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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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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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05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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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쪽

2nd 02. 어둠의 유적(10)

DUMMY

탁탁탁...

얼마 움직이지 않아 우리는 무언가 물건들이 가득 쌓여 만들어진 작은 ‘언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잡동사니로 이루어진 언덕을.

부스럭.

소리는 바로 이 언덕에서 나고 있었다.

“제길. 이것도 아니군.”

부스럭 부스럭...

그 언덕 위에서 세키는 무언가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등에는 커다란 가방을 메고. 뒤에 우리가 있는지도 모른 채.

“......음?”

그리고 우리가 약 20걸음 정도 떨어진 곳까지 다가가자 이제야 세키는 잡동사니를 뒤지던 것을 그만두고 고개를 돌렸다.

“......어라. 누가 따라왔군.”

세키는 우리를 바라보고도 표정하나 변화시키지 않고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으윽, 왠지 급하게 뛰어온 우리가 바보같이 생각되는걸’

지금 반응을 봐서는 천천히 걸어왔어도 도망 안 갔을 것 같은데 말이다.

“거기까지다. 세키니드 카레스!”

자르카는 어느새 카오틱 블레이드를 뽑아들어 세키를 겨누고 있었다.

챙!

나도 그에 질세라 에페리스를 뽑아들어 세키를 겨누었다.

“......2대 1이라. 부끄럽지도 않나?”

세키의 말에 자르카가 대답했다.

“별로.”

2개의 검이 자신을 겨누고 있음에도 계속 담담한 표정이었다.

“뭐, 어차피 목표량은 끝났으니... 상관없나.”

그렇게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가던 세키는 갑자기 발로 언덕을 찼... 아니, 정확히는 쌓여있던 물건들을 걷어찼다.

파악! 후두둑!

별로 높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세키가 위쪽에 있으니 지형은 우리가 불리하다. 게다가 잡동사니 중에는 날카로운 쇳조각이나 유리조각 같은 것이 섞여있어서 우리는 그 물건들을 피해 몸을 움직여야 했다.

“자르카!”

“응!”

이런 상황이라면 둘로 나누어져서 공격해 들어가는 것이... 한 쪽이 저 물건날리는 것을 피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이......

퍼억! 와장창!

그 때 세키가 다시 한번 물건들을 발로 찼다.

후두두둑!

“큭!”

허공에서 유리항아리가 깨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들었다. 꽤 위험해 보였기에 난 뒤로 물러났고, 자르카는 자잘한 파편을 무시하며 커다란 파편만 카오틱 블레이드로 쳐냈다.

탁탁!

“앗! 저 자식이!”

그렇게 우리가 파편들을 막는 동안 세키는 뒤로 돌아 도망가고 있었다.

“잡아!”

우리도 세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압!”

샤아악!

내가 신력이 담겨있는 바람을 날려보아도.

“맞아라!”

따악!

자르카가 돌을 던져도.

“으아악! 왜 안 멈춰!”

세키는 계속 달려가고 있었다. 망토에는 내 신력에 그을린 자국과 머리에 돌로 인한 혹을 하나 달고서.

“후훗. 멍청한 녀석들.”

......세키는 나름대로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았지만, 자르카가 던진 돌에 머리에서 피가 흐르는 얼굴로 저렇게 웃으면... 어쩐지 불쌍해 보였다.

끼이익.

그렇게 도망가던 세키가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칫.”

무슨 일인가 싶어서 앞을 살피니 세키의 앞에는 거대한 균열이 있었다. 척 보더라도 뛰어넘기는 힘들 것 같은 상당한 넓이의 균열. 이 밑으로 떨어지면......

“저 정도라면 도저히 건너갈 수 없겠는데.”

자르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카오틱 블레이드를 빙빙 돌리며 속도를 늦춰 세키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

세키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몸을 뒤로 돌렸다. 포기한 것일까? 우리는 한결 더 느긋한 걸음으로 그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후후... 어쩌시나? 이렇게 잡혀서.”

“......”

