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머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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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민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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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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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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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DUMMY

‘이 수정구는 도대체 뭐지?’


다른 수정구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데미안이 우연히 주운 하얀 수정구는 특이했다. 어떠한 수정구도 마력이 조금이라도 들어가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수정구들만 있었지만, 데미안이 가진 수정구는 도대체 왜 발광했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데미안이 나뭇가지로 만졌을 때는 단순히 아무런 마력도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특이한 문자까지 알 수 없는 요소들이 너무 많았다.


‘수정구에 대해서는 언젠가 어라이즈 파티에게서 들을 수 있겠지.’


데미안이 혼자 멍때리고 있듯이 보이자 에밀이 데미안이 보고 있는 수정구를 똑같이 쳐다보며 말을 걸었다.


“데미안 거기 수정구 보면서 뭐해? 그게 그렇게 맘에 들어?”


에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데미안이 자신이 동그란 영상 수정구를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같은 수정구여도 디자인이 조금씩 다르다던가 세부 기능은 조금씩 달랐다. 마찬가지로 가격도 천차만별이었다. 그중 데미안이 보던 수정구의 가격은 상당히 비쌌다. 그렇기에 바로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아니. 이건 너무 비싸. 생활비도 아껴 써야하니.”


데미안의 그 말에 에밀이 잠시 고민하다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 내가 살게.”


“뭐? 안 그래도 돼. 괜히 나 때문에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 빚지기도 싫고.”


“그래? 난 별로 상관없는데.”


데미안의 말에 태연하게 답변하고 좀 더 깊은 생각을 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에밀이 이어서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우리 파티끼리 돈 모아서 사는 걸로 하고 파티 공용으로 하는 거 어때?”


“나만의 목적으로 그렇게 쉽게 결정해도 될 것이 아닌거 같아. 게다가 쓸 일 없지 않겠어?”


“역시 마법 말고는 잘 생각 못하는구나, 돌머리씨. 이 수정구는 던전 내에서 다용도로 쓸 수 있잖아. 예를 들면 던전 내에서 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억울한 일 안 당하게 증거로 쓸 수도 있고, 공략하지 못한 층이나 부진한 전투에 대한 피드백도 하기 쉬워지지.”


에밀의 깊은 생각에 데미안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끔 실없는 소리를 하는 에밀이지만 이럴 때를 보면 상당히 사려 깊은 사람임을 알 수 있었다. 마치 나이는 비슷하지만, 자신보다 어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마워. 에밀.”


“일단 우리 둘이 반반 내서 해결하자.”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온 데미안은 수정구를 바라보았다. 검은색으로 얼굴이 반사되어 비칠 정도로 투명한 중앙의 수정구와 주변부는 사진으로도 인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예쁜 걸로 잘 봐뒀네, 데미안. 보는 눈 있잖아.”


“오늘 정말 고마워, 에밀.”


“아니야. 우리는 이제 같은 배를 탄 사이인데 돕고 살아야지.”


에밀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모습을 보며 에밀과 알게 돼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벌은 갑자기 왜 보고 싶어진 거야?”


“일단 지금은 가설 단계라서 자세히는 말하기는 힘들지만, 확실해지면 공유할게.”


“알았어. 아직 네가 알려준 삼각형 만들기도 멀었으니까.”


**


“여기야?”


“응 저기 보이지? 저 작은 나뭇가지 위에.”


에밀과 데미안은 벌이 있는 장소로 찾아왔다. 아직 봄이라 덥지는 않았지만 땀이 많이 나왔다. 아무래도 양봉할 때 입는 옷을 입고 이동하다 보니 땀에 잔뜩 젖어 더운 공기에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거기서 조금 왼쪽이야.”


나무 위에 올라간 데미안은 벌집 앞에 미리 마력을 불어넣은 수정구를 세팅했다. 수정구는 생각보다 유용해 동그란 형태여도 균형이 잘 잡혔다. 벌들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고 천천히 내려온 데미안은 내려오던 순간 발밑의 돌을 밟고 넘어졌다. 넘어진 진동에 자극 받았을지 않았을까 했던 찰나.


“부우”


불길한 소리에 위를 올려보자 벌들이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우웅”


마치 소리 마법이 있다면 이렇게 위축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의 소음이었다. 양봉옷을 입었기에 괜찮다고 여긴 데미안은 그대로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였다.


“에밀 좀 더 거리 두고 이동해 벌들이 거기로 가면 안 되니까.”


“데미안 내 걱정 할 때가 아니야. 아까 나무에서 뛰어내릴 때 바지 쪽에 틈이 생겼었어.”


