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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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마내기
작품등록일 :
2016.03.15 00:05
최근연재일 :
2016.04.1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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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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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3

DUMMY

쿵!

마당을 찍는 소리가 났다. 주막이 아니었다면 어디 돌탑이라도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코끼리 울부짖는 것 같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와라!”

걸걸한 목소리였다. 동우가 비몽사몽간에 바닥에 딱 누워 움직이지 않자 노파가 일어났다.

“어떤 놈이 아침부터 성질이야?”

노파가 구시렁거리며 졸린 눈을 반쯤 뜨며 장지문을 조금 열고 밖을 염탐했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며 동우를 깨웠다.

“아 왜 그렇게 두드리오 할매.”

아직 피로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잠은 다 잤다. 그렇게 생각한 동우가 뜬 눈으로 불평하는데 노파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얘 빨리 일어나 봐. 골치 아픈 것들이 왔다.”

“할매가 골치 아프다할 정도면 진짜 골치 아픈 건데.”

동우가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노파가 다급하게 말했다.

“이놈아. 저것들 마교에서 왔어.”

“마교?”

그 때 거의 지진이 울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다.

“혈마신님의 복수다. 예천가의 자손은 나와라!”

함성소리가 함께 났다. 꽤 여러 명이 진을 치고 있는 것 같았다. 동우도 꽤 큰일 났다 싶었다.

“가만히 있으시오.”

어느새 공랑이 일어나 있었다. 그들보다 먼저 일어났는지 옷매무새가 꽤 완벽한 것이다. 졸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표정도 결연했다.

“이건 내 일이오. 말려들게 할 수는 없소.”

“죽으려고 환장했느냐?”

노파가 말했다.

“꽤 많이 모인 것 같은데 저것들을 다 상대할 수 있겠어? 네가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냐?”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지.”

공랑은 말릴 틈도 없이 검을 들고 뛰쳐나갔다. 워낙 갑작스러운 행동이었기에 동우가 벙찐 상태로 말했다.

“할매. 저거 저 공자가 다 처리할 수 있어?”

노파가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네가 직접 보고 판단해라.”노파는 문을 열어젖혔다.


조그만 주막을 수십 명의 마인들이 점거하고 있었다. 하나같이 근육질에 거한들이었다. 가만히 있어도 기가 눌리는데 모두 화가 꽤 나있는 것 같아 불길했다. 예삿일이 아닌지라 그들을 제외한 투숙객들은 찍소리도 못하고 숨어 있는 것이 선했다.

그 중 한 사람이 가장 눈에 띄었다. 성인 남성 두 명의 키를 합친 것 같은 그야말로 거인인데, 사람이 얼마나 큰지 태산이 버티고 서 있는 것 같았다. 육체도 같이 온 자들보다도 더한 근육으로 덮여 있어 손 한번 휘두르면 집채쯤은 박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그 자는 두 손에 무쇠로 된 커다란 장갑을 끼고 있었다. 따져볼 것도 없이 전투용이었다.

검을 뽑은 공랑이 그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동우는 공랑이 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저런 짓을 벌인 것인지 궁금했다. 척 보아도 승산이 없었던 것이다.

‘너무 많아.’

거인은 그와 잠시 대치하더니 공랑의 키에 맞추어 허리를 숙였다. 그 키가 키인지라 반절이나 쪼그리고 앉아서야 겨우 그와 얼굴을 마주볼 수 있었다. 어디서 달려온 모양인지 땀이 흘렀고 비릿한 냄새가 났다. 공랑은 제자리에서 그대로 있었고, 거인은 그런 공랑을 세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말했다.

“너는 예천가의 자손이 아니다.”

그것은 확인과도 같은 말이었다. 이에 응수하듯 공랑이 말했다.

“나는 태공가의 공랑이다.”

제법 당당하게 말했지만 동우에게 그가 승냥이들 앞에 선 생쥐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인은 고개를 육중하게 흔들며 소리쳤다.

“나는 예천가의 자손을 불렀다! 너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혈마신을 찌른 것이 나다.”

공랑이 말했다.

“유소저는 죄가 없어.”

