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퍽퍽퍽.
"아... 아파라."
맞는 소리와 함께 이도현의 입에서 한숨 섞인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의 입가에서 뭔가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혀끝으로 살짝 찍어보니 역시나 피 맛이었다.
"어이, 아시아 애송이. 코비가 조던 넘어선 지 오래라고."
말릭의 우락부락한 목소리가 도현의 귓가에 맴돌았다. 그놈의 농구 황제 논쟁 때문에 이 꼴이 됐다.
'한국에선 나 때릴 사람이 없었는데... 미국 오니 덩치 큰 놈들 천지네.'
도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2008년 여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그린스보로.
이곳에 온 지도 벌써 3년.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미국 보딩스쿨로 유학 왔다. 이름하여 Greensboro Day School.
"도현아, 너무 큰 도시로 가면 공부 안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린스보로라는 곳이 있더라. 조용하고 살기 좋은 동네래."
그때 엄마의 말씀이 도현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서울 강남 유복한 집 출신인 도현은, 미스코리아인 어머니 덕에 키만 193cm로 크지 공부도 운동도 이렇다 할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그래서 부모님은 그에게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으셨나 보다.
"형, 미국 가서 아이비리그 들어가면 나 캠퍼스 구경 시켜줘야 해!"
떠나기 전날 동생의 장난 섞인 말이 도현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났다. 그때 그는 쿨하게 대답했었다.
"당연하지. 내가 하버드까지는 아니어도 꼭 명문대 들어가는 걸 보여줄게."
허세였다. 당시에도 공부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 영유부터 배워서 영어를 좀 할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농구장에서 맞고 놔뒹굴고 있는 꼴이라니···
"야, 이 미친놈아! 말릭, 그만하라고! Do(도현의 영어 이름) 코에서 피 튀겨!"
다행히 제이슨이 끼어들어 말릭을 말렸다. 제이슨은 도현이 이 쓰레기 같은 학교에서 겨우 사귄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였다.
"아 Shit, 알았다고. 근데 Do, 너 진짜 개고집이다. 코비가 얼마나 쩌는데."
말릭은 침을 탁 뱉으며 멀어져갔다.
제이슨이 도현에게 휴지를 던졌다.
"야, 괜찮냐? 저 개자식 주먹을 휘두르고 지랄이야."
"어우... 씨. 아파 죽겠네." 도현은 코를 틀어막으며 신음했다.
"내가 말했잖아. 말릭이랑 농구 얘기할 때 입 조심하라고. 저 놈 코비 까면 발광하는 거 모르냐?"
"알았어, 다신 안 그럴게." 도현은 휴지로 코피를 닦으며 중얼거렸다. "근데 진짜 조던이 코비보다 훨씬 낫다고."
".....크크 너도 참···." 제이슨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때마침 오후 수업을 알리는 벨소리가 울렸다.
"야, 가자. 수업 늦겠다." 도현은 제이슨과 함께 교실로 향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지루함이 밀려왔다. 선생님의 목소리는 어느새 멀어지고, 도현의 머릿속은 온통 NBA 생각뿐이었다.
'이번 오프시즌에는 어떤 대박 이적이 터질까...'
NBA 경기를 보는 것, 관련 게임을 하는 것, 용품을 모으는 것. 그 모든 것이 도현에겐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즐거움은 단연 마이클 조던에 대한 것들이었다.
구하기 어려운 조던의 경기 관련 파일만 몇백개가 있고, 모아둔 수많은 책과 잡지는 도현의 1번 보물들이었다.
***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 도현은 문득 결심했다.
"오늘은 채퍼힐에 한번 가볼까?"
문득 그린스보로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UNC 채퍼힐에 가보고 싶어졌다.
조던의 모교.
보딩 스쿨 결정 당시 몇몇 학교 옵션들 중에서 노스캐롤라이나를 선택한 이유도 조던 때문이었다.
'그래, 가보자.'
도현은 결심하고 버스를 탔다.
채퍼힐에 도착해 처음으로 향한 곳은 대학 상점.
North Carolina 23 Jordan 유니폼도 사고 조던 사인이 그려진 NC블루색의 아름다운 농구공도 하나 구입했다.
그리고 캠퍼스 안의 농구장으로 향했다.
'역시 잠겨있네.'
농구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도현의 가슴이 뛰었다.
'여기서 조던이 뛰었겠지...'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돌아가기로 했다.
퍽-
누군가 지나가며 우연히 도현의 손안에 있던 새로산 농구공을 쳤다. 농구공이 도로 쪽으로 굴러갔다.
"아?!!"
도현은 반사적으로 공을 향해 뛰어들었다.
끼이익-!
날카로운 경적음과 함께 급제동하는 차량 소리.
팍-
무언가에 세게 부딪히는 충격.
"으악!"
...
...
...
"여긴... 어딘가..."
도현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이상한 공간에 있었다. 주위는 온통 하얗고, 그 앞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넌 지금 코마 상태에 빠져있다. 하지만 너에게 특별한 기회를 주고 싶어."
"특별한... 기회요?"
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니가 하도 농구를 좋아해서 코마상태로 불쌍한 너에게 농구 능력 하나를 부여해주겠다. 원하는 걸 골라봐."
도현의 앞에 수많은 옵션들이 나타났다.
- 완벽한 덩크슛 능력
- 역대 1위급 3점슛 성공률
- 초인적인 스피드
- 천재적인 패스 능력
- 압둘자바의 훅슛
···
도현의 시선이 마지막 옵션에 멈췄다.
‘조던의 능력을 가질 수 있는 포텐셜···?!’
그의 눈이 반짝였다.
"저... 이 옵션도 가능한가요?"
신은 잠시 망설이는 듯했다.
"음... 하필 그거를? 그건 좀 까다로울 수 있어. 자네가 엄청나게 노력하지 않으면 그냥 빈 껍데기가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도현의 눈빛은 이미 결심한 듯 했다.
"괜찮아요. 전 꼭 조던처럼 되고 싶어요. 그 능력... 주세요."
신은 한숨을 살짝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후회는 하지마. 깨어나면 니 눈에 능력치가 보이기 시작할거야. 그걸 키우는 건 네 몫이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의 시야가 다시 하얗게 변했다.
"잘 선택했길 바란다, 꼬마 농구선수."
신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지며, 도현의 의식도 함께 흐려져 갔다.
...
...
...
"윽..."
일주일 후, 도현은 마침내 눈을 떴다.
병실 천장이 보였다. 그리고 곧이어, 그의 눈앞에 무언가가 떠올랐다.
{현재 상태}
[슛: 1/100]
[패스: 1/100]
[드리블: 1/100]
[기초체력: 22/100]
[운동능력: 70/100]
[BQ(농구 지능): 22/100]
[농구포텐셜 : 100/100]
[Total 조던력: 1/100]
도현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나왔다.
"아 진짜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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