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된 천재 투수의 재능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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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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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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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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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스틸스 너라는 팀은 도대체...

DUMMY

“괜찮아! 과묵아! 그대로만!”


진서훈은 도대체 얘를 어떻게 구워삶았길래 몇 년 동안 싸인을 해줘도 듣지 않던 과묵이가 지금은 순한양이 된 것처럼 말을 잘 따라 주는지 궁금했다.

크게 바운드 되어 자칫 잘못하면 뒤로 빠질 수 있는 공을 진서훈은 몸을 날려서 막았고 얼른 마스크를 벗고 2루로 송구 동작까지 깔끔하게 이어갔다.


‘확실히 포수 능력은 KBO 탑급이야.’


진서훈이 만약 3할대의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국대 포수로 뽑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능력을 겸비하고 있었다. 타격이 조금 아쉬워서 그렇지 국대 세컨 포수도 해봤고 몇없는 스틸스 국대 유경험자이기도 하다.

서훈은 지금 경기 유무를 따지지 않고 과묵이가 자신의 싸인을 받고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뛸 듯이 행복했다.


‘미안하다고 고개 숙이는 것 좀 봐! 너무 행복해...’


평소 같았으면 그냥 아무렇지 않게 다음 피칭을 이어갔을텐데 오늘은 크게 바운드된 공에 미안하다고 고개까지 숙였다. 물론 과묵은 발앞에 모래가 거슬려서 한번 본거지만 말이다.

확실히 진서훈이 리드를 하니 1회초 5점을 내준 것 이후로 확실히 볼배합과 제구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4회에 1점을 더 내어주긴 했지만, 나름 성공적으로 막아냈다 볼 수 있다. 물론 1회 때 준 5점이 너무나 커서 문제일 뿐.


“과묵아, 뭔가 걸리는 게 있으면 언제든 어필해. 알겠지?”

“...네.”


대답은 여전히 한박자 정도 늦었지만, 이정도면 장족의 발전이라 볼 수 있다. 서훈은 진짜 감격스러울 정도로 감정이 벅차올랐고 민수쪽을 보고 따봉을 한번 날려주었다.

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한번 숙였고 과묵도 1회 초랑 완전히 다른 경기 흐름에 수긍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타자들의 상태가 오늘 영 좋지 못했다. 박태양과 박현수가 득점 찬스를 5회 6회에 두 번 연속 병살로 흐름을 끊자 스틸스 팬들은 열이 올라 욕을 뱉었다.



[(라이브) 창원 스틸스 0 : 6 대구 울프즈]

[박태양의 병살 이닝 종료]

[잔루 2루 3루.]

↳ 아 진짜 제발!!!! 좀!!!

↳ 두 이닝 연속 병살은 좀 너무하지 않냐?

↳ 저새끼 방출 시키라고.

↳ 현수랑 태양이 둘 다 진짜 미안한가보다 계속 고개 숙이네.

↳ 애들아 너무 뭐라하지말자. 우리보다 쟤들 더 억장 무너지지.

↳ 억장은 매 시즌 똑같은 모습을 보고 있는 우리가 더 무너지지.



박태양은 아예 병살을 치고 1루로 뛰어들어갔다가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팬들에게 죄송하다 말했다. 현수도 너무 아쉬운 듯 슬라이딩까지 했지만, 엎어져서 몇 초 동안 가만히 있었고 덕아웃에 들어가며 고개를 숙였다.

아마 저들이 가장 아쉽고 미안할 거다. 스윙 한번에 아웃 카운트를 2개나 잡아먹었으니까.


“괜찮아! 다음 이닝 때 점수 내자.”


그 누구보다 병살을 당한 슬픔을 알고 있는 백두는 낚싯대로 맞은 옆구리를 손으로 슥슥 문지르며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태양이의 어깨를 한번 쳐주었고 덕아웃 구석에 있는 현수한테도 너무 마음 쓰지 말라고 말했다.

백두가 앞서서 말하자 스틸스의 타선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 공격 기회가 3번 남았으니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며 수비를 준비했다.

그리고 불펜에서 양재오가 나와 마운드 위로 향했다.


[(라이브) 창원 스틸스 0 : 6 대구 울프즈]

[투수 교체. 장과묵 OUT 양재오 IN]

↳ 나왔다. 작년 평자 9.8의 투수.

↳ 하... 스틸스 혈압 측정기 나왔네

↳ 혈압 측정기 ㅋㅋㅋㅋㅋㅋ

↳ 없던 혈압도 만들어주는데 혈압 메이커라 불러야 하는거 아님?

↳ 진짜 진심으로 광동기 형님 앉혀놔도 저것보단 잘 던질 것 같음.

↳ 그건 당연하지 임마 ㅋㅋㅋ 스틸스 1선발이었는데.

↳ 대구 울프즈 오늘은 너희가 이겼다. 경기 끄고 자러 가도 좋다.

