


국가마다 문화는 다르니까 납득하기로 했다.

물론 환자는 한국인이다만...


나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우선 검색해보기로 했다.


의학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전문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여러 가지 키워드로 검색을 해보았다.


앵무새 같은 경우는 간혹 접촉 후 앵무새병이라는 특이한 질병이 걸리기도 한다.

까마귀도 혹시 모를 그런 특이한 접촉 질병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런 질병에 대한 파악 없이 대증요법만 했다가는 환자가 더 악화될 수도 있으니 신중하게 검색해보기로 했다.


얼마간의 검색 후.


나는 까마귀 고기에서는 특별히 주의해야 할 질병이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진짜 별의 별 환자를 다 보네.’


“열 나는 것 같진 않나요?”

“네, 괜찮아요.”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진 않나요?”

“네, 그냥 설사예요.”


그렇게 몇 가지 질문이 이어지고.


진료가 끝나가는 무렵 나는 진료와는 상관 없는, 순전한 궁금증에 한 가지 질문을 했다.


“그... 까마귀 고기는 맛있어요?”


내가 질문하자 유튜브 채팅창에는 다시 많은 반응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ㅋㅋㅋㅋ]

[질문 왔다]

[언제 물어보나 했누ㅋㅋㅋ]

[ㅋㅋㅋㅋ]

[내가 의사라도 물어봤을 듯ㅋㅋ]

[이거 안 궁금하면 사람 아님]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채팅들을 보고 있는데 환자가 말했다.


“고소한 게, 죽여줍디다!”

“아... 예...”


나는 의무기록에 환자의 말을 받아 적었다.


‘까마귀 고기는 고소하고 죽여준다고 함.’


“...근데 왜 먹었어요? 까마귀 고기.”

“하핫, 유튜브에서요 누가 먹어보라고 해서 먹었습니다!”


아이고, 유튜브가 뭔지 참.


“근데 다른 유튜버 중에도 먹은 사람 있고, 외국에서는 자주 먹는다니까 괜찮은가보다 하고 먹은 거죠. 못 먹을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긴 하다만...


“까마귀는 직접 잡았어요?”

“아뇨, 까마귀도 그렇고 야생동물은 마음대로 잡으면 안 돼요.”


환자가 유창하게 설명을 이어갔다.


“야생동물 중에서도 개체수 조절이랑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용도로 지정된 사람이 지정된 장소에서만 정해진 횟수만큼만 할 수 있어요. 그 외에는 불법이죠.”


아무래도 아무런 생각 없이 유튜브 조회수 때문에 사고를 치고 다니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다행이네.


“저는 수렵면허가 없는데, 아시는 분이 수렵하셔서 그분한테 받았어요.”

“먹는다니까 주시던가요?”

“네, 먹어보고 알려달래요.”


그 분도 궁금하셨구나.


“뭐, 아무튼 간단한 장염 같으니까요, 수액만 맞고 가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처방에 수액과 함께 복통 주사제들을 적어 넣었다.


장염의 경우 기본적인 치료는 대증요법.

원인이 되는 세균에 따라서 항생제를 쓰는 경우도 있지만 경증의 경우는 항생제를 쓰지 않아도 자연치유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설사로 인한 수분 보충과 복통을 줄여주는 약을 처방하고 경과를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나는 입력한 처방들을 저장하고는 유한아 주무관님을 불렀다.


“주무관님~”


그러자 진료실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예~”


진료실로 들어온 주무관님.


나는 주무관님께 말했다.


“수액이요.”

“예~”


간단하게 대답한 주무관님은 수액장에서 수액세트를 챙기셨다.


보통 환자에게 별로 관심이 없으신 주무관님.

아니, 환자뿐만 아니라 이 세상 자체에 관심이 없으시다.


‘근데 혹시 주무관님도 이건 관심이 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주무관님께 말했다.


“환자분이요, 장염입니다.”

“예~”


여전히 심드렁하게 반응하는 주무관님.


“까마귀를 먹었답니다.”

“예~”


흠... 관심이 없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예?”


주무관님이 되물어왔다.


“으엑, 그런 걸 왜 먹었대...”


인상을 찡그리는 주무관님.

그리고는 주사를 챙기며 질문했다.


