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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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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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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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DUMMY

어스름하게 달빛이 내려앉기 시작할 무렵, 은은한 알코올 냄새가 알딸딸하게 깔린 깡촌 마을의 주점.


마을에서 그나마 가장 큰 식당이었다.


가장 큰 규모라고 해도 테이블 5개와 의자들이 아슬아슬하게 겨우 꽉 들어차는 규모긴 했지만, 그래도 테이블 2개만 간신히 들어가는 다른 식당들에 비하면 호화롭다.


자신이 지금 몸담고 있는 마을이 굉장한 시골 깡촌 마을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실감하며 앉아있는 테오.


그리고 그 옆엔 갈색 머리를 넘긴 기사가,

건너편에는 남색 머리를 차분하게 내린 성기사가 앉아있었다.


"..."


누군가 나보고 왜 이런 곳까지 이 자들을 따라왔느냐 묻는다면, 나는 본인이 따라온 것이 아닌 끌려온 것이라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아, 씨발. 왜 갑자기 눈이 내리고 지랄이냐? 지금 가을 아니냐?"


기사가 머리 위에 눈이 녹아내린 물기를 탈탈 털어내며 투덜거렸다.


"지금쯤이면 초겨울이지 않습니까. 북부는 슬슬 눈이 내려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죠."


어쩐지 바람이 정말 지랄맞게 차더라.


본인 몸이 약해 유독 춥게 느낀 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하는 테오였다.


"여기 오리고기 대자 하나랑, 맥주 2잔이랑-... 꼬맹아 넌 뭐 먹을 거냐?"


기사가 물었다.


"저도 맥주요."


"음-. 그래라?"


역시 북부다.


술을 섭취함에 있어서 연령 제한이 없다.


이윽고 테이블을 가득 채우는 오리고기 한 접시와 맥주 세 잔이 나왔다.


"먹어도 돼요?"


"그럼. 먹으라고 시켰지, 구경하라고 시켰겠냐?"


우와. 말본새.

그래도 감자 스튜가 아닌 모처럼의 고기 요리에 기분이 좋아진 테오가 실실 웃으며 음식에 손을 뻗었다.


"그나저나 이질적인 살기가 느껴져서 가봤더니-. 너 나한테 뭐 할 말 없냐?"


맥주잔 손잡이에 손을 올린 갈색 머리 기사가 마시라는 술은 안 마시고 성기사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내기를 먼저 깨버린 것 같이 되어버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밤에 성당에 다시 돌아가 봐야 해서 말입니다..."


"하-? 그래서 어쩔 수가 없었다?"


"예."


"근데 무슨 내기요?"


원래 구경은 불구경이랑 싸움 구경을 제일로 친다.


흥미가 돋은 테오가 묻자, 두 사람의 시선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천진난만한 표정을 한 소년에게로 쏠렸다.


"네가 날 따라올지 쟬 따라갈지 하는 내기."


대답해 준 건 날티나게 생긴 기사였다.


"아니 왜 남을 갖고 내기를 해요?"


"시끄러워! 얻어먹는 주제에 왤케 쫑알쫑알 말이 많아?!"


머리를 한대 콱 쥐어박으려는 시늉을 하는 기사를 테오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빤히 응시했다.


"오? 안 쪼네? 빤히 눈뜨고 있는 것 좀 보소?"


"그야, 눈을 감으면 상대방의 다음 행동이 안 보이잖아요?"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투로 대꾸하는 아이.


기사와 성기사는 의외라는 듯 일순 토끼 눈을 떴다가, 서로 시선이 마주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슬쩍 미소 지었다.


"이야- 이거 완전 물건이네? 역시 넌 이번 용제 끝나고 나랑 같이 가야겠다. 그치?"


"아니, 선배님. 얘기가 갑자기 왜 그렇게 흘러갑니까?"


은근슬쩍 소년에게 자신을 어필하는 제 옛 선배를 본 성기사가 기겁하며 입을 열었다.


"내기를 먼저 깬 건 너 아니냐?"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고위 사제님께는 데려가 봐야 합니다!"


결코 한치도 양보하지 못하겠다는 말투.


고위 사제에게 가보긴 해야 하나 믿을 구석이 없는 지금 상태로 가기엔 조금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테오가 끼어들었다.


"저는 이 기사님 따라갈래요."


오리고기를 우적우적 씹으며 테오가 손짓한 끝에는, 나른한 인상의 갈색 머리 기사가 기분 나쁘리만치 거만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당사자가 그렇다는데에-?"


"하지만..."


히죽히죽 웃는 기사와, 곤란한 표정으로 말을 고르는 듯 입을 꾹 다무는 성기사.