↳ 누가보면 선심 쓰는 줄 알겠다. 김민수가 올라왔어도 니들 8점을 따야 이겨 ㅋㅋㅋ

↳ 그러니까. 누가보면 7대0으로 이기고 있는 줄 알겠어.

↳ 진짜 왜 우리 할아버지는 이런 팀을 좋아하셔가지고...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3대 째 스틸스 응원하는데 어떻게 우승 한번이 없냐 ㅋㅋㅋㅋ



양재오. 34살로 팀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다. 팬들의 반응처럼 이 실력으로 어떻게 1군 불펜 투수로 활약하는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중 하나.

연봉도 신인 계약금에서 조금 높은 4000만원으로 10년간 동결된 상태로 프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전 시즌 평균자책점이 가장 높은 투수로 팬들에게 또 한번 미움을 샀다.

2015 신인 드래프트 8라운드에 지명받아 2군을 거쳐 1군에 올라온 노력파 투수.

제이크가 다른 투수들에게 조언을 잘해주지 못하는 이유는 투수들이 과묵한 성격도 한몫했지만, 스틸스에서 가장 구멍이 큰 투수인 양재오를 집중 레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불펜 투수들은 장점 2 단점 4~5정도라면 양재오는 장점 1에 단점 5~7 사이다.

그 장점이라는 것도 제구? 구위? 구종? 공에 관한 것이 아닌 좌완이라는 점 하나.

마운드 위로 양재오가 올라가자 제이크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직 불완전한데.’


제이크는 신인 드래프트 2주 뒤에 곧바로 팀으로 합류하여 미리 전달 받은 불펜 투수들의 수준을 파악했다. 그중 가장 문제이자 얼마 없는 불펜 자원 중 급한 양재오의 수준부터 올려놔야 했다.


‘도대체 팀의 육성 시스템이 얼마나 개판이길래. 자원이 이렇게 한정적인 건지.’


나름 KBO 창단 팀 중 하나인 창원 스틸스는 전혀 수십 년간의 역사를 이어온 것치고 뿌리가 너무 부실했다. 2군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은 케어와 레슨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매년 새로 뽑는 신인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자신의 재능을 꽃피우지 못하고 1군에 올라오지 못한다.

불펜으로 양재오를 쓰고 있는 스틸스 팀의 현실을 깨닫고 제이크는 한동안 로버트와 진지하게 팀을 나가는게 어떻냐고 토론을 했을 정도.


“민수야, 너가 보기엔 어떻냐?”

“많이 부족해 보이네요.”


사실상 점수 차이를 유의미하게 좁히지 않는 이상 마무리로 내가 올라갈 가능성은 희박했고 제이크는 내 옆에 와서 양재오를 보곤 물었다.

나도 궁금했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 때 창원 스틸스의 단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양재오 선배를 지명해서 팀에 데리고 왔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스틸스 팬들이 왜 선발 투수들에게 기를 쓰고 응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 선발 투수가 좋은 모습으로 버텨줘야 불펜 투수들이 이닝 수를 많이 잡아먹지 않으면서 실점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

나와 제이크의 걱정대로 양재오는 6~8회까지 5점을 내어주었고 9회초에는 박지민이 나와 실점을 내어주지 않았지만, 울프즈와의 두 번째 경기에선 11 대 0이라는 처참한 스코어로 패배하고 말았다.



[앞으로 스틸스 가을 야구 드립치면 전부 차단한다 진짜.]

↳ 저런 병신 불펜 투수 가지고 가을 야구 가면 진짜 양심뒤진거임.

↳ 맞긴해. 장과묵은 오늘 저점 한번 떴다 생각할 수 있는데 쟤는 시즌 내내 저러니까. 문제인 거임.

↳ 어제 보는데 한숨만 나오더라. 진심.

↳ 11대 0. 이런 스코어는 계속 봐도 적응이 안됨. 그냥.

↳ 내가 직관갔으면 진짜 다 때려부술 것 같던데.

↳ 아무리 야구가 투수놀음이지만, 1점도 못 내는 건 진짜 아니지 않냐?

↳ 스틸스 불펜도 문제인데 타선이 진짜... 하...



[(사진) 팬들에게 사과하는 박현수, 박태양.]

↳ 진짜 미안한데. 박태양은... 아니다. 말해봤자지.

↳ 미운털 제대로 박혔네 ㅋㅋㅋㅋ

↳ 애초에 스틸스 팬 중에 저새끼 좋아하는 얘 있음?

↳ 없을 듯? 근데 허위 기사는 좀 억울해 보이긴 하더라.

↳ 나 별스타 라이브에서 강동하가 그렇게 말하는 거 처음 봄.

↳ 난 잘 모르겠다. 현수는 좀 불쌍한 거 ㅇㅈ. 창원팬들이 원래 좀 험악하긴 해.

↳ 힘내라. 현수야. 그래도 얘들 단순해서 안타 때리면 오늘 일 기억도 못할 거야.


[로버트 감독 “구멍난 불펜 투수 어떻게든 보강해보겠다.”]

