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된 천재 투수의 재능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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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떡
작품등록일 :
2024.08.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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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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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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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스틸스의 5선발

DUMMY

“범재 선배! 그거 제 글러브에요.”

“어? 그렇네. 미안...”

“그 모자도 제꺼...”

“진짜 미안...”


오늘 스틸스의 선발 투수는 박범재. 아직 공석인 5선발 자리를 확정 짓지 못했지만, 제이크는 박범재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 보였다.

구위가 강력하진 않지만, 준수한 제구력을 바탕으로 공 70개까진 일정하게 던져낼 수 있는 투수. 그렇다고 해서 다른 팀들처럼 선발 투수의 요건을 전부 가지고 있느냐? 그건 아니다.

단지 선발 투수 자리에 들어갈 선수가 박범재 밖에 없었기 때문.

우리 앞에서 덤벙거리는 모습을 보여줘서 그렇지 그는 마운드 위에서 나름 자신만의 기준이 명확한 투수에 속한다.

한정된 자원으로 어떻게든 굴리려고 하는 머리를 사용하는 투수랄까?

그럼에도 선발로 사용하기 힘든 언더 핸드 스로 투수를 선발 라인업에 넣은 제이크의 생각을 살짝 예측해보자면 최소 5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투수 중 박범재가 가장 뛰어났기 때문이다.


선발 투수는 절대 기복이 심하면 안된다.

만약 선발 투수가 주사욱처럼 이닝마다 주사위를 굴리는 수준의 기복이 심하다면 긴급으로 투입되는 불펜투수만 갈려나가는거다.

그렇기 때문에 선발투수의 순번을 정해주고 휴식시간을 보장해주는 이유 중 하나가 기복이 없는 플레이로 불펜 자원을 최소한으로 이용하기 위함.

그 관점에서는 박범재는 기복이 일정한 투수임과 동시에 5이닝 이상 던질 수 있는 투수.


‘구종의 폭이 너무 좁아.’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구종을 극한으로 단련하여 모든 걸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면 구종을 늘리라고 권유하지 않는다. 그럼 박범재가 좁은 폭의 구종을 수준급으로 잘 다루냐?


‘그것도 아니지.’


그래서 선발 투수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나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만약 이정도 수준에서 멈출 거라면 선발 투수로 메리트가 전혀 없다.

“스트~~~롸잌!!”


베어스의 1, 2번 타자를 전부 삼진으로 처리한 박범재의 모습을 보여 제이크가 그의 어떤 부분에 도박을 걸었는지 알 수 있었다.


‘기본기가 충실하다.’


로버트 감독이 말했듯이 프로 레벨에서 잘한다는 기준은 기본기를 완벽하게 한 이후 나오는 시너지 효과다.

기본기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잘하길 원하는 스틸스 팀에게 한번 화를 낸 그는 기본기가 완벽하면 잘하는 건 알아서 따라온다며 선수들에게 매번 강조했다.

그 관점에서 박범재는 지금 당장 경기 성적을 내기 위함으로 등판한 것이 아닌 미래를 내다보고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둔 선택이라 할 수 있다.


“1회말 박범재가 베어스의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습니다!”

“오늘 투구폼도 그렇고 제구가 상당합니다. 박범재 선수!”

“비어 있는 스틸스의 5선발 자리를 과연 박범재 선수가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 범재. 둔재 아니다. 앞으로 박천재라 불러다오.]

↳ 천재는 민수 같은 애들이 천재고. 그냥 딱 평범한 범재가 맞는 듯?

↳ 1이닝 무실점한 것 가지고 천재면 KBO에 천재가 몇 명이나 있냐?

↳ 최소 한번씩은 다 천재로 불렸을 듯? ㅋㅋㅋㅋㅋ

↳ 그래도 오늘 폼 괜찮은 것 같은데 천재까진 아니더라도 수재로 합니다.

