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심판자는 마왕을 죽이기 위해 연주한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새글

체르토
작품등록일 :
2024.08.28 21:08
최근연재일 :
2024.09.18 14:2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808
추천수 :
40
글자수 :
134,384

작성
24.08.28 21:10
조회
132
추천
3
글자
12쪽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엔딩을 보자 (1)

DUMMY

1화



가상현실 연주게임 <드림 스테이지> 최후의 레이드.

멸망해가는 마왕성에서, 절망의 마왕 이노센트가 나를 향해 생긋 미소지으며 3라운드의 대사를 말하기 시작했다.


<너만이 살아남았네, 혁.>

<끝까지 우리를 방해할 생각이니?>


마왕 이노센트.

겉으로는 길고 하늘하늘한 은발과 순진무구한 연청색의 눈빛, 누가 보아도 천사처럼 사랑스러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정체는 게임의 최종 보스였지.

이노센트는, 악의 조직 화이트가 마계를 지배하기 위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설계하여 만든 완벽한 마왕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 레이드에서 살아남은, 단 한 명뿐인 최후의 유저였다.


나의 닉네임은 ‘혁’.

뛰어난 연주 실력과, 맨몸으로 마수를 두들겨 팰 수 있을 정도의 신체 능력.

그리고 전략적인 플레이로 게임 스토리를 밀고 나가, 결국 랭킹 1위에 자리에 오른 이 게임 최강의 연주자였다.


그때, 마왕 이노센트가.

더없이 자비로운 표정으로, 나와 내가 키우는 마수인 S급의 화염늑대 라피를 바라보며 제안했다.


<혁, 너는 정말로 뛰어난 연주자지.>

<하지만, 너 혼자서는 나를 절대 쓰러트릴 수 없어.>

<무의미한 반항은 그만두고, 이제라도 항복해서 내 부하가 되는 건 어때?>


<나의 부하가 된다면, 더욱 강력한 힘.

그리고 어마어마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을 거야.>

<그것뿐만이 아니라, 잘못된 세상을 네 마음대로 뜯어고치는 희열을 느낄 수도 있겠지.>


그리고, 이노센트가 나에게 손을 내밀며 물었다.


<자, 혁. 나의 부하가 될래?>


[SYSTEM: 마왕 이노센트의 제안을 수락하시겠습니까?]

[YES] / [NO]


하지만, 나는 단칼에 이노센트의 제안을 거절했다.


“거절할게.”


나는, 이 레이드를 진행할 때마다 매번 마왕 이노센트의 항복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저들이 얼마나 정신 나간 조직인지를 잘 알고 있었거든.


마왕 이노센트를 추종하는 악의 조직 화이트는, 연주게임 ‘드림 스테이지’에서 가장 극악하고 악랄한 악의 조직이다.


저들은 겉으로는 건전한 힐러들의 조직인 것처럼 위장한 뒤,

치료가 절실한 환자들에게,

약으로 위장한 마약을 준 뒤 천천히 중독시켜서 어마어마한 돈을 뜯어내고.


인간을 실험체로 쓰기, 가족을 인질로 삼고 친척까지 줄줄이 낚아오기, 사람을 마을 단위로 학살하기 등 말로 다 할 수 없는 끔찍한 범죄를 저질러 왔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저들이 마약을 함부로 다룬다는 사실을 용납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현실에서 사람에게 마약을 퍼트리는 미친놈을 만나본 적이 있거든.


까마득하게, 오래전의 이야기지만.

나는 노래를 정말로 좋아했다. 매일같이 노래를 부르고, 다양한 곡을 작사하거나 작곡하는 것이 내 삶의 전부였지.


그리고, 중고등학생 때부터 같이 음악을 작업하며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있었다.

얌전하고 조용하며, 안경을 쓰고 다니는 모범생 타입의 학생이었는데.


부모님이 또라이인 것 같더라고.

일단 굉장한 부잣집인 건 확실했는데······. 애를 좀 많이 학대하는 것 같았다.


그게 좀 걱정되어서, 나는 그 애를 계속해서 챙겨줬었다.

무엇보다,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기에 종종 만나거나 이야기를 들어주곤 했었지. 그 애도, 나를 시현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르곤 했었다.


‘····그래, 그때까진 착한 애라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대학생 때 뒤통수를 맞았다.

뭐?

사람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심지어는 마약을 먹인 뒤 반응을 보는 게 재밌다고?


········개자식.

나는 그 미친놈이 저지른 짓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말로 설득하려 했지만, 당연히 실패했고. 어떻게든 신고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실패했다.


알고 보니 그 미친놈의 집안이 무슨 높으신 국회의원?

아무튼 권력자 집안이라 경찰들을 입막음한 데다, 심지어는 조직폭력배까지 데리고 다녀서·······. 덕분에 내가 죽을 뻔했지.


아무튼, 지금은 손절했다.

그 과정에서 대학교도 자퇴하고. 외삼촌네 집으로 도망간 데다, 지금은 ‘이지혁’으로 개명까지 했지만, 지금은 성공적으로 연을 끊은 상태다.


