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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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작품등록일 :
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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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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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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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DUMMY

테오의 숨소리가 고르게 변하자, 본인을 기사라 칭했던 사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야-, 이거. 한 번만 더 장난쳤다간 진짜로 죽어버리겠는데-?"


"그나마 저라서 버틴 거지, 일반인이었다면 진작에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찔렀을걸요?"


아니었다.


기사는 충분히 힘 조절을 해준 것이었고,

현재 소년의 몸이 너무나도 약한 상태였던 것뿐이다.


"아무튼. 그래서 나한텐 왜 달려들었냐? 안아달라고 앙탈 부린 건 줄 알았는데 반응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말이지-?"


히죽 웃는 사내를 보고 테오가 슬쩍 인상을 구기며 대꾸했다.


"제가 뭐 하러 미쳤다고 남자한테 안아달라 달려들어요?"


"그럼 역시 이거냐-?"


기사가 제 검파를 툭툭 두들기며 물었다.


기사에게 있어서 검이란 제 목숨이자, 자부심.


여기서 입 한번 잘못 열었다간 정말로 경을 치게 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기에 소년이 눈에 힘을 빡 주며 기사의 안색을 살폈다.


그러자 어둠에 익숙해진 눈이 사내 얼굴의 윤곽을 잡아냈다.


변함없이 나른한 기운만을 띠고 있는 것이, 전혀 속을 읽을 수가 없었다.


"... 그냥 한번 만져보고 싶어서요."


만져보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 그대로 들고 튀고 싶었다.


그러한 뒷말은 생략한 테오였다.


두 번째 인생이라고 하지만, 두 번째여도 역시나 목숨은 아까운 법이니까.


"뭘?"


"진검이요. 기사도 처음 보고, 진검도 처음 봐보거든요."


기사도 (이번 생엔) 처음 보고, 진검도 (이번 생엔) 처음 본다.


"그럼 말을 하지 그랬냐?"


"..."


"자, 만져봐."


사내는 여전히 고구마를 씹으면서 제 허리춤의 검을 검집째로 테오에게 건네주었다.


건네받은 검을 손에 쥔 테오가 그대로 얼어붙었다.


들고 도망간다는 생각?

엄두조차 나지 않기 때문이었다.


기사에게 있어 본인의 검은 명예이자 긍지. 그리고 목숨.


검을 건네준 그의 시선은 테오를 뚫어져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나른한 눈초리 속에 깃든 예리한 매서움.


테오는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눈치가 없진 않았다.


아니, 눈치라기보단 본능이 보내는 경고 같은 것이었다.


본능이 먼저 알아채고선 신체가 허튼짓을 하지 못하게 막아선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소년이 검집에서 검을 꺼내, 천천히 요리조리 돌리며 살펴봤다.


굳이 빤히 들여다볼 필요도 없는 최상등품.


동쪽 나라에는 '견물생심'이라는 말이 있다.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욕심이 생긴다는 그런 의미다.


그리고 그 말대로, 막상 눈앞에 꺼내서 봐보니 머릿속으로는 이 검이 탐이 나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테오가 돌려주기 아쉬워 애먼 진검만 계속 만지작거렸다.

그러고 있자 어느 순간.


"?"


테오의 손끝에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울퉁불퉁한 것 같은데?'


슬쩍 돌려보니 검 손잡이 끝에 요상한 문양이 양각으로 새겨져있는 것이 보였다.


"어, 이거..."


생각해 보니 봐 본 적이 있는 문양이었다.


저 기사의 갑옷 어깨에 새겨져있던 그 문양과 똑같았다.


"잘 봤어요. 생각보다 무겁네요."


"난 묵직한 걸 좋아해서 일반 기사들보다 검을 좀 무겁게 쓰거든-."


테오가 검을 돌려주자 그제야 기사가 눈에 힘을 풀었다.


"후- 후-. 야, 꼬맹아. 근데 넌 이름이 뭐냐? 생긴 건 민들레 꽃씨같이 생겨가지고?"


"테오요."


"풀네임은?"


"..."


테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낯선 사람에게 섣불리 개인정보를 가르쳐 줘서는 안된다는 부모의 가르침이 떠올라서가 아니라, 테오의 풀네임이 길어서 기억이 안난 탓이었다.


