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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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내기
작품등록일 :
2016.03.15 00:05
최근연재일 :
2016.04.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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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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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5

DUMMY


공랑이 허무하게 중얼거리자 천화가 말했다.

“저건 신경 끄고 저 거인에게 집중해라. 조무래기들도 하나같이 실력자지만 저것이 제일 문제다. 보아하니 단순한 거인이 아니야. 제멋대로인 마인들을 이만큼 통솔할 수 있는 자는 흔치 않다. 어쩌면 저자만 잡을 수 있으면 물러갈지도 몰라.”

그러나 공랑은 듣는 둥 마는 둥하며 천화의 화를 돋우었다.

“소저, 지금 할멈이.......”

“이 천치야. 저건 신경 끄라고.”

천화가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집중해라. 다시 합을 이뤄 싸우는 거다. 하지만 이번엔 네가 공격을 이끌어야 한다. 저 거인은 나보다도 네게 잘 맞는 상대야. 태산을 막아서는 검이 극천법이니까. 기본을 기억해! 네가 아무리 허접한 검술을 쓰더라도 내가 그에 따라가겠다. 네 검에 내 목숨이 달려 있단 말이다.”

공랑이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하겠소.”

“그리고, 천위는 쓰지 마라. 내 손에 죽고 싶지 않으면!”

공랑은 이글거리는 천화의 눈을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절대 안 쓰겠소. 약속하오.”


동우는 기가 막힌 검무를 보는 심정으로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무림의 가문들이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정말 어떻게 싸우며 어떻게 육체를 갈고닦는 지는 관심 밖이었다. 술법을 써서 날아다니고 돌을 깨부수고 하는 얘기야 많이 듣고 실제로 본 적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절정고수들이나 가능하다고 믿었었다. 눈앞의 어린아이들에게 가능한 경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분명 최고의 강자들은 아닐 것인데, 그런데도 괴물들의 싸움 같았다.

다 죽어가던 천화와 계속 맞고만 있던 공랑은 둘이 함께 싸우기 시작하니 뭐에 쓰였는지 악귀처럼 주위의 마인들을 부수고 있었다. 그것을 저지하려는 거인은 육중한 쇠장갑을 낀 손으로 주먹을 날려댔지만 단 한 번도 그들을 맞출 수 없었다. 만약 한 번이라도 맞으면 즉시 뼈와 살이 분리될 것이었지만 그들이 워낙 빨라 헛손질을 하는 것만 같았다.

거인이 화가 난 듯 주위의 바위를 내려치자 정말 바위가 둘로 갈라졌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거인은 당황한 것 같았다.

“너희는 진작 죽었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피할 수 있지?”

그 말과 동시에 천화가 거인의 배를 갈랐다.

“뭐지? 난 피했어야 하는데?”

피가 솟구쳤지만 자기 상처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무언가,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동우는 소리꾼들이 지어내는 거짓말을 보는 기분이었다.

“크아아악!”

“크억!”

그리고 이상한 곳에서 비명소리가 났다.

마인들 몇몇의 몸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마인들은 괴성을 지르며 입에서 피를 토하고는 픽픽 쓰러져갔다. 순식간에 열 명이 넘는 마인들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흙을 툭툭 털며 일어나는 것이 있었다.

그 노파였다.

‘저게 진짜 괴물이지.’

동우는 진작 그럴 줄 알고 있었다. 방금 전 노파를 찔렀던 마인들의 검이 전부 불길한 검은 색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노파는 언제 칼에 관통 당했냐는 듯 무심한 표정이었다.

“별로 강한 독은 아니니 걱정 말거라. 며칠간 고생 좀 하겠지만.”

동우는 의원이라는 자가 병자를 만들고는 버려두는 꼴이 가관이라고 생각했다.

“........내 부하들.........”

거인이 천화를 내려치려다 말고 노파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검, 어디서 얻었느냐.”

거인이 말했다. 그 틈에 조금 지쳐 있던 천화와 공랑이 숨을 돌렸다.

“이거? 내 건데?”

“거짓말하지 마라. 그 검을 네가 갖고 있을 리 없다.”

거인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은 노파의 검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우는 참 숨기는 것도 많은 노파라고 또다시 생각했다. 매번 하는 생각이었지만.

“별로 특별한 검도 아냐.”

노파가 말했다.

“만들 때 특별한 재료를 쓴 것도 아니고 딱히 명장이 만든 것도 아니야. 다만 50년 넘게 내 독을 견딘 녀석이 이거 하나였을 뿐이지.”

