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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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작품등록일 :
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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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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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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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DUMMY

마을 뒷산의 가장 높은 지대.


어젯밤에 눈이 쌓여 온통 백일색(白一色)이었던 그곳은 또 한 겹의 새로운 옷이 필요한 건지, 차디찬 눈으로 또 한 번 뒤덮이는 중이었다.


그 가운데에 커다란 담요를 두른 채 나무에 묶여있는 테오의 아비.


멀리서 보면 허수아비처럼도 보이는 몰골이었다.


그 앞에는 촌장이 테오의 아비가 춥지 않게끔 모닥불에 계속해서 장작을 넣어주고 있었다.


갑옷을 입은 사내들이 그 주변을 빙 둘러싸고 숨어있었고,


테오는 그 좀 더 뒤쪽에서 진입을 제재당했다.


"아니, 왜 난 못 들어가는데요?"


테오가 두 눈을 부릅뜬 채, 제 가슴을 두들기며 거세게 항의했다.


아침 댓바람부터 아비의 행동이 오묘했다.


혹시나 해서 몰래 뒤를 밟다가 오늘이 용제 당일인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아득바득 쫓아왔건만!


입구컷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사람한테 일말의 측은지심이라도 존재한다면 마땅히 저리 나와선 안되는 게 아닌가!!!!


"야, 너 지금 속으로 나한테 욕하고 있지."


"아닌데요?"


욕설은 안 했다.


"근데 내가 너한테 누누이 안된다고 하지 않았었냐?"


짜증스럽게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말하는 건, 본인을 루이스라고 했던 기사였다.


갈색 머리를 머릿기름으로 멋들어지게 넘긴, 날티나게 생긴 기사.


"맹세도 제대로 안 해줘놓고서! 기사님 완전 거짓말쟁이에요! 신뢰도 완전 바닥이라고요!!"


테오가 아주 바락바락 대들었다.


게다가 '거짓'과 '신뢰'.


기사라면 마땅히 긁힐만할 단어를 연달아 입에 담는다.


기사 아르센의 울화를 돋우기엔 충분했다.


"이 개 같은 게?"


당연하다는 듯이 이마에 핏대를 세운 기사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검집에서 칼을 뽑았다.


겨누는 칼날은 하늘 위로.


칼끝이 햇빛을 받아 일순 번쩍였다.


"그까짓 거, 씨발. 해주면 되지? 엉?"


눈빛을 싸늘하게 가라앉힌 기사가 이내 입을 열었다.


그의 입에서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천지를 뒤집을 기세로 터져 나왔다.


"나는 오늘 용제 때 기필코 용을 잡아낼 것을, 호지에 파노블의 기사 아르센 루이스의 명예를 걸고 맹세하마!!


마을을 떠나려 했을 때 만났던 첫인상은 껄렁한 마적.


북부의 한기를 느끼며 모닥불 앞에서 만났던 두 번째 인상은 느른하고 날티나는 어딘가의 기사.


그리고 오늘.

세 번째로 느낀 그에 대한 인상은 제대로 된 기사. 그 자체였다.


맹세하는 모습에서 우러나오는 올곧은 진심이 전해져왔기에.


테오의 입에서 "허" 하는 탄식인지 기쁨인지 모를 웃음이 터져나갔다.


그냥. 50년이 지났어도 기사의 맹세 방식엔 변함이 없구나 하는 감정에서 우러나오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근데 그건 그거고


"아, 그래도 저도 들어가면 안 돼요? 네?"


"야 꼬맹아. 너 방금 맹세하면 안 들어올 것처럼 말하지 않았었냐?"


한쪽 눈썹을 찌푸린 아르센이 물었다.


"아니, 그건 이번 용제 끝나고 아저씨 따라가기로 한 거고요!"


아르센이 속으로 혀를 찼다.


아무래도 모닥불 앞에서 얘기했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새하얀 게 맹하게 생겨갖곤 쓸데없이 날카로운 구석이 있다. 짜증 나게.