"말 안 해줘?"


"..."


"싫음 말고-! 어으, 꼬맹아 잘 먹었다! 덕분에 얼어 죽는 건 피했네!"


"근데 진짜 이런 촌구석까진 어쩐 일이에요? 그렇게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사단에서 나온 거라면 보통 일은 아닐 것 같은데?"


말없이 어깨에 있는 문양을 두들겨 보이는 행위.


당연히 상대가 그 문양을 알아볼 거란 자부심에서 비롯된 행위일 터였다.


그렇다면 그런 대단한 곳에 소속된 기사가, 굳이 이런 깡촌 시골마을까지 찾아올만한 이유.


과연 뭐가 있을까?


킬킬. 입가에 묻은 그을음을 닦아낸 사내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돌연 상체를 앞으로 쑤욱 내밀었다.


"그야-, 너네 아빠 구해주려고-?"


"...?"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 사이에 잠시간 미묘한 공기가 흘렀다.


그리고 그 미묘함을 비틀기 시작한 건 느른한 눈매 속에 날카로움을 머금기 시작한 기사 쪽이었다.


"야. 모르는 척 입 다물고 있지 말고. 어차피 너도 다 알고 있잖냐?"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테오의 아비를 구한단다.

대체 왜?


의아함이 깃든 소년의 눈을 지그시 응시한 기사가 단어 하나를 입에 담았다.


"용제."


"용제?"


용이라는 단어에 긁힌 테오가 인상을 찌푸렸다.

소년의 붉은 눈동자 속에 뭔가 뜨겁고 질척한 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하... 너... 진짜로 모르나 보네?"


소년의 적나라한 반응을 보고선 기사가 슬쩍 상체를 뒤로 뺐다.

그러고선 물었다.


"그럼 너, 용제가 뭔 줄은 아냐?"


"모르겠어요. 알려주세요!"


"아-, 귀찮은데-"


기사가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용제가 그거지 뭐-. 1년에 한 번씩 산 제물을 용한테 바치는 거-."


말을 내뱉은 기사의 표정은 무덤덤했다.


허나 그와 반대로 테오의 표정은 흉신악살같이 변하기 시작했다.


"산 제물? 용한테?"


"마을마다 다 그러지? 용살할 자신이 있으면 용을 잡고 아니면 바쳐야지 별 수 있냐? 안 그럼 마을 사람들이 죄다 몰살당하는데?"


"허..."


일그러진 테오의 입가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하우레스가 분명 '용도 지능이 있기에 대화를 통해 타협한다면 평화롭게 공생할 수 있다'고 했었다.


근데 그 타협의 결과가 용제라는 형태로 나타났다.

어찌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근데 저희 아버지는 왜요?"


무려 '너네 아빠 구해주려고' 이 시골마을까지 친히 행차하셨단다.


"그야, 너네 아버지가 이번 용제 때 제물이니까?"


"아니, 그런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소년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부모 입장에서 굳이 자식한테 해주고 싶은 얘긴 아닐 테니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중요한걸요?!"


"몰라 씨발아 너네 아버지한테 가서 직접 물어보던가, 그걸 왜 나한테 따지냐?"


계속되는 물음에 짜증이 났는지 기사가 까칠하게 대꾸했다.


"야. 아무튼 고구마 값은 이 마을 용 잡아주는 걸로 퉁칠 테니 그리 알고 있어-. 네 아버지를 구해주는 건 겸사겸사고. 알겠냐?"


그 말을 끝으로 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리려 했다.


황급히 따라 일어선 테오가 그의 팔목을 붙잡았다.


"저, 기사님! 고구마값은 다른 걸로 받으면 안 돼요?"


소년이 두 눈을 빛냈다.

부담스러우리만치 반짝거리는 눈빛에 기사가 기쁜 듯 씨익 웃으며 되물었다.


"야, 아깐 아저씨더만 이럴 때만 기사님이냐? 그래서 뭘 원하는데?"


상대방이 원하는 걸 정확하게 안다는 건, 상대와 거래할 확실한 패를 손에 쥐고 들어간다는 것.


