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시험에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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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까
작품등록일 :
2017.04.2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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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7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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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3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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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연꽃이 자라는 곳(2)

DUMMY

언제부터인가 길찾기는 항상 내 담당이었다. 하겠다고 한 기억은 없다. 지목 받은 기억도 없었고. 이것저것 따지기 전에 하고 싶지는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그 또한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내가 궁금한 건 그런 중요한 일을 대체 언제 그리 은밀히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다.


알고보니 이쪽에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새삼 원통하지는 않았다. 그런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것을 내가 해야하는 게 싫으냐고 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시원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지만, 단지 내가 서글펐던 것은...


그래, 이건 서글픈거였다. 너무나도 서글퍼서 나조차도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하늘을 향해 비명을 지르고 싶은 그런 비극.

야우라에게 바보 소리 들어가며 비웃음 당하고 레샤에게 이유 모를 눈총을 받아야하는 그런 비극.


어제 그 자리에서 등성이 하나만 더 지나면 마을이 있는 줄 내가 알았겠냐고.

나도 편한 장소에서 편하게 밥해먹고 편하게 누워자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사서 고생하는 건 이제 그만뒀고 더 하고 싶지도, 더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그만 좀 째려볼래? 그렇게 쳐다보면 뭐 시간이 거꾸로 돌아가기라도 하냐?"


나는 아까부터 미묘하게 눈동자를 굴리는 레샤에게 말했다.


째려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 황당한 광경에 대해 내가 어떻게 반응하나 관찰하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그다지 기분 좋은 시선은 아니었다.


"레이크는 바보에요...?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없으니까 째려보는 거잖아요."


거참, 어제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마을에만 묵을 수 있다면 용서해주실 수도 있다고 하니 감개무량하기 그지 없었다.

문제는 용서받을 조건이 너무 어렵다는 거?


"그렇게 마음에 안들면 다음부터는 네가 하던가. 야우라는 스프라도 끓였지. 넌 뭘했어."


내가 말했다.


"레이크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게 가소롭기라도 한지 레샤는 음침한 눈으로 비죽 웃었다.


"원래 하는 거 없는 사람들이 말은 제일 많다고."


그러니 저가 말이 많은 건 당연한 거란다.


하.


할 말이 없었던 나는 아무 욕이나 하기로 했다.


"...백수 주제에."


그 말은 다시 듣기 싫었는지 레샤는 주먹으로 내 등을 때렸다.


제법 큰 마을이었다. 우리 고향보다는 크고 미크로셀보다는 한참 작고. 우리가 올랐던 등성이를 울타리 삼아 다음 등성이까지 쭉 이어진 곳이었다.


나무로 뼈대를 세우고 점토를 발라 그을려놓은 집들이 많았다. 미크로셀에선 석조가 많았는데 오랜만이다. 층 수는 높아봐야 두 층, 마을 입구에 있는 망루를 제외하면 고만고만한 곳이었다.


저기 올라가 있는 사람은 얼마나 더울까. 나는 태양빛에 가려져 시커멓게 보이는 망루 끝을 보며 생각했다.


저기서 보초를 서는 사람은 분명 뭔가 엄청난 죄를 저질렀을 것이다. 본인에겐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더라도 과거에나 혹은 기억도 나지않을 어린 시절이라던가. 아니면 전생에라도.


"어이!"


망루에서 남자의 고함이 들려온 건 그 때였다.

나는 깜짝 놀라 어깨를 떨었다.

들리게 말한 것도 아닌데 왜 놀라는 것인지, 담력이란 것도 단련해야하는 모양이다.


"너희들은 누구냐?!"


망루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우릴 검문하려하고 있었다. 우리의 구성원을 살펴보면 동네 청년 하나, 누런 헝겊색 로브를 뒤집어 쓴 꼬마 하나, 사제님 하나, 정체불명의 방랑검사님 하나이니 괜찮다면 괜찮고 이상하다면 충분히 이상한 무리였다.


