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된 천재 투수의 재능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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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떡
작품등록일 :
2024.08.2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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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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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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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4번 타자의 무게.

DUMMY

스포츠인이 가장 몸값이 높을 때가 전성기를 맞이하기 직전과 맞이한 바로 그 날일 거다. 스틸스의 영원한 4번 타자라 불리는 홍백두도 29살에 전성기를 맞았고 KBO 최다 홈런 개수를 갈아치우며 2022시즌 홈런왕으로 등극했다.

그때가 아마 최근 스틸스의 시즌 등수 중에 가장 높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가을야구를 가지 못했고 팬들은 다음 시즌을 기대하며 홍백두에게 모든 기대를 걸었다.

스틸스의 4번타자!

스틸스의 기둥!

스틸스의 해결사!

하지만 지금 그는 스틸스의 해결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시즌 전체를 기준으로 홈런 개수만 따지면 2022 시즌 홈런 45개. 바로 전 시즌인 2030년 홈런 25개로 꽤 많은 차이가 난다.

그리고 25개 중에 솔로포가 11개다.

즉, 테이블 세터 라인의 타자들이 힘을 내주지 못하고 1점짜리 홈런만 절반 정도를 터뜨렸다는 뜻.

부진이 너무나 빨리 찾아온 그는 전시즌에 타율 0.223이라는 개인 기록 최저점을 갱신했고 자신감을 싹 잃어버렸다.

이젠 관중석에서 홍백두를 스틸스의 4번 타자로 불러주는 사람은 없었고 대부분 그를 험담하고 악담할 때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한다.


“후우...”


덕아웃 바깥에 있는 흡연 부스에서 담배를 태우는 그는 벽에 기대어져 있는 배트를 보곤 한숨을 쉬었다.

이게 투수던 타자던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타자는 치지 않고 스트라이크를 먹거나 치고 땅볼, 뜬공, 파울을 치면 욕을 먹는다.

투수는 안전하게 볼을 던져도 안타를 맞는다면 욕을 먹는다.

타자는 안타, 투수는 삼진 혹은 땅볼, 뜬공 유도를 하지 못하면 욕을 먹는다.


“하필 개막전에서 부산을 만나냐...”


그도 알고 있었다. 하위권 팀일수록 장타력이 높고 홈런을 많이 쳤던 3,4번 타자에게 더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거. 매번 그래왔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역할을 아주 잘 수행하고 있었다.


치이익!


절반도 태우지 않은 담뱃불을 끄며 신세 한탄을 했고 안으로 들어가자 연습장 구석엔 현수와 대한 그리고 민수가 뭐라 속닥속닥거리며 배트질을 하고 있었다.


‘뭐지? 현수랑 대한이는 그렇다고 해도 민수가 저기 왜 껴있지?’


백두가 담배를 다 태우고 오는 모습을 보자 선우가 모두를 모았고 어제의 참패에 대해선 싹 잊고 제대로 시작해보자고 말했다. 백두를 제외한 모든 타자는 진짜 전부 잊었는지 얼굴에 활기가 넘쳤고 백두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모으고 파이팅을 외쳤다.




***



[오늘 선발 과묵한. 유일하게 부산 웨이브 전에서 강한 선발 투수.]

↳ 그래봤자. 전 시즌 평자 4.77인데? 이게 강한 선발 투수면 너희는 참...

↳ 강한 거 맞음. 스틸스 치고는.

↳ 솔직히 스틸스 선발 투수들은 KBO 중간 이상임. 선발 투수만 보면.

↳ 나머지 불펜이랑 마무리가 맛이 가서 그렇지.

↳ 타자도 추가해줘.

↳ 걔들은 사람취급하는게 실례임.

↳ 선발이 잘던지면 뭐하냐 불펜이랑 타자가 게임 다 말아먹는데.

↳ 신인 타자 두 명 꼈는데도 전혀 위화감이 없잖냐.

↳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아싸리 꼴등 박고 타자 한 명 데리고 오자.

