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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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내기
작품등록일 :
2016.03.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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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9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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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4

DUMMY

“랑이가 아무리 약하다 해도 나랑 합을 맞추면 승산이 있어.... 조무래기들은 할머니가 처리하면 정말 아슬아슬하게 이기는 것도 가능할지 몰라요.”

노파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너 움직일 수는 있냐?”

동우가 보기에도 송장이 말하는 것과 똑같은 모양새였다. 고비는 넘긴 모양이지만 몇 달은 죽만 넘겨야할 것 같은 상처였다. 싸움은커녕 햇빛만 잘못 쐬도 죽을 것 같았다.

“할머니가 그렇게 만들 수 있잖아요.”

천화가 말했다.

“나, 할머니가 누구인지 알고 있어.”

또렷한 목소리였다. 당연한 사실을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 동우는 역시 할멈이 예사 인물이 아니라는 의심을 확신으로 바꿨다.

“이름 알려지는 것도 걸림돌이군.”

노파가 툴툴댔다.

“그래서 원하는 게 뭐냐?”

“나를 싸우게 해줘요. 독의 신선.”

“다시 생사를 넘나들고 싶냐?”

“저 멍청이가 죽으면 곤란하거든.”

천화가 가늘게 웃었다. 동우는 그것이 꼭 일국의 공주가 죽기 직전에 미소 짓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부탁해요. 제발.......더 이상 저 바보가 나 때문에 아픈 건 싫어.”

노파는 허둥지둥 대며 천화의 말을 계속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쓸개를 씹는 듯이 말했다.

“젊은 것들이란 참 눈꼴 시려서 못 봐주겠어.......”

“부탁해요.”

“그 상처로 하루 만에 의식을 찾은 걸 기적이라 생각하면, 또 기적을 기대하는 건 무리야.”

노파가 엄숙히 선언했다.

“하지만 이 경우는 기적이 아니라 생각하겠다. 그 긴 시간동안 무령지독을 견딘 몸이 다른 독까지 저항하는 것으로 판단하겠어. 나도 처음 내리는 진료지만.......다른 때라면 절대로 이런 짓은 안 했겠지만, 젠장 그 집착이 마음에 들어서 한다. 죽진 않겠지!”

노파는 녹슨 검으로 손목을 그었다. 손목에서 피가 아닌 맑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노파는 천화의 몸에 꽂아 놓았던 침을 한순간에 전부 빼내고는 그것을 천화의 입에 들이부었다.

“다만 좀 아플 거다.”

천화가 비명을 질렀다.

꼭 아기가 처음 태어났을 때 내지르는 비명 같아 동우는 귀를 틀어막았다. 힘줄이 살을 뚫듯 올라오고 그녀의 몸이 검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에서 피인지 고름인지 모를 것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그녀의 몸이 격렬히 진동하기 시작하자 노파가 천화의 팔다리를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네 선택이니 견뎌라.”

그렇게 한참 더 비명을 지르고 몸을 펄떡거리던 천화는 곧 조용해졌다. 그리고 말했다.

“이제.......됐어.”

노파가 그녀의 몸에서 떨어지자 그녀는 천천히 일어났다.

정말 강시가 무덤에서 일어나는 것 같았다. 피부의 어떤 곳은 지나치게 창백하고 어떤 곳은 지나치게 붉어 꼭 썩어 있는 것 같았다. 애초에 감아 놓은 붕대가 아니라면 몸의 앞뒤가 통로처럼 뚫려있어 장기가 보이는 수준이었으리라. 그런 것이 움직인다는 것부터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

갓난아기처럼 일어나는 것도 버거워하던 그녀는 방에 내버려둔 대검을 콱 붙잡았다.

“대단해. 역시 신선이야.

그리고 대검을 지팡이삼아 손잡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쌕쌕 하는 숨소리가 들렸다.

“웁.......”

“걸을 수 있겠냐?”

노파가 말했다.

그리고 그 즉시 천화는 대검을 노파의 목에 겨누었다. 노파가 혀를 끌끌 찼다.

“무리하다 죽지만 마라.”

천화가 노파를 노려보았다. 피를 머금은 듯 아예 빨간 눈이었기에 동우는 조금 뒷걸음질 쳤다. 천화가 말했다.

“늦었어. 빨리 가자.”


무술에 문외한인 동우가 보기에도 마인들은 공랑과 적당히 놀아주는 것으로밖에 안 보였다.

도망갈 곳 없는 벌판에 그 혼자 둘러 싸여 있는 것이 보였다. 치명상은 입지 않았으나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마저도 마인들의 우두머리인 듯한 거인은 아예 편히 앉아서 싸움을 구경하고 있었다.

“우리는 원수를 갚아야 한다.”

거인이 말했다.

