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된 천재 투수의 재능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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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떡
작품등록일 :
2024.08.27 11:21
최근연재일 :
2024.09.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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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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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팀의 문제아 (2)

DUMMY

숙소에 나와 함께 들어온 박태양을 보자 선수들의 표정은 혐오 그 자체였다. 인상을 찌푸는 건 기본이고 몇몇은 얼굴을 보자 바로 방밖으로 나가기 일쑤였다. 단편적인 이 상황만 봐도 그가 선수단에 얼마나 몹쓸짓을 했는지 적나라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나마 말을 걸어주는 사람은 스틸스의 주장 이선우뿐. 나머진 말도 섞기 싫은 듯 시선을 피하기 바빴다. 특히 언제 어디서든 날뛰던 신재승의 얼굴빛이 어두워지며 벽 구석으로 슬금슬금 걸어가고 있었다.


“박태양, 너가 여기에...”


콰직!

뭐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박태양은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죄송하다 말했다. 그러던 말건 선수들의 표정은 바뀌지 않았고 홍백두가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죄송하면 다신 여기에 오지 말았어야지. 뭔 낯짝으로 돌아왔냐? 어?”

“백두 형...”

“너같은 동생새끼 둔 적 없다. 진짜 미안한 마음이 있었으면 그냥 아무 말 없이 은퇴를 했어야지! 어!”

“혀... 형! 애들 다보는데 야! 와서 좀 말려봐.”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누구 하나 죽일 기세로 달려드는 백두를 선우가 막아섰고 지민과 서훈이 달려들어 양팔을 잡고 방밖으로 끌고 나갔다.


“이 새끼가 진짜! 죄송? 지금까지 씨발! 몇 년 동안 아무렇지 않게 쳐 마음대로...”


방문을 닫아도 백두의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고 머리를 박은 채로 있는 태양은 선수들이 하나둘씩 사라져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

결국 선우, 현수, 대한, 나만이 남았고 선우는 마지못해 어깨를 두드려주며 내일 경기 준비하러 들어가라 말했다. 우리도 그의 말을 따라 숙소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서 미래에 현수가 말해준 정보와 지금 눈으로 본 박태양에 대한 건 180도가 다르다.


‘분명 팀 내에서 분위기도 잘 만들고 타율도 꽤 잘 나왔던 거로 기억나는데.’


팀적인 건 모르겠지만, 맞상대 해본 내가 내린 한줄평은 무난하게 잘 치는 타자이다.


‘뒤늦게 철이 든 건가?’


그게 아니면 딱히 설명될 방법이 없었고 커뮤니티에 다시 들어가도 박태양에 대한 욕으로만 도배가 되고 있었다. 얼마나 심했으면 커뮤니티 주인이 내일 경기 시작 전까지 글쓰기 버튼을 잠근다고 공지를 올렸을 정도.


“뭔가 되게 양아치? 스럽다고 할까.”

“온몸에 금이란 금은 다 칠해놨던데?”

“사건사고도 진짜 많고. 넌 어떻게 생각하냐?”

“일단 사과가 우선이라고 봐. 은퇴하던 선수 생활 이어가고 싶던 일단 피해를 끼친 사람들한테 용서를 구해야지.”

“아까 백두 선배 진짜 무섭더라...”

“... 그러니까.”





***




분명 광주 베어스와의 1차전 1경기를 승리했고 공동 2위에 안착했지만, 팀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로버트도 박태양이 복귀했다는 소식을 듣자 ‘sun of bitch’라며 선수단이 박태양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또 한 번 알게 되었다.

경기가 시작하기 전까지 계속 혼자 연습장에서 스윙을 하며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노력했고 로버트는 지금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박태양 대신 들어간 7번 타자 최재훈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시켰다.


“쟤, 진짜 방출 안시킨답니까? 그렇게 사고를 많이 쳤는데도?”

“야구협회에 빽이 있다잖냐. 철밥통 중에 철밥통이지.”


박태양이 복귀했다는 소식을 듣고 베어스의 타자들이 박태양이 지나가는 통로에서 노골적으로 뒷담을 까고 있었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주먹이 날아왔겠지만, 지금은 몸을 사리고 있다는 걸 알았기에 비아냥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실력도 안되 인성도 안되. 할 줄 아는건 빡치면 벤치클리어링 ㅋㅋㅋ”

“선배님들! 이제 곧 경기 시작합니다!”

“어, 인선아 고맙다!”

“가자, 평소 행실이 저러니. 후배한테 대접도 못 받지.”


끝까지 비아냥거린 류한결 앞으로 누군가가 달려왔고 스틸스의 김민수였다. 지금 야구판에서 가장 뜨거운 신인인 그에게 손을 흔들며 친분을 쌓으려고 했지만, 재빠르게 지나치더니 안쪽에 있는 박태양을 불렀다.


“박태양 선배님, 곧 경기 시작합니다.”

“어? 어. 갈게.”


