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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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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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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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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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DUMMY

"저도 레오랑 같은 이유입니다. 오래간만에 그리웠던 옛 선배님 얼굴이나 뵈려고요."


"저 꼬맹이가 네 옛 선배냐?"


"후훗. 그럴 리가요."


흘끔흘끔 소년을 향했던 시선이 비로소 아르센에게 고정되었다.


"그나저나 밖에 비 오냐?"


"예?"


"아니, 갑자기 비 냄새가 나서."


"아니오. 굳이 말하자면 오늘은 좋은 날씨에 속합니다."


곱슬머리 사내가 배시시 웃었다.


아르센은 여전히 무감한 표정을 한 채, 이번엔 쇠창살 너머로 손을 뻗었다.


"잘 됐네-. 그럼 이제 옛 후배 덕 좀 봐볼까-?"


"예?"


"열쇠 줘. 나가게."


너무나도 당당한 요구.


어떻게 저렇게 사람이 한결같이 무뢰한 같을 수 있는지, 속으로 감탄하는 테오였다.


"제가 열쇠를 어떻게 갖고 있습니까? 전 교도관이 아니라 성기사입니다만..."


곱슬머리 성기사가 말꼬리를 흐렸다.


"야. 내가 못 나가서 이러고 있겠냐-, 안 나가서 이러고 있겠냐? 창살 부수면 너네 돈 쓰게 될 텐데, 그거 아깝지 않냐?"


그 말에 성기사가 눈을 예쁘게 휘어접으며 한 번 더 웃었다.


"후훗. 북부 성당 감옥에 대한 비용은 북부 성당에서 감당하기에, 저희 남부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답니다?"


***


성당은 중앙과 동서남북, 총 5개의 큰 구역으로 나뉜다고 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북부 성당과 남부 성당은 매우 사이가 안 좋다고 한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앙을 견제하느라 동서남북 4개의 성당은 다 같이 사이가 좋았었다고 했다.


그런데 북부에 그 차분한 인상의 성기사가 성기사단장으로 임명되고,


그 후 남부 성기사단장으로 검은 곱슬머리가 임명이 된 뒤.


왠지 모르게 서서히 관계가 삐걱거리기 시작하다, 결국 이 지경까지 되어버렸다고 하더라.


"이거 완전 성기사 싸움에 끼여 일반인 허리 터지는 꼴이네요."


"그러게-."


소년과 기사는 여전히 차디찬 감옥 바닥에 앉아있었다.


알고 보니, 소년이 투옥된 이유가 사특한 것과 손을 잡았는지 하는 혐의가 아니라, 살인사건에 연루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긴-. 사특한 것과 관련된 혐의만 있었다면 레오가 진즉에 풀어주긴 했을 거야-."


"맞아요오......"


한층 더 침울해진 맞아요 인형이 무릎 사이에 고개를 파묻고선 힘없이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그 용병 녀석들, 잽싸게 도망치길래 살아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지 않냐?"


"맞아요. 그러게 말이에요."


소년은 숙소에서 쉬고 있느라 용병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아르센에게 들어 그들의 존재는 인식하고 있었다.


마물을 같이 잡아달라 아르센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주제에, 마물이 공중전을 해야만 하는 와이번이라는 사실을 알자마자 잽싸게 꽁무니를 빼버렸다.


라고 아르센이 길길이 날뛰었기에, 모르고 싶어도 알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자들이 죽어버렸단다.


그것도 난도질당한 채로.


아무리 그래도 용병.


일반인에게 당했을 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성당의 판단.


아르센과 기사단원들은 파노블가라는 든든한 뒷배가 보증인이 되어주지만 소년은 그렇지 못했고.


때문에 소년이 모든 혐의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태였다.


"아니,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저도 일반인인데요? 심지어 어린데요? 이렇게 어린 일반인 꼬마 애가 어떻게 성인 용병을 상대로 이겨요?!"


테오가 아르센을 힐끔거리며 '일반인'이란 단어를 강조해 억울하단 투로 고했다.


"그야 우리랑 같이 다니잖냐?"


"그게 제가 살인 누명을 쓰는 거랑 무는 상관이 있는데요?"


"기사들이 데리고 다니는 일반인은 유사 기사로 보니까?"


"아니, 뭐 그딴 포지션이 다 있어요!!"


소년이 답답한지, 제 새하얀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야, 너. 그거 하지 마. 그러다 대머리 된다?"


"? 이러면 머리 빠져요?"


"빠질걸? 게다가 너는 생긴 게 민들레 꽃씨같이 생겨서 바람만 불어도 민둥머리 될 것 같이 생겼거든-."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건 나쁜 습관이에요."


