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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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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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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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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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타다다닥!


기사단원 2명의 손바닥을 발판 삼아 공중으로 도약한 아르센이 뿔을 향해 새파란 오러가 응축된 검 끝을 내질렸다.


-까아앙!!!


용의 오른손 손톱과 검 끝이 맞부딪치며 사방으로 불티가 튀었다.


"... 하."


아르센의 입에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녀석은 결코 왼손을 제 몸뚱이에서 떼지 않았다.


공중에서 튕겨 나온 아르센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용 놈도 다시 도약을 준비하는 그 순간이었다.


"?!"


-슈이이이익!!


아르센의 눈이 크게 뜨인다.


가공할 만한 속도로 자신의 뺨을 스치며 앞으로 치고 나가는 무언가가 있었다.


붉은색 꼬리를 늘어트리며 기다란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낯익은 무언가.


그것이 아르센을 포함한 다른 모든 기사들의 시야에도 잡혔다.


그리고 돌아가 있으라는 어느 한 기사단원의 말을 무시하고 어마어마한 기세로 그들의 뒤를 따라 내달리고 있는 테오도 있었다.


***


아무리 달려도 용과의 거리가 줄어들질 않는다.


다리에 오러를 돌리면 속도를 올릴 수 있겠지만, 아직 미숙한 몸이라 그런지 쉽지가 않았다.


테오의 눈이 제가 들고 있는 검으로 향한다.


방금 막 오러 개화를 시킨 덕분에, 붉은 오러가 둘러져 있는 검.


본인이 달리는 속도가 느린 걸 알기에 먼저 용에게 날려보냈다.


그나마 약한 부위라고 알려져 있는 눈과 뿔.


그중에서도 뿔을 노리고 있는 힘껏 내던졌다.


용이 아비 쪽을 보고 있는 바람에 눈을 맞추기가 어렵게 되었으니, 그나마 살짝이라도 드러나 있는 뿔을 노린 것이었다.


기사라면 본능적으로 상대방의 약점에 시선이 가는 법이니.


-팅!!


"아, 왜!!"


테오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용의 뿔을 꿰뚫을 기세로 날아간 테오의 검. 제대로 맞았으나 그 효과는 미미했다.


신기와도 같은 명중률을 보이며 날아간 검이었으나 오러의 발현량이 문제였다.


기꺼이 파괴력이 강한 붉은 오러가 깃든 검을 날려보냈는데, 그 양이 적어서 날아가는 동안 모두 소멸되어버린 것이었다.


용을 상처 입힐 수 있는 것은 오직 검사의 오러와 마법사의 마나뿐.


팅!! 하는 맥빠지는 소리와 함께 테오의 검이 용뿔에 맞고 튕겨져 나와 눈 바닥에 처박혔다.


입술을 악문 테오가 살짝 방향을 틀었다.


손이 비었다.

튕겨져 나온 검을 먼저 회수해야만 한다.


그 순간,


-파아악!!!


하는, 강력한 붉은 오러가 둘러진 아르센의 검이 용의 오금을 내려치는 소리가 스산하게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바로 뒤이어


-콰드득!!


돌연 뭔가가 부러지는듯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일순. 모두의 시간이 비정상적으로 느리게만 흘러간다.


소년의 시야에 비추는 세상이 더욱더 붉게 화한다.

색감 때문에 뜨겁다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다시 하늘로 도약하려다 급히 멈춰 선 아르센이 대뜸 방향을 뒤로 틀어 달렸다.


"야! 꼬맹아!!"


"어..."


휘둥그레 뜨인 소년의 붉게 물든 시야.

그 사이로 들어온 건-


새까만 암흑이었다.


빛조차도 집어삼킬 것만 같은 그런 칠흑.


소년의 팔목을 거칠게 끌어당긴 아르센이 양팔로 꽉 끌어안듯 소년의 눈과 귀를 틀어막은 탓이었다.


"듣지도 말고, 보지도 마!!"


테오가 팔을 떼어내려 있는 힘껏 발버둥 쳐봤지만 헛수고였다.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하게 압박해올 뿐.


아르센이 아이를 제품에 가두듯이 필사적으로 단단히 팔을 두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날개!!!"


-사박!사박!사박!


급박하게 뛰어가기 시작하는 여러 개의 발소리.


