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심판자는 마왕을 죽이기 위해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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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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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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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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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1)

DUMMY

9화



나는 위장용으로 썼던 조직원의 가면을 벗고.

어둠 속에서, 스마트폰의 손전등 기능을 켠 뒤 지하 계단을 따라 한참을 땅 밑으로 내려갔다.


‘지하 1층, 2층, 3층···. 그리고 4층.'


그렇게 한참을 걸어, 지하 9.3층에 도착했다.

나는 9층과 10층의 사이에 서서는,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았다.


하지만, 별다른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았다.

딱히 숨겨진 장치도 보이지 않았고. 계단의 옆에는 평범한 벽이 존재할 뿐이었다.


‘·····9.3층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따로 있나?’


나는 고민을 시작했다.

만약, 숨겨진 방이 드림 스테이지와 비슷한 방법으로 숨겨져 있다면.


‘마력을 사용하는 장치가 있을지도 몰라.’


마침, 나는 각성한 뒤부터 조금이나마 마력을 다룰 수 있게 되었거든.

나는 9.3 층의 벽에 손을 댄 뒤, 드림 스테이지에서 숨겨진 방을 찾을 때처럼 약간의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 순간, 무언가 느낌이 왔다.

마치, 알 수 없는 힘이 팔을 잡아당기는 듯한 기분이었다.


파지직-


‘좋아. 뭔가 있다.’


나는 좀 더 많은 마력을 벽에 흘려보냈다. 그러자. 몸이 쑤욱 잡아당겨 지더니, 그대로 몸 전체가 벽 너머의 공간으로 빨려 들어갔다.


‘휴. 정답이었나 보네.’


나는 벽 너머로 몸을 밀어붙여, 벽 너머의 방으로 무사히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다.


그러자, 새로운 출입문이 나타났다.

내가 가까이 출입문에 가자, 사무적인 시스템 음성이 들려왔다.


[이 장소는, 오로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습니다.]

[스캔 중-]

[당신의 국적: 대한민국]

[확인이 완료되었습니다.]


[암호를 입력하세요.]


그리고, 나의 눈앞에 암호 패드가 나타났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드림 스테이지에서 중요한 떡밥이었지만, 결국 게임 끝까지 등장하지 않았던 암호인 ‘소실 방지 위원회’를 입력했다.


그러자, 정답이었던 건지.

나의 눈앞에서, 문의 잠금장치가 풀리기 시작했다.


덜컹-!


‘좋아. 문이 열렸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낯선 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나의 눈앞에, 마치 바닷속 세계에 들어간 것처럼 신비로운 푸른빛의 공간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와. 정말 아름답네.”


벽면은 마치 수족관 같았는데, 반짝이는 별자리들이, 마치 해파리처럼 둥실둥실 물속을 떠다니고 있었고.

방 안 여기저기에서, 마치 슈퍼컴퓨터처럼 SF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전자기기가 가동되고 있었다.


시월 컴퍼니의 기술력이 뛰어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보니까 더욱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농담이지만 시월 컴퍼니가 지하에 외계인을 납치해서, 기술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냐고들 이야기했었는데.’


이쯤 되면, 정말로 지하에서 외계인이 한 명쯤 튀어나와도 놀랍지 않을 것 같았다.


‘아니지, 마냥 구경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지금은, 무언가 단서를 찾는 것이 급했다.

나는 빠르게 주변을 살펴보다가, 닫혀있는 문 하나를 발견했다.


그 문에는, [소실 방지 위원회]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혹시 여기에 무언가가 있을까?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끼익-


“······!!!”


방 안에는, 마치 강당처럼 생긴 대형의 회의실이 있었다.

많은 의자들이 계단식으로 배열되어 있었고.

중앙에는 컴퓨터가 있었다.

무언가 단서가 있을지도 모르니, 일단 컴퓨터를 켜 보기로 했다.


[로딩 중······.]

[이 PC에는, 시월의 각성자들이

뒤늦게 이곳에 찾아온 사람을 위해 남겨둔 영상이 있습니다. 시청하겠습니까?]

[YES/NO]


‘좋아. 영상을 틀어 보자.’


나는, 바짝 긴장한 채 YES를 선택했다.

그러자, 회의실의 스크린에서 한 영상이 출력되기 시작했다.


치지직-!


영상 안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예인이라고 말해도 믿을 만큼의 미남이었는데, 단정한 갈색 생머리에 차갑고 지적인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각성 1팀의 팀장이자.

시월의 S급 각성자 중 한 명인 신세민이라고 합니다.]


그가 사무적인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세상에. 대한민국의 각성자 랭킹 1위라고?’


잘해봐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데, 정말 엄청난 능력자인 모양이었다.


그런데, 세민이라는 사람의 뒤에서 다른 각성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난입했다.


[팀장님은 그냥 S급이 아니잖아요. 대한민국의 각성자 랭킹 1위!]

