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구역의 최약체 소드마스터는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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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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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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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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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DUMMY

***


터벅터벅 돌아온 소년을 보고 아르센이 무심하게 물었다.


"치료는 잘 됐냐?"


"오늘은 안된대요. 치료도구도 없고 시간도 짧아서."


"어 씨발 그럼 안되는데?"


"왜요?"


"그럼 앞으로 파노블 영지에 마물이 몰려온다는 소리 아니냐?"


"?!"


***


호화로운 마차 안.


검은 마차는 겉보기에도 호화로웠으나 내부는 그보다 더 으리으리했다.


테오가 전생 황제 시절에 탔던 마차보다도 더 휘황찬란했다.


근데 그것과 별개로 불편해 죽겠다.


감옥 안이 오히려 마음은 편했다는 생각마저 드는 테오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선 눈앞의 포니테일 사내를 빤히 쳐다봤다.


창틀에 팔꿈치를 댄 채 턱을 괴고 있던 흑발 포니테일의 사내는 이윽고 아르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아이가 쓸만해 보여서 데리고 복귀하려던 도중에 아이가 살인 누명을 쓰게 되었습니다."


"어쩌다가?"


아이가 말을 탈수는 있었으나, 몸이 약해빠져서 허리에 큰 무리가 왔었다는 얘기.


그래서 쉬려고 들어간 마을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용병이 있어서 와이번 처리를 도와줬단 얘기.


그때 만났던 용병이 와이번에 겁을 먹고 줄행랑치다 죽었는데, 그게 뒤늦게 소년의 탓이 되어버렸다는 얘기.


그 누명을 씌운 배후에 남부 성기사단장이자, 이전에 파노블가의 기사였던 세헤아가 있을 것이란 얘기가 서슴없이 흘러나왔다.


"그럴 만도 하군. 세헤아는 원채부터 욕심이 많은 자이지 아니했나."


"그나저나 호지에 님은 어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오셨습니까? 상황을 전달할 수 있게끔 애들을 먼저 돌려보내긴 했으나, 그런 것치고는 일찍 도착하신 것 같습니다."


가서 전달하고, 제 주군이 채비를 갖춘 뒤 이곳까지 도달할 시간.


창문 없는 감옥에 갇혀 시간관념이 없어졌다곤 하지만, 그래도 지나치게 빨리 도착한 감이 있었다.


"독수리가 날아오더군."


"... 하핫, 그랬군요. 이해됐습니다."


독수리라는 단어를 듣자, 아르센이 자그마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며칠 전. 자신에게 날아와 앉으려 했던, 다리에 쪽지가 묶인 독수리.


독수리는 성기사들이 대표적으로 사용하는 전서구다.


연락하고 지내는 성기사는 레오밖에 없었던 아르센은 그 독수리가 레오가 보낸 것이란 걸 단박에 눈치챌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대로 기세를 피워 앉지 못하게 날려보냈었다.


성기사들에게 연행되는 상황에서 레오와의 연결고리가 있다는 걸 발각되었다간 레오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근데 그게 일을 이렇게 잘 풀어줬다.


그렇게 레오에게로 돌아간 독수리.


다리에 묶인 종이는 답장이 아닌, 채 풀어보지 못한 쪽지.


그걸 보고선 대강의 상황을 파악한 레오는 급히 편지를 고쳐 써 파노블가로 보냈다.


-'너무 걱정하진 마십시오. 그래도 저희 쪽이 이길 겁니다.'

-'제가 누구한테 기사 수업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르센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나저나-"


불신을 가득 담은 녹색 눈동자가 소년을 위아래로 훑었다.


"약해 보이는데."


삐뚜름한 표정으로 소년을 평가하는 파노블가의 장남.


"아니, 그런 걸 대놓고 말해요?!"


테오가 바로 반발하자, 옆자리에 앉은 아르센이 잽싸게 테오의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대다.


그러고선 소년 대신 입을 열었다.


"생긴 거와 다르게 검수로서의 재능은 출중하더군요. 제가 보증할 수 있으니 호지에 님 앞에까지 데리고 온 것입니다."


"내, 아르센 경이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야... 돌아가서 더 얘기해 보도록 하지."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방금 전까지 위세를 떨치던 파노블가의 장남 호지에는 턱을 괸 채 잠이 들었고,


제 주군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아르센은 뜬 눈으로 밤이 깊어가는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테오는 낯선 환경에 긴장해서 그런지 쉬이 잠이 들지 못했다.


덜그럭 덜커덩.


나무 바퀴가 거친 흙바닥을 긁는 거친 소음만이 정적 속에 울려 퍼지던 중.


