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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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작품등록일 :
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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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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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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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DUMMY

***


부부는 용에게 나라를 파괴라도 당한듯한 얼굴로 걷고 있었다.

판다처럼 눈 그늘이 잔뜩 내려앉은 모습은, 그들이 그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해왔는지 보여줄 정도였다.


쫄쫄 흐르는 냇가를 따라 올라가는 부부.

집에 가까워질수록 발목에 무게추라도 단 것마냥 발걸음이 느려진다.


"있잖녀, 부인..."


"......"


"이제는 고마 보내줘야 하지 않겠능교..."


후줄근한 차림의 사내가 힘없이 말했다.


아내는 그저 고개를 떨구곤 대답 없이 눈물방울만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아까 그렇게 울어놓고서 아직도 울 수 있는 모양이었다.


-깨갱!!

-커르르륵!!


그렇게 집으로 향하고 있는 도중, 멀찍한 곳에서 들려오는 들개 소리.


시골의 들개들은 덩치가 크고 흉포하기에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들개가 있나 봉께 돌아서 가야겄구먼..."


남편이 아내의 어깨를 감싸며 방향을 틀었다.


하나


"아윽!!! 이, 치사하게! 어린앨 상대로 떼로 덤비냐곳!!!"


멀리서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에 우뚝 발걸음을 멈춘 여인이 여전히 눈물을 흘리며 소리가 난 쪽으로 이끌리듯 다가섰다.


"아니 그쪽은 위험하당께!"


들개 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움직이는 아내.


남편이 말리려 했으나 아내는 고집을 꺾지 않고 거세게 저항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테오! 저쪽에서 우리 테오 소리가 난 것 같아요!"


"그럴 리가 없잖능가!"


"아니에요! 우리 테오가 맞단 말이에요! 좀 놔봐요!! 흑흑..."


아득바득 위험한 곳으로 발을 옮기려는 아내.


남편이 그런 아내를 강제로 멈춰세우자, 부인이 그 자리에 허물어지듯 무너져내리며 애처롭게 울었다.


"부인, 정신 좀 차려보소, 어?"


투박한 손놀림으로 부인의 눈물을 벅벅 닦아주던 사내가 돌연 부인의 눈가에서 손을 떼고 제 눈가를 거칠게 비벼댔다.


한 번으로는 부족해서 두세 번 더 그 행위를 반복했다.


"아니, 저, 저거!! 흐끄무레한 게 참말로 테오 아닝교? 테오!!!!!"


보여선 안될게 보였다.


분명 자신들의 아들은 며칠 전 심장이 멈춰 싸늘하게 식었다.

그러니 다시 살아나 움직일 리가 없다.


그걸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그럼에도 그는 사랑해마지않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본능적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저 외관이 닮은 아이일 뿐이겠지 체념하면서도.

한편으론 정말 눈에 보이지도 않을 실낱같은 희망을 남몰래 살짝 품으면서.


그리고 들개들과 함께 있는 인영을 제대로 확인한 순간.


"야 이, 개새끼들이!!! 쩌리 안 꺼져야!!!!"


사내가 발작하듯 소리쳤다.


아이의 찢긴 옷.

그 사이로 뚝뚝 배어 나오는 선혈.

힘겨운 듯 헉헉 몰아쉬는 숨소리.

잔뜩 일그러진 얼굴.


"이이익!!!"


설마설마하며 헐레벌떡 뛰어온 사내는 아이를 구하기 위해 앞뒤 재지 않고 들개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상대는 제대로 된 기사도 아니고.

용도 아니고.

마물도 아니다.


한낱 산짐승들일 뿐.


그러니 굳이 오러를 쓰지 않더라도, 익힌 검술만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소년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전황.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들개들을 향해 회초리를 휘두르고 있던 소년이, 그 와중에도 부부를 발견하고선 만면에 활짝 미소를 꽃피웠다.


'사람이다!!!!'


하나, 그 꽃 같은 미소가 뭣 같은 탄식으로 변하는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 형님, 맨손?"


들개와 자신의 사이를 가로막으며 뛰어들어온 사내를 본 소년의 표정이 순식간에 걱정으로 파리하게 물들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몸부터가 싸울 줄 아는 사람의 몸이 아니었다.


그리고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들개와 소년 사이에 끼어든 사내는 곧장 들개 2마리에게 팔뚝을 물리며 시원하게 피를 뿜었다.


"아니, 형님!! 싸울 줄도 모르면서 그렇게 무턱대고 끼어들면 어떡해요! 위험하게!!!"


