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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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작품등록일 :
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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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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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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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DUMMY

"하?"


검기를 날려보낸 테오의 입에서 허허로운 한숨이 크게 터져 나왔다.


검기를 날렸는데 날아가지 않았다.

아니, 검기가 있었는데 없어졌다.


오러량이 부족해서 날아가는 도중에 자연히 공중분해되어버린 것이었다.


'아니, 이것도 안돼?!'

'오러량이 늘었는데도?!'


테오가 황망한 눈으로 붉은 검기가 사그라들어버린 허공에 시선을 처박았다.


그리고 그 순간, 재빨리 반응하며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소년의 검기가 날아가는 도중 공중분해되는 걸 본 기사단원들.


역시 아직은 와이번을 잡기엔 좀 이른가?


그리 판단한 기사단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더 이상 손놓고 기다려줄 필요가 없어졌기에.


하지만 소년이 초반에 노렸던 와이번 한 마리는 조금만 더 남겨놔주기로 했다.


그 누구도 먼저 제안하진 않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 은연중에 혹시나 하는 기대가 깔려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18마리의 와이번이 날개가 찢겨 바닥으로 떨어졌다.


"큭큭, ... 끄윽, 끅,끅..."


그리고 뒤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엔 아르센이 바닥에 쭈그려앉아 얼굴을 움켜잡은 채,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상황 자체가 웃겼다.


아이가 뭘 하려고 했는지는 눈에 훤히 보였다.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들은 게 있는 걸까.


날아다니는 것들을 상대할 때 쓰는 정석적인 방법을 사용하려 했다.


아르센은 소년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보면 볼수록 점입가경.


방금 전, 소년이 오러를 변환시켜 운용하려 하는 모습도 마음에 들었고,


목표물이 정신없이 움직이는데도 대상을 정확히 포착해 내는 집중력도 마음에 들었고,


검기가 정확히 날개 쪽으로 뻗어나가는 정확도도 마음에 들었다.


일말의 낭비가 없는 매우 만족스러운 움직임.


언젠가 저 녀석 손에 죽게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영광일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나, 아직 어려서 그릇이 안 따라주는 게 문제였다.


분명 저 꼬맹이는 완벽하게 생각하고 완벽하게 행동했을 텐데 몸이 안 따라줘서.

그리고 오러량이 안 따라줘서.


그래놓고 왜 안되냐는 듯이 "하?" 하고 멍청한 한숨을 내쉬는데, 그게 바로 웃음벨이 되어 아르센을 터트려버리고 말았다.


'첫 타가 저리 날아가 버렸으니 오늘 고전 좀 하겠는데?'

'좀 도와줘 볼까?'


싶기도 했지만, 좀 더 지켜보고 싶은 욕심이 일었다.



한편.


황망함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온 테오가 다시 한번 검 등을 쓸어올리려 했다.


검기를 날려보내면 검에서 오러가 빠져나가니까.


하지만 낮게 비행하며 쏜살같이 달려드는 와이번 한 마리 때문에, 테오는 도중에 움직임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에 테오가 노렸던 그 와이번이었다.


자신을 공격하려 했던 테오에게 악감정을 품은 것일까,

것도 아니면 소년이 이들 중 가장 약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어느 쪽이든 기분이 좋지 못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용도 아니고 기껏해야 와이번인데.


"에잇!"


급속도로 가까워지는 와이번과의 거리.


검 등을 제대로 쓸어올리지 못해 오러가 돌지 않는 검.


검에 오러를 돌리는 걸 포기한 테오가 대신 혼신의 힘을 다해 검 끝을 내질렀다.


오러가 돌지 않는 검이라도 급소를 노린다면!


원래 생명체는 칼이 아니라 주먹에도 잘못 맞으면 죽는 법이다.


아직 어린 몸뚱이라 해도 어려울 건 없었다.


그래봤자 용의 하위 호환.

속도로는 지금의 테오로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푸확!


-쿠악쿠악!!


그러나 아직 힘이 달리는 탓일까.


생각보다 가죽이 두꺼웠다.


아니 질겼다.


