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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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작품등록일 :
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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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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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DUMMY

***


"꼼짝 마시고-. 나도 다치게 하고 싶진 않으니까-."


라고 갑자기 본진으로 쳐들어온 납치범이, 대뜸 목을 틀어쥘 듯 손을 대고 말한다면.

그 말은 얼마나 신빙성이 없을까.


테오가 아르센을 납치범이라 표현하는 이유는, 그가 방금 전까지 했던 행동이 완전한 납치범에 가까운 행동이었기 때문이었다.


대성당 쪽으로 뛰길래.

테오는 당연히 그가 정문으로 들어가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대뜸 테오를 번쩍 들어 올린 아르센이 외쳤다.


"야, 꼬맹아! 올려줄 테니까 창문 깨!"


"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아니 뭔,"


애석하게도 테오의 말은 끝까지 내뱉어지지 못했다.


뒷말을 잇기도 전에 이미 몸이 공중에 붕 떠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닛?!"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시키는 대로 창문을 깨고 안으로 들어선 테오.

뒤따라 벽을 박차고 위로 올라온 아르센도 깨진 창문 사이로 몸을 날렸다.


"아니 왜 굳이?!"


"정문으로 가면 보초들 있으니까-. 웬만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고 싶거든-! 아무튼 빨리!"


길을 아는지 아르센이 먼저 복도를 내달리기 시작했고, 상황을 잘 모르는 테오는 썩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다.


"아니, 북부의 패자 파노블 가문의 기사님이 어찌도 이리 무례한..."


면사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당황한 듯 살짝 갈라진 목소리를 냈다.


아르센의 손이 슬쩍 목을 감싸 쥔 형태였으나 힘은 전혀 들어가지 않았는지, 또박또박한 말소리가 테오의 귓가에도 제대로 박혔다.


"무례를 용서해 주시지요 사제님-. 다름 아니라 우리애 하나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처형대에 모가지가 걸리게 생겨서 말이지요?"


"후훗."


아르센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하니, 면사 아래에서 가볍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상황에서 웃어?


하고 당황하는 테오였으나, 뒷이야기를 들으니 지금의 상황이 조금은 이해되는 듯했다.


"아르센 님은 여전히 말투가 가벼우십니다."


"그래서 싫습니까? 아닐 텐데-?"


"후훗. 물론 그런 부분조차 매력이지만요."


보아하니 저 두 사람은 아마도 구면인 모양.


그리고 사이도 나쁘진 않은 모양.


"인질이 된 척하면 될까요?"


"겁먹은 척까지 해주신다면 아주 금상첨화일 텐데 말이지요-?"


"후훗, 노력해 보도록 하지요."


얘기를 적당히 끝마친 아르센이 이번엔 소년을 바라봤다.


아이는 상황을 파악하려는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듯해 보였다.


"꼬맹아, 북부 고위 사제님이신데 인사는 나중에 해."


"말 안 해도 알아요."


소년과 기사의 시선이 문쪽을 향했다.


멀찍이서부터 빠르게 가까워져오는 여러 개의 발소리.


이제 곧 들이닥칠 시간이다.


-벌컥!!!


거센소리를 내며 성당 중심부의 유일한 출입구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무기가 없는 소년은, 그래도 상대방이 달려든다면 회피할 수 있게끔 자세를 잡았고,


고위 사제의 목을 틀어쥘 듯 손을 올리고 있었던 아르센은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을 보고선 우뚝 굳어 섰다.


"아니, 왜 여기에..."


아르센의 입에서 살짝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꼼짝 마!!"

"움직이지 마!!!"


테오가 두 눈을 부릅뜨고 사태를 관망한다.


성기사들이 움직이지 말라며 칼을 겨눈 상대가 자신들이 아닌, 방금 문을 열어젖히고 선두에 들어선 사내였기 때문이었다.


새까만 검은 포니테일에, 에메랄드를 닮은 빛나는 녹색 눈동자가 인상적인 사내.


'그나저나 도대체 뭐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현생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그런가?


어찌 됐든 지금 이 상황이 전혀 이해가 안 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허, 참. 어이가 없군."


수십 개의 칼날이 오로지 자신만을 향하고 있음에도 사내는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제게 칼을 겨눈 자들을 향해 여유롭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그리고 나선 외쳤다.


"한낱 성기사들 따위가 감히 나를 뭘로 보고 무례하게 칼을 꺼내 겨누는가!!!"


오러와 기세가 잔뜩 실린 사자후.


움츠러든 성기사들이 잠시 주춤거렸다.