“저기 너가 김...”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을 붙여보려고 했지만, 박태양이 스윽 지나갔고 스틸스의 두 선수는 복도를 달려나가며 덕아웃으로 향했다.




***



“경기 시작하는데 어디에 있었어? 애들이 너 찾느냐 뛰어다녔잖아.”

“죄송합니다.”

“선발라인업이 아니더라도 그라운드 안에서 누군가가 부상 당하면 즉시 투입해야하니까. 자리 지키고 있어.”

“예.”

“자! 오늘도 기본기 충실히 하면서 승리! 가지고 오자! 스틸스!”

“파이팅!”


오늘은 로버트 감독이 타선을 조금 손을 봤고 2번 타자 유석진을 하위 타선으로 내리고 5번 타자인 박현수를 테이블 세터 포지션으로 올렸다.

아마 장타에 큰 기대를 거는 것보단 지금 폼을 괜찮은 홍백두에게 찬스를 많이 주기 위해 앞 타선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나도 지금 당장엔 현수를 테이블 세터로 쓰는게 팀이 승리에 더 많은 걸 기여한다 생각한다. 오늘도 벤치에서 기대어 그라운드를 내 눈에 전부 들어오게 만들었고 관중석엔 커뮤니티에 올라온 것과 비슷하게 박태양에 대한 문구가 몇몇 보였다.


‘분위기 좋은 스틸스에 박태양이 웬말이냐!’

‘박태양의 빽. 야구 협회의 박00을 사임하라!’

‘너 주전 나오면 내가 죽이러 간다.’

‘스틸스 팬들이 밴치클리어링 보여주랴? 덕아웃에 가만히 있어라.’


어디 정치시위에서 볼법한 살벌한 문구들이 눈에 들어왔고 중계진도 오늘 복귀한 박태양 선수에 대한 좋은 말을 하지 않았다.

KBO의 문제아라는 단어까지 썼고 광동기 해설도 현역 시절에 좋은 모습을 단 1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덧붙였다.

분위기가 험악한 상태에서 경기는 시작되었고 첫타석으로 나가는 신재승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많이 초라해보였다. 홍백두가 등짝을 팡팡! 때리며 안타치고 오라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았다.


“선배님 오늘도 안타! 한방! 부탁드립니다!”

“스틸스의 영원한 테이블 세터! 신재승 선배님 파이팅!”


현수와 대한이 타석으로 걸어나가는 재승에게 외치자 조금씩 어깨가 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막타를 쳤다.


“저 오늘 세이브 하고 싶습니다! 선배님!”


내 말을 들은 재승은 이제 뭐 어깨가 펴지다 못해 당당하게 타석으로 뛰어나가고 있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팀의 막내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던 재승은 후배가 꼭 가지고 싶었다.

군대에서 맞후임이 들어오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그는 스틸스에 지명되고 3년 전까지 밑에 후배가 한명도 없었다. 그러다가 1군 투수로 유능한이 콜업되면서 처음 후배가 생겼지만 말 수가 너무 적었다.

그러다가 활발한 우리가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무려 타자조 후배 두명이 말이다.


‘재승이 단순해. 그래서 다루기가 쉬워.’


홍백두가 나한테 와서 나중에 선배라고 부르면서 밥사달라고 하면 열 번이고 더 사줄 놈이라며 말해준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현수랑 대한의 옆구리를 쳤고 얼른 안타 한번만 쳐달라고 응원하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재승이 다루는 법도 안 거야?”

“아, 백두 선배가 말씀해주셔서 한번 해봤어요.”


선우는 양팔로 대한과 현우의 목을 꽉 끌어 안았고 턱으론 내 머리를 찍으며 웃었다.


“웬만하면 태양이랑은 가깝게 지내지 마. 알겠지?”


팀에 적응을 잘 하고 있는 신인 선수들에게 더러운 물이 스며들을까 걱정하는 선우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따악!


“나이스! 재승아!! 가자!”

“시작 좋다! 좋아!”


12간을 가르는 안타를 만들어 내자 신재승은 재빠르게 1루 베이스를 밟았고 언제나 그렇듯 안타를 친 이후에 주먹을 위로 한번 치켜올렸다.


“시즌 초반이긴 합니다만, 확실히 스틸스의 타선이 전시즌보단 월등히 좋아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제가 현역 시절과 비교하면 진짜 사람 다 된 것 같네요.”

“광동기 해설 위원께서 지금 휴지로 눈가를 훔치고 계십니다. 마음 고생 많이 하셨나봐요.”

“제가 헌역일 때는 크흡...”


[광동기 해설위원 “나 때는 타선 사람 아니었다.” 날조 없음]

↳ 광동기 : 나 있을 때 그렇게 좀 하지

↳ 이정도 타선으로 광동기까지 있었으면 가을야구 확정인데.

↳ 꼴깝 떨지마라. 아직 5경기째다.

↳ 니들이 우리랑 같았으면 이 기분 뭔지 알거다. 진짜.

↳ 스틸스에겐 가을이란 존재하지 않는 계절이다.

