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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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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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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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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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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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DUMMY

"아니, 아저씨. 갑자기 나타나면 어떡해요. 사람이 놀라잖아요."


경계심을 잔뜩 품은 시뻘건 눈이 소리 소문 없이 눈앞에 나타난 사내를 올려다봤다.


맹수. 특히 사자에 가까운 기세를 머금은 눈빛으로 말이다.


고구마 꽂힌 나뭇가지를 꽉 그러쥔 손은, 결코 힘을 풀지 않았다.


"흐음? 네 말대로 진짜로 얼어 죽겠다고-."


테오의 반응을 본 덩치 큰 암갈색 머리 사내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적대할 생각은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듯이 말이다.


'그때 그 마적...!'


빨간 망토.


마을을 떠나려 했던 첫날 마주쳤던, 말을 아니꼽게 하던 마적이었다.


자신을 여기로 데려온 기사들이 '해치웠으니 안심하라구~' 해줬을 줄 알았는데 얍삽하게 도망쳐 목숨은 부지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저거.


소년의 붉은 눈이 재빠르게 눈앞에선 사내를 위아래로 훑었다.


달빛이 아닌 모닥불 빛에 의지하니 좀 더 제대로 눈에 담겼다.


깔끔하게 머릿기름으로 올려넘긴 암갈색 머리, 큰 키에 잘 단련된 몸.


나른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날카로운 눈매.

양아치처럼 생기긴 했지만 미운 얼굴은 아니었다.

오히려 말끔하게 잘생겼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할 이목구비.


허나, 그 잘난 용모보다 더 먼저 소년의 시선을 잡아끈 게 있었으니


잘 손질된 갑옷.

어느 정도 직급이 높음을 대변하는듯한 호화로운 붉은 망토.

살짝 휘날리는 망토 사이로 보이는 어깨에 있는 처음 보는 문양.


그리고 그중에서 테오의 시선을 가장 강렬하게 잡아끈 건 역시-


마적의 옆구리에 걸려있는, 한눈에 보기에도 매우 좋아 보이는 검이었다.


'그래! 저거!'


반대쪽 옆구리에도 예비용 검인 듯, 성인 남성이 쓰기엔 살짝 짧은 감이 있는 검이 걸려있긴 했지만, 잔챙이는 원래 무시해도 되는 법!


소년이 눈이 욕심에 젖어 새빨갛게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일반인이 갖고 있는 물건이 아닌, 무려 마적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일반인이 아닌 나쁜 놈의 물건을 빼앗는덴, 양심의 가책이 조금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어차피 저자도 타인한테서 빼앗은 것일 테니'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빼앗을 수 있을까?


테오가 느끼기에 저자가 실력자라는 사실만은 분명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그래도 계속 사주경계를 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그가 다가오는 기척도, 소리조차도 느끼지 못했다는 건...


......


테오가 검에 시선을 고정 시킨 채로 열렬히 기세를 뿜어댔다.


'지금 이 몸으로 저자와 싸워서 이기는 게 가능할까?'


답은 영 좋지 못한 방향으로 기울었다.


그렇다면-


"아저씨! 이 주변 숙소, 어디에 묵고 있어요?"


기습적으로 훔쳐야지.


신 님. 제가 정의로운 도적이 되는 걸 허락해 주세요.

어차피 마적 걸 훔치는 거니까 정의 구현이잖아요?


그런 구구절절한 사연을 곁들인 기도를 속으로 내뱉은 소년이 물었다.


"내가 그걸 너한테 왜 알려줘야 하냐?"


갈색 머리 사내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러더니, 소년이 내뿜는 적나라한 적의에도 그저 느른하게 웃으며, 거리낌 없이 슬쩍 더 거리를 좁혀왔다.


그리고선 살짝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나저나, 너 좀 의심스러운데? 어린 꼬맹이가 다짜고짜 이 아저씨 신상정보를 막 털려고 하고?"


"아니, 그건!"


"너. 내가 무서운 아저씨면 어쩌려고?"


당황해하는 소년의 말허리를 끊은 사내가 다시금 표정을 풀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큭큭 웃기 시작했다.


처음 봤을 때도 그랬지만 어린 녀석이 기사를 상대로 저런 눈빛을 내보인다는 것 자체가 뭔가 기분이 묘했다.


뭔가 귀엽고, 흥미롭고, 흐뭇한 느낌?


하긴. 저 나이대에 일반적인 독기로 오러를 발현시킬 수도 없었겠지만.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것만 해도 이미 충분히 무서운 아저씬데요?"


"그러냐-?"


"?!"


적당히 대꾸한 사내가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마치 구렁이 담 넘어가듯 태연하게 테오의 맞은편에 쭈그려앉았다.


