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심판자는 마왕을 죽이기 위해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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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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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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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4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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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2)

DUMMY

10화



영상 안의 세민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회귀에 부적합한 정신방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대한민국의 각성자 중에서도, 정신 방어력이 가장 높은 분의 수치가 현재 A-랭크에 불과하거든요.]


[심지어, 정신 방어력을 올릴 수 있는 장비는 성물이에요.]

[신성 능력자의 뼈로 만드는 아이템이라,

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희 시월에서도 오직 하나밖에 확보하지 못했고요.]


‘미친, 이 귀걸이가 성물이라고?’


나는, 당황해서는 괜히 방금 전에 얻은, 정신방어력을 올려주는 귀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겉으로는 평범한 링처럼 보였는데, 혹시나 손상이 가지 않도록 아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앞으로 대한민국에 다른 각성자가 나타날지도 모르니까요.]


[만약, 여러분이 어떤 방식으로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정신 방어력을 S랭크로 만들 수 있고.]

[이 대한민국이 멸망의 위기에 처해, 타임머신으로 모든 걸 되돌리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면.]


세민이 한 약병을 들어선, 화면을 향해 보여주었다. 새까만 약물이 들어간, 정말로 수상한 병이었다.


[마성 에너지의 농축액입니다. 마시면 빠르게 악마화가 진행됩니다.]

[이 약을 회의실 책상의 서랍 안에 놓아두겠습니다.]


[용량은 크게 상관없지만, 시간이 급할 경우 한 번에 다 마시세요. 10분 정도면 온몸에 마성이 퍼질 겁니다.]

[이후 머리에서 뿔이 자라난 것이 느껴진다면, 종족이 악마로 바뀐 것이므로 타임머신을 사용해도 됩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저 수상한 약을 먹으면 악마가 되고. 타임머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 같았다.


[단, 악마화가 되는 것은 정말 최악의 상태에서만 선택하세요.]


세민이 다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명확하게 상대를 뜯어말리고 싶어 하는 감정이 담겨 있었다.


[일단 악마가 되어버리면, 기적이라도 벌어지지 않는 이상은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제정신이라도 악마는 악마. 당신은 인간과 천사, 그리고 다른 모든 이종족에게 언제 폭주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취급을 당할 테고요.]


[어떠한 이유로든 당신의 정신 방어력이 S랭크에서 A랭크 이하로 다운되는 순간.]

[당신은 망가지고, 폭주하고.]

[나중에는 마수가 되어버린 뒤, 최후에는 비참하게 산산조각이 나서 소멸하게 되어버릴 겁니다.]


‘미친. 그건 에반데?’


지금 난, 귀걸이 덕분에 정신방어력이 S급이 된 상황이잖아.


만약에 악마가 된 뒤. 귀걸이를 벗거나, 귀걸이가 박살이 나기라도 한다면. ···바로 마수화가 진행되는 거냐고. 생각만 해도 오싹한 일이었다.


[그런데도, 당신이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악마가 되어 과거로 회귀한다면.]


세민의 목소리에는, 강렬한 안타까움이 깃들어 있었다.

걱정, 아니면 슬픔?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 같았지만 지금의 내가 알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과거의 시월에게 도움을 청해주세요. 지하이든 지상이든, 저희 시월은 비밀리에 여러 장소에 파견되어 있으니까요.]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이 회귀자임을 밝힌다면, 저희는 가능한 한 당신을 지원해 드릴 것을 약속하겠습니다.]


‘···시월 컴퍼니가, 회귀자를 지원해준다고?’


대기업이면 돈이 많을 테니, 진짜로 타임머신을 사용할 경우 시월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혼자라고 생각할 때보다는 조금 안심이 되는 기분이었다.




* * *



이후에는, 타임머신의 위치와 사용법이 간략하게 설명되었고,

영상이 종료되었다.

나는 모든 영상을 시청한 뒤, 긴장되는 기분으로 회의실의 서랍을 열었다.


‘있다.’


마성 에너지 농축액과, 전자 손목시계로 위장한 ‘타임머신’이 얌전히 서랍 안에 들어 있었다.


‘이 평범해 보이는 손목시계가, 타임머신이라니.’


실제로는 좀 더 거대한 기계인데, 마법을 사용해 초소형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회귀 시점과 장소는 대한민국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 시간과 장소로 자동 설정되어 있다고 했다.


그리고, 현재의 타임머신에 표시된 시간과 장소는.


<20X9년 8월 31일>

장소: 지하세계, 드림 시티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의 시간대.

그리고, 게임상에서 드림 스테이지의 마왕 오디션 본선이 시작되기 직전의 날짜였다.


5년 전이면, 그리 오래전의 시간이 아니고. 내가 원래 알던 사람들도 대부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래서······. 진짜로 악마가 되면서까지 타임머신을 사용할 거야?’