“그런데 너는 너무 약하다. 의미가 없다. 하지만 원수는 갚아야 해.”

“지능지수가 떨어지나 보구나.”

노파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여기까지 달려오는데 지친 것이다. 동우도 할멈의 체력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노파가 말하자 거인이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노파와 동우, 그리고 천화를 보던 눈이 한순간 빛났다.

“예천가의 자손이다.”

거인이 말하자 다른 마인들이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길을 열어주어라.”

순순히 합류하게 해준다니 동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전투광인가.’

마인들이 웅성거리며 공랑을 둘러 싼 원을 풀었다. 동우가 당황하는 사이에 천화가 성큼성큼 걸어가 공랑의 뒷목을 붙잡았다.

공랑은 꽤 놀란 모양이었다.

“유소저! 왜 나온 것이오? 지금 유소저는.......”

“싸우는 것에만 집중해라 이 멍청아.”

“지금 움직이면 안 되오! 상처가 벌어져서.......여긴 어떻게 왔소?”

“너는 언제까지 천치짓을 할 거냐.”

천화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넌 항상 나를 짜증나게 해.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느냐? 나는 왜 데려왔어? 이러면 좋아할 줄 알았느냐? 그리고 앞뒤 없이 이것들을 다 데리고 이러고 있으면, 자살이라도 하겠단 말이냐? 그러다 네가 죽으면 난 뭐가 되느냔 말이다!”

“.......미안하오.”

“잘못했다, 미안하다. 그런 말 밖에 할 줄 모르느냐? 도대체 언제까지 이리도 멍청할 게냐?”

공랑은 그녀의 말에 한마디도 맞서지 못했다. 동우는 천화가 말할 때마다 쩔쩔매는 청년을 흥미롭게 바라보았다.

그들을 둘러 싼 마인들은 남녀가 다투는 와중에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동우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바라보자 거인이 천천히 말했다.

“남자 둘, 여자 하나, 늙은이 하나. 모두 싸울 테냐?”

“아, 저기 전 빠지겠습니다. 주먹질조차 해본 적 없는 몸이라서. 뭐 저야 댁의 부하들에게 원한 산 것도 없지 않습니까?”

동우가 잽싸게 말했다. 그러자 거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너는 가 있어라.”

동우는 작은 승리감을 느끼며 비켜섰다. 예상대로 노파가 그를 죽일 듯 쳐다보았다.

“니놈 뭘 처먹었기에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냐?”

노파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말했다.

“할멈이야말로 뭐 보태준 거 있소?”

동우가 볼멘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내가 끼어봐야 방해만 될 텐데 빠지는 게 낫지. 이분들도 보아하니 제대로 싸우고 싶어 하는 것 같고.”

“하긴 그건 그래. 너무 방해되지. 잘 빠졌다.”

노파가 곧바로 수긍하자 서로 싸우던 남녀가 잠깐 동우를 바라보았다. 동우는 조금 창피했다.

“그럼 그냥 거기 숨어 있지 왜 따라온 거야?”

“나름 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동우가 태평하게 말했다. 사실 그도 속으로 무척 떨리는 일이었다.

곧, 거인이 말을 꺼냈다.

“이야기가 끝났으면 제대로 싸워도 되겠군.”

그러자 일행들은 모두 긴장했다.

“나는 혈마신님의 직속 부하였던 절상이다. 내 진심으로 충성한 것은 아니었고 그 분을 미워하기도 했으나, 어찌되었건 나는 그 분의 녹을 먹고 있던 몸. 그러니 일단 싸워줘야겠다.”

“설득이 안 통할 것 같구만.”

노파가 말했다.

“특히 예천가의 자손.”

거인이 말했다.

“혈마신님을 쓰러트렸다는 건 그만한 힘을 갖추게 되었다는 의미.......너를 강자로 인정한다. 나는 강자를 무척 좋아한다. 그러니 최선의 예우로 답하겠다.”

거인은 천화를 기억하고 있었다.

천화역시 거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질긴 악연이라면 악연이다. 그녀는 잡생각을 물리치려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그 사이 노파가 속삭였다.

“너희 둘은 저놈을 맡아라.”

천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머지를 맡는다.”

그리고 그 즉시 노파가 마인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참으로 제 주인을 닮아 느릿느릿한 검이었다.


마인들은 제대로 피할 생각도 않은 채 허리만 숙였다. 그리고 곧 다섯 명의 마인이 노파에게 달려들어 몸의 모든 곳에 검을 찔렀다. 동우가 멀리서 척 봐도 심장이며 간이며 오장육부가 다 뚫렸기에 차마 더 못 봐줄 꼴이었다.

노파가 픽 쓰러졌다. 마인들은 웅성거리며 쓰러진 노파를 보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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