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심판자는 마왕을 죽이기 위해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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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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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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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팅 마수 선택 시간 (2)

DUMMY

16화



“세상에! 고양이가 나타났잖아?”


마왕 비트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여기서 설명 타임. 저 고양이는 사실 내가 준비한 네 번째 마수야!

그런데, 성격이 까탈스러워서 멋대로 가출을 해 버렸거든. 설마 블러드와 계약할 생각인 거니?”


이유는 모르겠지만, 고양이가 나타나 주었다.

심지어 나에게 별다른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계약을 제안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하지만.


조금 전부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만, 고양이를 선택하는 것이 정말로 최선일까?’


나는 검고양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풀잎여우와 다르게, 우울하고 텅 빈 눈동자는 바라보는 사람의 기력까지 깎아버릴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다시 풀잎여우와 눈을 마주쳤다.

풀잎여우는, 버겁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아직 나와 계약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은 눈빛으로, 나를 향해 낑낑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런 의지력을 가진 마수는 흔하지 않아.’


오디션에서 주어지는 4마리의 마수는, 전부 잠재적으로 S랭크의 적성을 가진 마수이다.


그렇다면, 그중에서 누가 더 빨리 성장하고 강해질 수 있을까. 당연히, 강해지겠다는 의지를 가진 채 혹독한 훈련을 견뎌낼 마수겠지.


‘그렇다 하더라도. 첫날 죽어버리면 의미가 없으니까 원래는 고양이와 계약할 생각이었긴 한데.’


사실, 나는 한 가지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어쩌면, 나의 지식과 능력이라면 풀잎여우가 적에게 단 한 대도 맞지 않고도,

튜토리얼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말이다.


‘하지만, 힘겨운 길이 될지도 몰라.

이 풀잎여우에게는,

내가 굳이 쉬운 길을 포기하고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나는, 그 답을 알고 싶었다.

그래서, 풀잎여우를 향해 진지하게 물었다.


“너, 왜 하필 나랑 계약하려는 거지?

나 말고도 다른 후보자도 있잖아.”


“네가, 여기의 모든 후보자 중 가장 강해 보이니까!!”


그러자 풀잎여우가 완전히 지쳤음에도

나에게 전혀 주눅이 들지 않은 표정으로 외쳤다.


‘내가 강해 보인다고?’


확실히, 블러드는 딱 봐도 기가 세 보이는 컨셉이긴 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지혁이지, 블러드가 아니고.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아직 전투 경험이 부족하기에 아직은 다른 각성자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사실을 알려줘야겠지.’


나는 진지하게 풀잎여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기. 난 겉보기처럼 강하지 않아.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다른 후보자들이 나보다 강할걸.”


그도 그럴 것이, 루시리드는 천사 중에서도 로열. S급의 창조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유하는 주인공답게 검술 천재였다. 게임 초반부터 A급으로 각성한 상태였지.

이노센트도, 게임 초반에는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A급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거든.


나는 EX급의 심판자이긴 했지만, 그 사실을 숨기고 B급의 연주자로 활동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들보다 스펙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의 말에도 풀잎여우는 꺾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크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내가 말하는 건, 힘의 강함이 아니야.”


·······힘의 강함이, 아니라고?

나는 놀란 채, 풀잎여우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그럼, 힘이 아니면 뭘 본 건데?”


“다른 후보자들은 별로 절실해 보이지 않아.

오로지 너만이, 무언가 지켜야 할 것이 있는 눈을 가지고 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흠칫했다.


‘지킬 것이, 있는 눈?’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반발심이 울렁거렸다.


‘나에게, 정말로 지켜야 하는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던가?’


···생각할수록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마음이 욱신거리는 기분이었다.


‘나는, 누군가를 지킨다기보다······.’


굳이 말하자면, 나는 미친놈들이 깽판을 치는 것이 싫었고. 전쟁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이 싫었으며. 가능한 한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로 솔직히 말한다면.

내가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지켜야 할 존재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에, 지키지 못한다면 정말로 괴로울 것 같았거든.


‘뭐, 이런 이야기를 저 풀잎여우에게 말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표정을 지으며 풀잎여우에게 말했다.


“그래, 나에게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고 치자.

나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오디션에서 이겨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네가 아닌 ‘누구보다도 강한 마수’가 필요하고.”


“그럼, 내가 세상에서 제일 강한 마수가 될게!”


풀잎여우가, 꼬리를 살랑거리며 당돌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열심히 수련할 거야! 무지무지 강해질 수 있어!”

“하지만,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게 있잖아.”


“그렇지만, 나는 죽기 싫단 말이야.”


뭐?

죽기······싫다고?