↳ 우린 언제 하위권 벗어나냐...

↳ 그냥 기대하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음.




“사직구장에서의 낙동강 매치. 세 번째 경기를 중계해드리겠습니다.”

“어제는 정말 참패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을 정도로 부산 웨이브의 공격이 폭풍처럼 몰아쳤습니다.”

“스틸스의 1선발인 이선우 선수가 컨디션 난조 때문인지 점수를 내어주고 빠르게 교체되었지만, 웨이브의 득점 기세를 끊어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첫경기는 승리를 했기 때문에 1승 1패! 오늘도 부산 웨이브가 이길지. 아니면 창원 스틸스의 반격으로 1차전 경기가 끝이 날지 팬 여러분께서 지켜보시면 되겠습니다!”


부산 웨이브는 선발 투수로 작년 2라운드에서 지명한 류민수를 올렸고 약 1년 만에 첫 1군의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데이터가 아예 없다시피 한 류민수를 보곤 타자들은 최소 한 타석 그의 구종과 구질 그리고 제구를 파악해야 했고 4회까지 스틸스는 그렇다할 점수를 내지 못한 채 흘러갔다.

부산 웨이브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선발로 나온 과묵한의 아주 느린 커브를 대처하지 못했고 땅볼과 뜬공을 계속 쳐내며 점수를 한점도 내어주지 않았다.

4회말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삼진으로 잡아내자 창원 팬들은 과묵한의 이름을 외쳤고 아무 말 없이 고개를 한번 숙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아, 또 비슷한 흐름으로 흘러가네.’


스틸스 선발 투수 중 웨이브에 강한 과묵한이지만, 호투를 펼쳐도 타자들이 힘을 내주지 못해 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번에도 똑같았다. 잘 막아내면 뭐하나 타자들이 힘을 써주지 못하는데.

차가운 수건으로 얼굴을 덮으며 생각을 정리하려던 찰나 팬들의 환호성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무슨 일인가 싶어 그라운드를 봤다.


“이 타구는! 저멀리! 좌측 팬스를 향해! 날아갑니다! 스틸스의 4번 타자 홍백두가 시즌 첫 번째 홈런을 부산 웨이브 상대로 터뜨려버립니다!”

“류민수 선수가 조금 안일하게 스트라이크 중앙쪽으로 던진 느낌이 있는데 그래도 잘 던졌거든요?”

“일부러 스트라이크 하나 뒤에 볼로 타자의 신경을 흔든 다음에 중앙에서 조금 벗어난 변화구를 던졌는데 그럴 올려쳐버립니다.”

“홍백두의 투런포! 스코어는 2대0! 스틸스가 5회초 선취점을 만들어냅니다!”


[(라이브) 부산 웨이브 0 : 2 창원 스틸스]

[홍백두 투런포]

↳ 잠시만요. 백두형? 형 맞지?

↳ 잠자는 백두형의 콧털을 건드린 죗값을 받아라.

↳ 제발 잠 좀 그만 처자고 일어나! 언제까지 잘건데?

↳ 신재승 쟤는 뭐 자기가 홈런 친 것처럼 좋아하는데?

↳ 껴안고 난리가 났네 ㅋㅋㅋㅋ

↳ 표정보니까, 지도 홈런 칠 줄 몰랐던 거 같은데 ㅋㅋㅋㅋ

↳ ??? : 이게 왜? 홈런이지?

↳ 스틸스의 영원한 4번타자 홍!백!두!

↳ 난 믿고 있었어.

↳ 진짜?

↳ 진짜겠냐? 그냥 신나서 한 소리지.


홈베이스를 밟고 힘없이 터벅터벅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그에게 달려간 재승과 동하가 펄쩍펄쩍 뛰며 그를 반겨주었다.


“행님! 거의 장외 홈런 될 뻔했습니다!”

“야, 그건 아니야. 가까이 가지도 못했구먼.”

“어? 어... 고맙다.”