그곳이 마치 원래부터 자신의 자리였다고 말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아니, 왜 갑자기 자리를 깔고 앉아요?"


테오가 슬쩍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이 아저씨가 사실은 남부 출신이라 추위를 많이 타거든-."


날티나게 생긴 사내가 왼손만을 모닥불 쪽으로 뻗어 온기를 전해 받았다.


검의 위치도 그렇고, 검과 가까이 있는 손의 위치도 그렇고.

오른손잡이인 모양이었다.


"남부 출신이라면서 이 먼 북부까지 대체 무슨 일로 왔어요?"


"그야 북부에서 기사 일을 하고 있으니까?"


사내가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그러더니 슬쩍 망토를 걷고선, 자랑스럽게 제 어깨의 문양을 탁탁 두드렸다.


테오의 고개가 모로 꺾였다.


"기사요? 마적 아니고요?!"


아니면 곤란한데?


테오의 두 눈이 잘게 떨렸다.


왜냐하면.


저 자가 진짜로 기사라면, 자신이 훔치려는 저 검은, 새파랗게 어린 후배 기사의 검을 빼앗는 것과 같아지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테오에겐 그가 꼭 마적이어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허나,


"허, 내가 왜 마적이냐?"


하고 바로 부정당했다.


오해당할게 없어서 마적으로 오해받은 게 불쾌한 듯, 사내가 헛웃음을 켜더니 슬쩍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야, 말 타고 있었잖아요?"


소년의 두 눈이 요란스럽게 떨렸다.


"야이 씨, 말 타고 있다고 다 마적이면, 기마기사들은 다 말에서 내려서 싸워야 하냐?"


"아... 아... 안돼..."


이윽고. 소년이 세상을 다 잃은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영문을 모르겠는 기사 사내는 다시금 제 어깨의 문양을 한 번 더 툭툭 두들겼다.


"야, 꼬맹아. 잘 봐봐. 너 설마 이거 모르냐? 이 문양을? 한 번쯤은 분명히 봐봤을 텐데?"


그 질문에 테오의 눈이 삽시간에 슬픔에서 강렬한 당혹으로 물들었다.

예전에 갈라져 있던 동서남북을 통일시킨 건 분명 전생의 그가 맞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그 많은 동서남북 모든 가문의 문양을 알고 있다는 건 아니었다.

이유인즉, 대부분의 문양을 본인의 손으로 친히 지워 없애버렸기 때문이었다.


곧 사라질 문양을 굳이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나?

하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고.


"..."


"설마 진짜로 모르냐...?"


그 질문에 테오가 스윽 시선을 피하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 내가, 며칠 전에 쓰러져 기억상실에 걸린 것 같으니까... "


그러다 갑자기 소리쳤다.


"모르는 게 많은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적반하장이라면 적반하장.


오히려 당당히 나오는 소년을 보고선 기사가 실소를 터트렸다.


"허-. 요놈 봐라? 맹랑하네? 야, 꼬맹아. 그게 왜 내 탓인 것처럼 말하냐?"


"아니 내가 지금 그쪽을 탓하는 게 아니라, 그러니까 그게-"


좋은 검 수급원을 잃어버린 테오가 아까부터 허둥지둥거렸다.


그러한 아이의 모습을 빤히 쳐다보고 있던 기사는 이내 씨익,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다.


"아- 그래서 이 문양을 못 알아보는구나? 기사 앞에서도 그렇게 막 나오고?"


기사가 이제는 목울대를 울리며 웃어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테오가 먹으려고 준비해 놨던 고구마 중 하나를 불속에서 꺼내 호호 불기 시작했다.

아주 제 것인 것처럼 말이다.


"아니, 그거 제건데요?!!"


누가 얼굴값 안 한다고 할까 봐.

돌연 나타난 날티나게 생긴 사내는, 생긴 것처럼 아주 무뢰한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많잖냐? 하나 정돈 이 아저씨한테 양보해 줘도 되잖냐?"


"그걸 왜 그쪽이 정하는데요?!"


테오가 바락 하자 기사가 살짝 놀란 눈을 했다.


'역시 꼬맹이치고 맹랑하네-.'


딸랑 군고구마 하나 가지고 저렇게까지 기세를 뿜어내는 걸 보면 싹이 보인다.


"남부에서 온 아저씨한테 온정 좀 베풀어주라 꼬맹아-. 안 그럼, 이 아저씨는 북부의 추위에 진짜로 얼어 죽을지도 모른다고-?"


기사가 능글맞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다는 투로 툭 내뱉었다.


그 앞에 있는 테오의 얼굴은 그와 반대로 당혹으로 얼룩졌다.


'뭐 이렇게까지 막무가내인 놈이 다 있는 거지?!'