“...근데 까마귀 고기는 맛있어요?”


‘오 관심 보인다...’


나는 채팅창을 봤다.


아까처럼 주르륵 채팅들이 올라왔다.


환자는 아까와 같은 말을 했다.


“고소한 게, 죽여줍디다!”


그 말을 들은 주무관님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 후 주무관님은 수액에 약들을 섞은 뒤 능숙하게 환자 팔에 라인을 잡고 수액을 연결한 뒤 다시 밖으로 나갔다.


환자와 나만 남은 진료실.


나는 어차피 시간도 많겠다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다.


“유튜브 주제가 뭔가요?”

“하핫, 저는 삼촌TV라고, 시골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는 유튜브입니다!”


나는 곧바로 인터넷으로 ‘삼촌TV’를 검색해봤다.


‘오 뜬다.’


검색해서 나온 채널에는 촌이 마을 촌(村) 글자로 되어 있었다.


‘아이디어 좋네.’


나는 동영상들을 내려보며 물어봤다.


“오, 시골 여행 유튜버라니 재밌겠네요. 지금까지 어디어디 돌아다녔어요?”

“저 오래 한 건 아니라서 많지는 않지만 아랫지방부터 말씀드리면...”


최상목 씨가 자신이 여행해온 지역들을 하나씩 설명해줬다.


듣고 있자니 신기했다.


‘진짜 쌩판 처음 들어보는 시골들이 엄청 많구나.’


설명을 들으면서 유튜브 영상 목록들을 같이 보는데 다들 하나같이 깡촌이었다.

모습들이 전부 여기 내 고향과 비슷한 것이 왠지 정감이 들었다.


“근데 관광지도 아니고 이름 없는 시골 깡촌은 다 거기서 거기 아니예요?”

“네, 맞아요. 그래서 가끔 까마귀도 잡아 먹고 하죠.”


최상목 씨가 하핫 하며 웃었다.


‘으음... 결국 자극적인 부분이 필요해서 드셨던 거구나.’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보니까 한 지역에 며칠 있다가 가시네요? 여기는 얼마나 있으셨어요?”

“하하, 여기는 어제 왔어요. 오자마자 까마귀 먹고 배탈이 났지만요.”


최상목 씨가 멋쩍게 웃었다.


“여기는 며칠 더 있다가 갈 생각입니다.”

“근데 뭐 재밌는 게 있을까요?”

“찾아봐야죠.”


최상목 씨가 유쾌하게 말했다.


그리고는 무언가 생각난 듯 말을 덧붙였다.


“아, 분량 좀 채우게 선생님도 출연 좀 하시면 안 될까요?”

“음...”


나는 잠깐 고민했다.


‘재밌어보이긴 한데... 인터넷에 내 얼굴이 다 나오는 거잖아? 왠지 부끄러운데... 말실수라도 하면 바로 욕 먹는 거 아니야?’


그렇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있으니


“부담스럽게 생각 안하셔도 돼요. 나중에 편집 원하시면 빼드릴 수도 있고요.”


최상목 씨가 한 번 더 설득해왔다.


왠지 용기가 생겼다.


‘그래 뭐 경험한다고 생각하고 잠깐 얼굴만 비추는 거야.’


나는 그렇게 다짐하고는 대답했다.


“제가... 뭘 하면 될까요?”

“하고 싶으신 말 아무거나 하시면 됩니다.”


최상목 씨가 하핫 하고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내 쪽으로 향했다.


휴대폰 화면에 내가 비쳐져 나왔다.

프로그램이라도 썼는지 실제 내 얼굴보다 피부도 좋고 미형으로 나왔다.


채팅창에 많은 글들이 올라왔다.


[오 의사쌤이다.]

[반가워요.]

[목소리 좋으신 듯]

[진료 보러 가도 됨?]


시청자들은 다들 착하신 듯 했다.


‘괜한 걱정이었나.’


나는 작게 심호흡을 하고 말했다.


“어... 대철면 보건지소 공중보건의 강태호라고 합니다...”


우선 자기소개를 했는데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진 않았다.


잠깐 정적.


그리고 고민하다가 아무 말이나 했다.


“어... 까마귀 드시지 마세요...”


그러자 채팅이 주르륵 올라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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