‘하, 지금 생각하면 진짜 미친놈들이네.’


그 과정에서, 나는 정신이 피폐해졌다.

더는 노래를 부르기 버거워진 데다, 계속해서 그때의 기억을 마치 PTSD(외상 후 스트레스)처럼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곤 했거든.


···사실, 너무 많은 후회를 했다.

내가 좀 더 잘 대처했으면, 다른 사람들이 마약에 중독되는 걸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라던가.


앞으로도 무수한 피해자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나 혼자 도망쳤다는 죄책감까지.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이 있었다.


‘나에게, 힘이나 권력,

하다못해 돈이나, 언론으로 진실을 알릴 영향력이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포기하고 방구석에 틀어박힌 채,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꺾을 수밖에 없었지.


아무튼, 나는, 그 미친놈에게 개인적인 원한을 가지고 있었고.

마약을 팔아먹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왕과 악의 조직에게 항복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 미친놈과의 사연뿐만이 아니라. 나에게는 마왕을 쓰러트려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나는, 사실 드림 스테이지의 전 기획팀장인 ‘초코쿠키’ 님. 줄여서 초코님과 꽤 친한 사이였다.


원래 나는 그 마약을 팔아먹던 미친놈에게 데인 사건 이후로.

밖에 나가는 것조차 무서워서 방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가라앉힐 겸,

평화롭게 곡이나 연주하려고 연주게임을 시작했었는데.’


그때, 나는 드림 스테이지에서 처음으로 초코 님을 만났다.


‘그분에게, 많은 빚을 졌지.’


원래, 드림 스테이지에서는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악기로 연주를 할 수 있었는데, 나는 주로 건반 악기를 연주했었지. 실력은 B랭크 정도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새벽에 합주할 사람을 모집할 때 초코쿠키 님이 자주 매칭되더라고.


초코쿠키 님은, 닉네임부터가 하찮은 데다 맨날 쓸데없이 동물 인형 탈을 쓰고 다녔고.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다는 걸 보아, 30~40대로 추정되는 남자분 같았는데.


주로 현악기. 특히, 바이올린 실력이 미쳤다.

게임상에서 무려 S랭크 판정을 받는 데다,

내가 인생을 살아가며 그 사람을 뛰어넘는 바이올린 연주를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나는 그분의 연주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사람의 목소리가 없는데도, 오로지 음악만으로 이렇게나 많은 것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해서.

그분에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연주를 잘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분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말이 많으신 분이시더라고.

뉴비를 가르치는 고인물의 기분이었던 걸까? 나에게 연주게임의 팁이나 연습 방법, 심지어는 실제의 악기 연주에 대한 온갖 노하우를 알려주셨다.


무엇보다, 초코쿠키 님은 건강 관리에 진심인 사람이었다.

나에게 연주는 체력이다. 잠을 안 자면 근손실이다. 단백질 섭취는 필수라는 말을 늘어놓더니.


심지어는, 마수들이 체력 단련을 하는 훈련장에 날 데려가서는 날 군대식으로 데굴데굴 굴렸다.


‘아니, 그런데 그게 진짜로 먹힐 줄은 몰랐다고.’


솔직히 말해, 그땐 너무 힘들어서 진짜 죽는 줄 알았다.

그렇다 하더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건.

그분의 미치도록 아름다운 음악을 들었기 때문이겠지.


········사실, 나는 더는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된 뒤에.

내가 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 수 없어서. 모든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채 방황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분의 음악에는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반짝임이 있었기 때문에.

만약에, 나도 저렇게 뛰어난 연주를 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초코쿠키 님의 밑에서 개빡센 수련을 계속했고.

게임상에서 체력 스텟을 마수급으로 찍은 뒤, 그 미친 체력으로 죽어라 개빡센 곡들을 연습해서 A랭크의 연주자가 되어버리고야 말았다.


‘그래서, 초코 님에겐 정말로 고마웠지.’


······무엇보다, 초코 님은 사람 자체가 좋은 사람이었다. 매일같이 게임 폐인질을 하던 나에게 툭하면 잠은 자라. 밥은 먹으라고 말하는 등 이래저래 챙겨주셨고.


나의 미래를 진지하게 걱정하며, 게임 밖에서도 음악을 공부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주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세상에 미친놈도 있지만, 좋은 사람도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방구석 폐인질을 그만두고. 어떻게든 직장을 구한 뒤, 소소하게라도 돈을 모아 음악과 관련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나에게는 은인이나 가족. 친형 같은 분이셨는데.’


그런데 1년 전, 나는 그분의 지인이라는 사람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해 들었다.


사실 초코 님은 드림 스테이지의 게임 기획팀장이셨으며. 원래 현실에서 몸이 좋지 않으셨는데, 최근 지병으로 생을 마감하셨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처음엔 화가 났었지.’


아니, 대체 언제부터 병들어계셨던 거냐고.