↳ 박수재 ㅋㅋㅋㅋ 뭔가 어감이 좀 그런데?

↳ 박수 한번 주세요!!

↳ 노잼. 나가라.

↳ 뭔 저딴 저급한 개그를 치냐. 나가라.

↳ 그래도 우리 범재 귀여우니까 용서~~.

↳ 도대체 저 얼굴이 어떻게 26살이지?

↳ ? 박범재 26살임? 벌써 스틸스에서 6년이나 뛰었어?



중계진과 커뮤니티에선 박범재는 칭찬하기 바빴지만, 결국 로버트, 제이크 그리고 내가 우려하던 문제가 4회말에 터지고 말았다.

구종이 적다는 건 패턴이 읽힌다는 아주 명확한 단점이 있다. 그리고 상대는 KBO 상위권 팀이다.

당연히 타자들의 수준도 높고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른 베테랑들이 많은 타선이다.

박범재를 계속해서 5선발의 자리에 앉히려면 최소한 구종의 폭이 좁다는 단점을 빠르게 해소해야 할 거다.

결국 4회 말에 4점을 내어주고 가까스로 이닝을 넘어갈 수 있었고 덕아웃에 들어온 박범재의 표정은 우울해 보였다. 아마 4회 말까지만 점수를 최소한으로 주고 교체될 거라 생각했기에 더 아쉬울 거다.

아직 불펜에 들어간 투수가 없는 걸 보니 5회말 혹은 6회말까지 박범재를 사용할 생각인 것 같았다.

광주 챔피언스 필드 구장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탁 트인 불펜을 구경할 수 있다는 거다. 스틸스팬들을 불펜 안에 그 누구도 들어가 있지 않은 걸 보곤 덕아웃을 향해 외치기 시작했다.


“박범재! 오늘! 그만! 쓰라고!”

“4점 줬으면 바꿔야지! 로버트! 체인지 플리즈!”

“범재야! 힘내라! 기죽지 말고!”

“힘내긴 뭘 힘내! 불펜으로 끄지라!”


욕 무더기 속에 몇몇 응원하는 외침이 들려왔지만, 그것도 곧바로 욕에 묻혀버렸다. 난 수비에서 복귀한 나대한에게 서 있는 위치를 조금 뒤로 빼달라 부탁했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던 대한도 오늘 3유간 땅볼은 몇 번 놓친 기억이 있어 분하다며 글러브를 낀 채로 주먹을 퍽퍽 쳤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오늘 박범재가 4점을 내어주며 맞은 안타의 개수는 14개. 사실 14개를 맞을 정도면 4점이 아니라 8점까지 나올 수준이다.

안타 14개 중 장타는 딱 3개. 나머진 1,2루타가 차지했다.

박범재는 스틸스에서 나를 제외하고 상대 선수에게 홈런을 제일 적게 맞은 투수임과 동시에 안타를 제일 많이 허용하는 투수다.

투구폼이나 구종 특성상 정타를 맞힐 코스로 잘 주지 않는다.

당연히 홈런이 잘 터지지 않았지만, 패턴을 읽히는 순간 안타 제조기로 변해버린다.


박범재의 스타일이 내야 땅볼을 유도하여 아웃카운트를 잡는 걸 선호하기도 하고 삼진에 자신이 없던 박범재는 나와 대화를 하고 있는 대한에게 찾아와 미안하다 말했다.

땅볼 투수의 성향을 보이는 특성상 내야 수비진들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아야 한다. 특히 오늘 3유간 땅볼이 밥 먹듯이 나왔기에 대한은 처음으로 유격수가 이렇게 힘든 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괜찮습니다. 계속 보내주세요!”

“어? 힘들지 않아?”

“진짜 괜찮습니다. 저는 영원한 스틸스의 유!격!수! 어떤 공이든 다 받아낼 수 있습니다!”

“너, 오늘 공 5개 놓친 건 알지?”

“그건... 천재지변 같은 거다. 오해하지 마라.”