그래서 칼끝이 깊게 들어가지 못했다.


"쳇!"


불만스럽게 혀를 찬 테오가 다시 한번 급소 쪽으로 칼끝을 매섭게 놀렸다.


'한 번으로 안된다면 여러 번 찔러 뚫어버리면 그만일 터!!'


축적(蓄積).


한 번에 뚫리지 않더라도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뚫린다.


물방울이 바위를 뚫듯이 말이다.


그러나.

호기롭기까지 했던 소년의 결심은 이내 흐지부지되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씻?!"


당황이 잔뜩 서린 소년의 목소리.


"아니이이잇!!!!"


소년의 칼날 같은 외침이, 웃다 지쳐 땅에 고개를 파묻고 있던 아르센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하, 끅?"


소년의 외침이 실시간으로 멀어져 간다.


좀 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아르센.


이윽고 뭔가를 발견한 그가 아랫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꽉 깨물었다.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느라 느른한 눈매 끝에 눈물이 찔끔 맺혔다.


"끄흡! 저 등신이....!!"


자리에서 일어난 아르센이 매서운 검기를 하늘 위로 날려보냈다.


그의 검기가 향하는 곳 끝에는, 소년이랑 대치하고 있던 와이번의 날개가 있었다.


그 와이번의 급소에는 테오의 검 끝이 얄팍하게 꽂혀있었고,


검 손잡이에는 은발 소년 대롱대롱 매달려 애처롭게 끌려가고 있었다.


***


숙소 1층에 위치한 식당.


촌장이 말하길, 용병들은 와이번을 보자마자 도망친 것 같다고 하더라.


덧붙여, 대신 검을 들어준 우리에게 감사의 의미로 한턱 쏘겠다고 했다.


그렇게 촌장의 배려(금전적)로 테이블 위에 잔뜩 늘어선 음식들.


아르센이 최애 음식인 오리고기를 뜯으며 맞은편에 앉은 기사단원에게 물었다.


"애는?"


"자고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밥은?"


"속이 메슥거려 안 먹는다고 했습니다!"


"하긴, 그렇게 하늘을 날아다녔으니 멀미가 날만도 하지?"


아르센이 입꼬리를 시원스레 올려 웃었다.


"그나저나 그 건방진 새끼 봤냐?"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 경우 없는 애새끼가 내 막타 뺏어간 거 말야-."


***


아르센이 검기를 날려 테오를 끌고 가는 와이번을 바닥으로 떨어트렸을 때.


와이번의 몸에 꽂힌 검을 손에서 놔버린 테오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낙법을 펼쳤다.


"괜찮냐-? 다친 덴 없고-?"


통상하는 질문.


아이가 무사히 바닥을 구르는 걸 보고한 질문이었으나 "네!" 하거나, "괜찮아요!" 하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제 품에 손을 집어넣은 소년은 잽싸게 숨겨놓았던 단도를 꺼내들며 바닥을 뒹구는 와이번 쪽으로 달려나갔다.


검붉은 두 눈에는 이채가 어려있었다.


삭-.


하는 손길 한 번에 짧은 날을 타고 오르는 순백의 오러.


-푸욱!!!


뒤이어 날개 달린 마물의 질긴 가죽이 새하얀 단도에 의해 깊이 꿰뚫렸다.


정확히 목에 있는 경동맥 쪽이었다.


소년이 깊게 꽂힌 단도를 버겁게 뽑아내자 푸확! 하고 하늘 높이 피가 튀어 올랐다.


잠시 동안 바닥에 등을 비벼대며 몸부림치던 와이번 한 마리는 이내 움직임을 멈추고선 싸늘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아르센이 내지르려던 검 끝을 밑으로 내리고선 소년을 쳐다봤다.


그리고 머지않아 고개를 든 붉은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야. 너 좀 치네?"


아르센이 기특하다는 듯 미소 지어 보였다.


"제가 이겼죠?"


"엉? 뭐가 말이냐?"


"와이번을 잡는다는 내기요."


소년이 시원스레 양쪽 입꼬리를 당겨올렸다.


