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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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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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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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DUMMY

며칠이 지났다.


테오의 어머니는 울다가, 실신했다가, 깨어났다가, 다시 울다가...의 반복.


그녀를 쉬게끔 집으로 돌려보낸 테오는, 그녀를 대신해 상주석에 앉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또 혼자 있으니 적적한 분위기에 취하는지, 쓸데없이 생각이 많아진다.


지금 이 사태의 원흉은 과연 무엇인가.


자신을 배신하고 용을 번성하게 만든, 한때는 친우였던 대마법사 하우레스?


아니면, 아비를 최선을 다해 지켜주겠다 해놓고서 기대를 저버린 기사들?


아니.


소년의 고개가 의기소침하게 푹 떨어졌다.


그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었다.

그것도 뼈에 사무칠 만큼 아주 잘.


용이라는 싹을 잘라내지 못한 자신이 굴린 눈덩이.

그것이 지금의 이 빌어먹을 결과를 야기했을 터였다.


그런고로, 자신이야말로 바로 이번 사태를 만든 원흉이리라.


거대한 호수에 떨어진 이슬 한 방울이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파문을 일으키는 것처럼.

사소한 상념의 시작이 곧 테오의 머릿속 전체를 울렸다.


바짝 마르는 목과 입술.


오래간만에 독한 술이 당긴다.


그때, 성기사와 기사와 함께 식당에 갔을 때 좀 챙겨놨다면 좋았을 것을.


무의식적으로 혀로 입술을 축인 테오가 그대로 또 상념이란 놈에게 발목을 잡혀 무저갱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숨이 막힌다.


그렇게 깊숙하게 가라앉은 사고의 끝에서 마주하게 된 건, 끝없이 펼쳐지는 자기혐오.


고개를 숙인 소년의 인상이 인정사정없이 일그러졌다.


'죄책감'은 '항상 책임감'보다 무겁다.


책임감은 끊임없이 책임지고 되돌릴 수 있다는 일말의 실마리라도 보이지만, 죄책감은 웬만해선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책임감이 '연속'이라면, 죄책감은 수습이 불가능한 '끝'이다.


때문에 테오는 예전부터 책임감보다 죄책감의 무게가 더 무겁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그 둔중한 죄책감이란 녀석이 소년의 어깨 위를 꽉 짓누르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제일 미안한 감정이 드는 대상은 테오의 어머니.


그녀가 소중한 사람을 잃게 된 게, 알고 보면 다 본인의 탓으로 귀결되니 말이다.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부인에게 전한 건 촌장이었다.


그 사실을 전해 들은 어미는, 무너지듯 그 자리에 허물어져내렸다.


그러고선 뚝뚝.

목이 멨는지,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눈물만 방울방울 떨어뜨리며 애처롭게 어깨를 들썩였다.


아직은 현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으레 있는 일이었다.


너무나도 믿고 싶지 않아 스스로가 무의식적으로 믿지 않고 부정해버리는 경우 말이다.


남편이 제물로 끌려간다는 걸 알게 된 순간, 이러한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고 알고 있었겠지만.

그래도 부디 살아서 돌아오길. 하고 바라게 되는 것이 인간이다.


그리고 기대가 좌절이 되는 순간 무너져내리게 되는 것 또한 인간이고.


그렇게 쓰러지듯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던 여인은, 테오를 보자마자 갑자기 대차게 악을 쓰며 울어대기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이유를 몰랐지만, 바로 뒤이어지는 어미의 말을 듣고 테오는 그녀가 악을 쓰는 이유를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우리 아이 불쌍해서 어떡하냐'고. '앞으로 이 어린 것을 누가 지켜주냐'고.


그렇게 미련하게.

그녀는 본인보다도 자신의 아들의 안위를 더 걱정하며, 갈라진 목소리로 외치며 크게 오열했다.


차라리 전생 때처럼 부모 없는 고아의 몸에 들어갔더라면.

그랬다면 부모의 애정이란 게 이리도 벅찬 감정이란 걸 영원히 모른 채 살아갈 수 있었을 터인데.


그 순간.

가뜩이나 무거웠던 자신의 어깨가 곱절은 묵직해진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거대한 힘으로 짓누르는듯한 느낌.