소년이 기겁하며 윽박질렀다.


"테오야! 어여 도망쳐! 어여!!! 사람 불러와!!!!"


한쪽 팔에 2마리의 들개를 매단 남자는 필사적으로 남은 팔을 휘휘 저으며 가라 손짓했다.


그 모습을 보고서도 소년은 얼어붙은 것마냥 그 자리에 굳어 서있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사실은 이 상황이 좀 버거웠다.


들개 7마리 정도는 당연히 손쉽게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

아니, 손쉬운 게 당연한 건데, 지금은 마치 뭐랄까.

그래, 마치 통나무 4개를 사지에 매달고, 숨 막히는 물속에서 싸우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소년은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버겁게 느껴진다는 거지 안된다는 소리는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처참한 현재의 몸 상태에 깊은 탄식을 내뱉으면서도 5마리까지 잡아놨는데 갑자기 이 사달이 난 것이었다.


"어여 가랑께!!!! 너는 못 잡어야!!!!"


격양된 목소리가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못 잡는다고.


사내의 말에 소년이 지친 얼굴로도 가볍게 씨익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안 될 것 같을 때 포기하는 건 용기인지, 아니면 체념인지-."


전생에 위와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에 대한 답은 사람에 따라 용기가 될 수도, 체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답이 결코 용기가 되어서는 안되는 사람들이 존재했는데, 그것이 바로 스스로를 '기사'라 칭하는 자들이었다.


"헛소리 말고 어여 가아!!!"


남자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은 소년은 그대로 쥐고 있던 분질러진 회초리를 내질렀다.


고작 2마리.


아까처럼 여러 마리가 자신에게 달려들며 정신을 분산시키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사내의 팔을 물고 매달려있는 상태라 움직임도 훨씬 더 적어진 상태.


이제 와서 어려울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노려지는 정확한 일점.


-푸욱!!


경동맥을 찔린 들개 한 마리가 유명을 달리하며 사내의 팔에서 떨어져 나갔고,


상황을 눈치챈 나머지 한 마리가 소년 쪽으로 방향을 틀며 자신에게 가장 큰 위협을 제거하려 시도했지만, 뒤이어 이어진 소년의 찌르기에 급소를 찔리며 명을 다했다.


"뭐, 뭐시여!?"


후줄근한 차림의 사내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


놀라는 사내의 모습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 소년이 엉거주춤 주저앉아버린 사내에게 손을 내밀었다.


"형님!! 도와줘서 고마워요!!"


피와 땀과 흙으로 범벅된 소년이 후련하다는 듯 상쾌하게 미소 지었다.


내밀어진 손을 잡고 일어난 사내는 돌연 "뭐가 형님이여!! 어?!!" 하며 소년의 등짝을 세차게 내리쳤다.


"?!"


***


퀴퀴한 나무냄새.

촛불 하나로 겨우 안을 밝히는 어두컴컴한 방.


무언가를 물어볼 수 있는 대화 상대의 등장에 한껏 신이 났던 것도 잠시.


들개들에게 팔을 물리길래 대신 숨통을 끓어줬더니 매서운 손찌검이 등짝에 날아들었다.


'밥도 제대로 안 챙겨 먹으니까 그리 픽픽 쓰러지는 게 아닝교!! 너희 엄니가 을-매나 걱정했는지 알기나 혀어!! 이 불효 자슥이!!! 그리고 왜 밖에 처기어 나와 들개들헌티 처물리고, 어!! 집구석에서 쉬고나 있제!!!'


하며 한 대도 아니고 여러 대를 처맞았다.


"아니? 형님, 말로! 말로 좀!!"


하고 외쳐봤으나


"내가 왜 늬 형님이여!? 어!?!"


하며 손찌검은 멈추지 않았다.


아무튼.


집에 끌려왔다.


자신이 이 몸으로 처음 눈을 뜬 바로 그 집이었다.


아무튼 사람을 만났으니 이젠 정보를 얻을 차례!


한때 가장 강력했던 소드마스터가, 아니 소년이 물었다.


"근데 혹시 절 아세요?"


"?!"

"?!"


소년의 질문에 여자와 남자의 얼굴이 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아따-!! 요노무 시끼가 갑자기 뭔 소릴 지껄이는 거여-!! 겨우겨우 살아나갖꼬 하는 소리가 뭐시여?!"


여인의 일그러진 표정은 울음을 참는듯한 느낌이었는데, 사내는 아마도 화를 참고 있었던 모양.