“블러드 너는 눈치챈 것 같지만, 나는 다른 마수보다 약해빠진 몸을 가지고 있어.


하지만, 난 이대로 비참하게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으니까, 가장 강해 보이는 너와 계약을 하고 싶고,

정말로 살고 싶으니까, 앞으로 네 말을 정말 잘 들을 거라고!!!”


그 선명한 의지에.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풀잎여우를 바라보았다.


‘그래, 너도 죽고 싶지 않았구나.’


나는, 말문이 막힌 기분으로 풀잎여우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풀잎여우는 또다시 나를 놀라게 만드는 말을 했다.


“그리고, 난 꿈이 있어.”

“꿈?”

“나는 앞으로 크고 강한 마수가 되어서, 나처럼 약하고 어린 마수들을 전부 지켜줄 거야!”


“·······················.”


나는, 그 말을 듣고 가만히 풀잎여우를 바라보았다.

고작 조그마한 마수일 뿐인데. 그 의지만은 그 누구보다도 반짝반짝 빛나는 기분이었다.


‘·······큭.’


나는, 이를 악물고 풀잎여우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비합리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 알고 있는데, 논리적으로는 미친 짓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솔직히 말해서, 마음에 들지 않아?’


그래, 솔직히 인정하자.

나는 풀잎여우와 계약을 하고 싶었다.


‘살릴 수 있을까?’


살릴 수 있을까가 아니라, 살려야지.


이제까지, 나는 드림 스테이지에서 말도 안 되게 극악한 전투들을 겪어왔다.

게임의 최종 보스까지 쓰러트렸던 내가, 작은 마수 하나를 살리지 못한다면 드림 스테이지 랭킹 1위의 이름이 아까웠다.


그리고, 만약에 풀잎여우가 여기서 살아남아서, 계속해서 성장한다면.


‘어쩌면, S급으로 성장했을 때 정말 강력한 마수가 될 수도 있어.’


보통, 마수의 능력치는 특정 능력치가 낮다면, 특정 능력치가 높다.

풀잎여우의 내구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것은, 즉, 내구도가 아닌 다른 능력치. 마법 공격력이나, 다른 특수 능력치가 높을 가능성이 있었다.


···좋아. 그럼 결정했다.

나는, 풀잎여우를 조금 더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기, 풀잎여우야.

만약 나와 계약한다면.

너는 내가 어떤 명령을 하더라도, 절대로 내 말을 잘 따를 수 있어?”


그러자, 풀잎여우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나에게 대답했다.


“응. 나쁜 짓만 아니라면!”


‘딱 봐도 착해 보였는데. 역시 착한 마수라는 건가.’


뭐, 나도 악행을 저지를 생각은 없으니까 딱히 상관없을 것 같았다.

선행의 방패를 걸었을 때의 효과도 좋을 것 같고.

무엇보다, 풀잎여우가 비굴해지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결정되었네.’


나는, 깊게 숨을 한 번 쉰 뒤,

마음의 결심을 하고, 아까 마왕 비트에게 받았던 브로치를 꺼냈다.

이 브로치는, 마수와 계약하기 위한 마법석의 기능도 가지고 있었지. 나는 브로치를 손에 쥔 채 계약 의사를 밝혔다.


“나는, 이제부터 이 풀잎여우와 계약한다.”


번쩍-!!!!!!!!!!!!


[마법석이, 당신과 풀잎여우의 정신을 연결하기 시작합니다.]

[풀잎여우와의 계약이 시작됩니다!]


“자. 나와의 계약에 동의할래?”

“응! 나는 블러드 너랑 계약할래!”


풀잎여우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풀잎여우가, 당신과의 계약에 동의합니다!]


번쩍-!!


그러자, 무색이었던 브로치가 찬란하게 빛나며, 라라의 속성을 나타내는 연초록색으로 변화했다.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띠링-


[풀잎여우 라라와의 계약이 완료되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마법석 안에 풀잎여우를 집어넣거나 꺼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당신은 풀잎여우의 능력치를 확인하고 스킬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연달아서 새로 계약한 마수의 정보를 알려주는 창이 떴다.


띠링-!


[종족] 풀잎여우

[속성] 결핍(풀)

[성별] 여

[추천 편성] 원거리

[성장 단계: 1단계]

[현재 랭크] B+

[잠재 랭크] S (이 풀잎여우는, 인간 시절 특정 분야에 대해 S급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 재능을 찾아낸다면, 풀잎여우는 자신의 재능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며 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격] 욕심쟁이 (*이 풀잎여우는, 강해지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있으며 의욕이 넘쳐흐릅니다!)