"그래, 그랬었지... 애야, 파란 스크롤 좀."


아르센이 옆에 있던 수습 기사에게 손을 뻗었다.


둥글게 말린 종이를 건네받은 그가, 그걸 테오에게 내밀었다.


"꼭 마법 스크롤같이 생겼는데요?"


"네 몸은 네가 지켜야 할 거 아냐?"


"맞아요!"


소년이 수긍한 듯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냉큼 그걸 받아들었다.


'아마도 방어 마법 스크롤이겠지! 들여보내주려나 보다!'하고 생각하며.


"천천히 들어와-."


대충 손을 흔든 기사가 먼저 제단 안쪽으로 들어섰고, 나머지 기사단원들이 그의 뒤를 따랐다.


"아르센 님. 근데 정말 저 꼬마 아이도 안에 들이실 생각입니까?"


한 기사단원의 질문에 다른 기사단원들도 말없이 눈을 빛냈다.

내심 궁금했던 것이었다.


"내가 미쳤냐?"


그가 휘휘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럼 방금 그 마법 스크롤은... 스스로의 몸을 지켜야 한다며 건네시지 않으셨습니까."


"아- 그거? 방어 마법 스크롤은 무슨?"


기사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픽 웃었다.


"방어 마법 스크롤 같은 게 아니라, 수면 마법 스크롤이야-."


-와 악마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아이의 기대를 그렇게 짓밟아도 되는 건가?


아르센이 대답을 마치자마자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원성이 밀물처럼 터져 나왔다.


"야!! 불만 있음 나와서 말해! 뒤에서 꽁냥꽁냥거리지 말고!!"


뒤에서 이는 살짝의 소란.

아르센이 매섭게 소리치며 돌아보자 주위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그리고 촌장은 이제 뒤로 빠지라 하고."


늘 가볍기만 했던 그의 목소리가 물먹은 솜처럼 묵직해졌다.


"이제 슬슬 꼬맹이 잠들 테니까, 그것도 들고나가라고 해."


방금 아이 앞에서 제 명예를 걸고서 했던 맹세.


용을 잡아주겠다 했지, 아비를 구해주겠다 하진 않았다.


오늘 있는 제물은, 용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


미끼를 아끼기 위해 낚시를 포기하는 낚시꾼이 없듯,

제물을 구하기 위해 용 사냥을 포기하는 기사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턴가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으니까.


때문에 그는 소년을 이 이상 안으로 들일 수가 없었다.


물론 최선을 다해 제물의 목숨도 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었으나, 만약의 경우.


자신의 아버지가 용의 먹이가 되어버리는, 그 참혹하기 짝이 없는 광경을 그 자식에게 보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두려움.


그건 아무리 무감한 편인 아르센이라도 주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나저나 괜찮으시겠습니까?"


"엉? 뭐가 말이냐?"


대답 없이 시선을 밑으로 내리는 기사단원.


그 시선의 끝을 따라가보니 자신의 비어있는 보조무기 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제거라도 빌려드리겠습니다. 감히 어떤 도둑놈이 파노블가의 물건에 손을 댄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내비 둬-. 까짓것 돌아가서 다시 지급받으면 되니까. 그리고 나한텐 너희가 곧 내 무기인데 굳이 보조무기까지 필요하냐?"


아르센이 슬쩍 웃어도 눈앞의 기사단원의 뚱한 표정은 풀리지 않았다.


"이런-."


사실 있어선 안되는 일이긴 했다.


주군이 직접 하사한 무기.


설령 주무기가 아니라 가끔 쓰는 보조무기라 하더라도 잊어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범인이 누군지 알고 있어서 그냥 내버려두는 것도 있고-."


암갈색 시선이 울창하고 음침하게 우뚝 솟아있는 나무들을 향했다.


그 건너편, 필시 묶인 상태로 존재하고 있을 누군가를 꿰뚫어 보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범인이 누군지 알고 계셨습니까?"