에밀의 걱정하는 소리와 동시에 엉덩이로부터 따끔한 고통이 느껴졌다.


“악!”


급하게 틈을 막아봤지만, 추가로 주사 몇 방을 더 맞게 되었다.


“데미안 괜찮아?”


저 멀리서 에밀이 걱정하는 모습이 보이고 뒤에서 쫓아오는 벌들이 조금 줄어들었다. 그리고 작게 영창했다.


[실드]


그제야 벌들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아까 벌집 주변에서 마법을 쓰면 괜히 수정구를 놓은 벌집에 영향이 갈 수도 있었기에 사용할 수 없었다. 데미안이 자리에 주저앉자 에밀이 치료하러 달려왔다.


“상처 부위 봐봐 얼른.”


그 말에 바지를 내릴 뻔하다가 급히 다시 올린 데미안이 얼굴이 빨개지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부위가 부위다 보니까 좀..”


“왜 이렇게 부끄럼이 많아 에잇.”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


숲속에서 데미안의 앳된 절규 소리가 울려 퍼졌다.


**


“아 꿈인가 역시. 다행이다.”


눈을 뜬 데미안은 머리맡의 부드러운 감각에 눈을 떴다. 그리고 나서 좌우를 살펴보던 데미안은 아직 숲속에 있음을 깨달았다. 그렇게 위를 쳐다보자 나무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는 엘프가 보였다. 순간 엘프의 숲에 들어온 줄 알았지만, 에밀임을 알아채고 다시 얼굴이 빨개졌다.


‘아.. 꿈이 아니었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기절했던 데미안은 벌에게 쏘인 엉덩이를 확인한 데미안은 상처가 남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에밀이 많이 고생했음을 알았다. 수치심에 부끄러운 것도 있었지만, 그 이상으로 항상 도와준 것이 너무 고마웠기에 작은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했다.


“항상 고마워 에밀.”


그러자 마치 들은 것처럼 에밀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러더니 눈을 뜨고 웃었다.


“히히히! 그래 알면 됐어,”


“자고 있던 거 아니었어?”


“그야 이런 숲에서 함부로 못 자니까 눈 감고 훈련하고 있었지.”


에밀의 시선을 따라가니 나무 위에서 다람쥐 정령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주변이 어느덧 어두워졌기에 데미안은 물어봤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야?”


“3시간 정도?”


“그렇게나?”


데미안은 잠깐 기절한 줄 알았으나 생각보다 길어진 모양이었다.


“벌에게 생각보다 많이 쏘였어. 그만큼 독도 많이 주입됐고, 쓰러져도 어쩔 수 없지. 오늘은 많이 피곤할 테니까 내일 회수하러 가자.”


데미안도 고개를 끄덕이며 기숙사로 돌아갔다.


**


어제 기절한 덕에 잠을 별로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던 데미안은 아침 일찍 수정구를 수거하러 나섰다.

그렇게 서둘러 도착한 나무 위에서 떨어지지 않고 수정구가 멀쩡히 작동하는 모습을 보며, 수정구는 어떻게 둥그런 형태를 가지면서 저리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오늘은 확실하게 중무장하고 다시 올라가서 데미안은 벌집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빠르게 층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고 이를 대단하게 느꼈다. 당장 하루 사이에도 저런 발전을 이루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데 자신은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될 뿐이었다.


“과연 잘 저장돼있을까?”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던 데미안은 서둘러서 공동으로 향했다.


공동에 도착하자 모든 파티원들이 다 모여있었다. 데미안이 도착함을 확인한 에밀이 화두를 꺼냈다.


“데미안. 얼른 보자.”


“그래!”


데미안이 수정구에 손을 올리고 마력을 운용하자 투명한 장면이 비추어졌다. 신기함과 두근거림에 데미안이 감탄을 참지 못했다.


“와.. 신기하네. 생각보다 상세하게 잘 보이잖아.”


화면 속의 벌이 마치 눈앞에서 봤던 모습처럼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그 모습을 본 헬름은 데미안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 눈치였다.


“왜 그래 헬름 뭐가 궁금한 게 있어?”


“너 어제 설마 저거 때문에 간 거였어?”


“응 뭔가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해서.”


“실마리라.. 뭐에 대한 실마리로 생각하는데?”


“우리가 하던 훈련의 연장선!”


사이먼과 니세를 제외하고는 주로 하고 있던 훈련인 다각형 만들기 훈련은 어느새 파티의 주력 훈련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헬름과 에밀은 오각형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하기 전보다는 마력의 흐름이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데미안도 그에 대해 효과가 확실했으므로 유용한 방법임은 틀림없었다.