소년은 그 무게감을 견뎌내기 위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피를 냈지만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지켜줄 수 있었다.

지켜줄 수 있는 가정이었다.


내가 살아생전 제대로 일을 처리하고 갔더라면.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 이 몸이 조금이라도 더 강했더라면.

오러량이 조금만 더 많았더라면.


그랬더라면 기세 좋게 허공을 날아갔던 검은, 용의 뿔에 유의미한 상처를 낼 수 있었을 것이다.


팅, 하는 맥빠지는 소리와 함께 용뿔에 맞고 튕겨 눈 바닥에 처박혀버리는 것이 아니라.


'어, 잠깐?'


"그 진검은?!"


테오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다시 현실로 끌려 나왔다.


당황한 듯 크게 뜨인 붉은 눈이 거세게 요동쳤다.


아비가 훔쳐다 준 마지막 선물. 경황이 없어 챙기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검사가 제 목숨줄과도 같은 검을 손에서 날려버렸다는 것 자체가 문제 있는 행동이긴 했지만.


"으으... 찾으러... 가야지."


테오가 상주석에서 비척비척 일어섰다.

안 그래도 뽀얀 편인 안색이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찾으러 가야만 하는데.

가기 싫다.


다시 그 뒷산에 오르면 왠지 지켜내지 못한 아비의 얼굴이 떠오를 것만 같아서.


아니 필시 떠오르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역시 그건 찾으러 갔다 와야겠다.

원래 주인한테 돌려줘야만 하니까.


'하아...'


속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테오가 아비의 관짝 위에 슬쩍 손을 올렸다.


손끝을 타고 올라오는 차가움.


테오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눈빛은 적적하게 잠겨있었다.


"적어도 부인은 내가 책임지고 지킬 테니 걱정 말고 부디 편히 가요. 전대 황제이자 소드마스터인 페누스 그란디아의, 그리고 당신의 아들인 테오메레스 나하레스의 명예를 걸고 맹세할 테니..."


오늘은 그가 테오로 잠시 신세 졌던 자의 장례식 마지막 날.


그리고 그가 테오로 살아가기 시작하며, 처음으로 본인의 명예를 걸고 맹세한 날이기도 했다.


***


며칠에 걸친 장례식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르센이 테오를 찾아왔다.


양아치 같은 모양새가 초반부터 마음에 안 들었던 사내인데, 건들건들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더욱 뭐랄까...

그래, 심리적으로 거리감이 생긴다.


"꼬맹아,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이 아저씨가 할 말이 좀 있는데-."


"우리 사이에 할 얘기가 뭐가 있어요?"


"왜 할 얘기가 없어-."


"기사의 맹세도 지켜내지 못했잖아요!"


테오의 말에 건들건들 서있던 기사가 잠시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럴 리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내가? 맹세를?"


"아버지를 지켜준다고 했었잖아요!"


그 말에 잠시 표정을 굳힌 아르센이 허. 하고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건 맹세 내용이 아니었잖냐?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서로를 떠보는 시선이 허공에서 겹쳤다.


"뭐가 아닌데요?"


"내 맹세의 내용은 '그날 기필코 용을 잡아낼 것' 아니었냐?"


기사가.

적어도 기사가 자신의 명예를 걸고 했던 맹세를 잊을 리가 없다.


"그때 그냥 나도 처음부터 들어갔어야 했는데!!"


그냥 믿지 말걸.


자신이 같이 들어갔다고 해서 다른 결과가 나왔을 거라 장담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행동하지 않음에 대한 후회는 남지 않았을 것이다.


-툭.


"억지 부리지 마. 처맞기 싫으면."


테오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린 아르센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그때 작정하고 들어왔으면, 너네 아버지뿐만 아니라 너도 죽었어."


"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잖아요."


"용한테가 아니라 나한테 뒤졌다고."


기사의 목소리가 테오의 귓가에 싸늘하게 꽂혔다.


순간 오싹한 한기가 소년의 등골을 타고 내달렸다.

순간적인 살기에 본능이 먼저 반응한 것이었다.


"나는 내 기사단원들을 그 뭣보다 아껴서 말이야-. 내 새끼들 목숨에 방해되는 걸 방치해둘 만큼 성격이 좋지는 못하거든-."