"이, 씨발놈이...?"


그와 반대로 기사단장의 표정은 순식간에 똥 씹은 것마냥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


마을 숙소의 1층 식당.


"그 급박한 상황에서도 내기를 생각한 걸 보면, 아르센 님이 주시는 소원권이 정말 필요했거나, 아니면 승부욕에 심각하게 눈이 멀어버리는 타입이 아니겠습니까?"


"아아-. 어느 쪽이든 나한텐 좆같다고오-!!"


-쾅!!


아르센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한번 내리찍더니만, 속이 타는 듯 앞에 놓여있던 맥주를 들어 한 번에 들이켰다.


시원한 맥주로 속에 있는 열을 물리적으로 가라앉힌 아르센이 잔을 쾅! 소리 나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나선 인기척이 느껴지는 계단 쪽을 바라보니 웬 허여멀건 게 시야에 잡혔다.


"왜 내려왔냐?"


"잠이 안 와서요."


"늦게 자면 키 안 큰다-. 빨리 올라가서 자, 이 존만아-."


아르센이 손을 휘휘 내저으며 아이를 다시 올려보냈다.


화가 난 건지 쿵쿵거리는 거친 발소리가 서서히 멀어져 갔다.


"푸하핫."


"아이를 놀리시는 게 그렇게 재밌으십니까?"


"아- 그러게? 이거 왜 이렇게 재밌냐?"


얼굴을 쓸어내린 기사가 다시금 킥킥거리며 참지 않고 웃어댔다.


그리고 그 시각.


마을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하얀 그림자를 눈치챈 자는, 아무도 없었다.


***


다음날 이른 아침, 마을 어귀.


테오는 자신이 지금껏 봐온 날티나는 기사의 모습이 원래 그의 본모습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의 그가 너무나도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었다.


붉은 망토와, 하얀 망토를 두른 기사복 차림의 두 무리가, 칼만 안 들었다 뿐이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는 적막 속.


아르센이 침묵을 깨고 시리도록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임무를 마치고 파노블가에 복귀하는 길입니다. 적어도 기사의 주군에게 허가를 받고 체포하는 게 법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무섭도록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


특유의 나른하고 무관심한 기운이 싹 빠진 눈동자가, 상대를 잡아먹을 듯이 노려봤다.


"체포가 아니라 잠시 임의동행을 부탁드리는 겁니다. 아니면 아이만 넘겨주셔도 되시고요."


흰색 망토 사내가 싸늘하게 대꾸했다.


아르센의 기분이 극도로 언짢아지는 건 한순간이었다.


아이에 대해서 알고 있는듯한 말투.


레오가 말했을 리는 없다.

자신이 분명히 알아서 성당에 들르겠다고 말했었는데 굳이 서두를 필요가?


그렇다면 과연 누가 아이의 존재를 성당 측에 알렸을까?


고민하고 있던 도중. 돌연 아르센의 머리 위를 자그마한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슬쩍 눈만 굴려 하늘을 바라보니, 독수리 한 마리가 뒤늦게 날아와선 하늘을 낮게 배회하고 있는 게 보였다.


"?"


그리고 독수리의 발목에 묶인 종이를 발견한 아르센이 순간적으로 기세를 피워내 독수리를 멀리 내쫓았다.


그러고 나선 입을 뗐다.


"아이를 데리고 가십시오."


그 말에 소년의 두 눈이 크게 동요했다.


성당에 갈 생각은 있었으나 그게 지금 당장은 아니었다.


여차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올 수 있을 때.

그때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리게 생겼다.


괜한 누명을 써 마녀사냥을 당하면 어떡하나.


하우레스와 흑룡을 보지도 못하고 저물어버리면 어떡하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겨준 '부정'을 꽉 움켜잡은 테오의 양손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슬쩍 소년 쪽을 쳐다본 아르센이 다시금 성기사를 바라보며 무감한 어조로 말을 얹었다.


"대신 저도 같이 가는 걸 조건으로 말입니다."


반쯤 드리워진 달빛이 아르센의 얼굴에 걸쳐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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