들어놔서 손해 볼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칼 손잡이를 손에 쥐여준다는데, 그걸 굳이 애써 마다할 이유가?


"진검이요! 종류나 길이는 상관없어요!"


소년이 기다렸다는 듯이 즉답했다.


검이 아무리 뭣 같아도 손에 맞추면 그만.


방금 만져본 최상품 검을 바라긴 했으나, 그 반대편 옆구리에 차고 있던 예비용 검이라도 지금의 소년에게 있어선 감지덕지할 부분이었다.


저 자가 내어준다면 말이다.


"오... 아까 만져보더니 홀리기라도 해버린 거냐?"


"그런 것 같아요!"


"아 근데 그건 좀 힘들겠는데-?"


기사가 삐뚜름하게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아니면 그 반대편에 찬 예비용 검이라도요!"


"아니, 야 꼬맹아. 진검이 얼마나 비싼데 고구마 따위랑 비비려고 하냐?"


"아...?"


오...

진검이 비싼가 보다!


전생의 그는 어린 나이에 기사가 됐었다.


그에게 있어서 당연히 진검은 제 돈 내고 사는 물건이 아닌, 지급받는 물품이었다.


그래서 그게 값이 나간다는 사실을 몰랐다.


직접 사본 경험이 전무하니까.


"그렇게 많이 비싸요?"


"당연하지? 아무리 싸도 일반 가정집 1개월치 식비 정도는 될걸?"


"아..."


무기값 따윈 신경 쓰지 않고 앞만 보고 달려가도 되는 삶.


자신 스스로 에너지를 내뿜으며 빛나기만 해도 충분히 명예로운 태양과도 같은 삶.


이었는데...


과거형이 되어버린 본인의 전성기에 잠시 애도를 표한 테오가 다시금 현실로 돌아왔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죠."


소년이 수긍한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응. 그렇지. 말이 잘 통해서 좋네-."


적당히 대답한 기사가 이제는 진짜로 발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다시금 제 손목을 잡아오는 자그마한 손 때문에 그럴 수 없게 되었다.


뿌리치려면 뿌리칠 수 있었지만, 애써 힘주고 있는 게 느껴져 굳이 떼어내진 않았다.


기사가 그대로 고개만 뒤로 돌려 소년을 내려다봤다.


뚝심 있는 빨간 눈동자가 자신을 간절하게 올려다보고 있었다.


"엥? 또 왜?"


"그럼 저도요! 저도 갈래요, 기사님!!"


"어딜?"


"용 잡는데요!"


"하?"


귀찮고 나른한 느낌만 풀풀 풍기던 기사의 얼굴이 처음으로 까칠하게 일그러졌다.


'성가시다'를 문자가 아닌 얼굴로 표현한다면 아마 저런 모양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내가 왜 널 데려가야 하냐?"


"혼자 가는 것보단 그래도 둘이 낫지 않아요? 저 생각보다 쓸모 많을걸요?"


'아마도'라는 뒷말은 속으로 삼킨 테오가 말했다.


지금 이 몸으로는 자신이 좀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필사적인 소년의 모습에


"너, 몸 상태는 괜찮은 것 맞고?"


기사가 의뭉스러운 눈을 하고선 소년을 위아래로 훑었다.


일순, 이따금씩 일어나는 가슴께의 통증이 마음에 걸린 테오였으나, 외면하며 미소 지었다.


''네. 그러니까 저도 데려가요!"


아이의 순진무구한 목소리에 나른하게 표정을 푼 기사가 귀를 후비적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씨익 웃었다.


"야, 꼬맹아."


"네?"


"그러면 네가 쓸모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봐. 그럼 이 아저씨가 용제 때 데려갈지 한번 생각해 볼게."


***


달빛만이 어렴풋이 시야를 밝혀주는 냇가 위 공터.


겨울이 지척까지 다가왔음을 알려주는 칼바람.


그 세찬 녀석을 온몸으로 맞으며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서있었다.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기사가 주변에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들 중 길이가 짧은 놈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야, 너도 하나 집어 들어. 한번 부딪혀보게. 역시 실력 파악하는 덴 그만한 게 없잖냐?"


'하아. 후회할지도 모를 텐데?'


테오의 얼굴에 사악한 빛을 머금은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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