그게 악취의 정체였던 모양이었다. 동우는 참 가지가지 하는 노파라고 생각했다. 알면 알수록 대단한 노파인데, 이상하게 저 노파에 대해서는 삐딱한 생각밖에 나지 않는 것이다. 권위와 힘에 가장 취약한 자신인데도.

“그러면, 네가.......아니, 당신이........매천조사이십니까.”

“그렇게 불릴 때도 있었지.”

노파가 말했다.

“유일하게 독으로 의선의 자리에 오르신 분.......예전부터 조사님의 독문신공을 존경하고 있었습니다. 매천조사께 마교의 절상이 경의를 표합니다.”

거인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 이것만큼은 동우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허나 윗사람의 원수는 원수. 조사님이라도 봐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럼 계속 싸울 테냐?”

“아니요.”

거인이 말했다.

“이 둘의 검술.......”

거인이 홀린 것처럼 노파와 공랑을 보았다.

“둘 만이라도 어떻게 될지 모르겠는데 매천조사께서 계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무서운 검술과 조사님의 도술을 보았으니 무익한 희생은 내고 싶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지금 당장은 이 둘과 싸우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 보니 조금 머리는 돌아가는구나.”

“문주에게 합당한 힘을 정말 오랜만에 보았습니다. 고마운 힘을 보았습니다.”

거인이 말했다.

“반드시 다시 싸우고 싶으니 물러가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아주 오지 마라.”

노파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천화와 공랑은 구세주를 만난 것 같은 표정이었다. 동우는 노파가 대체 어디까지 갔던 위인이었을지 심히 궁금해졌다.


“잠깐, 잠깐 기다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 때 뜻밖의 목소리가 들렸다.

“벌써 끝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거인이 긴장하는 것이 느껴졌다. 동우는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인들 사이로 방금 전까지 보이지도 않던 금발머리의 어린아이가 서 있었다. 동우가 생각하기로는 은신술이라든가 뭐 비슷한 것을 쓴 것이 분명했다.

“너는.......”

“소인은 예전 예천가 문주님의 시종인 노니모라고 합니다.”

아이가 꾸벅 인사를 했다.

“시종이라고? 그렇다면 네가 이 자리에 끼어들 합당한 이유가 있느냐?”

동우가 첫눈에 보기에도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마인 역시 그 아이가 자리에 있었는지도 모른 듯 했다. 그 실력에 조심스러워졌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그 아이가 가진 기 자체에 눌리는 느낌이었다. 정작 동우에게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소인 절상님이 원수를 갚으러 오셨다 들었습니다.”

아이는 한창 키 차이가 나는 거인과 눈을 마주치려 부던 애를 쓰는 것 같았다. 목을 심히 뒤로 젖히는 것으론 모자라 폴짝 뛰기까지 했다.

“그랬지.”

“소인 절상님께서 마교를 소중히 여기시는 줄 알았습니다.”

아이가 말했다.

“이 나라에서 가장 순수한 힘의 신전이 마교입니다. 패도의 길을 걸을 지라도 힘을 놓지 않는 곳이 마교이고, 이는 절상님이 평생을 좇으셨던 가치라고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마교를 섬기시는 것 아닙니까?”

“그래. 분명 그렇다. 무슨 말이 하고 싶지?”

“긍지입니다. 그럼 제가 질문 드리겠습니다. 마교를 섬기신다면, 그 종으로서 지금 무슨 일을 해야 합니까?”

소년이 말했다.

“눈 앞의 적을 두고 물러서야 합니까?”

“불필요하다.”

거인이 짧게 말하자 아이가 속삭였다.

“정말 그것 때문입니까?”

“난 싸움을 피하려 한 적은 없다.”

“전 그런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동우는 코흘리개나 할법한 말장난에 거인이 말려들어가고 있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보통 시종이 아닌 건 확실했지만 거인의 단순함은 상상 이상인 것 같았다.

“...그것이 절상님의 뜻이라면 마교에 돌아가 그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네가 무엇이라고 멋대로 보고한단 말이냐?”

“무릇 귀로 듣고 눈으로 본 것 중 자신이 중하다 생각되는 것은 신분이 아무리 천해도 교주님께 말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

동우는 절상이 아이를 왜 당장 때려눕히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았다. 어린아이 고자질에 마음껏 휘둘리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거인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정말로 진지하게 고뇌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그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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