나대한이 유격수 자리를 빠르게 적응하여 소화하고 있어도 내야 수비 중에서 가장 힘들고 고된 포지션이 바로 유격수의 자리다.

내가 장난식으로 말한 5개의 공은 막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바운드 되는 공이었다.


‘그래도 꽤 괜찮아.’


나대한의 호수비로 베어스의 진루 기회를 몇 번 막아내기도 했고 14개의 안타를 허용했음에도 4점밖에 주지 않은 건 그의 덕이 컸다.

반대로 오늘 스틸스의 공격은 뭔가 꽉 막힌 듯 이어지지 않았다. 신재승과 박현수가 안타를 쳐냈지만, 그 뒤에 따라오는 한경표와 홍백두가 줄줄이 맥이 빠지며 1점도 내지 못했다.

그리고 해결사라 불리는 강동하가 부상으로 빠졌기에 뭔가 스틸스가 지금까지 점수를 내왔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6회초 공격도 최재훈, 나대한, 박태양이 차례로 뜬공, 뜬공, 땅볼로 아웃이 되며 공수 교대가 빠르게 이뤄졌고 로버트는 한숨을 쉬며 내 옆으로 와 펜스에 기대어 나에게 물었다.


“자네 생각엔 저 투수 어떤가?”

“유격수 나대한을 믿고 땅볼 투수로 완전히 전향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당장에 구종을 늘릴 방법이 없으니까요.”


여기까지는 누구나...까지는 아니더라도 야구에 대한 지식이 있다면 생각할 만한 의견이다.

제이크도 고개를 끄덕이며 7회까진 아니더라도 최소 5회 이상은 소화해줄 수만 있다면 5선발로 세워도 만족이라 말했다.


“그리고 박범재 선배는 제구가 충분히 되기 때문에 싱커나 체인지업을 장착만 할 수 있다면 5선발 자리를 완벽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겁니다.”


로버트는 김민수의 이어지는 말에 지금 당장 코치 자리에 앉혀놓고 싶을 정도로 야구를 보는 눈이 매우 훌륭하다 생각했다.

마음 같아서는 코치를 겸하라 하고 싶지만, 스무살 신인 선수를 코치로? 그것도 선수랑 겸업으로? 미친짓이라고 욕을 무더기로 먹을 거다.

만약 그가 지금 은퇴 시기의 선수라면 얼마를 줘서라도 코치로 영입하고 싶을 정도.


‘한국에 오길 정말 잘했군.’


로버트는 뿌듯한 아빠미소를 지으며 김민수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



[스틸스 베어스에게 1차전 세 번째 경기 9대0으로 참패.]

[해결사 강동하의 빈자리 너무나 크다.]

[부산 웨이브에게 2승 1패, 광주 베어스에게 2승 1패. 4승 2패로 기록]

[창원 스틸스 단독 3위로 내려가다. 상위권 팀 상대로 두 번 연속 역스윕.]

[창원 스틸스 7시즌만에 상위권 팀 두 번 연속 위닝시리즈 달성!]


참패라 불릴 정도로 처참한 스코어로 졌지만, 이 팀은 어떻게 된 게 이렇게 져도 기록을 깨고 있었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게 ‘7년 만에 상위권 팀 두 번 연속 위닝시리즈’라는 문구.

분명 스틸스 팀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리그 단독 3위라는 순위는 변함이 없다. 그것도 전시즌 2등, 4등 팀들 상대로 위닝 시리즈를 가지고 갔다.

조잡하긴 하지만, 로버트의 지휘 아래 스틸스의 선수들은 조금씩 변화를 하고 있고 분명 전 시즌보단 월등한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이렇게 잡으면 된다는 거지?”

“네, 투심이랑 잡는 것 자체는 비슷해요. 검지를 실밥에 올리고 중지를 살짝 벌려서... 네 그렇게요.”