그 모습을 훑어본 사내가 조소를 흘리며 삽시간에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냈다.


-까가가가강!!


검집에서 기척 없이 뽑혀 나온 검이 순식간에 거리가 가까운 칼들을 몇 쳐냈다.


방향이 틀어져 갈 곳을 잃어버린 검들은 그 자리에 우뚝 굳어버린 듯 멈춰버렸고,


그 움직임을 강제한 검엔 백색의 오러가 회오리치듯 검날을 감싸고 있다.


'기사...?'


기세 좋은 사자후.

발도와 동시에 피어오르는 오러.


테오가 보기에 저자는 절대로 일반적인 기사가 아니었다.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말할 수 없으나, 그렇게 될 가능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는 그런 느낌.


"북부의 패자 파노블가의 장남, 호지에 파노블 님의 충직한 기사가 주군을 뵙습니다."


돌연 뒤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테오가 눈동자만을 슬쩍 굴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소년의 새빨간 눈동자 속엔,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여 예를 표하는 아르센의 모습이 담겼다.


"나는 지금, 내 충직한 기사를 데리러 이 자리에 섰다. 그러니 이만 데리고 가도록 하지."


그 말에 아르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가세. 아르센 경."


"기사 아르센 루이스.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그리 대답한 아르센이 테오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러자 어딘가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아무리 파노블가의 사람이라고 해도 살인 혐의가 있는 자입니다! 아직 심문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보내드릴 수는 없습니다!"


"허-. 살인?"


검은 포니테일 사내가 고개를 꺾어 뒤를 보았다.


잠시 제 기사를 바라보던 시선이 머지않아 그 뒤쪽에 있는 새하얀 소년을 향했다.


그렇게.

속을 알 수 없는 에메랄드빛 눈동자와 경계심이 가득 섞인 루비색 눈동자가 떡하니 마주쳤다.


"아르센 경. 저건 뭔지?"


"제가 보증하는 아이입니다."


"허?"


헛웃음을 터트린 검정 포니테일 사내가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입술을 씰룩였다.


그러고선 다시 아르센과 시선을 교환했다.


굳건히 자신을 바라봐오는 기사의 눈빛.


그걸 확인한 포니테일 사내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래, 살인 혐의. 내 이름을 걸고 저 자들이 한 짓이 아니라 보증하도록 하지. 추후 확실한 증거가 나온다면 그때는 나를 책망하도록."


한 가문의 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한 보증 선언.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건지 뼈저리게 알고 있는 성기사들은 차마 더 이상 말을 얹을 수 없었다.


그렇게 기세가 완전히 꺾여버린 성기사들을 향해 호지에가 쐐기를 박았다.


"허나! 제대로 고지도 하지 않고선 파노블가의 사람을 감옥에 구금시킨 점은, 감히 파노블가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봐도 되는 부분이겠지!"


으르렁거리는듯한 목소리가 성당 안을 휘어잡을 듯 쩌렁쩌렁 울렸다.


"이 자들이 살인범이 아니라는 확증이 나온다면, 나 역시 응당 그대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일세!!"


할 말을 다 끝낸 포니테일 사내가 허, 하고 다시 한번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나저나 재밌지 않나? 북부의 고위 사제를 지킨답시고 남부의 성기사들이 뛰쳐오는 꼴이 아주 말이 아니야."


툭 던지는 말.


재밌다고 했으나 사내의 표정은 전혀 재미있어 보이지 않았다.


***


북부 성당 밖으로 빠져나오니 일렬종대로 서있는 호화로운 검은 마차들이 시야에 담겼다.


그중 선두에 있는 말의 머리를 쓰다듬던 아르센이 테오에게 물었다.


"야, 한 며칠은 몰아야 할 텐데 몰 수 있지?"


"며칠씩이나요?"


"아니면 지난번처럼 같이 타줘야 하냐-?"


아르센이 느른하게 웃으며 장난조로 말했다.


깨림칙한 기분에 테오가 살짝 미간을 구겼다.


"혼자 탈 수 있어요."


"그래그래-."


테오가 말과 시선을 맞추며 고삐를 잡았다.


"신분을 밝혀주십시오!"

"마차 주변에는 접근하실 수 없습니다!"


이윽고 테오가 말 위에 올라타려 자세를 잡는데, 돌연 앞쪽에서 큰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나 본데요?"


"그러게-."


테오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그림자가 져서 얼굴은 잘 안 보였으나 순백의 망토만큼은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성기사가 갑자기 왜...?"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하는 테오의 머리를 톡톡 두들기며 아르센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왜? 난 기다렸는데-?"