"샤워하고 있는데 기척이 나길래 슬쩍 봤지? 꾸역꾸역 나무 타고 올라와서 창문으로 들어오던데?"


기사단원의 얼굴이 순식간에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르센이 킬킬 웃었다.


"근데 왜 그냥 보내주셨습니까? 아니, 그냥 보내주실 수는 있다고 칩시다! 그래도 보조무기는 건네줘선 안되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냥."


"예?"


"아니-. 그 사람한테는 그냥 그게 꼭 필요한 것처럼 보였거든-."


진검을 보고 흑심과 열망 품은 눈빛을 가감 없이 드러내 보이던 소년.


그리고 곧 자신이 죽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을 아비.


어떤 연유로 겁도 없이 감히 기사의 방에 도둑질을 하러 들어왔을지 알 것 같았기에 그냥 조용히 눈감아준 아르센이었다.


"아. 근데 잠시 빌려준 거라. 다시 가져오긴 할 거야-."


용을 잡고, 아비까지 구해낸다면 다시 되찾아올 생각이다.


혹여나 용은 잡되, 아비를 구하지 못할 경우를 상정해서 일단은 잠시 빌려주는 느낌으로 모르는척해 줬을 뿐.


"저 왔어요! 그러니까 이제 저도 데리고 가요!!"


"?!"

""?!""


돌연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모두의 고개가 천천히 소리가 난 쪽으로 돌아갔다.


뒤이어 기사들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다들 마치 귀신이라도 맞닥뜨린 것 같은 모양새였다.


"아니, 네가 왜 벌써 들어왔냐?! 내가 준 스크롤은 어디 가고?!"


이 씨발새끼. 날 의심하고 스크롤을 안 썼나 보다.


아르센이 두 눈을 흉흉하게 빛내며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썼는데요?"


조금도 주눅 들지 않은 천진난만한 목소리.

그에 어울리지 않는 불신과 광기가 뒤섞인 붉은 눈동자가 아르센을 올려다봤다.


"썼는데?"


"좀 졸리더라고요?"


"하아. 그러냐?"


아르센의 입가에서 자그마한 한숨과 헛웃음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그래. 여기서 물러나면 네가 아니지.


건네준 스크롤이 방어 마법용이 아닌 수면 마법 스크롤인 걸 알아버린 모양이다.


근데.

어째서 잠들지 않고 멀쩡하게 여기까지 기어들어온 거지?

것도, 잠기운 하나 없는 쌩쌩한 얼굴로?


신성력으로 정화했을 리는 없다.


이 마을엔 성당이 없다.


즉, 사제라는 존재 자체가 아예 없다는 소리.


저 아이가 신성력을 지녔을 가능성?


성기사인 레오가 저 아이에겐 신성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고로 아이에게 신성력이 있을 가능성은 0에 수렴.


뭐지?

... 진짜로 뭐냐?


-뭔가 사특한 것과 손을 잡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흑마법사?


"안 들어가나요?"


소년의 목소리에 현실로 끌려 나온 기사가 상념을 지워내고선 여느 때와 같이 능글맞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당연히 들어가야지-. 근데 넌 여기서 우리 좀 도와주라. 응?"


"아니, 갑자기 무슨 소리예요?"


소년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러니까, 넌 여기서 용이 도망치려 하면 녀석 발 좀 묶어달라고-."


"..."


아르센 입장에선 최대한 소년의 사정을 봐준 것이었다.


더 이상 들어오겠다 떼를 쓴다면 이제는 슬슬 진짜로 화를 낼 생각이었다.


정말로 저 아이와 함께 저곳에 발을 들이게 된다는 건, 티끌만큼도 계획에 없었으니까.


"선배님, 이제 슬슬 들어가셔야 합니다! 양각 잡게 위치 조정 부탁드립니다!"


"오!"


타이밍 좋게, 주변 확인 작업을 끝마친 기사단원 중 한 명이 나타났다.