"나도 알아."


"아시는 분이?"


"뭐?"


터져 나오는 까칠한 목소리.

슬쩍 시선을 피한 테오가 멍하니 쇠창살 너머를 바라봤다.


"야, 근데 넌 용독에 걸린 건데 어떻게 오러를 돌리냐?"


용독에 중독되면 오리길이 막힌다는 건 상식.


"제가 제일 궁금해요."


본인이 제일 그 이유가 알고 싶었다.


"근데 너 나랑 연습 대련할 때도 그렇고 와이번 잡을 때도 그렇고 말야-."


"네."


"왜 그렇게 힘으로만 밀어붙이려 드냐? 약해빠진 주제에?"


불현듯 떠오른 아르센이 물었다.


그가 보기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극강의 경지에 오른 소드마스터나 쓸법한 검술을 어린아이가 자꾸만 꾸역꾸역 고집하는 모습을 말이다.


심지어 속이고 기만하는 검, 소위 '속기검'에 대해 살짝 가르쳐 주기도 했었는데.


학습능력이 없나?


"음-, 그냥 역시 편해서요!"


그는 전생 때부터 힘으로 찍어누르는듯한 검법을 선호했다.


그편이 뭐가 어찌 됐든 깔끔히 끝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원래 습관이란 무서운 법.


그는 그 편리하고 시원시원했던 감각을 여전히 잊지 못하고 있었다.


"좀 더 속이고 기만하는 검을 섞는 게 나을걸? 나중에 네가 나보다 세지면, 그때 검 그렇게 써."


와이번을 잡을 때.


득달같이 와이번에게 달려들어 막타를 뺏어가는 소년의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어져 말하는 걸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이자, 아이에게서 발견한 단점을 말이다.


"속이고 기만하는 검이요? 내가요?"


소년이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도 쓰는데 네가 왜 안 쓰는데?"


기사도 본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되물었다.


"저는 쓰기 싫은데요? 왜 그렇게 강요해요?"


"전장에선 그딴 쓸데없는 고집부리다가 뒈지는 거야-."


"그때가 되면 루이스 님이 알아서 구해주시겠죠."


"조언이니까 좀 새겨들어 씨발아."


"네..."


시큰둥한 표정을 한 테오가 일단 귀로는 들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뚝 대화가 끊기고 나서 찾아온 침묵.


잠시 아빠 다리를 하고선 턱을 괴고 있던 아르센이 돌연 소년의 어깨를 툭툭 치며 물었다.


"야, 걍 나갈까?"


툭 던져진 물음에 소년이 고개를 저었다.


"왜?"


아르센이 의외라는 눈으로 소년을 쳐다보며 물었다.


"저 용독이라면서요. 온 김에 정당하게 고위 사제님한테 치료받고서 나가고 싶어요."


용독만 해결되면 끊긴듯한 오러길을 매끄럽게 만들 수 있을 터였다.


오러의 발현량과 오러 변환 시간의 단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터였다.


"아무리 봐도 남쪽 성당이 너한테 살인죄를 뒤집어씌워 교수대에 올릴 작정인 것 같던데?"


흑마법사와 연관이 없다는 사실은 레오라는 성기사가 보증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용병 살인에 대한 누명은 아니었다.


"그럼 진범을 찾아야겠네요."


"무슨 수로?"


-'진범이 없으면 만들어내면 되지 않냐?'


전생에 등을 맡기던 친우의 말이 테오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테오가 고개를 휘휘 저어 상념을 털어냈다.


그 당시 테오는, 적어도 기사가 그러면 안 되지! 하고선 제 친구를 호되게 다그쳤었다.


"일단 나가봐야 알 수 있겠죠?"


그 대답에 아르센의 입가가 시원하게 씨익 올라간다.


"그럼 결정 난 거다?"


***


달빛이 흐린 야심한 밤.


거친 길 위를 달리는 마차가 여러 대 있다.


그리고 그중 가운데에 위치한 마차 안.


불쾌한 표정을 한 검은 포니테일 머리의 사내가, 손가락 끝으로 창틀을 두들겼다.


톡. 톡. 톡.


규칙적인 소리만이 적막 속에 울려 퍼진다.


"억류되어 있다라... 그 아르센이?"


창틀을 두드리지 않는 다른 손에는 웬 종이 한 장이 들려있었다.


"북부 성당의 지하 감옥이라... 재밌군."


그리 말하는 사내가 한쪽 입꼬리를 삐뚜름하게 올려 웃었다.