“홈런 쳤는데 반응이 그게 뭡니까? 좀 더 좋아해야 정상 아닙니까?”


“나이스, 레드 가이!”

“감사합니다.”


홍백두를 한번 안아준 로버트는 밝게 웃었고 마지 못해 하하 웃으며 덕아웃으로 들어간 그는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보고 있는 민수에게 머물렀다.


홈런을 치기 전. 그러니까. 3번 타자 한경표가 타석에 있을 때 민수와 현수가 대화하는 걸 살짝 들었다.


“진짜치기 힘드네.”

“처음 보는 선수니까. 당연한거지.”

“그래서 뭐 좀 알아냈어?”

“내가 뭐 야구의 신이냐? 처음 보는 선수도 다 알아내게?”

“하긴, 그렇긴 하겠네.”

“확실하진 않은데. 하나 알려줘?”

“뭔데?”

“장타율이 높은 타자한테는 연속으로 두 번 스트라이크 안던져.”

“나한테 두 번 연속 던지던데?”

“그건 네가 장타를 잘 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럴걸?”

“우씌!”

“그리고 너, 장타 치려고 힘주는 건 좋은데 너무 과도해. 결국 배트에 정타로 맞히지 못하면 멀리 안나간다고.”



‘장타율이 높은 타자한테 두 번 연속으로 안던진다라...’


뭐 신인 투수가 그냥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첫타석에 자신에게 던졌던 공을 생각해보면 맞는 말이다. 카운트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신의 공에 자신감이 있지 않는 이상 두 번 이상 던지긴 쉽지 않다.

1구를 몸쪽으로 바짝 붙는 볼. 그리고 2구는 존 아랫부분의 스트라이크. 3구는 민수의 말대로 또 한번 바깥쪽으로 빠지는 볼.

1스트라이크 2볼이면 카운트 상으로 타자에게 한번 맞대응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배트에 힘을 꽉 쥐었고 그대로 담장을 넘겨버렸다.

그리고 그 뒤에 한 말. ‘배트에 정타로 맞히지 못하면 멀리 나가지 않는다.’

아주 기본적인 걸 어느 순간 배제하고 있는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고 비거리가 121m로 너무 멀진 않지만, 그래도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비거리가 멀든 가깝든 담장만 넘기면 똑같은 홈런이니까.’


백두는 덕아웃에서 집중해서 경기에 집중하고 있는 민수의 머리를 한번 슥슥 문질러준 다음 자리로 돌아갔다. 그 모습에 난 아무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


제구가 불완전한 파이어볼 형 투수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바로 홈런이나 점수는 내진 직후 제구가 더 흔들린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자신의 주무기로 상대하지 않기엔 노림수가 너무 뻔하게 보인다. 특히 류민수를 오늘 처음으로 1군 마운드에 섰기 때문에 흔들릴 가능성이 더 높다.


따아악!


“박현수의 타구가! 좌중간을 갈랐습니다! 슬라이딩으로 2루까지! 들어옵니다!”

“방금은 제구가 너무 흔들렸습니다. 2루타 전에도 공이 완전히 뒤로 빠진 모습이 보였거든요?”

“무사 주자 2루. 창원 스틸스가 리드를 확실히 가지고 갈 수 있는 주자까지 나온 상황에서 웨이브가 투수 교체 사인을 보냈습니다.”


점수를 더 내어주면 위험하다고 판단한 웨이브 감독이 빠른 투수 교체를 지시했다.

불펜 투수로 올라온 한형주는 6,7번 타자를 차례대로 땅볼, 희생 플라이로 아웃을 시켰고 타석엔 나대한이 배트를 잡고 섰다.


따악!


투수 바로 앞에서 바운드된 공이 글러브를 맞고 튕겨 나갔고 내야 안타가 되자 박현수는 3루까지 뛸 수 있었다. 2사 주자 1,3루가 되었다.


스틸스! 스틸스! 승리를 위!하!여!

스틸스! 스틸스! 승!리!하!리!라!