그렇게 죽어가고 계셨으면서. 왜 나에게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으셨던 거야.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초코 님이 어떤 사람이었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구나.


그리고, 더더욱 드림 스테이지의 엔딩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초코 님은 이 게임의 중요한 기획자였고.

어쩌면, 그분이 만든 엔딩에 유언이나 나에 대한 작별인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엔딩은 무조건 마왕을 쓰러트리는 엔딩으로 볼 생각이었다.

초코쿠키 님은 악의 조직 화이트를 정말로 싫어했거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주게임 ‘드림 스테이지’는 악의 조직 화이트를 강렬하게 비판하고 있었으며.

초코쿠키님도, 악의 조직을 마치 현실에서 실제로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증오하곤 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을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그분이 만든 게임을, 그분이 원하던 방식으로 마무리해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데, 마지막 레이드에서 1년씩이나 막힐 줄은 나도 몰랐지.’


미친 초코 님.

대체 난이도를 왜 이렇게 개판으로 만든 건데요.


그래서, 나는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나 자신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며 개빡센 연습을 했고.


그 결과 연주 실력을 S랭크까지 올리는 것에 성공했으며,

한 달 전부터는 레이드의 3라운드에 안정적으로 도달하는 것에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이번에야말로 마왕 이노센트를 쓰러트리는 거야.’


나는 마음의 각오를 한 뒤, 마왕 이노센트를 전력으로 노려보며 전투 자세를 취했다.


<그럼, 어쩔 수 없네.>


그러자, 마왕 이노센트가 온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를 뿜기 시작하며 말했다.


<자, 영원히 작별이야,

혁. 누구보다 고통스럽게 죽어버리도록 해.>


이노센트의 눈이 위험천만한 핏빛으로 빛났고,

압도적인 힘에 의해, 세상의 모든 것이 무채색의 어둠에 집어 삼켜졌다.


그리고, 3라운드의 곡명이 공개되었다.


[죽일 거야(You're gonna die)]


표기된 음악의 장르는 스피드코어(Speedcore). 공격적인 사운드와 정신나간 빠르기의 템포를 가진 장르였고.

곡의 난이도는 헬(HELL) 50레벨. 드림 스테이지의 역사상 다시 없는 50레벨의 보스 곡이었다.


‘제길, 드디어 시작인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마왕 이노센트와 악의 조직 화이트를 끝장낸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피아노 건반 위에 손을 올리고 연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심판자는 마왕을 죽이기 위해 연주한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수정 공지] 1화 수정, 2화에 내용이 추가되었습니다. 24.09.17 6 0 -
공지 30화까지 일일 연재, 이후 주 6~7일 연재 예정입니다. 24.09.13 3 0 -
공지 각 화에 음악, 노래가 등장할 때 참고한 곡들 정리 24.09.08 14 0 -
24 새로운 각성자 조직을 만들 생각입니다. (2) NEW 1시간 전 3 0 11쪽
23 새로운 각성자 조직을 만들 생각입니다. (1) NEW 19시간 전 5 0 12쪽
22 저는 사실 회귀자이고, 가짜 블러드입니다. (2) 24.09.16 9 0 13쪽
21 저는 사실 회귀자이고, 가짜 블러드입니다. (1) 24.09.15 11 1 11쪽
20 너 미쳤냐? 그걸 왜 막으려고 하고 있어! (2) 24.09.14 11 1 13쪽
19 너 미쳤냐? 그걸 왜 막으려고 하고 있어! (1) 24.09.13 11 1 12쪽
18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린다. (2) 24.09.12 16 1 12쪽
17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린다. (1) 24.09.11 15 1 12쪽
16 스타팅 마수 선택 시간 (2) 24.09.10 13 1 12쪽
15 스타팅 마수 선택 시간 (1) 24.09.09 14 1 13쪽
14 마왕 오디션 본선, 시작. (2) 24.09.08 18 1 13쪽
13 마왕 오디션 본선, 시작. (1) 24.09.07 26 1 15쪽
12 기적을 이루는 존재 (2) 24.09.06 28 2 12쪽
11 기적을 이루는 존재 (1) 24.09.05 33 2 12쪽
10 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2) 24.09.04 29 2 13쪽
9 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1) 24.09.03 26 2 12쪽
8 대기업 시월 컴퍼니를 향해 (2) 24.09.02 31 2 12쪽
7 대기업 시월 컴퍼니를 향해 (1) 24.09.01 38 2 11쪽
6 EX급 버퍼인 심판의 연주자가 되었다. (2) 24.08.31 51 4 12쪽
5 EX급 버퍼인 심판의 연주자가 되었다. (1) +1 24.08.30 57 3 13쪽
4 대한민국의 서울이 마왕에게 점령당했다. (2) +1 24.08.29 70 3 13쪽
3 대한민국의 서울이 마왕에게 점령당했다. (1) 24.08.28 74 3 13쪽
2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엔딩을 보자 (2) 24.08.28 86 3 13쪽
»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엔딩을 보자 (1) +1 24.08.28 133 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