테오의 정수리에서 손을 거둔 아르센이 원래대로의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 그래서. 할 얘기가 뭔데요."


테오는 이 모든 일이 본인 탓이라면 본인 탓이었지, 저 기사 때문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그것도 뼈저리게 절실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조금 정도는 답지 않게 투정을 부리고 싶었다.


몸이 어려져서 그런 건지, 사고도 조금은 어려진 기분.


"아, 맞다. 할 얘기가 있었었지-. 별건 아니고, 이거."


기사가 테오에게 뭔가를 툭 던졌다.


"엇?"


그걸 받아든 소년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이거 안 챙겼더라, 너."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찾아올 생각이었던 용한테 날려던진 진검.


그걸 이 날티나는 기사가 챙겨서 가져와준 것이었다.


테오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덕분에 나쁜 기억만 떠오를 것이 분명했던 그 산에 오를 일이 없어졌다.


"이거..."


테오가 씁쓸한 얼굴을 하고선 다시 검을 내밀었다.


"엉?"


"돌려줄게요. 아저씨 거잖아요."


"아닌데? 내 거는 요 검 손잡이 끝부분에 파노블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는데?"


기사가 울퉁불퉁 뭉개진 검 손잡이의 끝부분을 톡톡 두들기며 말했다.


"하지만..."


"그거 너네 아버지가 너한테 선물해 준 거 아니냐?"


맞다.

어떻게 성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비가 훔쳐서 선물해 준 것이 맞다.


"아니, 그러니까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요?!"


도둑맞은 것이고, 범인이 누군지도 알고 있지 않느냐는 함축적인 질문.


"아니, 야! 그럼 이 비싼 진검을 네가 샀겠냐-, 아니면 남의 부모가 선물을 해줬겠냐, 어? 당연히 너희 부모님이 주신 거겠지. 안 그러냐?"


"어..."


맞는 소리에 답이 궁해진다.


"아무튼... 그래도 이거 아저씨 거 맞잖아요. 아버지한테 받았을 때부터 돌려주려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니, 그거 내 거 아니라니까? 잊어버린 내 보조무기랑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아- 아무튼 내 거 아니야."


"아..."


그리 대답한 사내가 시선을 획 피해버렸다.


더 이상 이 화제로는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어떤 마음으로 저렇게 말하는지 알 수 있었기에 조금 고마웠다.


여러 번 거절하는 것 또한 예의가 아님을 알기에, 소년이 희게 웃었다.


"기사님! 고마워요!!"


"이럴 때만 기사님이지, 아주??"


겸연쩍은지 대답 없이 배시시 웃는 소년.


소년이 보이는 모처럼 아이다운 미소에, 아르센이 슬쩍 따라 웃었다.


테오는 기사와의 거리감이 살짝은 좁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주 살짝 말이다. 개미 뒷발톱만큼.


"야 근데 검 이름은 뭐로 할 거냐?"


"검 이름이요?"


"그래 검 이름. 원래 주무기에는 붙이잖냐?"


아니다.

아니었다.


전생에 테오는 검에 이름을 붙여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주변에 알고 지내던 기사들도 마찬가지였고.


아무래도 50년 동안 강산이 변한 모양이다.


"아저씨 검 이름은 뭔데요?"


"없어."


너무나도 당당한 대답.


소년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되물었다.


"네? 그러면서 원래 주무기에는 이름을 붙이니 뭐니 한 거예요?!"


"아니 씨발아, 검이 없다고! 깨져서!!!"


맞다.

분명히 그때 쨍그랑했었다.


이제서야 기억이 난 테오.


"원래 이름은 '예삐'였는데, 이제 '예삐'는 없어! 와그작 깨져버렸으니까!"


"아..."


아르센의 처절한 작명 센스.


할 말을 잃어버린 테오는 대답이 매우 궁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해줄 만한 적당한 대꾸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 그래요..."


때문에 소년이 바닥을 내려다보며 적당히 대꾸했다.


"그래-. 야. 정 뭣하면 이 아저씨가 검 이름 지어줄까-?"


소년이 곧장 바닥에서 시선을 떼고선 두려움 담긴 눈으로 기사를 바라봤다.


재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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