[멋지다, 1위!]

[시월의 리더!]

[와 권력자!]

[최강의 저격수!]


그러자, 세민이라는 사람이 팀원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너네, 자꾸 영상 녹화 중 끼어들면 점심 먹으러 갈 때 식당을 랜덤 가챠로 돌린다.]

[비싼 식당 걸려라.]

[메뉴도 가챠.]

[죄송합니다.]


저런. 메뉴 가챠는 내가 봐도 선을 넘었다.

난입했던 각성자들이, 투덜거리면서도 다시 얌전해져서는 카메라 밖으로 모습을 숨겼다.


‘····그런데, 팀장이라면 설마 초코쿠키 님이랑 관련이 있나?’


아니면, 설마 저 신세민이라는 사람이 초코쿠키 님인 건 아니겠지?


···설마.

에이, 설마.


‘초코님은 어딜 봐도 아저씨였다고!’


초코 님은 내가 30~40대냐고 물어보자 맞다고 대답했던 데다. 사격과는 거리가 멀고.

절대 저런 유능한 이미지가 아닌 데다, 허당에 하찮고 만만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저 사람은 절대 아닐 것 같았다.


‘그렇지만, 만약에 저 사람이 초코 님이면?’


···에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니까.

애초에 초코 님은 연주 S랭크 각성자 같은데. 저 사람은 최강의 저격수라고 하잖아.


S랭크는 한 분야에 평생을 걸어도 획득하기 어려운 랭크인데, 아무리 랭킹 1위라고 하더라도 음악과 저격이라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S급을 달성했을 것 같진 않았다.


나이도, 능력도, 성격도 다르다면 다른 사람이겠지. 나는 괜한 생각을 그만두고, 마음 편히 영상을 시청하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영상의 세민이 입을 열었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사실, 지금 어떤 분, 아니면 어떤 사람들이 이 영상을 재생하고 계시는지는 모르겠지만요.]

[만약, 당신이 각성 1팀의 각성자가 아니라면········.]

대한민국은 위기에 처했고, 저희는 전멸한 상황이겠네요.]


그 말에, 나는 초코 님의 죽음이나.

아까 봤던 각성자들의 시체를 떠올리고는 속이 쓰린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면, 당신에게는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습니다.]


······선택지?


[첫 번째 선택지. 이 지하 9.3층에서 버틴다.]

[이 장소는 사실상 방공호인데다,

드림 스테이지와 관련된 사람만이 암호를 알고 있고. 식량도 꽤 확보되어 있거든요.]


식량까지 있다고? 그건 나에게 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럼 두 번째는?


[두 번째 선택지. 타임머신을 사용할 방법을 찾는다.]


······뭐? 타임머신?


‘미친. 타임머신이 실존한다고?’


갑자기, 상상도 하지 못한 말이 튀어나온 기분이었다.


[아마 당신은, 타임머신의 정말로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타임머신을 당신이 사용할 수 있을지가 가장 궁금할 겁니다.]

[상황이 급할지도 모르니 본론으로 넘어가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임머신은 진행 불가 이슈로 봉인되었습니다.]


진행 불가, 이슈?


세민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현재 시점에서,

시월 컴퍼니는 타임머신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일급 기밀이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죠.]

[그런데, 타임머신을 실제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합니다.]


조건이라고?


[원래, 세계의 시간은 천사만이 되돌릴 수 있습니다.]

[인간이 회귀를 시도하면 어떻게 되느냐?]

[불타 죽습니다.]


맙소사. 정말로 극단적인 이야기였다.


[각성 등급? 능력? 방어력? 전부 소용없습니다.]

[해외에서는 S급 각성자가 타임머신을 사용하려다가 불타 죽은 사례도 있더라고요.]


‘미친. S급이 죽었다고?’


그렇다면, 내가 EX급 각성자라고 하더라도 타임머신을 사용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할 것 같았다.


[이건, 권한의 문제입니다.]

[세계는 강력한 법칙과 의지를 가진 존재거든요.]

[일단 천사는 선량하다고 인증된 존재니까, 세계가 회귀를 허용합니다.]


[하지만, 인간은 허가를 받지 못한 거죠.

그래서 회귀가 불가능합니다. 네. 통상적으로는 그렇긴 한데.]


···그렇긴 한데, 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는 케이스가 딱 두 종류 있었거든요?]


예외 케이스?

나는 혹시나, 내가 해당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귀를 기울였다.


[첫 번째. 신성 능력자. 성자나 성녀 같은 거죠.]


잠깐. 처음부터 허들이 너무 높잖아.


[만약 본인이 어린 시절부터 치유의 빛으로 남을 치료할 수 있었다? 타임머신을 작동시키세요. 회귀해도 죽지 않습니다.]

[지상에서는 신성 능력자들이 학살당해, 아예 씨가 말라서 태어나지 않는다고들 하지만 혹시 모르죠.]