또 한번의 기회가 찾아오자 팬들과 응원단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틸스의 해결사라 불리는 스틸스의 9번 타자 강동하의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장타율이 그리 높진 않지만, 주자가 나가있을 때 득점률 타율이 0.482. 타석에 들어서면 두 번 중 한번은 무조건 점수를 낸다는 소리다.

[(라이브) 부산 웨이브 0 : 2 창원 스틸스]

[강동하의 우측 페어볼]

[1,3루 주자 모두 홈인.]

↳ 그렇지! 이게 야구지 씨발!!

↳ 강동하는 스틸스의 영원한 해결사다! 강동하는 스틸스의 영원한 해결사다! 강동하는 스틸스의 영원한 해결사다! 강동하는 스틸스의 영원한 해결사다!

↳ 진짜 제발 점수만 내어주지 말아다오...

↳ 설마 진짜 이기나? 스틸스가 웨이브 상대로 2승 1패로 시즌을 시작한다고?

↳ 만약에 2승으로 1차전 경기 끝나면 5년 만에 부산 상대로 위닝시리즈임.

↳ 맨날 루징시리즈만 처박다가 올해 진짜 다른가?

↳ 올해 스틸스는 다릅니다. 여러분.

↳ 전 시즌 2등 팀 상대로 위닝시리즈? 진짜 가을야구 가나?

↳ 하... 녹덩이새끼들 호들갑 떠는거 죽이고 싶네.

↳ 너 혹시 웨이브 팬이니? 속상해서 어쩌냐? ㅋㅋㅋㅋㅋ

↳ 웨이브 컷컷컷!

↳ 이로서 증명되었다. 홍백두가 홈런 못 치면 그냥 그 경기 진거라 생각하면 됨.

↳ 홈런 쳤는데 못 이기면?

↳ 스틸스했다. 생각하셈.


모든 주자를 싹슬이로 홈으로 보낸 강동하는 주먹을 치켜세웠고 사직구장은 창원 팬들의 홈 그라운드인 것처럼 스틸스의 응원가가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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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 스틸스 너라는 팀은 도대체... NEW 1시간 전 42 0 11쪽
21 21. 조용하지만, 착하고 단순한 투수 +2 24.09.16 321 16 13쪽
20 20. 홈런 굳이 때리지 않아도 됩니다. +2 24.09.15 423 19 13쪽
19 19. 국대 선우 vs 최강철 +1 24.09.14 472 23 12쪽
18 18. 국대선우! 국위선우! +1 24.09.13 586 20 13쪽
17 17. 스틸스의 5선발 +1 24.09.12 709 22 12쪽
16 16. 용서 그리고 다짐 +1 24.09.11 740 24 13쪽
15 15. 에이스의 빈자리 +1 24.09.10 754 22 13쪽
14 14. 팀의 문제아 (2) +1 24.09.09 787 21 11쪽
13 13. 팀의 문제아 (1) +1 24.09.08 822 20 12쪽
12 12. 정말 이상한 팀. +1 24.09.07 862 22 14쪽
11 11. 이정도면 연봉 더 받아야 겠는데? +1 24.09.06 931 24 12쪽
10 10. 경력직 신입 +1 24.09.05 988 19 11쪽
9 9. 5년 만의 위닝시리즈 +1 24.09.04 1,008 22 11쪽
» 8. 4번 타자의 무게. +1 24.09.03 1,066 21 12쪽
7 7. 야구는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하는 스포츠다. +1 24.09.02 1,126 23 11쪽
6 6. 괴물 신인 (2) +1 24.09.01 1,196 28 11쪽
5 5. 괴물 신인 +1 24.08.31 1,251 22 10쪽
4 4. 첫번째 증명 +2 24.08.30 1,270 24 13쪽
3 3. what the...? +1 24.08.29 1,349 29 13쪽
2 2. 다른 시작. +4 24.08.28 1,409 32 11쪽
1 1. 다시한번 +2 24.08.27 1,517 2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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