제이크는 아무래도 언어의 벽이 너무 큰 것 같다며 교본과 자신이 자료를 전부 줄테니 박범재에게 어떻게 던지는지만 알려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웨이브와 베어스와의 2연속 출장 후 월요일 아침부터 나와 박범재 선배에게 싱커를 알려주고 있었다.

구종은 평균 이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아주 좋다.

말 그대로 싸울 수 있는 무기가 하나 더 생기면 당연히 좋고 그게 타자를 요리할 수 있는 카운터성 구종이다?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연습장에는 급한 일이 아닌 이상 선수 대부분이 나와 있었고 다들 단독 3위를 지키기 위해 힘이 바짝 올라 있었다.

현수와 대한 그리고 재승 선배는 언제나 의욕이 넘쳤고 사실상 5선발로 자리매김을 할 예정인 박범재는 제이크와 나에게 싱커를 던지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휘진 않네.”


제이크는 불펜 바깥에서 범재가 던지는 싱커를 보곤 잘 꺾이지 않는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일단 구종을 늘릴 땐 직접 눈으로 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제구와 구위 이런 건 뒷전이고 일단 자신이 던지려는 공이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범재에게 공이 휘게 던지는 것만 생각하라 말했고 그럼에도 잘 휘지 않았다.


“이번엔 이렇게 잡아보실래요?”


처음 알려준 그립에서 검지와 중지를 아예 한쪽으로 몰았고 그러면 아마 힘을 주기 더 편할 거다. 이번엔 확실히 싱커처럼 휘기 시작했고 테블릿을 가지고 와 방금 던진 공의 궤적을 보여주자 범재도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했다.


“와...”

“이제 제구랑 구위를 신경 쓰면서 해볼까요?”

“어? 어... 그래.”


‘뭔가 선생님 같아.’


어린 아이에게 젓가락 쥐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범재는 한참 형이 이런 취급을 받아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빠른 속도로 이것저것 요구하는 민수의 말에 따라가기 바빴다.


작가의말

투베 진입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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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스틸스 너라는 팀은 도대체... NEW 1시간 전 42 0 11쪽
21 21. 조용하지만, 착하고 단순한 투수 +2 24.09.16 321 16 13쪽
20 20. 홈런 굳이 때리지 않아도 됩니다. +2 24.09.15 423 19 13쪽
19 19. 국대 선우 vs 최강철 +1 24.09.14 472 23 12쪽
18 18. 국대선우! 국위선우! +1 24.09.13 586 20 13쪽
» 17. 스틸스의 5선발 +1 24.09.12 709 22 12쪽
16 16. 용서 그리고 다짐 +1 24.09.11 740 24 13쪽
15 15. 에이스의 빈자리 +1 24.09.10 754 22 13쪽
14 14. 팀의 문제아 (2) +1 24.09.09 787 21 11쪽
13 13. 팀의 문제아 (1) +1 24.09.08 822 20 12쪽
12 12. 정말 이상한 팀. +1 24.09.07 862 22 14쪽
11 11. 이정도면 연봉 더 받아야 겠는데? +1 24.09.06 931 24 12쪽
10 10. 경력직 신입 +1 24.09.05 988 19 11쪽
9 9. 5년 만의 위닝시리즈 +1 24.09.04 1,008 22 11쪽
8 8. 4번 타자의 무게. +1 24.09.03 1,065 21 12쪽
7 7. 야구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하는 스포츠다. +1 24.09.02 1,126 23 11쪽
6 6. 괴물 신인 (2) +1 24.09.01 1,196 28 11쪽
5 5. 괴물 신인 +1 24.08.31 1,251 22 10쪽
4 4. 첫번째 증명 +2 24.08.30 1,270 24 13쪽
3 3. what the...? +1 24.08.29 1,348 29 13쪽
2 2. 다른 시작. +4 24.08.28 1,409 32 11쪽
1 1. 다시한번 +2 24.08.27 1,517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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