"대신 호지에 님한테 보여드리고 나서 성당에 한번은 들러줄게. 애 데리고."


"정말이십니까? 약속하신 겁니다!"


성기사가 그제서야 밝은 표정을 띠었다.


"그래 그래-. 암만 그래도 내가 우리 사랑스런 후배님을 곤란하게 만들 수는 없잖냐?"


"예!"


뒤이어,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았어도 짠! 하는 경쾌한 건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경쾌한 분위기에 어울리지 못하는 소년이 한 명 있었다.


"아니, 내 의사는요...?"


***


밤늦은 시각.


시골 마을의 눈길을 사박사박 소리 내어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아까 갑자기 내리기 시작한 눈이 그새 쌓인 것이었다.


"술도 못 마시는 게, 씨이벌."


얼굴이 약간 붉어진 쪽빛 머리 사내와, 민들레 꽃씨를 닮은 소년을 등에 업은 진갈색 머리 사내가 원래는 흙길이었을 눈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그러게 술은 시켜주지 마시지 그러셨습니까."


"한 모금 마시고 뻗어버릴 줄 누가 알았냐고!!"


맞는 말이었다.


꼴랑 술 한 모금에 맥없이 뻗어버린 당사자인 테오조차도 몰랐던 사실이었다.


원래 몸으로 마셨던 주량을 생각하고 독하기로 소문난 북부의 술을 맘 놓고 마셔버린 게 실책이라면 실책.


그렇게 테오는 그날, 타인의 등에 업힌 채 귀가하게 되었다.


***


고즈넉한 구름이 쉼 없이 흘러간다.


그리고 두터운 구름에 가려진 달빛은 밤의 눈길을 제대로 비춰주지 못했다.


"어둡고, 길은 미끄럽고 아주 지랄 났네."

"그러게나 말입니다."


넘어지지 않게 기감을 확장시키며 샛길을 가로지르는 두 사람.


"근데 아르센 선배님."


"왜."


"날도 궂으니 이제 그만 숙소로 돌아가 보십시오. 굳이 마중 나와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야! 네 얼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고 싶어서 그러지-. 설마 내가 너희 성기사단원들 얼굴 보려고 그러겠냐?"


순간적으로 기사의 얼굴에 혐오감이 맴돌았다.


그걸 본 성기사가 참지 못하고 픽 하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나저나 세헤아는 잘 지내냐?"


"세헤아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프란시스 세헤아.

그들과 같이 파노블가의 사속 기사였으며,

레오와 함께 갑자기 신성력이 발현되어 성기사로 전향한 자였다.


"잘 지낸다니 다행이고-."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선배님! 약속은 꼭 지켜주십시오!"


"뭘 당연한걸-."


"그나저나 내일이 용제 당일 아니십니까."


"뭐 그렇지-."


"몸 조심히 잘 다녀오십시오!"


"뭘 그런 걱정을 다-."


씨익 미소 지은 두 기사가 서로를 마주 보며 가볍게 주먹을 뻗었다.


툭. 하는 가벼운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서로의 주먹.


성기사가 먼저 등을 돌렸다.


흩날리는 하얀 망토.


어둑어둑한 언덕배기 위에 선 기사는, 서서히 멀어져 가는 제 옛 후배의 너른 뒷모습을 눈에 담았다.


어느덧 아침해가 밤의 어둠을 몰아내며, 하늘 끝을 짙은 군청색으로 물들이기 시작하는 시점.


짙은 남색의 바닷속.

그가 걸어가는 하얀 눈 바닥과, 그가 두르고 있는 흰 망토만이 여명에 물들어 금빛으로 빛난다.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햐-, 언제 저렇게 커버렸는지-."


기사의 얼굴에 포근한 미소가 어렸다.


잠에서 먼저 깬 산새 소리가 조금씩 귓가에 스칠 무렵이었다.


***


어느덧 아침해가 밤의 어둠을 몰아낸 시점.


새까맣기만 했던 하늘이 군청색으로 물들다, 이내 청명한 푸른빛으로 변한 시점이었다.


"아니, 해가 중천인데, 젊은 놈이 아직도 안 일어나고 뭐 하는 거시여!!!"


아비의 보채는 고함 소리가 지저귀는 새들의 울음소리조차 집어삼키며 테오의 고막에 때려 박혔다.


중천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늦은 아침.


체감상은 꼭두새벽이었다.


"아니, 무슨 중천..."


테오가 비몽사몽한 상태로 자리에서 비척비척 일어났다.


제 아들에게 다가간 아비는, 아들의 손에 강제로 무언가를 쥐여줬다.


너저분한 천에 쌓여있는 기다란 무언가였다.


