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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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내기
작품등록일 :
2016.03.15 00:05
최근연재일 :
2016.04.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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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2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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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홍련

DUMMY

여인은 한동안 정신을 잃은 동우를 붙잡아두고선 벗어둔 겉옷에서 밧줄을 꺼냈다. 그리고 야무진 솜씨로 그를 밧줄로 묶기 시작했다. 그는 몇 분 지나지 않아 깨어났지만 이미 팔다리를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머리가 띵하게 아프고 눈앞이 가물가물하는데 넋을 잃을 것 같은 향기가 나는 여자가 자신의 몸을 주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동우는 멀어질 것 같은 정신을 다잡고 소리쳤다.

“무,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소리 내면 못 쓰시옵니다.”

여인은 동우를 타이르고는 다시 하던 일을 계속했다. 팔다리로는 모자라 아예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묶는 작업이었다.

동우는 여인이 하는 짓을 보고 겁이 덜컥 났다.

“이년! 네 이년! 지금 대체 뭣 하는 짓이냐!”

그가 외치자 여인이 몹시 짜증난다는 얼굴로 동우의 이마를 잡고 그대로 뒤통수를 바닥에 내리쳤다.

“으으으.......”

“또 큰 소리를 내시면 더 아플 것입니다.”

여인이 다소곳하게 말했다. 그리고 안심이 되지 않았는지 헝겊을 꺼내 그의 입까지 틀어막아 버렸다.

여인은 완전히 그를 묶고 세세하게 매듭을 점검한 후 동우의 몸 위에 올라탔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맞대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가까이하고 보는지 여인의 숨이 그의 얼굴에 닿을 정도였다. 꼭 기방의 계집이 올라 탄 자세다. 그것도 그가 본 미녀 중에서도 최고의 미녀다. 계집의 향기가 숨 쉴 때마다 진동하고 눈을 아래로 돌릴 때마다 풍만한 가슴골이 보인다. 수치스러웠지만 아랫도리가 발딱 서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다면 좋아 죽었을 것이다.

그는 애타게 끙끙댔다. 여인은 계속 그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참으시옵소서. 소녀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합니다.”

“읍!.......읍!”

“소리 지르지 않겠다고 약속하시면 입은 풀어드리겠습니다.”

그가 필사적으로 눈을 빠르게 깜박였다. 의사를 전달할 수단이 아랫도리와 눈 두짝 밖에 없는 것이 한이었다.

“알아들으신 것으로 믿고 입을 풀어드리겠습니다. 그럼.......”

“걔 아무도 없느냐!”

그는 입가리개가 풀리자마자 소리쳤다. 귀청 떨어질 만큼 큰, 생애 자신이 낸 소리 중 가장 큰 소리였다.

“걔 아무도 없느냐! 아무도 없냔 말이다! 살려다오! 날 좀 살려.......케켁.......”

여인은 능숙하게 그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조용히 하겠다. 약속하시지 않았습니까. 소녀 귀가 매우 아프옵니다. 부사께서도 이러시면 아니 되옵니다. 고을의 백성을 보살피셔야 하지 않습니까.”

“켁.......켁.......”

어찌나 세게 조르는지 삼도천이 보일 정도였다. 눈앞이 하얗게 보였다.

“소녀 방금 부사께 매우 실망하였습니다. 소녀 그리 속이 넓지 못하옵니다. 부사께서도 저를 실망시키면 안 되십니다. 부사님만은 그러시면 안 됩니다.”

거의 절명하기 직전에 가서야 그녀는 목을 풀어주었다.

“으컥......콜록! 콜록콜록콜록!”

그는 숨이 끊어질 만큼 기침했다. 침이 새어나오고 눈은 뒤집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런 동우의 사정은 알 바 아니라는 듯 여인이 말했다.

“소리쳐봤자 아무도 듣지 않사옵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큰 눈을 끔벅이며 침착하게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외친 것 이외에도 이 정도 소음이면 아전이 들이닥쳐야 정상인데 밖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아무리 무슨 일이 터졌더라도 한 명도 달려오지 않을 이유란 없다. 그들에게 아무 일도 없다면 말이다. 동우는 여인을 귀신이라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소름이 끼쳤다.

“나를 만나기 전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나으리가 생각하시는 그런 것이 아니니 안심하시옵소서.”

동우는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넌 누구냐?”

그가 간신히 말하자 여인은 그의 얼굴을 관찰하던 것을 멈췄다. 그리고 조금 그의 몸에서 내려올까 하더니 아예 그를 있는 힘껏 껴안았다. 그의 몸이 묶여 있지만 않았다면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여인 그 자체였다.

“음......부사님의 몸에서 좋은 기운이 느껴지나이다.”