거인은 그 말을 듣고 한참 생각하는 것 같았다.

“신용할 수 없다.”

“믿든 안 믿든 네 자유다. 중요한 건 네 부하도 베었다는 사실이지.”

그 순간 동우는 탄성을 금치 못했다. 그들과 대치하고 있던 공랑이 어느새 앞서 있던 마인을 깔끔하게 베어 버린 것이다. 눈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그저 위협용이었는지 마인은 어렵지 않게 피해버리고 생채기만 났지만 그의 눈에는 마인이나 공랑이나 대단해보였다. 태공가의 적손이라는 것이 빈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동우는 더 놀랐다.

공랑이 검을 쓴 직후에 거인이 공랑이 서 있는 자리로 주먹을 내질렀던 것이다. 공랑은 급히 피했지만 바닥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금이 가 깊이 파이고 말았다. 저걸 맞았으면 머리부터 으스러졌을 것이다.

어쩐지 두근두근하여 무술대련을 보는 것 같은 심정으로 보게 되고 말았다. 다음에는 어떤 장면이 벌어질까 생각하는데, 공랑은 그 길로 도망가 버렸다.

‘어?’

머리가 눈을 따라잡지 못해 무슨 일인가 하는데, 공랑이 사라지자 거인은 눈을 찌푸리더니 다른 마인들에게 지시했다.

“예천가의 자손은 나중에. 우선 저 놈부터 잡는다.”

그러자 수십 명의 인원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주막에 순식간에 적막이 감돌았다.


동우는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사태를 깨닫고 노파에게 황급히 질문했다.

“유인하는 모양인데 저거 괜찮아?”

“괜찮을 리가 있냐. 빨리 도망이나 가라는 거지. 아직 풋내기야. 생각도 뒤가 없고.”

“할매가 좀 어떻게 할 수 없어?”

“나 혼자면야 괜찮지만 너희까지 보호하면서 잡기는 벅차다. 차라리 내가 유인했으면 좋았을 것을.”

건장한 괴물 수십 명을 상대로 노파가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말하는지 동우는 추측만 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아무튼 큰일은 큰일이었다.

“하긴 그랬다면 저것들이 순식간에 이 애만 죽이고 도망갔을 지도 모르지. 내가 그렇게 빠른 건 아니니까.”

“늙어서 쓸데없이 자신감만 많아.”

“빈말이 아니야. 보여주랴?”

노파가 느리게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검을 꺼냈다.

그녀와 같이 다니면서 언젠가 본 적이 있었다. 아마 술에 취해 가진 것 다 내던지고 잠들었을 때일 것이다. 대단한 검인가 했더만 녹슬고 이가 나간 검이었다. 사실 녹슬었다고 하는 것도 많이 봐주는 것으로, 부식되어 고철이 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 게다가 검집에서 꺼내면 수십 년 묵은 꼬랑내가 나는 것이 꼭 할멈과 똑같은 검이었다. 그는 얼굴을 구기며 코를 막았다.

“봤으니까 집어넣어.”

“하긴 쓸모가 없지.......어쩔 수 없지. 우리끼리 도망가는 게 낫겠다.”

“공랑은 어떡하고? 혼자 저것들을 몰아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잖아.”

동우가 묻자 노파가 짜증냈다.

“나도 아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으니까 그렇지.”

“난 기대하는 게 있는데. 할멈이 얼마나 강하냐 그거. 분명 그 냄새 나는 검에 뭔가 있거나, 아니면 할멈이 세거나 하는 거지.”

“교활한 것.”

노파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약하다 하는 건 아니지만 저건 힘들어. 본 실력을 발휘하면 너도 죽고 그 공자도 같이 죽는단 말이다.”

그 정도였냐. 빈말을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래도 먼저 도망가자고 얘기를 꺼낸 것을 보면 막기는 힘들다는 얘기인가.

“그럼 구할 수 있는 거야?”

“.......그럴 리가.”

그 때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럼 나도 싸우게 해줘요.”

그 피투성이 여자였다.

정신을 차렸는지 간신히 눈만 뜨고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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