↳ 감독님 진짜 양재오는 2군 보냅시다. 저거 사람 안됩니다.

↳ 이미 나이 먹을 대로 먹어서 바뀌긴커녕 더 퇴보할 거 같은데.

↳ 근데 진짜 로버트 감독이랑 김명신 감독이랑 비슷해보이긴 함. 자기 기준에 맞지 않으면 가차없이 안씀.

↳ 스틸스 2군에 쓸만한 투수가 진짜 없음? 말이 안되는데.

↳ 그니까. 내 말이 딱 그거임. 거의 10시즌 내내 지명 순위 1,2권 가지고 있으면서 유망주들 어디에 팔아버린거임?

↳ 원래 꼴등팀들이 유망주 분쇄기로 유명함. 그래서 스틸스나 썬더스에 유망주 들어가면 잘 못 나오잖아.



*


홈경기는 대부분 숙소가 아닌 집으로 출퇴근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난 집에 오자마자 개운하게 씻고 거실 소파에 걸터앉았다.

과일을 입에 하나 넣어주신 어머니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민수야.”

“네.”

“양재오 걔는 왜 그런다냐?”

“음...”


내가 창원 스틸스에 입단을 하고 신인기준 KBO에 역사를 쓰고 있는 것과 별개로 부모님은 원래 야구를 좋아하셔서 평소에 잘 보신다.

당연히 아들이 나오는 경기를 무조건 챙겨보고 창원 스틸스를 응원하는 입장에서 오늘 장과묵과 양재오는 뒷목 잡을 정도의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시즌 중 꽤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던 장과묵은 까방권이 있어서 그렇게 욕하진 않았지만, 까방권 100년치를 이미 선불로 긁어서 쓴 양재오는 부모님의 가슴에 불을 질러버렸다.

부모님과 같이 커뮤니티는 이미 난리가 났고 스포츠 기사에도 장과묵과 양재오에 대한 자극적인 기삿감들이 넘쳐났다.

반대로 팀 내적으로 힘내자는 분위기여서 큰 문제는 없지만, 분명 선발 투수진들과 코치는 부담감을 확 느낄 거다. 마치 배에 구멍이 여러 곳 났는데 막을 손은 하나뿐인 느낌이랄까?

오늘 같은 경우 선발, 불펜, 타자들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와 게임이 산으로 가버린 케이스. 그리고 스틸스가 가장 많이 진 패배 패턴이기도 하다.

‘타선이 좋으면 4강을 가지만, 투수력이 좋으면 우승을 한다’ 이런 격언이 있다.

나도 동의하는 말이다.

결국 야구의 시작은 투수의 손에서 공이 떠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스틸스의 불펜은 KBO 10개의 팀 중 최하위권이다.


“아직 시즌 초라서 그럴 거에요.”

“그럼 양재오는 십오년 내내 시즌 초를 뛰고 있는건가?”

“그냥 방출을 해버리는게... 아니지, 위자료까지 때야하나?”


평소엔 온화하고 인자한 부모님이지만, 스틸스 이야기만 나왔다 하면 180도 변한다.

저번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카메라에 잡힌 부모님의 모습은 열정 그 자체였다. 평소에 열정과는 거리가 먼 두 분께서 그렇게 응원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반대로 오늘 같은 처참한 경기력을 보여줬을 땐 가차 없이 악담을 퍼붓는다.

난 그런 두 분 사이에서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웃을 뿐이었다.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이 팀이 어떤 팀인지.'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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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 스틸스 너라는 팀은 도대체... +1 24.09.18 331 14 11쪽
21 21. 조용하지만, 착하고 단순한 투수 +2 24.09.16 457 18 13쪽
20 20. 홈런 굳이 때리지 않아도 됩니다. +2 24.09.15 522 22 13쪽
19 19. 국대 선우 vs 최강철 +1 24.09.14 564 24 12쪽
18 18. 국대선우! 국위선우! +1 24.09.13 672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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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 용서 그리고 다짐 +1 24.09.11 828 26 13쪽
15 15. 에이스의 빈자리 +1 24.09.10 843 23 13쪽
14 14. 팀의 문제아 (2) +1 24.09.09 878 2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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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 정말 이상한 팀. +1 24.09.07 968 23 14쪽
11 11. 이정도면 연봉 더 받아야 겠는데? +1 24.09.06 1,037 25 12쪽
10 10. 경력직 신입 +1 24.09.05 1,111 20 11쪽
9 9. 5년 만의 위닝시리즈 +1 24.09.04 1,130 23 11쪽
8 8. 4번 타자의 무게. +1 24.09.03 1,196 22 12쪽
7 7. 야구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하는 스포츠다. +1 24.09.02 1,268 24 11쪽
6 6. 괴물 신인 (2) +1 24.09.01 1,347 31 11쪽
5 5. 괴물 신인 +1 24.08.31 1,406 23 10쪽
4 4. 첫번째 증명 +3 24.08.30 1,434 2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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