들려왔으나, 이내 들려오지 않게 되었다.


까맣게 암막이 쳐져버린 소년의 세계.


온 세상이 새까맣게 물들었다.


분노에 귀가 멀고, 죄책감에 눈이 먼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게 된 소년의 세상에, 파문이 일듯 떠오른 건 오직 단 하나의 의문.


'외치지 않았으면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도대체 왜...?'

'나 때문에...?'

'나 때문이다.'


"아..."


테오의 입에서 짙은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뒤이어 떨리기 시작하는 아이의 몸을 좀 더 힘주어 끌어안는 아르센.


"더 이상 공격이 들어가질 않습니다!"


"그럼 교대하러 뛰어와!!"


아이의 눈과 귀를 틀어막는 걸 다른 기사에게 맡긴 아르센이 다시금 전선에 합류했다.


아이가 저항할지도 모른다 걱정했으나 아이는 충격이 컸는지 옴짝달싹도 하지 않았다.


"못 도망가게 날개부터 제대로 찢어!! 회복된 거 보이잖아!!!"


""예!!""


"아킬레스건 끊고!!!"


""예!!""


테오의 눈과 귀를 막는 일을 다른 기사단원에게 맡긴 아르센이 혼자서 용의 약점 부위에서 고군분투했다.


단원들의 힘이 빠진 게 보이기 시작했기에, 본인이 좀 더 무리하기로 하고 에이스를 반대쪽에 보냈기 때문이었다.


소년에게 있어선 억겁과도 같은 암흑 속 시간이었다.


......


종국에는 기사들의 활약으로 초록색 용은 성체가 되기도 전에 저물어버리고 말았다.


... 그리고 한 달도 채 같이 지내보지 못한, 멍청하게 내게도 부모의 사랑이란 걸 퍼줬던 나의 아비란 작자도 그날, 용과 함께 저물어버리고 말았다.


시리고도 차가운 눈 내음이 역겨웠다.


그날은 뭔가를 감추고 싶어 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온 세상을 심홍빛으로 뒤덮는 날이었다.


적어도 테오의 눈에는, 그렇게 비쳐 보였다.


***


이놈의 눈은 도무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고개를 흔들어 머리 위에 쌓인 눈을 털어낸 아르센이 기사단원들에게 명한다.


"애들아-, 배부터 갈라! 빨리 정리하고 돌아가자-!"


아이를 기사단원 한 명에게 딸려 보내고 나서 상황을 수습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된 걸 확인한 그가 모두에게 큰소리로 명했다.


"꼬맹이한테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예!!""


"오구오구, 내 새끼들 다 착하다-."


드물게 지친 표정을 지은 아르센이 힘없이 픽 웃었다.


혼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저흰 아무것도 모릅니다!"


기사단원들이 눈치껏 알아듣고 답했다.


사실은 알고 있다.


아이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소년의 아버지가 살 수도 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소년이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필시 아버지가 죽은 게 자기 탓이라 생각할 테니 함구하라는 뜻일 것이었다.


"난 선택적으로 멍청한 너희들이 너무 좋다-!"


"저희도 선택적으로 다정한 단장님이 너무 좋습니다!"


"야, 단장님이 뭐냐? 정 없게-."


큰소리로 웃는 자는 없었으나, 안타까움이 가득 들어차있던 지친 얼굴들에 살짝의 미소가 걸쳐졌다.


그래. 이거면 충분했다.

지금은 이걸로 충분하다.


나른한 인상의 기사는 그리 생각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펑펑 쏟아지는 눈발은 그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해가 저물어간다.

노을빛을 반사시키며 흩날리는 눈발은, 얼핏 보기에 붉은빛으로도 비쳐 보였다.


***


무릎 너머까지 쌓일 기세로 내려대던 눈은 그날을 기점으로 변덕이라도 부리듯 뚝 그쳤다.


용의 배를 가르니 으스러진 아비의 시체가 나왔다고 했다.


그걸로 다행히 이번 용제는 역사상 최초로 '시신 있는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되었다고.


그 장례식장에선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죄책감에 온몸이 짓눌린 소년은 숨이 막혀 눈물을 흘릴 여유가 없었고,

부인은 이미 실신했기에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



한편, 장례식장 뒤편에 마련된 공간.