아르센이 기쁜 티를 팍팍 내며 제 기사단원을 돌아봤다.


"아이고.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먼! 그럼 뒤 좀 부탁한다 꼬맹아-."


기사가 소년의 등을 톡톡 두들겼고,


"아! 싫어요! 나도 들어갈래요! 아니, 꼭 들어가야만 해요!"


소년이 지저분한 천으로 둘둘 둘러싸인 칼 손잡이에 손을 올리며 으르렁거렸다.


"야. 꼬맹아."


"?!"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테오의 손 위에 기사의 손이 겹쳐졌다.


장갑을 끼고 있어서 그런지 기사의 손은 차가웠다.


"솔직히 네 가능성은 높이 사거든? 근데 지금 네가 이 안에 들어가려는 건 애송이 치기야."


"이제 와서 말을 바꾸겠다고요...?"


맹렬한 두 개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힌다.

얼핏 보면 그 사이에 불꽃이 튀는 것 같이도 보였다


"내가 무슨 말을 바꾸는데? 언제 약속이라도 했었냐? 우리?"


돌이켜보면 안 했었다.


맹세는 용을 잡아주겠다는 맹세.


같이 들어가겠다 했을 때, 분명히 안된다고 말하긴 했었다.


"저 검 쓸 줄 알아요! 기사님도 봐서 알고 있잖아요!"


오러의 발현.

무턱대고 그냥 되는 게 아니다.

오러길과 오러량의 유무, 게다가 오러 친화력뿐만 아니라, 검에 친숙해야만 발현시킬 수 있다.


그런고로 테오는 그에게 오러를 보여주므로 검수로서의 자질을 가감 없이 보여준 셈.


"그거랑은 좀 별개의 문제고-."


툭툭.


기사가 민들레 꽃씨 같은 소년의 머리를 툭툭 두들겼다.


생긴 것 같이 포근포근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기사가 무릎을 슬쩍 굽혔다.


그렇게 소년과 눈높이를 맞췄다.


"만약 오늘 너까지 잘못된다면 네 어머니는 오늘 부군과 아들, 둘 다 잃게 되는 거니까."


"그런,"


"당연히 우린 너희 아버지를 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할 거다. 뭣하면 맹세도 해줄 수 있고. 하지만, 맹세가 언제나 맹세의 실현을 말하지는 않지."


이젠 진짜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구부렸던 무릎을 편 아르센이 소년을 슬쩍 일별하고선 등을 돌렸다.


발걸음을 떼려는 찰나, 등 뒤에서 들려온 집요한 소년의 목소리가 재차 그의 발목을 잡았다.


"난 기어서라도 살아남을 테니 같이 들어가게 해주세요. 어머니가 부군과 아들, 둘 다 잃는 일은 결단코 없게 할 테니까!"


"히아-. 너, 말하는 게 꼭 같이 들어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는 것처럼 말한다?"


고개만 돌려 시선을 마주친 기사가 물었다.


의심 섞인 그 시선을 피하지 않은 채, 테오가 담담히 고했다.


"네. 있어요."


"..."


기사는 잠시 말이 없었다.


폭풍 전의 고요 같은 느낌에 주변의 기사단원들이 침을 꿀꺽 삼키는 소리만이 은은히 들려왔다.


"야 꼬맹아. 지금 네 눈, 뭔가 좀 복수심에 미쳐있는 느낌인데-."


테오의 눈이 일순 크게 뜨였다.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급하게 돌아다니느라 먹은 것도 없는데 입안이 썼다.


지독하리만치 말이다.


"야 그래. 들어나 보자. 꼭 들어가야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냐?"


"아니, 기사가 용을 잡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요?"


"네가 기사냐?"


"?!"


순간 소년의 얼굴이 당혹으로 물들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자신은 한낱 소년에 불과할 뿐.

기사가 아니었다.

심지어 수습 기사조차도 되지 못했다.