남을 치료한다고?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물론, 내가 체력이니 신체 능력이 좋긴 하지만 그건 신성 능력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 두 번째 케이스는?


[두 번째. 악마화된 인간.]


······뭐?

갑자기, 정말 예상 밖의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계는 악마나 마수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종종 역사적으로 등장하는 회귀자, 용사, 영웅이에요.]


“맙소사.”


아니, 천사뿐만이 아니라 악마도 회귀를 할 수 있다고?


인간은, 마성이라는 힘에 오염되면 악마가 된다. 

처음에는 멀쩡하더라도, 계속해서 검은 목소리가 타인과 세상, 그리고 모든 인간을 증오할 것을 부추기기 시작하지.


심지어는, 어린 시절부터 겪어왔던 온갖 절망과 아픔, 어둠이 커져 가며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게 된다.


그렇게 불안정해진 상태의 인간에게, 검은 목소리는 계속해서 속삭였다.

네가 바로 주인공이야.

복수를 하자. 힘을 줄 테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뭐든지 해도 돼.


그렇게 오염된 인간은, 강력한 힘을 얻지만 결국 제멋대로 미쳐 날뛰며 폭주하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마지막에는 마수로 변이된 뒤, 몬스터처럼 미쳐 날뛰다가 주변에 마성을 흩뿌리며 산산이 부서져 버리곤 했다.


‘그런데, 그런 악마가 과거로 회귀해서 세계의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대부분의 인간은, 악마가 되어버리면 짧으면 몇 달, 길면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망가져 버리곤 했다.

그런데 인간이 악마가 된 뒤. 회귀를 하고, 심지어 용사니 영웅처럼 활약했다는 이야기는 정말로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자, 다시 강조하겠습니다.]

[신성 능력자나, 악마.

인간은 이 둘 중 하나가 아니면, 타임머신을 작동시키는 순간 죽습니다.]


[그런데, 지상에 신성 능력자는 더 이상 태어나지 않는다고 했죠?]

[현실적으로, 과거로 보낼 수 있는 존재는 오직 악마뿐입니다.]


영상 속의 세민이, 다시 나에게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그리고, 나는 악마가 아니기에 어딜 봐도 내가 타임머신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당신이 천사니 신성 능력자니, 악마가 아니라고 해서 희망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 악마밖에 회귀할 수 없다면서. 무슨 다른 방법이 있는데.


[사실, 사람을 인위적으로 악마로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고요.]


[‘정신 방어력’. 회귀 적합도라고도 하죠?]

[정신 방어력 S랭크 이상의 각성자는,

이론적으로 악마화가 되어도 폭주하지 않고, 악마의 힘을 사용하면서도 계속해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흠칫-


정신······. 방어력?

나, 방금 전 다른 각성자의 장비를 털 때 정신 방어력을 S랭크로 올리지 않았어?


작가의말

흔한 대한민국 게임회사의 지하에 있는 것: 1. 수족관 2. 타임머신 3. 악마가 되는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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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저는 사실 회귀자이고, 가짜 블러드입니다. (1) 24.09.15 11 1 11쪽
20 너 미쳤냐? 그걸 왜 막으려고 하고 있어! (2) 24.09.14 11 1 13쪽
19 너 미쳤냐? 그걸 왜 막으려고 하고 있어! (1) 24.09.13 11 1 12쪽
18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린다. (2) 24.09.12 16 1 12쪽
17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린다. (1) 24.09.11 15 1 12쪽
16 스타팅 마수 선택 시간 (2) 24.09.10 13 1 12쪽
15 스타팅 마수 선택 시간 (1) 24.09.09 15 1 13쪽
14 마왕 오디션 본선, 시작. (2) 24.09.08 19 1 13쪽
13 마왕 오디션 본선, 시작. (1) 24.09.07 26 1 15쪽
12 기적을 이루는 존재 (2) 24.09.06 28 2 12쪽
11 기적을 이루는 존재 (1) 24.09.05 33 2 12쪽
10 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2) 24.09.04 29 2 13쪽
» 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1) 24.09.03 27 2 12쪽
8 대기업 시월 컴퍼니를 향해 (2) 24.09.02 32 2 12쪽
7 대기업 시월 컴퍼니를 향해 (1) 24.09.01 38 2 11쪽
6 EX급 버퍼인 심판의 연주자가 되었다. (2) 24.08.31 51 4 12쪽
5 EX급 버퍼인 심판의 연주자가 되었다. (1) +1 24.08.30 58 3 13쪽
4 대한민국의 서울이 마왕에게 점령당했다. (2) +1 24.08.29 70 3 13쪽
3 대한민국의 서울이 마왕에게 점령당했다. (1) 24.08.28 74 3 13쪽
2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엔딩을 보자 (2) 24.08.28 87 3 13쪽
1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엔딩을 보자 (1) +1 24.08.28 13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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