"우리?!"


그 중에서도 대답을 방랑검사님이 했다는 게 문제겠지. 굳이 누가 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해둔 건 아니지만 쟨 좀 그랬다.

우선 순위야 어떻든, 고삐 담당이던 야우라는 그걸 내게 맡기고선 망루 가까이로 나섰다.


"우리 여행자인데?!"


"여행자?!"


"어! 조금 있으면 방랑자로 진화할 거지만!"


"방랑자는 퇴보 아니야?!"


망루의 사람은 야우라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듯 다시 되물어왔다.

나 같아도 그렇게 다시 물었을 것이다. 헛소리를 해놓고선 뭐가 그리 자랑스러운지 야우라는 우릴 보며 헹, 하고 코웃음 쳤다.


"이것 봐. 여기 사람들도 뭘 모르네."


잘난듯이 떠들어대지만 나는 창피하기 그지없었다.


"너 제발 처음보는 사람한테 그런 소리좀 하지마."


나는 고삐를 도로 야우라에게 돌려주며 한 소리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 애는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거기 잠깐 서봐!"


망루의 목소리에 따라 우리는 거기서 잠시 기다렸다. 멈춰 세운 이유는 검문을 더 확실히 하게 위해서인지 얼마지나지 않아 길게 이어진 사다리를 타고 한 사람이 내려왔다.


그 사람은 어깨와 팔뚝에 두꺼운 가죽을 더 덧댄 갑옷 차림의 위병이었다.


광대가 도드라지고 볼이 움폭 들어간 탓에 얼핏보면 걸인처럼도 보였다. 원래는 검었을 굵은 눈썹에도 새치가 가득했으니 더욱 그랬다. 대충 모아 묶은 머리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몸이나 걸음걸이에는 힘이 있었다.


"에에..."


무슨 말을 시작할 듯 첫마디를 길게 내쉬던 위병은 대뜸 말하기는 그만두고 목걸이처럼 걸어두었던 주머니의 마개를 열어 물을 마셨다.


위병은 두어모금 크게 들이킨 후 입가를 닦아내고 말했다.


"여행자가 여긴 무슨 일로?"


무언가를 크게 의심하는 투는 아니었기에 우리는 순순히 그 검문에 응했다.

물론 야우라가 하지는 않았다. 나도 아니었고. 이럴 때는 에반젤린이 최고 잘 먹혔다.


"별 건 아니고. 들러서 필요한 물건을 좀 살까 싶어서요."


에반젤린은 사실 그대로를 말했다.


"아아..."


위병은 대답비스끄므리한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중에도 검은 눈동자는 스윽 우릴 훑어보았다. 다른 수상한 부분은 없나 찾는 것처럼 보였다.

잠깐의 잠깐을 더 한 시간 우리를 관찰한 위병은 그것으로 검문을 끝냈다.


"예에, 그러시죠. 에그그... 괜히 내려왔네."


"저기... 무슨 일이 있나요?"


다시 망루로 올라가기 위해 싫은 걸음을 옮기는 위병에게 에반젤린이 말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다. 하니까 받기는 했지만 사실 이 정도 마을에서 환한 대낮에 검문을 하는 일이 흔치는 않았다.

이런 마을에 누가 도둑질을 하러 들어올 일도 드물었고 작은 마을일수록 위병을 세워두는 것부터가 인력 낭비라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예? 아, 뭐... 외지 사람이 굳이 신경 쓸 필욘 없는 거니까 걱정말고 볼 일 보십셔."


주의사항은 없다.

그렇게 말한 후 위병은 터덜터덜 망루 사다리를 올랐다.


"하하! 분명 이 방랑검사님을 가까이서 한 번 보고 싶었던 거겠지. 그치, 레샤?"