저를 아느냐는 질문에 기다렸다는 듯 우레와도 같은 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머, 이이도 참! 테오가 기억상실인지 뭔지인 것일 수도 있잖아요! 고열에 시달리고 나면 생길 수도 있다던데..."


그렇게 말한 여자는 제가 말하면서도 갑자기 감정이 복받쳤는지, 그새 얼굴이 시뻘게지더니만 눈가가 촉촉이 젖어들었다.


어? 이러면 안 되는데?


아이와 여자의 눈물에 유독 약해지는 편인 소년이 당황해 입을 열었다.


"저, 그... 기억상실? 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억상실이라 대충 거짓말로 둘러대고 싶은 마음은 들었으나, 역시 거짓말을 치는 건 내키지 않는다.


"아니, 아무튼 제가 기억을 좀 잃은 것 같긴 해요."


기억을 좀 잃은 건 사실이다.

설산에서 정신을 잃은 후, 지금 이 몸을 가지게 되기까지의 기억이 전혀 나질 않으니 말이다.

게다가 전생의 기억은 나지만 현생(이 몸)의 기억은 전무하니, 이 또한 어찌 보면 기억을 좀 잃은 것일 테지.


"그러니..."


그렇게 자기 자신을 설득시킨 소년이, 이제는 당당하게 그들에게 여러 가지 정보들을 묻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알게 된 몇 가지 사실.


일단 저 자들은 이 몸의 부모였고, 이 몸의 이름은 테오였다.


'테오메레스 나하레스'라는 이름인데 줄여서 테오라고 부른다고 하더라.


이 아이는 이틀 전 심장이 멈췄는데, 영혼이 떠나버린 몸에 내 영혼이 들어온 게 지금 상황인 것 같았다.


나이는 15살. 원래의 난 30살이었는데 15살이나 줄었다.

회춘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결코, 좋은 방향으로 이뤄졌다곤 말할 수 없었지만.


가족관계는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나.


개인적인 신상정보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

그러니 이제는 다른 걸 물어볼 차례다.


"근데 지금이 정확히 태양력 몇 년도에요?"


"태양력?! 하따 오래간만에 듣는고만! 지금은 하우레스력 50년이잖녀!!"


"아니, 태양력은 어디 가고요?!"


분명 자신이 5개국을 통일시켰을 때 연호를 태양력으로 바꿨었다.

그런데 뭐? 하우레스력 50년?


"그야, 전대 황제님이 돌아가시고 나서 연호가 바뀌었잖니? 가까스로 시신을 찾아 장례를 치른 그해부터였지요 아마? 용독에 당하셔서 화장을 했을 때, 새까만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던 건 유명한 일화란다~. 안 그래요, 여보?"


아내의 말에 남편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

무려 내가 죽었다고 한다.

심지어 시신을 찾아 장례를, 그것도 화장으로 치렀다고 한다.


위의 사실로 미루어보아, 내가 죽고 난 지 50년이 지난 게 지금인듯싶었고,

시신을 화장했다고 하니 내가 누군가와 흑마법으로 몸이 바뀐 건 아닌듯했다.


어? 잠깐?

그럼 안되는데?


소년의 얼굴에서 삽시간에 핏기가 빠져나갔다.


몸을 되찾을 생각이었는데, 되찾아야 할 몸이 타서 가루가 되어버렸다?


육체적으로도, 오러적으로도 공들여 키워놓은 최고급 육신이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더 들어보니 용 놈은 여전히 잘 살아있고, 하우레스도 현재 중앙 마탑에서 여전히 대마법사라는 칭호를 가지고 잘만 살아있다고 했다.


그 사실을 듣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화가 난다'가 아니었다.


그럴 줄 알았는데 오히려 '다행이다'하는 안도감이 일었다.


둘 다 아주 잘 살아있는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그 둘 중에 하나라도 내 손으로 벌하지 못한다면, 내 입장에서 참으로 많이 아쉬웠을 테니까.


...게다가.

하우레스에겐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근데 전대 황제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자신에 대한 후세의 평가는 어떠한가.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궁금했다.


그리고 더해, 남은 동료들의 생사도 궁금했다.


"아니, 갑자기 뭣 땜시 50년 전에 처 뒈진 놈을 들먹인다능가?! 다시 살아나더니만 정녕 미쳐버린 거시여, 뭐시여?!!"


"?!"


아니? 그저 물었을 뿐인데?

왜 갑자기 저렇게 화를...?


전생에 나름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일반 시민의 저런 반응을 보게 되니 입안이 좀 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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