재밌다고 말한 사내의 눈은 전혀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난폭한 빛이 서려있었다.


***


한편 그 시각.


소년과 기사는 감옥 밖을 거닐고 있었다.


은은한 월광이 기분 좋게 세상을 비춰주는 밤.


소년의 새하얀 머리끝에 내려앉은 달빛이 미끄러지듯 반사됐다.


그냥 보면 꽤 볼만한 모습.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눈에 띄기만 해 그다지 좋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뿌우우우우우!!!!


돌연 웅장하고 위협적인 뿔 나팔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아, 씨발. 들킨 모양인데?"


탈옥수가 발생함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럼 이제 어떡하죠?"


"난들 아냐?"


말과는 반대로.


아르센이 소년의 팔목을 잡아채곤 잽싸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어흑?!"


대뜸 가해지는 강압적인 힘에 테오의 입에서 숨넘어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씨이..."


아르센이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혹시나 하고 봤지만 역시나.


엄폐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감옥 주변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하아 씨이발 인생! 어떻게 엄폐물이 하나도 없냐?"


"산책 나왔다고 둘러댈까요?"


"그딴 핑계가 통하겠냐?"


"진범을 찾아보겠다고 사실대로 말한다면요?"


"남부 성당 쪽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세헤아가 방해할 거다."


세헤아.


아까 감옥 안에서 봤던, 잘생긴 음흉한 곱슬머리 성기사를 말하는 거다.


"근데 그 사람은 왜 절 살인범으로 몰려고 그래요?"


"일단 나랑 같이 있으니까?"


"?"


소년의 만면에 의문이 떠올랐다.


"네가 살인범이 된다면, 내가 데리고 다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북부의 패자인 파노블가 명성에도 금이 가게 되겠지? 덤으로 널 무고하다 하려 했던 레오가 속해있는 북부 성당 쪽 명예에도 금이 가게 될 테고."


"아, 그런 거예요?"


"응. 그런 거야-. 그리고 그렇게 북부의 기세가 주춤해지면 가장 큰 이득을 보게 되는 건 최근 호전적으로 변한 남부 쪽이니까-. 뭐, 결국엔 남부 쪽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고 생각된다만-."


"죄 없는 애 하나를 죄인으로 만들어 교수대에 세우면서까지요?"


"그러게나 말이다-."


대화하는 소년과 기사의 표정은 어느덧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소년의 붉은 눈동자가 살기로 젖어들기 시작했다.


무고한 자의 희생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 생각했다.


평범한 이들이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야말로, 가장 평화롭고 이상적인 세상이라고.


그리고 그걸 지켜줘야 하는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 바로, 스스로를 기사라 칭하는 자들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는 테오였다.


"근데 남부 성당은 왜 주도권이 필요한 거예요?"


"성당 쪽 일은 나도 잘 몰라-. 아마도 중앙이랑 제대로 맞붙은 생각이라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추측 정도는 해볼 수 있지만?"


"근데 저희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예요?"


살인 진범을 찾으러 가자! 하고 잠시 탈옥한 것이 지금 상황.


근데 들켜버렸다.


일단 아르센이 손목을 잡아끌길래 끌려가고 있는 중이긴 한데, 방향이 뭔가 이상했다.


성당 바깥쪽이 아닌, 뭔가 오히려 성당 내부 본체 쪽을 향하는듯한 느낌.


때문에 소년이 물었다.


자신들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이냐고.


"성당."


"? 왜요?!"


소년이 의뭉스러운 얼굴로 버티려 다리에 힘을 줬다.


그러자 테오를 끌어당기는 팔에 더욱더 큰 힘이 가해졌다.


그렇게 질질질.


계속해서 원치 않는 방향으로 소년의 몸이 이끌렸다.


"지금 우리가 성기사들을 상대로 제대로 싸울 수 있을까? 그래도 쟤네 나름 기사들인데?"


감옥에 갇힐 때 무기가 될만한 물건들을 모조리 뺏겼다.


그러한 사실을 상기해낸 테오가 고개를 모로 저었다.


기사의 말대로 이쪽은 무기가 없다.


게다가 제대로 된 기사가 하나에, 아직은 전력이 되기엔 애매한 소년이 하나.


상대는 성기사가 여럿.


정면으로 맞붙는다면 승산이 좀 많이 낮게 나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치?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그럼 더 피해서 멀리 달아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왜 성당 쪽으로 가는 건데요?!"


"그야, 고위 사제를 인질로 잡으려고?"


"?!"


소년의 눈이 눈에 띄게 크게 동요했다.


'아니, 이 미친 기사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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