왜 갑자기 야우라가 기세등등해져서 손가락으로 턱을 받치며 폼을 잡는지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자 가만히 굳어 서서 버띵기는 야우라는 레샤가 어떻게든 밀고 밀어서 데리고 왔다.


필요한 물건은 금방 구할 수 있었다. 다른 게 아니라 불을 밝힐 때 쓰는 기름이 떨어진 거였다.


너무 적게 챙겨둔 게 화근이었다.

자만했던 걸지도 모른다. 고작 빛구슬좀 만들 줄 안다고 등불님을 터부시 하다니, 오만했다.


레샤의 스태프가 멀쩡하던 때 기준으로 가늠하니 그렇게 되어버린 거다.


생각했던 것보다 불은 더 밝아야했고, 더 오래가야했으며, 더 자주 사용해야 했다. 하라고 하면 못하는 건 아닌데. 그 왜, 그런 게 있지 않던가. 그런 거. 그런 거였다.


전문적인 가게가 있을 법한 곳은 아니었기에 우리는 적당한 집을 하나 골라 에반젤린을 내세워 기름을 샀다.

말로 하면 되게 쉬운데, 과정은 순탄치 못했다. 그건 돈을 내는 게 레샤였기 때문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여행의 경비는 대부분 레샤가 부담하고 있었는데, 기름 하나 사는데 뭐가 그렇게 확인하고 할 말이 많은지. 이 양이 맞느냐, 가격은 맞느냐, 이거 제대로 타는 거 맞느냐, 탈 때 냄새가 나는 건 아니냐 등등 확인할 것이 정말 많았다.


꼼꼼한 게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 모든 질문을 날 통해서 했다는 게 나쁜거지.


"집에서 만드는 기름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 안 그래?"


나는 잘박잘박 소리가 나는 기름통을 괜히 더 흔들어대며 말했다.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가벼운 통이었다.


그게 저를 향해 하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는 레샤는 힐끗 눈을 흘겼다.


"뭔가요, 갑자기...?"


"아니. 더럽게 따진다 싶어서 그냥."


졸렬한 부분을 한 번 더 꼬집자 레샤의 어두컴컴한 눈이 더 가늘게 줄어들었다.


"레이크는... 언젠가 사기를 당할 겁니다. 대충대충 확인도 안 하고 마구 사다가 크게 당해서. 평생 일궜던 걸 다 잃을 거라고요... 알아요...?"


"그냥 욕을 해라, 욕을 해!"


나는 레샤를 향해 달려들었다.

차라리 욕이 낫지, 왜 저주를 퍼붓고 난리냐고.


"히익...!"


레샤는 에반젤린을 기둥삼아 빙글빙글 돌며 나에게서 도망쳤다. 레샤가 돌면 도는대로 에반젤린도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나도 레샤의 꼬리를 잡기 위해 그 주변을 계속 돌았다.

빙글빙글빙글.

하면서 깨달은 것이지만 이건 바깥쪽으로 더 크게 돌아야하는 내가 무조건 불리한 거였다.


"하아... 하아... 너 그러다 진짜 언제 한 번 제대로 맞는다?"


나는 숨을 고르며 경고했다.


"저는 레이크처럼 속지 않을 겁니다...? 절대 안 속을 거라고요...!"


레샤 녀석은 숨을 헐떡이면서도 지지 않았다.

누가 들으면 이미 사기당해서 전재산을 잃은 줄 알겠다.


"내가 언제 당했어!"


"조심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레샤는 에반젤린의 등 뒤에서 숨어서는 얼굴만 내밀고 소리쳤다.


"너 오늘 한 순간이라도 에반젤린이랑 떨어지지 마라, 응? 이거 충고하는 거야...!"


"레이크가 떨어지래도 안 떨어집니다...! 평생...!"


나는 레샤를 째려보았다. 그 애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사이에는 화톳불이 튈 것만 같은 찌릿찌릿한 공기가 흘렀다.