"왜요?"


"북부 성기사단장 레오 네부하레입니다. 기사단장 아르센 루이스님을 잠시 만나 뵈러 왔습니다만, 불러주실 수 있으신지요."


"부르고 자시고 할 게 있냐? 바로 눈앞에 있는데-."


대답하면서도 시선을 뒤쪽으로 돌리는 아르센.


정중앙에 위치한 마차 안에서 빼꼼 빠져나온 창백한 느낌의 손이 휘휘 저어졌다.


"호지에 님이 워낙에 공사다망하신지라 오래는 얘기 못해-. 그리고 너도 나랑 오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건 곤란하잖냐?"


"맞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사제님께서 아이를 찾으셔서 말입니다. 치료 정도는 해주고 보내고 싶다 하셨습니다."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레오의 등 뒤에서 왜소한 체구의 여성이 튀어나왔다.


"? 용독은 고위 사제님만 치료해 줄 수 있지 않나요?"


테오의 순수한 질문에 기사단장과 성기사단장의 입술이 일자로 꾹 다물렸다.


"후훗, 걱정 마세요. 제가 그 고위 사제니까 말이죠."


"키가 다른데요?"


아까 성당 안에서 잠시 봤던 고위 사제.


얼굴은 면사를 쓰고 있어 보지 못했으나, 분명히 키가 큰 여성이었다.


여자가 테오의 주변으로 다가오더니 쉿 하라는 듯 제 입가에 손가락을 갖다 붙이고선 소곤소곤 속삭였다.


"여자한테는 구두라는 마법이 있답니다? 비밀이지만요."


"아."


그제서야 자신의 말실수를 자각한 테오가 고위 사제의 시선을 피하며 눈을 재빨리 굴렸다.


아르센을 찾는 것이었다.


사람은 가끔 썩은 동아줄이라도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뭐냐? 날 왜 보냐?"


썩은 동아줄은 누가 썩은 동아줄 아니랄까 봐, 아주 매가리 없이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후훗. 아르센 님도 너무하세요, 정말~. 아이를 구하려고 제 목까지 잡아놓고서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굴기예요~?"


"원래 사내놈은 강하게 키워야 하는 법입니다."


대답 대신 적당히 미소 지은 고위 사제가 테오에게 손을 뻗었다.


"가슴 쪽이지요?"


"네? 아, 네."


"잠깐만 손 좀 댈게요?"


"네."


거절할 이유 따윈 없었다.


무려 용독을 치료해 준다는데, 고마운 마음에 얼싸안고 부둥부둥 해줘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렇게.


옷 안으로 들어온 손길이 맨살에 스친다.


주저 없이 움직여진 손은 정확히 검은 흉터가 자리 잡은 부분을 짚어냈다.


이윽고.


-따끔!


"윽!"


"참아야 해요."


"......"


흉터 부위에 강렬한 통증이 일다가, 이윽고 점점 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통증이 멎었다.


"......"


"다 된 건가요?"


소년의 물음에 성기사단장과 고위 사제가 조용히 시선을 교환했다.


"그게, 아무래도 지금은 성당 내부처럼 치료도구가 제대로 갖춰진 것도 아니고, 치료시간도 짧아서 제대로 치료가 안되네요..."


"아..."


아쉬움이 한가득 들어찬 소년의 얼굴.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때 다시 제대로 치료해 줄게요! 저, 그 정도 능력은 되니까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하는 고위 사제.


뭔가 열심인 모습에 테오가 암울한 표정을 풀고선 함박미소 지었다.


방금 전, 아쉬운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인 모습이었다.


"나중에 꼭 다시 찾아올 거예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잘 있어야 해요!"


"후훗, 물론이죠~!"


...


재회의 약속을 마지막으로 소년을 돌려보낸 성기사와 사제는 착잡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어... 저 레오님, 혹시 보였나요?"


"보였습니다."


"이것 참... 자신만만하게 호언장담하긴 했는데 다음번에 만났을 때 제대로 치료해드릴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요."


너털웃음을 터트리는 고위 사제.


그 옆에 서있던 성기사단장은 차마 농담으로라도 웃을 수가 없었다.


"... 아라한이 발생한 것도 저 아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음~. 섣불리 단정 지을 순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지요. 아니면 저 아이가-"


사제가 밤바람에 흩날리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신에게 답을 갈구하듯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느덧 구름 한 점 없이 맑게 갠 밤하늘.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만이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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