사실, 내 생각에 귀걸이는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장비를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마법은 꽤 많다고 알고 있거든.


무엇보다, 내가 EX급의 직업인 이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면 다른 성물을 구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 그럼 별문제가 없는데.

귀걸이보다 신경이 쓰이는 점은, 사실 따로 있었다.


‘뭔가 모든 게 너무 순조로워서. 마치 함정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그래.

마치 누군가의 설계 안에서 놀아나고 있는 것 같은 찝찝한 기분.


누군가가, 내가 일부러 이곳으로 오도록 유도하고. 나를 일부러 회귀시키려 하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무엇보다. 진짜로 내가 과거로 가 버리면, 이 서울은 어떻게 되는 거지?’


많은 소설이니 만화니 픽션에서, 평행세계라는 이론이 있었다.

과거로 회귀했지만, 그 세계는 원래의 세계와 다른 세계라서 원래의 세계의 사람들은 구하지 못했다는 그런 이야기.


‘그래. 내가 살아가던 이 세계는 어떻게 되는 거냐고.’


그래, 이렇게 서울에서만 천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죽어가고 있고.

그중에는, 나랑 그리 친하지 않더라도 나의 부모님과, 외삼촌과, 친구 등 온갖 인간관계가 있는 데다.

그 이후에도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갈지도 모르는데.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이렇게 냅다 나 혼자 과거로 도망쳐도 괜찮은 걸까?


나는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시스템 블랙에게 질문했다.


“내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이동하면, 내가 떠나간 세계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띠링-


그러자, 시스템 블랙이 나에게 대답을 했다.


[시스템 블랙이 세계는 원래 1개지만, 세계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이 예측될 경우 일시적으로 복사본을 만들어 두 개의 세계로 갈라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시스템 블랙이 당신은 그 ‘복사본’의 세계로 이동하는 것이며,

당신이 세계를 구할 경우. 두 개의 세계는 복사본인 ‘구해진 세계’ 쪽으로 통합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보가 통합된다고····?”


그건, 희망찬 이야기였다.

정말로 시스템의 말이 사실이라면, 나는 떠나간 세계의 사람들을 굳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잠깐. 그렇다면.'


이미 죽어버린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거지. 나는 설마, 하고 시스템 블랙에게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원래의 세계에서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어?”


그러자, 시스템 블랙이 대답했다.


[시스템 블랙이, 인간의 죽음은 2개의 세계 양쪽에서 죽어야 확정되는 것이며,

만약에 사람이 한쪽 세계에서 아직 죽지 않았다면, 그 목숨이 세계에 붙들려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시스템 블랙이, 최근의 복사본은 5년 전에 만들어졌다고 이야기합니다.]

[즉, 최근 5년 사이에 죽은 사람은 되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고.

그렇다면, 초코쿠키 님의 목숨도 세계에 붙들려 있다는 이야기인가.

5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그분을 살릴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만약 내가 과거의 지하세계로 가서 마왕 이노센트를 막고, 악의 조직을 좀 더 일찍 조져버린 뒤,

마왕의 서울 침공을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만든다면 많은 사람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회귀하지 않는다면?

회귀 없이 죽은 사람을 되살릴 수는 없다. 이 많은 서울의 사람들을 잠에서 깨울 방법도 없다.


겨우 나 하나만이 살아남은 채, 매일매일을 화이트에게 암살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 분명했다.


‘좋아. 그렇다면 회귀를 하자.’


나는 마음의 결심을 하고. 마성 농축액의 뚜껑을 열려고 했다. 그 때.


머릿속에, 난데없이 강렬한 목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

뭐지? 방금, 어떤 목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욱신-


그런데, 왜 괴로운 거지? 정말로 익숙하지만, 전혀 기억나지 않는 목소리에 숨을 쉬기조차 버거운 기분이 들었다.


‘당신은, 누구지·······?’

<나는 너야.>

‘뭐?’


아무튼, 그 수상한 목소리가, 나를 향해 말했다.


<타임머신은 진짜가 맞아. 화이트의 높으신 분들은, 무려 서울을 침략하면서까지 타임머신에 누군가를 태워 보내고 싶어서 환장했거든.>


<하지만, 타임머신을 제외한 나머지는 단 하나도 남김없이 의심해봐야 하지 않겠어?>


··················!!!!


타임머신을 제외한, 나머지 전부라.

그 말에, 나는 우선 이 회의실을 둘러보았고.

그다음으로, 악마가 되는 약인 마성 농축액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생각했다.

만약에 화이트의 미친놈들이, 나보다 먼저 이 지하실에 방문했다면 무슨 짓을 할 수 있을까.


‘····악마가 되는 약물에, 강력한 마약을 탔겠지.’