그 사이를 막은 건 에반젤린의 소매였다.


"그만 하세요. 안 그러면 제가 두 분 다 묶어서 함께 데리고 다닐거예요? 그것도 평생?"


그다지 화난 것처럼 들리지는 않았지만 목소리에 힘이 제법 들어가 있었다.


"어... 저번에도 그 비슷한 얘기 하지 않았어?"


내가 물었다.


"그 땐 농담이었죠."


에반젤린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럼 지금은 진담이고?

난 거기까지 묻지 않았다. 지금이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 아, 알았어요...! 안 할게요...! 안 할게요...! 그러니까 화내지 마요...!"


내가 화낼 때는 아득바득 우기다가도 에반젤린이 꾸짖으면 냉큼 온순해지곤 하던 레샤는 이번에도 넙죽 수그렸다.


"그러니까, 나를 다른 사람 반만큼이라도 불편해 했으면 좋겠다고."


그게 퍽 아니꼬왔던 나는 그렇게 흘려 말했다.

그것에 자극을 받아 다시 잠깐 날을 세웠던 레샤는 금세 다시 에반젤린의 눈치를 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알았어요...! 마실 거라도 사면 되는거죠...?"


글쎄 딱히 그걸 원했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있지!"


그 와중에 야우라가 갑자기 손을 들고 소리쳤다.


"나는 레샤가 너무 좋아."


그건 자신도 사주리란 걸 믿어의심치 않는 자의 미소였다.



그리하여-


우리는 근처의 여관을 찾아 들어갔다. 이런 작은 마을에는 전문식당보다는 여관을 찾는 편이 훨씬 확실하고 빨랐다.


하늘그림보다 작은 조촐한 곳이었다. 사실 하늘그림이 꽤 큰 편인 것이지만 여긴 평균보다도 더 작은 것 같았다. 주방과 연결된 바를 제외하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두 개뿐이다. 우리는 그 중 하나를 골라 앉았다.


주인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나와 주문을 받았다. 곱슬기로 구불거리는 갈색 머리를 흰 두건으로 싸맨 건 누가봐도 여급이었고 이제 막 중년에 접어든 것 같은 팔자주름에도 유한 인상이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별 다른 건 없었고 그저 목이나 축이면 되었기에 우리는 물을 섞은 맥주를 네 잔 시켰다. 취기는 오히려 빼고 싶었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다시 잡담을 시작했다.


"우리, 필요한 거 더 있던가?"


내가 말했다.


"음... 기름은 구했으니까 말이 먹을 간식 정도면 되지 않을까요?"


"간식이라... 나보다 대접이 더 귀하다니까..."


그건 정말 그게 서러워서라기보단 그냥 귀찮아서 하는 얘기였다. 처음 보는 말을 쉽게 다루는데는 간식이 필요하다. 그것도 주기적으로.


"맞아. 클래시한텐 간식이 필요해."


야우라가 덧붙였다.


"걔 이제 클래시 아니라니까."


더군다나 중간에 말을 바꾸면 또 처음 보는 녀석이었으니 익숙해질 일 자체가 없었다.


"어쨌든 내 마음 속에선 계속 클래시야."


야우라는 토 달지 말라는 것처럼 단호히 말했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건지 모르겠네.


"그래서 이제 얼마나 남았어?"


나는 레샤에게도 물었다.

계획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예정일이겠지.


"아마... 조금만 더 가면 될거예요..."


레샤는 확신하지 못하고 말끝을 흐렸다.


"이젠 네 집도 몰라?"


나는 놀리듯 말했다.


"여기가 어딘지 정확히 알아야 저도 정확히 대답을 하죠...!"


맞는 말이다.

레샤가 미크로셀로 올 때, 미크로셀로 오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을테니 갈 때와 올 때의 경로가 다른 것은 당연했다.

서쪽에 있는 숲이라, 단지 그것만으로 찾아가기는 좀 힘들지 않나 싶다.