"엇?!"


묵직-.


보기보다 무게가 나갔던지라 소년이 잠시 휘청거렸다.


"이게 뭐예요?"


"오다 주웠응께, 너 갖등가!!"


스윽 시선을 피하며 툭 내뱉는 아비.


저 사람은 참 솔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하며, 소년이 천천히 지저분한 천을 벗겨냈다.


"아니, 아버지 대체 이걸 어디서...?"


순식간에 잠이 다 달아났다.


소년의 두 눈에 들어찬 건 다름 아닌 테오가 그토록 갈망하던 '진검'.


지저분한 천을 걷어내니 그 안에는 손때가 탄 진검이 한 자루 들어있었다.


성인들이 쓰는 것에 비해 길이가 살짝 짧은 것이, 어린 테오가 쓰기에는 안성맞춤.


소년의 체구까지 생각해서 구한 물품인듯했다.


그 기사의 말에 따르면 진검은 비싸다고 했으니, 중고로 말이다.

일단 잔뜩 탄 손때가 그 사실을 보란 듯이 증명하고 있었다.


근데-


역시 뭔가 좀 이상했다.


"요즘은 이런 디자인이 흔한가 봐요."


기시감이 든 테오가 그리 말하며 검집에서 날을 슬쩍 뽑아본다.


-스릉.


척 보기에도 상등품인 진검.


청량한 검명을 토해내며 검날이 뽑혀 나왔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햇살이 검신에 부딪혀 부서진다.

햇살이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히 반사되었다.


"내는 모르제! 오다 주웠당께!!!"


주웠을 리가 없다.


소년의 창백한 손가락이 검 손잡이 끝을 더듬었다.


울퉁불퉁했다.


망치 같은 걸로 내려치기라도 한 것처럼, 아무런 모양도 없이 울퉁불퉁하게 되어있는 검 손잡이의 끝부분.


이런 상등품의 검을 제작할 때, 마무리를 이런 식으로 조잡하게 했을 리는 없을 터.


안 그래도 크기에 비해서 묵직한 편인 검이, 한층 더 무겁게 느껴졌다.

살짝 버거운 것 같기도 했다.


"근데 제가 갖고 싶어 했던 걸 어떻게 알았어요?"


소년이 슬쩍 화제를 돌렸다.


가난한 집안이란 건 눈을 떴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검 얘기는 꺼낸 적도 없었고, 부인 앞에서도 기초체력단련하는 모습만 보였지, 검술연습을 하는 모습은 단 한 번도 보였던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찌 알고...


"너 가출한다꼬 처나가, 어?! 그날 쓰러져가, 기사님들헌티 업혀온 날 기억하능교!?"


"네."


기억하고 말고.


그래서 더 무기가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날, 느가 나무 껍데기에 뭐라 써놓고 나갔는제, 기억 안 나제!?"


가출 날. 나무 껍데기.


-기사가 될래요. 다녀오겠습니다.


"아! 기억났어요!"


"그라믄서 무슨 어찌 알았냐 물어쌌냐!"


"...... 고마워요!"


잠시 표정을 굳히고 있던 소년은,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환히 웃었다.


부러 밝게 눈가를 휘어접어 웃어 보이며, 눈동자에 깃들었을 착잡함을 숨겼다.


그 모습을 본 아비는 잠시 주춤거리며 머쓱한 듯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투박하지만 애정이 잔뜩 묻어나는 손길로 테오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나선 조용히 다시 발끝을 돌렸다.


"아버지! 이 이른 시간에 어디 가요! 날도 추운데!"


"밖에!!"


누가 밖에 나가는 걸 모를까.


소년이 알고 싶은 건 밖에 어디를 가는가였는데.


소년의 목소리가 잠시 아비의 발목을 잡아 세웠지만 그건 찰나의 순간뿐.


사내는, 아버지는 다시 바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마치 그걸 아이에게 전해주기 위해 집에 잠시 들렸다는 것처럼 말이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멀어져 가는 아비의 뒷모습은 축 늘어져있었다.


발걸음도 오늘은 왠지 거칠지 않았다.


테오가 시야에서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즘, 천천히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선 아비에게 받은 검을 다시 천으로 둘러싸고선, 그걸 들고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을 신는 소년을 보고선 여인이 물었다.


"테오야, 아직 해도 안 떴는데 어디 가려고~?"


"밖에요."


자식은 부모를 닮는다고 했던가.


집 밖에 나선 소년이 고개를 들어 서서히 밝아져오는 하늘을 두 눈에 담았다.


그 여명을 닮은 붉은 눈동자는 모든 결심을 끝낸듯 차분한 빛을 띠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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