데미안의 말에 대해 깊이 생각하던 헬름은 조용히 벌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에밀은 어제의 성과를 자랑하듯이 뿌듯하게 지켜보았고 니세는 벌집에서 꿀이 떨어지는 모습에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사이먼은 요즘 심란한 표정을 지었었는데 오늘은 좀 멍한 표정으로 벌들을 지켜보았다.


한참 뒤 영상이 끝나고 데미안은 핵심 부분을 몇 번 반복 재생했다. 보다가 참지 못한 에밀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저기, 저기. 뭔가 보여?”


“음.. 솔직히 말하면 책에서 설명한 것과 거의 비슷해. 눈으로 보면 뭔가 다른 게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는데.”


에밀과 데미안의 대화를 지켜보던 헬름이 자신의 의견을 끼얹었다.


“데미안 혹시나 해서 그런데 육각형을 만들기 위해서 저 영상을 저장해 온 거야?”


“맞아. 나도 바로 깨달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못했지만, 생각보다 더 어렵네.”


“네가 그걸 금방 하면 3서클이지 1서클이겠어 지금.”


그렇게 말하며 희미하게 미소 지은 헬름이 이어서 말했다.


“나는 저걸 보면서 저렇게 적은 재료로도 저런 큰 집이 생기는 게 대단한 거 같아. 특히 저 애벌레들을 위한 집 같은 구조기도 하면서 저장소 역할까지 하니까. 심지어 재료에 비해서 튼튼해 보인다랄까? 아무튼 자연은 대단한 거 같네.”


생각보다 유심히 지켜본 영상을 지켜본 헬름의 반응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봤을 때와는 또 다른 감상을 들을 수 있었기에 뭔가 더 참신한 느낌이 든 데미안이었다.


“재료에 비해, 적은 재료, 저장소 이들은 뭐가 공통점이지.”


그러자 그 말에 에밀이 바로 대답했다.


“그거야 바로 효율이 높다는 거 아닐까?”


에밀의 핵심을 관통하는 말에 데미안이 손을 튕기며 말했다.


“그거다!”


데미안의 발언에 다들 귀를 경청했다.


“자연에서의 육각형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해. 그렇다면 이 훈련은 육각형에서 끝내는 것이 최고의 효율이란 것이지. 그래 이렇게 생각하면...”


데미안의 갑작스러운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자 에밀이 중간에 말을 끊고 물어보았다.


“너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그래. 좀 더 쉽게 설명해줘.”


“우리는 다각형의 마법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지?”


“그래. 성과는 바로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그건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아무튼 벌집이 왜 육각형인지에 대해 생각들 해본 적 있어?”


데미안의 질문에 헬름이 대답했다.


“음.. 듣고 보니 아무 생각이 없었지. 그거에 대해서는 평소 접할 일이 크게 없었으니까.”


“맞아. 나도 그걸 단순히 우연히 생각해 냈던 거니까. 그래서 육각형에 대해 고민하던 중 카페에서 그 벌꿀집을 발견한 거야.”


“아! 그래서 헬름에게 카페에게 같이 가자고 한 거였어? 그 벌꿀집을 관찰하기 위해?”


여기서 그렇다고 말하고 싶은 기분을 꾹 참은 데미안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우연이었어.”


데미안의 대답에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이 파티원들에게서 그가 예상했던 대로 나왔다.


“너는 항상 다른 곳은 머리가 안 돌아가는데 그럴 때는 잘 돌아가는 것 같아.”


“맞아. 헬름이 어제 데미안과 같이 가봤으면 그걸 더 느꼈을 거야.”


“아무튼 본론으로 말할게.”


칭찬인 듯 칭찬 아닌 반응에 반응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어갔다.


“나는 그걸 보고 도서관에 가서 조사하고 나서 벌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깨닫고 싶었어.”


데미안의 말에 다들 눈을 반짝이며 물어봤다.


“그걸 지금 얘기했다는 것은 무언가 실마리가 보였다는 거지?”


“오 설마 오늘도 재수 없는 데미안 모드로 들어가는 거야?”


“역시 자네다운 반응이군. 모든 것을 사랑하는 그대의.”


헬름과 에밀의 반응은 그렇다 치더라도 사이먼의 발언은 오늘도 이해하기에는 난해했다. 그 기대들에 부응하듯 데미안이 답변했다.


“그래 보였어. 그것도 확실한 실마리가.”


작가의말

오늘도 궁금해지는 수정구의 기원과 유난히 벌집에 관심이 많은 데미안이었습니다.


곧 던전에 들어가기에 앞서 강해져야 하는 데미안의 일상 잘 보셨나요?


다음에는 어떤 발상을 데미안이 떠올렸는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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