아르센이 먼저 느른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야, 꼬맹아. 근데 네가 말했던 믿는 구석이 뭐였냐?"


"네? 무슨 믿는 구석이요?"


"네가 감옥 안에 있을 때 믿는 구석이 있어서 걱정 안 된다고 하지 않았었냐?"


"아- 그거요?"


감옥 안에서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 테오가 거만하게 씩 미소 지었다.


"야. 너 표정 뭔데? 죽고 싶냐?"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으르렁거리듯 흘러나왔다.


"안 가르쳐 줄 건데요?"


테오가 얄밉게 웃자, 서서히 아르센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나는 말 안 듣는 꼬맹이를 싫어하는데?"


아르센이 위협적으로 한 손으로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때리려고요?"


"내가 지금 호지에 님 앞이라고 너 하나 못 때릴 것 같냐?"


그 대답에 소년이 제 나이대에 맞게 개구지게 미소 지었다.


"루이스 님이라면 충분히 때리겠지요. 근데 그걸 때리지 못하게 할 수 있어요. 그게 루이스 님이 방금 한 질문에 대한 제 대답이고요."


"엥?"


아르센이 얼빠진 표정을 짓자 소년이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소원권 말이에요, 소원권!"


그러고 보니 아이와 내기를 했었던 적이 있다.


아이가 와이번을 잡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주된 내용이었던, 소원권을 건 내기 말이다.


"그게 네 믿는 구석이었다고? 야, 근데 네가 그때 와이번을 잡은 건 아니지 않았냐? 너 와이번에 매달려서 날아갔었잖아?"


"하지만 막타를 쳐서 확실하게 와이번의 숨통을 끊었던 건 분명 나였죠? 설마 기사가 한입으로 두말해요?"


'기사가?' 라는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아르센.


반박하기 위해 속으로 말을 골랐으나, 영악한 소년은 상대방이 깊게 생각할 틈 따윈 내어주지 않았다.


"아무튼 저 사람 덕분에 소원권 아꼈으니 좋네요!"


-딱!


"야! 저 사람이 아니라 호지에 님이야-! 호칭 제대로 해, 처맞기 전에!"


"아니, 이미 때렸으면서?!"


정수리를 감싸 쥔 테오가 억울하단 투로 말했다.


방금 전 그 꿀밤은, 필시 감정이란 녀석이 실린 것이었다.


***


사위가 온통 새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넓디넓은 내부.


고풍스러운 붉은 카펫과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샹들리에.


그리고 그에 걸맞은 값비싼 고급 가구들로 가득 채워져있는 이곳은, 북부의 패자 파노블 가문의 장남 '호지에 파노블'의 집무실이다.


집무실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거대한 책상 위에는 서류들이 산처럼 쌓여있었고,


그 앞에 있는 의자에 편히 등을 파묻고 앉은 호지에의 얼굴에는 삐뚜름한 미소가 떠올라있었다.


"흐음. 그래..."


톡.톡.톡.톡.톡.


손가락으로 팔걸이를 두들기는 규칙적인 울림만이 정적 사이를 메꾼다.


그리고 그 틈을 비집고 먼저 운을 뗀 건 그의 충직한 기사 아르센이었다.


"무려 호지에 님의 이름을 건 보증이었습니다. 그러니 용병 살인사건의 진범부터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슨 수로?"


밤하늘을 옮겨 담은듯한 새까만 포니테일 머리가 인상적인 사내 호지에.


그가 의자 팔걸이에 팔꿈치를 붙이고 삐딱하게 턱을 괴며 물었다.


"제가 어떻게든 해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살인자는 싹을 잘라놔야 더 많은 희생자의 발생을 막을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정 안되면 무혐의라도 입증,"


"그건 그냥 덮도록 하지."


호지에가 도중에 말을 뚝 끊어버렸다.


아르센이 살짝 의문스러운 기색을 담은 눈길을 보내자, 호지에가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


"내, 이미 진즉에 찾아봤다네. 하지만 나오질 않더군. 아마도 전문가의 소행인듯싶네."


"그렇다고, 그냥 그대로 방치해두실 생각이십니까?"


아르센의 질문에 호지에가 삐뚜름하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럴 리가. 그저 기다릴 뿐이라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니, 그 꼬리가 보일 때까지 말이지."


"예. 그럼 저희 쪽의 무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라도 모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녹스 마을에 사람을 보내놨네. 두둑이 사례금을 들려서 말이지. 아마 마을 사람들이 자네들의 무죄를 증언해 줄 테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세."


제 주군의 대답에 아르센이 눈꼬리를 휘어접었다.


자신이 나서기도 전에 이미 행정적인 부분을 다 처리해놓았다.


항상 몇 수 앞을 내다보는 현명함. 그걸 지체 없이 실행시키는 행동력.