갑옷이 아닌 일상복 차림을 한 아르센과 기사단원들이 잠시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


"단장님, 그래도 좀 더 쉬시지 그러십니까? 제일 많이 무리하지 않으셨습니까."


소년을 잡고 있던 기사단원의 얼굴에 미안함과 걱정이 잔뜩 스민다.


아이에게 못 볼 꼴을 보여주지 않기 위해 붙잡고 있었다. 때문에 마지막 순간까지 제 단장을 도와주러 가지 못했다.

그게 못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에이, 그 정도야 뭐-. 신경 쓰지 마-."


대충 손사래친 아르센이 건너편에 있는 새하얀 소년을 눈에 담았다.


무감해 보이는 진갈색 눈동자에 깃들었던 피곤함이 사라지고, 대신 기대감이 채워진다.


"그나저나 쟤, 어떻게 생각하냐?"


아르센이 턱짓으로 테오를 가리켰다.


"안쓰럽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런 감상 말고-."


"왜 단장님이 눈독을 들였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순간적인 임기응변부터 시작해서 말입니다."


"역시 그렇지-?"


제 자식을 자랑하는 것마냥 기쁘게 웃던 아르센이 다시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는지 헛웃음을 터트리며 마른 세수를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나이대에 보여줄 수 있을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게다가-


"게다가 그때 그 빨간 거, 오러 개화지 않았냐?"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촌장이 소년의 입가에서 빨간 입김이 흘러나오는 걸 봤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짧은 시간에 붉은 오러로 두른 검을 던졌다는 건..."


기본 오러는 흰색이다.

개화된 오러에는 색이 있고.


오러 변환은 백색의 기본 오러에 색을 입히는 것을 말하는데, 능숙한 검사나 빠르게 가능하지 초심자에게는 시간이 꽤 걸리는 기술이다.


아르센이 아끼는 후배였던 성기사 레오도 자주 쓰는 색이 아닌 오러로 변환 시킬 때는 3초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아르센처럼 소수의 최상위권 기사들이나 개화시킨 모든 오러로 즉시 변환이 가능하다.


근데 오러 개화를 한 딱 그 순간만큼은, 그 개화한 빛깔의 오러가 바로 올라온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고도 부르는 현상이다.


"그럼 역시 그때 오러 개화를 했다는 소리네?"


"말이 그렇게 되지요. 그저 기특하면서도 짠합니다."


조금 거리가 떨어진 곳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기사단원들의 표정이 씁쓸하게 가라앉는다.


오러 개화의 조건이 심리적 궁지에 몰리는 거라는 걸 모를 리가 없는 사람들.


용이 아비를 향해 다가가던 그 순간에 오러 개화를 했다는 사실은, 그 상황이 아이에게 있어 짓눌려 죽을 만큼의 무거운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오러 개화를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적어도 성인이 되고 나서 하는 게 가장 좋겠지요."


기사 단원 중 한 명이 말하자 모두가 수긍하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나 말이다-."


아르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나저나 예비용 검을 잃어버리신 건 참으로 아쉽게 됐습니다."


"그러게-. 그래도 뭐, 돌아가는 길에는 너희가 지켜주겠지-."


아르센이 픽 웃었다.


도둑이 누군진 알지만 그냥 눈감아준 단장.


그리고 소년이 날려보낸 낯익은 검.


대충의 상황을 파악한 기사단원들은 이번에도 선택적 눈치 없기를 택했다.


"그나저나 저 아이, 바로 데려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럼. 넋 놓고 있다가 중앙에 뺏기리?"


"제 말뜻은 그런 게 아니라..."


"하아-, 역시 보면 볼수록 탐 나서 미쳐버리겠군."


아르센이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지금 당장 데려가려 하시는 건 좀 힘들지 않겠습니까? 보아하니 멘탈이 무너져서 당분간은 쉬려고 들 것 같은데..."


기사단원이 소년의 안색을 세밀하게 관찰한 후 도출해낸 결과였다.


하지만 그들의 단장은 다른 결과를 도출해낸 모양이었다.


것도 아니면 처음부터 아이의 상태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았던가.


"아니, 씨발 안돼. 난 어떻게 해서든 저 애를 데려가야겠어."


아르센이 다시 한번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 손바닥 아래 잠시 감춰졌던 진갈색 눈동자에는, 일순 날카로운 빛이 번뜩이다 사라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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