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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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내기
작품등록일 :
2016.03.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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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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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5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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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

DUMMY

<일찍이 천하를 뒤집으려 한 무림공적들이 있어, 정파와 사파가 모두 멸문당할 위기에 놓였다. 이에 모든 무림이 그에 맞서니, 겨우 수괴를 처단하고 그들의 만행을 물리칠 수 있었다.

그러나 무림의 모든 힘을 모아도 그들의 씨를 도륙하기에는 역부족이라. 그 잔당들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의 비밀스럽고 강력한 무공은 이에 잠시 봉인되었으나, 시조가 비밀리에 무림비급을 남기어 그 명맥을 잇게 되었다.

후손들에게도 그 무공은 전해졌으나 어찌된 일인지 남아있는 무공은 시조의 절반밖에 미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남은 무공은 강력했고, 무림공적의 사건은 세월에 씻겨나가 후손들은 다시 강호에 명성을 드높이게 된다.

그 시조가 남긴 비급. 그것은 문서이기도 했으며, 전해지는 무공 자체, 혹은 전수받은 사람을 뜻하기도 했다. 본래 비급은 그런 뜻으로 쓰이는 것이 아니었으나 워낙 강력하고 전수자가 적은 탓에 그것을 전수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무공을 탐내는 자들에게 비급이라 불렸던 것이다.

극성을 달성함과 동시에 천하를 뒤집을 수 있는 비급.

검황과 십인대마저도 부술 수 있다 전해지는 최강의 비급.

그렇기에 계승자 사이에서도 문주와 그 후계자에게만 극비리에 전수된 비급.

극소수만이 그것이 온건히 합쳐졌을 때 천하를 뒤집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도 그것이 천랑비급이라는 것은 알았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만이 그 이름의 무게를 알았다.>


-도백구. <세상나들이>



“과연 마지막 남은 문주라더니, 독하기로 너를 상대할 이가 없구나.”


여인의 목소리가 옥안에 휘몰아쳤다. 한없이 아리따운, 옥구슬 같은 목소리였으나 공랑은 그것에 속을 수 없었다. 저 여인이 누구인가. 봉황의 탈을 쓴 뱀이다. 그 미모에 넋이나가 신세를 망친 사내들이 여럿 되었다고 들었다.


“독하기로 이르자면 소저의 혓바닥만 하겠소.”


공랑이 악을 쓰고 내뱉자 뼈를 깎는 고통이 찾아왔다.

묶인 손이 괴사할 지경이고 몽둥이질에 결박되어 있는 의자가 부서질 지경이다. 하지만 공랑은 혀를 깨물고 신음소리도 내지 않았다. 여인이 손짓하자 옆에 서 있던 장정이 손을 거두었다. 공량의 다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내가 누구인지 아직도 몰라서 하는 헛소리냐?”

“소문으로만 들었지, 그보다 더 악독한 괴물인지는 몰랐소. 사람 알기를 벌레처럼 아는 자 아니오? 해동문에 침투하고 파황대를 궤멸했으며, 손수 수십을 파멸시키고 타락시켰다 들었소.”

“제대로 아는구나. 명민하기 짝이 없는 기억력이야.”

“내가 불은 것은 소저의 수백 악행 중 몇몇일 뿐인데, 소저는 자신의 악행을 다 기억이나 하시오?

“귀여운 농담이나 할 줄 알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로구나.”


의외로 여인의 신경을 긁는데 성공한 모양이었다. 여인이 쓰게 웃음 지으니 그 미모가 한층 더 깊게 드러났다. 그 이상 가는 선녀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공랑의 눈에는 악귀처럼 보일 뿐이었다.


“차라리 죽이시오.”


공랑은 그녀에게 잡힌 후, 뼈를 부수고 살을 찢는 고통에 매일 시달려야 했다. 오로지 한 가지의 목적을 위한 고문이었고, 그것이 그토록 가혹한 이유는 저 여인 때문임이 분명했다. 고작 열여섯의 나이에 잔혹하기라면 천하에 따를 자가 없었다. 고문의 강도는 저 여인이 없을 때보다 있을 때 훨씬 강해졌다.


“우습구나. 네가 죽으면 나는 비급을 어디서 구해야할 것이냐?”


여인이 춤추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가엽기만 하구나. 내가 원하는 것이 그리 막중한 일이더냐? 내 노예가 되라고 했느냐? 네 가문을 배신하라고 했느냐? 간단하지 않느냐. 그깟 자존심이 무어라고. 여기까지 와서 너만 비급을 감추고 있든 달라질 것이 무엇이냐.”

“가문을 멸문시킨 게 누구요!”


공랑이 분개하자 피고름이 입에서 섞여 나왔다.


“비급을 가지면 무엇을 할 것이오. 더 많은 사람을 해치고, 우리 가문과 관련된 사람들까지 해할 것이 아니오. 우리 가문의 무공으로 그들을 해친다면, 나는 그 절규를 어디서 들어야 하겠소.”

“고집이 쇠고집이구나. 어디서 이런 고집이 나오느냐?”

“당연한 인륜이오. 사람인 이상 지켜야하는.”


그 말에 여인이 손짓하자 옆의 장정이 공랑을 넘어뜨렸다. 공랑이 저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자 그녀는 넘어진 공랑을 깔고 앉았다.


“인륜이라. 그래, 확실히 난 그런 것 몰라. 나처럼 가냘프고 여린 여인이 그런 어려운 것, 어찌 마음에 새기겠느냐. 그에 반해 너는 너무나 도덕적이고 반듯하여 사람 구실을 하나 보구나. 오장육부에서 피고름을 짜내면서 개돼지처럼 구르며 말이지.”