그래, 그거면 회귀자인 날 마약에 중독시키고,

화이트의 충실한 꼭두각시로 만들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나’지?


저들이 내가 심판자가 될 걸 예상했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는 건데.


‘············설마.’


갑자기,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이건, 내 스테이터스가 인간치고는 굉장히 이상했기 때문에 떠오른 가설인데.


“시스템 블랙.”


나는 시스템을 향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내 종족은 인간이 아니라 ‘천사’야?”


[시스템 블랙이, 당신의 정보는 상당 부분이 잠겨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시스템 블랙이, 당신의 종족 정보를 확인하려고······················································································································당신의 종족은···············.]


나는, 시스템의 반응을 보고 슬슬 확신했다.


‘천사가 맞구나?’


왜냐하면, 드림 스테이지의 설정에 따르면.

이 지구상에 있는 인격체의 종족은 인간이나, 악마나, 천사나, 마법사밖에 없거든.

일단 인간이면 저런 반응이 나올 리가 없고. 뿔이 없으니 악마는 아니다. 마법사랑은 능력치가 거리가 멀기 때문에 마법사도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경우의 수는 결국 천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악마가 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타임머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 사실을 모른 채, 화이트에게 속아 물약을 먹으려고 했다는 생각을 하니 오싹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붉은색의 글씨로 시스템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경고: 시스템 블랙에 중대한 에러가 발생했습니다!]

[경고: 시스템 블랙이 해킹당하는 중입니다!]


뭐?


치지지지지지지직-

치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미친. 해킹이라고?’


그리고, 엄청난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래 검은색이었던 시스템이 마치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번뜩이더니.


번쩍-!!!!


나의 눈앞에서. 반투명 흰색의 시스템 창인 ‘시스템 화이트’로 바뀌었다.

그리고 시스템 화이트가.

시스템 창을 키우더니, 모니터에 화이트의 제 3사도를 상징하는 제복을 입은 남자를 띄우기 시작했다.


[이야. 여기서 눈치챌 줄은 몰랐는데. 역시 시현 형은 유능하네?]


제길.

나는 현기증이 이는 걸 느꼈다.

왜냐하면, 그 목소리는 내가 정말로 잘 아는 사람의 목소리였으니까.


[이렇게 되었으니, 어쩔 수 없네.

시현 형. 강제로라도 그 약물을 먹어줘야겠어.]


나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참아 억누르며 그 목소리를 향해 말했다.


“······개자식. 언제부터 화이트의 조직원이였던 거냐?”

[글쎄, 태어났을 때부터?]


내 인생 최대의 악몽이였고.

무려 서울의 사람들에게 마약을 팔아먹으며 호의호식했던 미친놈인, 천시운이 모니터 너머에서 사람이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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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저는 사실 회귀자이고, 가짜 블러드입니다. (2) 24.09.16 9 0 13쪽
21 저는 사실 회귀자이고, 가짜 블러드입니다. (1) 24.09.15 11 1 11쪽
20 너 미쳤냐? 그걸 왜 막으려고 하고 있어! (2) 24.09.14 11 1 13쪽
19 너 미쳤냐? 그걸 왜 막으려고 하고 있어! (1) 24.09.13 11 1 12쪽
18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린다. (2) 24.09.12 16 1 12쪽
17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린다. (1) 24.09.11 15 1 12쪽
16 스타팅 마수 선택 시간 (2) 24.09.10 13 1 12쪽
15 스타팅 마수 선택 시간 (1) 24.09.09 14 1 13쪽
14 마왕 오디션 본선, 시작. (2) 24.09.08 18 1 13쪽
13 마왕 오디션 본선, 시작. (1) 24.09.07 26 1 15쪽
12 기적을 이루는 존재 (2) 24.09.06 28 2 12쪽
11 기적을 이루는 존재 (1) 24.09.05 33 2 12쪽
» 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2) 24.09.04 29 2 13쪽
9 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1) 24.09.03 26 2 12쪽
8 대기업 시월 컴퍼니를 향해 (2) 24.09.02 31 2 12쪽
7 대기업 시월 컴퍼니를 향해 (1) 24.09.01 37 2 11쪽
6 EX급 버퍼인 심판의 연주자가 되었다. (2) 24.08.31 51 4 12쪽
5 EX급 버퍼인 심판의 연주자가 되었다. (1) +1 24.08.30 57 3 13쪽
4 대한민국의 서울이 마왕에게 점령당했다. (2) +1 24.08.29 69 3 13쪽
3 대한민국의 서울이 마왕에게 점령당했다. (1) 24.08.28 74 3 13쪽
2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엔딩을 보자 (2) 24.08.28 86 3 13쪽
1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엔딩을 보자 (1) +1 24.08.28 132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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