가뜩이나 피곤해 죽겠는데 웬 멀쩡하게 생긴, 아니, 생양아치처럼 생긴 사내가 인기척도 없이 다가와서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갑자기 마적같이 돌변해 고구마를 훔쳐먹는다.


'어? 잠깐...?'

'그럼 이거 완전 기사의 탈은 쓴 마적 아닌가?'

'기사도를 지키지 않는 기사는 기사가 아닌 법!'

'... 게다가 지금 내가 어린아이라고 꽤 안심하고 있는듯하니까...'


소년의 두 눈이 단단한 결심을 품고 낮게 침잠했다.


'무례의 값은 진검으로!'


편하게 앉아 뜨거운 군고구마를 후후 부는 사내.


삽시간에 거리를 좁히며 그에게 달려든 테오가 손을 뻗었다.


왼손은 고구마 꽂힌 나뭇가지를 쥔 손을, 오른손은 사내의 허리춤에 달린 검을 향해있었다.


-타앗!


순간.

소년의 신형이 쏜살같이 일 점을 향해 튀어져나갔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수와도 같은 움직임!


하지만 소년이 자신이 덮치려 했던 게 먹이가 아니라 또 다른 맹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야. 너 뭐 하냐?"


테오는 당연히 사내에게서 일반적인 반응이 나올 줄 알았다.


뜨거운 것에 다치지 않기 위해 고구마 꽂힌 나뭇가지를 집어던지며 일시적인 틈이 발생했어야 하며,


오른손은 대응하기 위해 본인의 검 손잡이를 잡거나,

아니면 갑작스레 달려드는 소년의 몸을 밀쳐내거나 손목을 잡으려 들었어야 했다.


그래. 이게 일반적인 대응이다.


이렇게 다짜고짜 애를 꽉 끌어안아 제압하고선, 끝까지 제 입에 고구마를 밀어 처넣는 게 아니라.


"엉? 뭐 하냐니까-?"


-꽈아악!


끌어안은 팔뚝에 힘이 들어간다.


때문에 전신을 옥죄는 압박감에 숨이 막혀왔다.


"허윽...!"


'아니, 이 사람아!! 힘을 좀 빼야 내가 대답을 하든 말든 할거 아니야?!'


느껴지는 현격한 힘의 차이.


상대방이 이따위로 나올 줄 알았다면 당연히 팔을 앞쪽으로 모아 흉부압박을 방어했겠지만, 전혀 몰랐다.


때문에 양팔을 벌린 상태로 꽉 끌어안겨졌다.

그로 인해 압박되는 갈비뼈와 폐부로 인해 숨쉬기가 버거웠다.


'숨, 좀...!'

'좀 뇌야 내가 대답을 할 수 있잖...아...!!'


뒤늦게 양손으로 기사의 팔뚝 부분을 잡아챈 테오가 안간힘을 쓰며 팔을 뜯어내려 해봤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거대한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익...!!!'


물리력으로 떼어내긴 무리라고 판단.


테오가 이제는 기사의 팔뚝 쪽을 필사적으로 때리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창백했던 주먹이 애처롭게 붉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맨손으로 갑옷을 때리니 당연한 일.


뒤이어 가뜩이나 창백했던 테오의 얼굴 또한 더욱 창백해지다가, 이내 붉게 물들었다.


피가 통하지 않아 쏠린 탓이었다.


"이야, 이거..."


기사가 아이를 슬쩍 일별했다.


자칫하면 뒈지겠는데? 싶었던 기사 '아르센'은 그제야 소년을 가두고 있던 팔을 풀어주었다.


"그래서. 너, 방금 뭐 한 거냐니까?"


고구마 하나를 더 꺼내 집은 기사가 우물거리며 물었다.


모닥불을 등진 사내의 얼굴은 그림자 때문에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와 말투를 보면, 그다지 좋은 표정을 하고 있을 것 같진 않았다.


근데, 사실 소년에겐 지금 눈앞의 기사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다.


"켁, 켁...! 콜록...!"


숨을 몰아쉬던 소년이 제 가슴께에 다소곳이 양손을 갖다 댔다.


끌어안겨지며 압박된 흉부.

그쪽엔 테오가 매우 거지같이 느끼는 검은 흉터 또한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아니, 좀 건드렸다고, 씨이...!'


좀 건드려진 건 아니었지만, 테오 입장에서는 일단 그러하단다.


파리해진 안색.

생기가 빠져나간 입술.

슬쩍씩 떨리면서 비틀거리는 몸.

식은땀으로 흥건히 젖은 머리카락.


"으흐..."


"..."


당장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한 소년의 팔뚝을 붙잡아 무심하게 부축한 기사는 아이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진득하게 기다려주었다.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고구마를 우물거리며.


깊은 생각에 잠긴듯한 눈을 하고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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