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된 천재 투수의 재능폭발

9. 5년 만의 위닝시리즈

[(라이브) 부산 웨이브 3 : 4 창원 스틸스]

[8회말. 1사 주자 2,3루]

↳ 하.... 진짜 지민아!!!

↳ 저새끼 입가에 크림 뭍히고 올라왔을 때부터 알아봤다.

↳ 손에도 묻은거 아님? 공이 어떻게 저렇게 갈 수 있냐?

↳ 크림 때문에 공잡은 손 미끄러진 거아님? 진짜로. 확인 한번 해보면 안되나?

↳ 딴 선수들은 공 단단히 잡으려고 송진 묻히는데 얘는 크림 묻히네.

↳ 타자들이 좀 치니까 이젠 불펜 새끼가 말썽이네.

↳ 어떻게 귀신같이 올라오자마자 3점을 주냐고!

↳ 나 미칠 것 같애.

다른 의미로 쫄깃한 스틸스의 경기에 미칠 듯한 팬들은 손에 쥐고 있는 응원봉, 유니폼을 반으로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뭐 언제나 그랬듯 스틸스는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스타트가 좋다? 그럼 반드시 게임이 끝나기 전에 위기가 한번 찾아온다. 오늘은 8회말 그것도 첫 주자를 삼진으로 잡은 뒤 찾아왔다. 아마 스틸스 팬들 중 가장 싫은 불펜 투수를 고르라면 반드시 언급되는 투수 중 하나가 바로 박지민이다.

스틸스의 불펜은 하나같이 전부 다 못 던지는데 다른 놈들은 예의라도 있지 박지민은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1도 들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지금도 마운드에 올라오기 전에 크림빵을 하나 입에 욱여넣고 들어오지 않는가. 카메라에도 입가에 번들번들한 크림이 묻어 있는 걸 본 팬들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장타 한번이면 역전이 되는 주자 상황에 로버트는 심각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라도 김민수를 불펜으로 올리느냐 아니면 셋업맨 박지민을 믿느냐.

1구는 몸쪽을 많이 벗어난 볼. 진짜 손에 뭐가 묻었는지 아니면 그냥 하는 행동인지 손을 한번 바지에 슥슥 닦고는 다시 투구폼을 잡았다.

따악!

2구는 3루 바깥으로 나가는 파울. 스틸스 팬들은 탄식을 내뱉으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1볼 1스트라이크에 웨이브의 5번 타자 페넬로페는 내야를 벗어나는 플라이만 때리자 생각했다. 일단 동점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훨씬 팀적 분위기가 편안하게 바뀔 거다. 그걸 알고 있던 포수 진서훈도 절대 삼진이나 내야 땅볼로 처리해야한다 생각했기에 몸쪽으로 붙는 포심을 한번 던지라 사인 했다.

팡!

ABS로 보니 정말 아쉽게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지 않았고 2볼 1스트라이크라는 타자에게 유리한 카운트가 만들어졌다. 한번 지켜봐도 좋고 배트를 힘차게 휘둘러봐도 좋은 카운트자 페넬로페는 한번 더 보는 선택을 했다.

헛스윙을 유도한 뚝 떨어지는 공을 잘 골라냈고 3볼 1스트라이크.

“여기서 볼을 한번 더 주면 1사 주자 만루입니다! 그리고 웨이브의 6번 타자는 전시즌 홈런을 31개 때린 한지호 선수입니다.”

“게임이 완전히 갈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스틸스의 팬들이 박지민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희망을 끈을 놓지 않습니다!”

“다섯번째 공! 아... 스트라이크 존을 크게 벗어납니다. 이로써 1사 주자 만루! 부산 웨이브가 오늘 경기를 굳힐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습니다!”

[(라이브) 부산 웨이브 3 : 4 창원 스틸스]

↳ 아... 말이 안나온다 그냥.

↳ 오늘 지면 그냥 스틸스 안티팬으로 바꾼다.

↳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베이스 포스아웃되는거 아님?

↳ 스틸스가 포스 플레이를 잘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 이새기들 병살 칠 줄만 알지 병살 아웃 처리 개같이 못함 ㅋㅋㅋ

↳ 얼마나 못하면 1루 주자가 뒤지는 상황인데 슬라이딩 태그 한다니까?

↳ 실제로 1,2루 병살 송구할 때 존나 많이 살아감. 이건 진짜 데이터로 내보면 가관일걸?