↳ 우린 씨발 여름밖에 없어.

↳ 너희가 이런 우리의 울분을 알아? 절대 몰라 너희는!

↳ 광동기는 많이 고생했지. 저런 팀에서 하필 원 클럽 플레이어였으니.

↳ 저게 진짜 스틸스 팬들이 말하는 ‘스틸스의 영원한 000’ 아니냐?

↳ 존나 무섭네 ㅋㅋㅋ


확실히 장타에 대한 압박이 사라졌는지 현수도 2루수 키를 넘기는 안타를 만들어냈고 발이 빠른 재승은 3루로 슬라이딩하며 들어갈 수 있었다.

로버트도 연속 안타를 보곤 박수쳤고 자신이 생각한 것이 맞아떨어져 기분이 좋아 보였다.

3번 타자 한경표의 번트로 1사 주자 2,3루가 만들어졌고 타석엔 스틸스의 장수. 홍백두가 들어섰다.

아직까진 팬들이 해결사라 불러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하는 면이 없지는 않았다. 특히 장타 한방이면 싹쓸이를 할 수 있는 상황 속 백두는 배트에 힘을 꽉 쥐었다.

결과는 스윙 삼진 아웃.


“에라이. 니가 그럼 그렇지.”

“장수? 염병하네. 나가 이새끼야!”

“기대한 내가 병신이지 에휴.”

“너도 은퇴각 잡냐?”


“괜찮아. 괜찮아.”


로버트는 들어오는 백두의 등을 툭툭 쳐주며 ‘it’ok’이를 말해주었고 다음 타석에 들어선 유석진은 정말 아쉽게 담장 바로 앞에서 잡히며 1회에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베어스의 공세는 폭풍같이 몰아쳤고 3회 말에 정우재와 박우연이 백투백을 터뜨리며 단숨에 점수 차이를 3점을 벌리고 바로 다음 타석 류한결의 타구를 무리하게 점프 케치로 잡으려고 한 강동하가 담장에 부딪히며 일어나지 못했다.


“동하야!”


중견수인 한경표가 달려가서 상태를 체크하며 얼른 손을 휘저었고 대기하고 있던 응급 대원들이 서둘러 들것을 가지고 달려갔다.

신음을 흘리면서까지 글러브에 쥔 공을 놓치 않는 장면과 매우 아파하는 동하의 얼굴이 보이자 스틸프 팬들은 부디 큰 부상이 아니길 바랬고 구급차를 타고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했다.


“아... 강동하 선수의 멋진 수비가 나왔지만,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합니다.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할텐데요.”

“지금 스틸스의 해결사라 불리는 강동하 선수가 빠진 타격은 클 겁니다. 팬들도 전부 강동하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빠른 회복을 원하고 있습니다.”

“부상으로 빠진 강동하 선수의 빈 자리를 오늘 팀에 복귀한 박태양 선수가 대신 들어갑니다.”


올 시즌 처음으로 출전한 박태양이 관중석을 향해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좌익수 자리로 들어갔고 팬들은 아유를 쏟아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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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스틸스 너라는 팀은 도대체... NEW 1시간 전 42 0 11쪽
21 21. 조용하지만, 착하고 단순한 투수 +2 24.09.16 321 16 13쪽
20 20. 홈런 굳이 때리지 않아도 됩니다. +2 24.09.15 423 19 13쪽
19 19. 국대 선우 vs 최강철 +1 24.09.14 473 23 12쪽
18 18. 국대선우! 국위선우! +1 24.09.13 586 20 13쪽
17 17. 스틸스의 5선발 +1 24.09.12 709 22 12쪽
16 16. 용서 그리고 다짐 +1 24.09.11 740 24 13쪽
15 15. 에이스의 빈자리 +1 24.09.10 755 22 13쪽
» 14. 팀의 문제아 (2) +1 24.09.09 788 21 11쪽
13 13. 팀의 문제아 (1) +1 24.09.08 822 20 12쪽
12 12. 정말 이상한 팀. +1 24.09.07 862 22 14쪽
11 11. 이정도면 연봉 더 받아야 겠는데? +1 24.09.06 932 24 12쪽
10 10. 경력직 신입 +1 24.09.05 989 19 11쪽
9 9. 5년 만의 위닝시리즈 +1 24.09.04 1,008 22 11쪽
8 8. 4번 타자의 무게. +1 24.09.03 1,066 21 12쪽
7 7. 야구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하는 스포츠다. +1 24.09.02 1,126 23 11쪽
6 6. 괴물 신인 (2) +1 24.09.01 1,196 28 11쪽
5 5. 괴물 신인 +1 24.08.31 1,251 22 10쪽
4 4. 첫번째 증명 +2 24.08.30 1,270 24 13쪽
3 3. what the...? +1 24.08.29 1,349 29 13쪽
2 2. 다른 시작. +4 24.08.28 1,410 32 11쪽
1 1. 다시한번 +2 24.08.27 1,517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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