공랑이 잠시 침묵하자 그녀가 옷이 더러워진다고 호들갑을 떨며 일어났다. 그리고 공랑을 툭툭 차며 눈을 찔러보고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보았다. 애완동물을 괴롭히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래도 공랑이 말이 없자, 그녀가 호기심어린 어조로 말했다.


“왜, 기세등등하더니 이제 할 말이 없느냐?”

“.......”

“하긴 지쳤을 테지. 어제부터 밥도 못 먹고 이 꼬라지니.......노니모야, 준비한 거 들여보내.”


천화가 부르자 옥 밖에서부터 구수한 밥 냄새가 나며 고기에 전에 국에 생선까지 놓인 밥상이 들어왔다. 공랑은 속으로 군침을 삼켰고, 그런 자신을 미치도록 자책했다.


“특별히 신경 썼다.”

“밥에 약이라도 탔소?”


여인은 못들은 척 손수 밥을 떠서 공랑의 입 주위에 가져갔다.


“주둥이를 아주 닫은 건 아니었구나.”

“미안하오. 잠시 짐승과는 할 말이 없다 생각했었소.”


그러자 여인은 밥그릇을 공랑의 얼굴에 집어던졌다.

용광로를 집어 던진 듯 뜨거웠다. 고통에 무감각해졌을 지경인데도 그러했다. 공랑은 그 열기를 간신히 참아내며 말했다.


“밥은 잘 주는 걸 보니 개돼지보다는 약간 못한 정도로군.”


여인이 골치 아프다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


“그래, 저 입, 저 입! 꿰매버리고 싶은데 내 마지막 남은 동정심이 허락하질 않는구나.”

“왜, 비급을 못 얻을까봐?”


여인은 공랑의 머리채를 잡고 애타는 듯이 말했다.


“말 잘했다. 내 약조하지 않았느냐...”


공랑은 눈을 부릅뜨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천랑비급. 그 비급만 준다면 살려주겠다. 네 소중한 이들도 귀하게 대접할 것이다. 그리고 내 또 말하지 않았느냐. 네 가문을 멸문시킨 것은 내가 아니라고.”


답답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공랑은 그것에 속지 않았다.


“뱀의 아가리를 믿어야 하오? 아귀의 배를 믿어야 하오? 소저를 찢어 죽여 그 더러운 혓바닥이 저잣거리에 나뒹굴면 그 때 믿어야 하겠소?”


여인이 주먹으로 얼굴을 타격하니 다시 머리가 부서질 듯한 고통이 찾아왔다. 그는 기절할 뻔한 것을 간신히 참았다.

여인이 혀를 찼다.


“그 자존심이 감탄스럽기까지 하구나. 좋다. 내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수가 있다.”


공랑은 드디어 그를 죽인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거 잘 되었소.”

“멋대로 착각하지 마라. 네놈이 생각하는 대로 해줄 마음은 추호도 없다. 더 무서운 벌을 주겠다. 나 같으면 당장 죽고 싶을 만큼의 벌이다.”


그렇게 말하는 여인은 마치 ‘본때를 보여줄 거야.’라고 위협하는 소녀의 그것과 비슷했다. 공랑은 비웃으며 말했다.


“하. 궁금하군. 그것이 무엇이오.”

“내 너를 영원히 가두어둘 것이다.”


선고하듯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공랑은 기가 찼다.


“그게 벌이오?”

“독하기만 하지 아직 시간의 무서움을 모르는구나. 이해하마. 아직 너무 어리구나.”


공랑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가 아는 대로라면 여인의 나이는 그와 같았다.


“소저의 나이를 알고 하는 말이오?”


여인은 눈썹하나 흔들리지 않았다. 대신 공랑을 한 대 더 쳤다.


“여전히 모르는구나.”

“소저는 아시오?”

“너는 노인이 되어도 나오지 못한다.”


여인이 선고했다.

이제 시야도 흐려질 지경이다. 공랑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버티기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었으니. 일단 가두겠다는 의미였다.


“너를 나만 아는, 가장 깊은 곳에 가두어둘 것이다. 어둠속에서, 간신히 배를 채울 정도의 음식만으로 살아가게 해 주겠다. 알겠느냐? 10년이든, 100년이든 나오지 못한다는 말이다. 너는 바깥세상의 모든 것을 잊게 될 것이다. 네가 보았던 빛, 사랑하는 사람들, 시시각각 변하는 천지를 영원히 보지 못한 채, 비좁은 감방을 네 집이라 여기며 늙어 죽게 될 것이다.”


그것보다 끔직한 것은 없다는 어조였다. 하지만 공랑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그럼 그렇게 하시오.”


여인이 웃음을 터트렸다.


“가엽구나. 네가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그런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지 내 볼 것이다.”

“그리하시오.”


공랑이 낮게 말했다.


“어찌되었든 소저는 원하는 것을 절대로 얻을 수 없을 테니.”

“알았다. 끌고 가라.”


공랑은 누군가 자신의 몸을 들어 올리는 것을 느꼈다. 공랑은 끌려가며 마지막으로 소리쳤다.


“절대로 얻을 수 없을 것이오.”

“두고 보자꾸나.”


작가의말

이 이야기는 모두 이야기이며 창조자의 재()와 관련이 있는 이가 서술합니다.



추천이 무려 두개나 됐네요.

지금껏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10명 좀 넘었는데

벌써 20명 돌파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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