"그건..."


말이 궁해 테오가 잠시 우물거리는 사이, 기사가 말허리를 끊고 치고 들어왔다.


"근데 난 있거든-. 네가 꼭 같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이유 말이지-!"


테오의 표정이 의뭉스럽다는 듯 일그러졌다.


"이유가 뭔데요? 저도 들어나 보게요."


한마디도 지기 싫어하는 꼬맹이가 본인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친다.


이 앙큼한 놈을 교육 좀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이제 슬슬 진짜로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우리는 네가 저 안에 들어서는 순간, 동선이 꼬이고 계획이 꼬이게 되거든-."


껄렁하게 말한 가사가 몸을 돌려 천천히 새하얀 소년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고선 아직도 천으로 둘러싼 검 손잡이에 올라가있는 테오의 손을 양손으로 꽉 쥐었다.


아까와 달리 조금은 따스했다.

장갑 너머로 미미하게 체온이 전해져온다.


"그러니 방해 말고 믿고 있어. 최선을 다해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줄 테니까."


서로의 시선이 마주친다.


그리고 거리가 좁혀진 지금에서야 비로소 테오의 눈에 보였다.


기사의 귀찮고 나른한 눈빛 속에 숨어있는 심지 굳은 불꽃이 말이다.


눈앞의 이 자가 현재의 자신보다 월등하게 강하다는 사실은 부딪혀봤기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용을 잡는 건 힘뿐만 아니라 요령도 필요한 법.


과연 이 자들이 용을 잡고, 아비를 제대로 구해날 수 있을까?


그러한 불신이 지금까지 테오의 속에서 은밀하게 쌓여왔다.


한데 그러한 불신이, 기사의 타오르는듯한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니 봄볕에 눈 녹듯 녹아내려버린다.


지금까지 저런 눈빛을 한 자들 중, 적어도 그의 믿음을 져버린 자는 없었기에.


젖은 흙 내음을 풍기며 흔적만 남아있는 황폐지.

그래도 눈이 녹았으니 봄이 올 것이란 기대감.

그 비슷한 심리가 테오의 속에서 싹텄기에.


소년이 살짝 표정을 풀고선 입을 열었다.


"방금 한 말, 꼭 지켜줘요. 아저씨, 기사잖아요."


계획이 있겠지.

무려 자신이 들어가면 동선이 꼬인다 확언하고 있지 않는가.


"물론이지-!"


이제서야 말이 통한다는 듯 씨익 웃어 보인 기사가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없다는 듯, 테오의 머리를 가볍게 헝클어트리고선 등을 돌렸다.


"기사니임!!!!!"


아르센이 기사단원들을 데리고 제단 안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또다시 뒤쪽에서 소년이 악을 쓰듯 소리쳤다.


"대부분 용들의 약점은 꼬리 세 번째 마디에요오!!"


용의 색상과 특성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러하다.


게다가 이곳은 추운 북부.

높은 확률로 냉기가 강한 곳에서 서식하는 백룡 계열이나 청룡 계열이 나타날 것이다.

두 놈 다 꼬리 세 번째 마디가 약점이니 괜찮겠지.


자신이 죽은 지 50년이 지난 시점.


보아하니 마지막 흑룡을 잡지 못해 그게 새끼를 깐 것 같은데, 그렇다면 지난 50년 동안 기사들이 용을 잡아볼 기회가 충분했을까?


물론 충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기사는 대답 대신 손을 흔들어 보이며 안쪽으로 터벅터벅 들어섰다.


그리고.


멀찍이서 고개를 쳐들고 날아오는 용을 보고서, 테오는 본인의 판단이 틀렸음을 바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어... 이럼 안되는데...?"


소년의 태양빛 눈동자 속에 진한 초록빛 점이 담겼다.


"하필이면 풀빛 놈이야?!!"


안 그래도 뽀얀 편인 소년의 안색이 삽시간에 파리하게 질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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