“당장 떨어지지 못할까?!”

“부사님도 좋지 않으십니까.”

솔직히 무척 좋았다. 기방에서도 이런 식으로 여인이 자신을 자진해서 끌어안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동우는 욕정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상이 아닌 여인이었다. 자신의 목숨도 위험할지 몰랐다.

“네년이 누구냔 말이다.”

그녀는 여전히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대꾸했다.

“소녀는 배좌수의 딸 홍련이라 하옵니다.”

처음으로 들을 만한 대답이 나왔다. 치열하게 그 이름을 생각하던 동우에게서 퍼뜩 무언가 떠올랐다.

‘배좌수, 배좌수라 하면.......!’

“어머, 심장 뛰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뭐 아시는 것 있사옵니까?”

홍련이 잔망스럽게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대답할 뻔했지만 애써 참았다.

배좌수라면 철산 제일의 재력가다. 그 돈으로 무인을 고용하고, 각종 비보를 사들이며 조정까지 손을 뻗는 가문이었다. 그는 그 가문에 대해 너무나 잘 알았다.

애초에 그가 부사가 될 수 있던 것도 배좌수에게 상당한 돈을 바쳐 그리 된 것이었다. 그를 직접 만난 적은 없었지만 그의 영향력에 가장 깊게 몸담고 있는 자신이었다.

“안다. 철산에서 제일 존경받는 어른이시지. 그런데 네가 왜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냐?”

그러나 배좌수에게 이렇게 절색인 딸이 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만한 사람의 딸이 이런 정신구조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는 의심을 풀지 않았다.

그러나 홍련은 딴청을 부렸다.

“그런 것은 차차 이야기해도 늦지 않사옵니다.”

“.......”

말문이 막혔다.

그가 조용해지자 홍련은 그를 껴안던 것을 풀고는 일어나 벗어둔 겉옷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고개도 돌리지 못하는 몸이라 정동우는 그것이 뭔지 보기 위해 눈을 있는 힘껏 흘겨보아야 했다. 그녀가 찾아낸 것은 작은 환약이었다.

그녀는 그것을 손에 들고 말했다.

“일단 이것을 드시옵소서.”

“무, 무엇이냐?”

“복잡한 일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약이옵니다.”

“그게 무슨 약이냔 말이다.”

“소녀 말해드리지 않았습니까. 일단 드시옵소서.”

홍련은 동우의 입을 벌리고 억지로 약을 밀어 넣으려 했다. 동우는 안간힘을 쓰며 그것을 먹지 않으려 했다.

“안 돼. 그게 뭔지 알고 먹느냐? 좋은 약이라면 일단 너부터 먹어보아라.”

“드시지 않으면 소녀 부사께 다시 한 번 매우 실망하게 될 것이옵니다.”

그는 절대로 먹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나마나 독약일 것이다.

“죽어도 못 먹겠다.”

“소녀 지금 부사께 크게 실망하고 있사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홍련의 눈빛이 무척 사납게 변했다. 당장이라도 목을 조를 모양새였다.

“그,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

“저는 정 부사께서 부임하시기 전의 부사님들도 찾아뵌 적이 있사옵니다.”

그녀가 애처롭다는 듯 어두운 어조로 말했다.

“소녀 크나큰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전임 부사님들께서도 소녀가 정성스레 만든 환약을 한사코 드시지 않으려 했습니다. 정 부사님도 그러신다니 소녀 매우 치욕스럽습니다. 어찌 소녀가 정성스레 준비한 약을 드시지 않사옵니까.”

대놓고 전임부사들을 자기가 죽였다는 것처럼 들려 그는 질겁했다.

“네가 죽였느냐?!”

“소녀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닌데 너무 답답하시옵니다. 그러니 자, 아~하고 드시옵소서. 일은 단순하게 만들어야 좋은 법이옵니다. 이 약에는 그런 힘이 있습니다.”

“더더욱 못 먹겠다.”

“자의로 드시지 않으신다면 억지로 먹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먹여봐라. 무슨 짓을 해서라도 토해낼 것이니.”

홍련은 매우 슬프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동우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사람은 손가락 하나쯤 부러져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다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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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홍련-3 +2 16.03.27 508 8 10쪽
22 홍련-2 +2 16.03.26 607 10 9쪽
» 홍련 +2 16.03.25 597 12 8쪽
20 두 번째 장 +2 16.03.24 708 10 11쪽
19 천랑비급 +2 16.03.23 634 12 15쪽
18 열쇠 +2 16.03.22 601 13 14쪽
17 다시, 감금 +2 16.03.21 595 12 7쪽
16 다시 만났을 때 +2 16.03.21 621 1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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