↳ 스틸스의 내야 수비를 믿을 바엔 그냥 우리집 고양이 믿음

↳ 이게 맞다 ㅋㅋㅋ

↳ 로버트 감독님 제발 우리 민수 좀 올려주세요 ㅠㅠ

↳ 진짜로 1 1/3 이닝만 고생해주자 민수야 ㅠㅠ

↳ 쓰레기 불펜만 가지고 있어서 우리가 미안해.

포수 진서훈이 마운드 위로 올라갔고 조금 길게 박지민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마 별다른 이야기는 없을 거다. 1사 주자 만루에서 포수가 투수에게 할 수 있는 말이란 그냥 자신있게 던져라! 이것뿐? 로버트 감독님과 제이크 투수 코치는 계속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나에게 시선을 보냈지만, 지금 교체한다고 사인을 내리지 않았다.

그들도 알고 있는 거다 잘 던지는 투수 한명에게 의존하면 분명 그 팀은 한명의 선수에 컨디션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는 사실을.

‘장타만 맞지 않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가장 좋은 건 내야 땅볼로 병살타를 노리거나 남은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는거. 오늘 타자들의 컨디션을 보니 1점까진 내어줘도 괜찮을 것 같지만, 만약에 9회초에 점수는 내지 못하고 연장으로 간다면 마무리로 쓸 김민수 다음으로 쓸 마무리 투수를 골라야 한다.

[(라이브) 부산 웨이브 3 : 4 창원 스틸스]

[1구 타격 – 내야 플라이]

↳ 지민아 진짜 이번 이닝만 막으면 크림빵 100개 보내줄게 진심으로.

↳ 100개가 뭐임. 500개는 보내줘야지. 한 경기에 5개 이상씩 먹는 애인데.

↳ 오케이. 500개. 보내준다 진짜로.

↳ 크림빵 버프 ㄷㄷ

[2사 주자 만루.]

[1구 – 볼(134km/h)]

↳ 아 저게 안걸리냐 진짜!!

↳ 저건 걸릴만 했는데 아깝네.

↳ 걸리긴 뭐가 걸려 ㅋㅋㅋ 저거 걸리면 ABS 기계 부숴야지 ㅋㅋ

↳ 하여간 녹덩이 새끼들 양심이 없어요. 양심이.

[2구 – 볼(133km/h)]

↳ ....

↳ 스틸스 새끼들 말 없는 것 봐 ㅋㅋㅋㅋ

↳ 그러니까. 크림빵 새끼는 올리는게 아니었다니까?

↳ 그럼 누구 올림? 김윤호? 박범재? 개들이었으면 이미 경기 끝났음.

↳ 그나마 불펜 중에 좀 던지는 놈이 크림빵인데...

[3구 – 타격]

↳ 어?

↳ 대한아!!!! 씨발!!! 대한아!!!

↳ 저걸 슬라이딩으로 잡아? 와 반응속도 봐라.

↳ 스틸스의 영원한 유격수 나대한! 오늘부터 너도 우리 스틸스와 종신 관계다.

↳ 와 직선타 처리를 저렇게 하네.

커뮤니티의 반응만큼 중계석과 관중석의 반응도 뜨거웠다. 박지민의 투구를 조금 낮게 들어올린 공이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는 나대한의 글러브 안으로 들어갔고 두 번 정도 구른 뒤에 공이 글러브 안에 들어온 걸 보여주자 심판은 아웃을 외쳤다.

“나대한 선수의 기가막힌 직선타 처리! 저걸 놓쳤으면 2,3 루에 있는 주자 모두 홈으로 들오는 상황속에서! 나대한이 스틸스를 살립니다!”

“방금 보여준 직선타 처리 영상은 아마 30만뷰 이상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그만큼 기가막힌 직선타 처리였어요!”

나대한은 글러브 안에 공을 넣은 상태로 덕아웃으로 해맑게 달려왔고 진서훈과 강동하, 신재승이 그를 번쩍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너 어떻게 했냐?”

“몸이 반응했습니다!”

“저긴 공 던지는 괴물. 여긴 수비 잘하는 괴물이 있네.”