욕심쟁이 성격이구나. 처음에는 용감한 성격일까 생각했는데, 욕심이 많다는 것도 꽤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띠링-!


[풀잎여우의 이름을 지어주겠습니까?]


이름이라. ······귀여운 이름으로 지어줄까?

나는 잠깐 동안 고민한 뒤, 풀잎여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이제부터 네 이름은 라라야.”

“!!!!!”


풀잎여우가,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는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난데없이 관중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라!!! 축하해!!!!”


풀잎여우와 대화하느라 관중들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많은 사람이, 이제까지 숨을 죽이고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모양이었다.


심지어, 관중석에서는 풀잎여우의 사연에 감동하여 눈물을 글썽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으며.

마왕 오디션 채팅방도 이 상황을 이야기하느라 난리가 났다.


[와. 풀속성 공포증인데 풀속성 마수랑 계약한다고? 진짜 대인배다]

[블러드님 왤케 착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리 그래도 풀속성 마수랑 계약하는 건 멍청한 짓 아냐? 바로 패배하면 어쩌려고;;;]

[블러드 형 그렇게 안 약함. 저 형 타이틀곡인 ‘어둠의 자식들이여’ 안 들어봤어?

3단 고음 개소름이라고. 저 형이면 어떻게든 살린다. 그리고 미성장 마수들이면 아직 약해서 속성이 그렇게까지 크게 중요하지 않아.]


다행히, 대부분의 사람이 나에게 호의적이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풀잎여우와의 추격전 덕분에 본선 첫날에 가장 주목을 받는 것에 성공한 것 같았다.


그리고, 풀잎여우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블러드!! 정말로 고마워!!!”


풀잎여우가 나에게 가까이 다가와서는

귀여운 초록색의 꼬리를 살랑거리며 말했다.


“뭐, 고마워할 건 없어. 대신에 빡세게 굴릴 테니까. 각오해야 할 거야.”


그 말에, 풀잎여우가 환한 옷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점프하더니.


폴짝-


그대로, 나의 품으로 다이빙해서 폭 안겼다.


“고마워, 블러드!!! 나 꼭 강하게 자랄게!!!”


아무래도, 풀잎여우는 애교가 많은 타입인 모양이었다. 덕분에, 몸에 닿아오는 부드러운 털과, 바스락거리는 잎사귀의 느낌이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나는 풀잎여우를 안은 채로 검고양이와 눈을 마주쳤다.

그런데. 난데없이 목소리가 들렸다.


<<잘됐네.>>


고양이가 아닌, 기사단장 류한의 목소리였다.

맙소사.

이거, 일반적인 소리가 아니라 바로 머릿속에 때려 넣는 것 같은 목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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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저는 사실 회귀자이고, 가짜 블러드입니다. (1) 24.09.15 11 1 11쪽
20 너 미쳤냐? 그걸 왜 막으려고 하고 있어! (2) 24.09.14 11 1 13쪽
19 너 미쳤냐? 그걸 왜 막으려고 하고 있어! (1) 24.09.13 11 1 12쪽
18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린다. (2) 24.09.12 16 1 12쪽
17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린다. (1) 24.09.11 16 1 12쪽
» 스타팅 마수 선택 시간 (2) 24.09.10 14 1 12쪽
15 스타팅 마수 선택 시간 (1) 24.09.09 15 1 13쪽
14 마왕 오디션 본선, 시작. (2) 24.09.08 19 1 13쪽
13 마왕 오디션 본선, 시작. (1) 24.09.07 26 1 15쪽
12 기적을 이루는 존재 (2) 24.09.06 28 2 12쪽
11 기적을 이루는 존재 (1) 24.09.05 34 2 12쪽
10 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2) 24.09.04 29 2 13쪽
9 한 번 더, 모든 걸 의심해 봐. (1) 24.09.03 27 2 12쪽
8 대기업 시월 컴퍼니를 향해 (2) 24.09.02 32 2 12쪽
7 대기업 시월 컴퍼니를 향해 (1) 24.09.01 38 2 11쪽
6 EX급 버퍼인 심판의 연주자가 되었다. (2) 24.08.31 51 4 12쪽
5 EX급 버퍼인 심판의 연주자가 되었다. (1) +1 24.08.30 58 3 13쪽
4 대한민국의 서울이 마왕에게 점령당했다. (2) +1 24.08.29 70 3 13쪽
3 대한민국의 서울이 마왕에게 점령당했다. (1) 24.08.28 74 3 13쪽
2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엔딩을 보자 (2) 24.08.28 87 3 13쪽
1 이번에야말로 게임의 엔딩을 보자 (1) +1 24.08.28 133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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