북부를 다스릴 차기 가주는 아무리 봐도 제 주군이 되는 게 맞다.


그리 다시 한번 느낀 아르센의 만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그나저나 그 아이 말일세."


"예, 호지에 님."


"쓸만한 싹이라서 데려오긴 했는데 아이가 용독에 중독된 상태라 이건가? 이번에 고위 사제가 제대로 치료해 주지도 못한 상황이고?"


녹음을 닮은 눈동자가 아르센을 직시했다.


"예."


"흐음. 그렇다면 곧 이 주변에 아이를 따라 마물들이 들끓기 시작하겠군."


슬쩍 홉뜬 에메랄드빛 눈동자가 추궁하듯 빛났다.


"방법이 없진 않습니다. 아이를 호지에 님의 사람으로 두면서도, 한 군데에만 머물지 않게 만들 방법이 말이지요."


"어떻게 할 생각이지?"


"호지에 님께서 허가만 내려주시면 됩니다."


슬쩍 미소 띤 아르센이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했다.


조용히 듣고 있던 호지에가 고개를 끄덕였다.


"... 허나."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눈을 내리깔고선 침묵하는 호지에.


이윽고. 그가 푹신한 등받이에 다시 한번 등을 파묻었다.


"아무튼 데려와보게. 지금 당장."


"예!"


아직까지 이렇다 할 커다란 성과가 없는 파노블가의 장남 호지에는, 타고나길 잘나게 태어난 차남에게 현재 권력구도 상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겉보기에는 장남이란 번지르르한 타이틀을 타고났기에 무게추가 장남 쪽으로 기울어져있는 듯도 보였지만,

이 타이틀이란 녀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선명해지지 못하고 세월을 정통으로 맞아 슬금슬금 색이 바래가기만 하는 것.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눈에 보이는 업적'이란 물감으로 자신을 알록달록 채색한 차남에게로 무게추가 기울어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지금도 이미 어느 정도 그러한 상태고 말이다.


때문에 장남 호지에는 '눈에 보이는 업적'이란 색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잘 벼려진 칼. 즉, 유능한 가사들이 필요하다.


얼마나 강한 기사들을 많이 지니고 있느냐가 곧 후계자들의 힘인 것이다.


용과 마물들 때문에 평화로운 일상을 위협받는 시기.


자신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무탈하게 살아가길 바라는걸, 감히 어느 누가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용과 마물을 잘 잡아주는 사람이 민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


한편 그 시각.


족히 테오가 살았던 집 3개는 붙인 크기의 방.


사방이 온통 새하얀 대리석에 천장도 높다.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번쩍이는 샹들리에는, 마치 하늘의 별을 따다 박아놓은 것처럼 영롱하게 반짝였다.


"흐음..."


그리고 그 방안.


침대 위에 쭈그려앉은 테오는 손수건에 기름을 먹여 정성스레 '부정'의 날을 문지르고 있었다.


얼마나 오랜 시간 문지른 건지, 검날 위로 소년의 얼굴이 매끈하게 비쳐 보였다.


'...테오.'


자신이지만 자신이 아닌 소년의 이름을 속으로 되뇌어본다.


'앞으론 어찌해야...'


현재 가지고 있는 무기라곤, 아비가 남겨준 진검 한 자루.


방어구라곤, 지금 걸치고 있는 허름한 옷이 전부.


몸은 아직 채 다 자라지 못한 소년의 몸.

심지어 용독에까지 중독된 상태라고 함.


"허허헛."


막막함에 소년의 입가에서 헛헛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곧이어 소년이 손수건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태양을 닮은 붉은 눈동자는 무언가 결심을 끝마친 듯 굳건한 빛을 띠고 있었다.


***


귀뚜라미가 시끄럽게 울어젖히는 새벽.


"아이, 씨이발 진짜..."


누가 아이 찾는 거 아니랄까 봐, '아이'라는 말을 가장 먼저 내뱉은 아르센이 제 머리를 거칠게 쓸어넘겼다.


머릿기름으로 공들여 만들어놓은 제 머리모양이 망가지는 걸 전혀 개의치 않는듯한 움직임!


그만큼 크게 빡친 것이리라.


아이를 데리고 오라는 주군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아이의 방을 찾았는데 아이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짐은 원래부터 없었고, 그나마 아이가 지니고 있던 진검 '부정' 또한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그 상황을 보고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단 하나.


'애새끼가 튀었다.'


텅 비어있는 방을 바라보는 기사의 진갈색 눈동자가 흉포한 빛을 머금고 번들거렸다.


"에라이, 싯팔. 이래서 애새끼들은 오냐오냐해주면 안 된다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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