로버트 감독은 저걸 잡지 못했더라면 역전 그리고 게임 패배까지 이어질 수 있는 걸 나대한의 미친 수비로 고비를 한번 넘겼다 생각했다. 그와 주먹 인사를 하곤 나이스!를 외쳤고 이젠 게임을 마무리 짓는 결정타만 때리면 부산 웨이브와의 1차전 위닝 시리즈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도 5년 만에 부산 웨이브를 상대로 위닝시리즈. 창원 팬들이 그동안 받아왔던 설움은 단번에 풀어버릴 수 있는 상황 속 9회초 창원 스틸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4번 타자 홍백두의 담장을 때리는 장타와 박현수의 12간을 빠져나가는 안타를 만들어냈고 진서훈의 희생플라이로 한점 더 달아날 수 있었다.

7번 타자 최재훈의 삼구삼진으로 좋은 분위기에 똥을 뿌렸지만, 스틸스의 팬들은 나대한의 호수비를 보곤 관대해졌고 평소보다 절반 수준의 욕만 했다.

그리고 미친 수비로 웨이브를 추격을 막은 나대한의 배트에 불이 붙었고 그라운드 구석으로 날아가는 패어볼로 박현수를 홈으로 부를 수 있었다.

“나대한의 페어볼! 페어볼이 2루에 있는 박현수를 홈으로! 홈으로 부릅니다! 스코어는 6대3!”

“스틸스가 웨이브의 추격에서 한발짝! 두발짝! 더! 더! 벗어납니다!”

“오늘 호수비와 중요할 때 안타. 나대한 선수 오늘 mvp를 받지 않을까 싶은데요?”

“8회말 때 보여준 그 수비만으로 이미 mvp를 받을 자격이 충분합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 점수는 반대로 바뀌었을 거에요.”

9회초에 2점을 더 내며 스틸스는 6대3이라는 스코어를 만들었고 마운드 위에는 스틸스의 해결사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부산 웨이브와의 첫 번째 대결에서 완봉승을 달성한 신인 루키. 김민수가 올라왔다.

와아아아! 김민수! 김민수!

스틸스의! 김민수! 김민수!

순간 사직 구장이 창원 스틸스의 홈구장인 것마냥 모든 팬들이 나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고 단 두 경기 만에 스틸스의 믿고 맡기는 투수가 된 난 송진을 손에 묻히고 투구폼을 잡았다.

초구는 몸쪽으로 바짝 붙은 슬라이더. 우측 아래 구석에 들어갔고 심판을 스트라이크를 외쳤다.

[(라이브) 부산 웨이브 3 : 6 창원 스틸스]

[1구 – 스트라이크(144km/h)]

↳ 슬라이더가 14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니 뭔 슬라이더를 저따구로 던짐? 존나 추잡하네.

↳ 칭찬 감사합니다!

[2구 – 헛스윙(122km/h)]

↳ 시작됐다. 지옥의 이지선다.

↳ 칠거야? 바로 122km 커브 ㅋㅋㅋㅋㅋ

↳ 와 진짜 타자 입장에서 미치겠다. 저거 어케침?

↳ 못 침. 김민수는 야구의 신이라서 시즌 끝날 때까지 안타 안 맞을 거임.

[3구 – 스트라이크(159km/h)]

↳ 변화구 변화구 직구. ㅋㅋㅋㅋ

↳ 144 122 159. 미친 새끼아님? 타자의 인권을 강탈하는데?

↳ 완급조절 쥰나 잘하네.

↳ 자자 2개 남았다~~. 위닝시리즈 드가보자.

↳ 5년 만에 부산 웨이브 상대로 위닝시리즈하는 것도 신기하네 ㅋㅋㅋ

↳ 어떻게 3번 중에 2번을 못 이긴 걸까?

↳ 시즌 승률도 5할이 안나오는데 2번을 어떻게 이기냐?

“루킹 삼진 아웃! 김민수의 공에 부산 웨이브의 타자들이 차례차례 쓰러집니다! 남은 아웃 카운트 하나!”

“9회 말에 올라와서 두 타자 모두 삼진으로 잡아낸 김민수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제 추측이긴 하지만, 볼배합도 전부 스스로 하는 것 같은데 만약 포수 진서훈이 지시하는 게 아니라면 두뇌까지 겸비한 투수라는 말인데 이것 참 무섭군요.”

“불안정한 스틸스의 불펜 라인에 마무리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하나 생긴 것만으로도 올해 정말 기대가 되는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 타자까지 삼진으로 잡아냈고 9회말 KKK로 마무리 지은 난 스틸스 선수들이 과한 환영과 팬들의 응원으로 사직 구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as*****]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