"그래서 고향 이름이 뭐라고? 이제 좀 듣자."


나는 참고 참았던 질문을 던졌다.


"제가... 말 안 했어요...?"


레샤는 오히려 지가 더 놀라 몸을 움츠렸다.


"물어보면 엄청 째려봤던 게 누구더라?"


그렇다고는 해도 레샤가 완전히 꽁꽁 싸맨 건 아니었다.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서쪽 숲이라는 건 계속 얘기 했고 마을에서 마을을 건너갈 때 어디로 가야할지 항상 확실히 방향을 짚기도 했다.

딱 거기까지만 관여했다는 게 문제라면 그렇지겠지만.


새삼 다시 돌이켜보니 나는 레샤 말대로 언제 사기를 크게 한 번 당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있지. 거긴 어때?"


야우라는 레샤의 고향이 어디에 있는지 이름은 뭔지 그런 건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우린... 지이이인짜 나무밖에 없거든?"


가능하면 레메른과는 달랐으면 싶은 모양이었다.


"별 건 없는데요...?"


또 괜한 기대를 불러일으켜버릴까, 레샤는 최대한 수수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 별 게 중요한 거야! 우리 동네는 그 별거가 나무라서 짜증나는 거라고!"


"그냥... 조용하고 시끄럽고... 눅눅하고, 그래요..."


"그게 뭐야."


그게 제대로 먹혔는지 야우라는 실망스러워 했다.


"제가 별천지에서 살았으면 야우라랑 만날 수 있었겠어요...?"


"그것도 그래. 레샤가 조용하고 시끄럽고 눅눅한데서 살아서 다행이야!"


야우라가 레샤에게 감격의 포옹을 거는 동안 시켰던 음료가 나왔다.


우릴 뺀 손님이라고는 바 쪽에서 가벼운 식사를 하는 숙객이 전부였기에 뭐든 빨리빨리 나와서 기분은 좋았다.


한 명은 엉겨붙고, 한 명은 당하고, 한 명은 말리는 광경을 보며 나는 홀로 잔을 들었다.

재밌는 구경거리가 아니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난 맥주를 홀짝이며 생각했다.


그 무렵 한 명이 손님이 더 들어왔다.


"멜라, 여기 물 한 잔만 줘요."


그건 아는 목소리였고, 아는 사람이었다.


"아이구 어떡하지? 지금 막 물이 떨어졌는데. 방금 손님들이 마지막이야."


주인 아주머니의 말에 그 사람은 얼굴을 찡그리는 듯 하다가도 웃었다.


"그럼 어쩔 수 없네. 맥주로 한 잔!"


가죽 갑옷과 새치.

마을 입구, 망루에서 우릴 검문 했던 위병이었다.

주인 아주머니에게 맥주 한 잔을 받아 자연스럽게 돌아서던 위병은 우릴 보고는 오, 하고 놀란 소릴 내었다.


"아니, 방랑자가 될 예정인 여행자들이잖아? 다시 보게 되네."


"그러게요."


이 마을이 커봐야 얼마나 크다고.

그것도 그랬지만 난 다른 부분이 더 궁금했다.


"무슨 여관에 물이 없어요?"


그것도 이 아침에 말이다. 그건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클로에도 야우라도 하늘그림에선 꼬박꼬박 우물에서 물을 긷어오는데.


"아. 요즘 마을에서 물을 구하려면 좀 나가야 하거든. 귀찮으니까 그러는 거지 뭐."


"우물은요."


내가 다시 묻자, 위병은 고개를 까닥이며 바 옆에 삐딱하게 기대 섰다.


"글쎄 그 우물이 요새 시뻘건 물만 뱉는다니까?"


그게 아주 골때리는 일이라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의말

제가 언제인가 레이크가 광합성이라는 말을 쓰게 한적이 있더군요.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미친놈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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