자르카의 놀림에도 세키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내가 먼저! 간다!”

에페리스에 신력을 잔뜩 불어넣고 세키에게 달려들었다.

“......”

그러나 세키는 내 모습을 보고도 검을 뽑지 않고 있었다.

‘싸우지도 않겠다는 건가?’

하지만 그의 얼굴은 삶을 포기한 것치고는 너무 담담한 얼굴이었다. 마치, 우리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듯...... 한...?

“......!”

내가 접근해서 에페리스를 휘두르는 그 순간, 그의 눈이 붉게 빛났다.

“......권능발동.”

부웅!

에페리스는 허무하게 세키가 있던 공간을 갈랐고, 세키는 그대로 균열 위로 뛰어오른 상태였다. 내가 인식하기도 전에!

“뭐야! 자살하려는 건...”

자르카의 다급한 외침. 그리고 세키는...

탁.

“.......아니었군.”

어느새 건너편으로 건너가 있었다.

“......”

자르카도 나도 할 말을 잃었고, 뒤로 고개를 돌려 우리를 한번 확인한 세키는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저편으로 사라졌다.

“뭐... 뭐지...”

“......권능...?”

우리 둘 다 어찌된 일인지 영문을 몰랐다.

‘뭐야... 뱀파이어는 그냥 피 빨아먹고 사는 녀석들 아니었어?’

그런데 저런 능력까지 있다니... 난 들어보지도 못 했는데......

“무, 무슨 일이야?”

아세아는 이제야 우리를 따라잡은 모양이었다. 한 손에는 내 망토를 들어올리고. 차라리 아까 그곳에 놓고 따라왔으면 더 빨리 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 사람은 찾았어?”

“도망쳤어.”

“어디로?”

나는 뒤를 가리켰다.

“그런데 왜 그런 표정이야?”

“아니... 세키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방법으로 도망가서.”

“세키?”

아, 아세아는 모르겠구나. 내가 설명하기 전에 자르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라드를 찌르려고 했던 녀석 이름.”

“아아...”

자르카의 말에 바로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아세아였다.

“......그나저나. 자르카... 여기 별 물건들이 다 있는데?”

“......그렇군.”

이 넓은 장소 곳곳에 잡동사니들이 쌓여있었다. 말 그대로 잡동사니.

“설마, 이것들이 전부?”

“그건 아니야.”

자르카가 굴러다니는 물건 중 하나를 집어들고 말했다.

“전부는 아니지만, 간간이 그 항아리와 같은 물건이 섞어있군.”

툭.

그 물건을 집어던지며 자르카는 주변도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 장소... 아니, 기둥, 공기들도 같은 작용을 하는군. 세계의 거부를 없애주는...”

“......그 물건이... 그렇게 많아?”

“그럭저럭... 게다가 물건이 이 정도로 많으니, 다 확인할 방법도 없군. 적어도 세키는 아까 그 배낭이 꽉 찰 정도로 챙겨서 갔겠지.”

‘확실히...... 배낭이 터질 것처럼 꽉 차 있었던가?’

그렇게 말을 이어나가던 자르카가 갑자기 인상을 찌푸렸다.

“이 곳은 너무 위험해.”

“응?”

“이 기둥. 부숴서 조각으로 만든 다음 가져가면 그 항아리와 같은 기능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말로?”

“어.”

그럼 정말 위험한 거잖아! 마족숭배자들이 이곳을 알아내기라도 한다면......

“아세니카르. 이 곳을 파괴할 수 있겠어?”

자르카의 물음에 아세아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넓은 곳을 파괴하려면 브레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커.”

“충분히 넓으니까 구석에 숨어있으면 안될까?”

아세아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일단... 그것도 어둠이니까 직접 닿지 않더라도 근처에서 발현되었다는 것만 하더라도 라드에게는 좋지 않을 거야.”

“......그런가.”

아세아가 안 된다... 라.

‘그렇다면?’

“......”

나는 자르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이곳에 들어올 때 입구를 부쉈던 것처럼 할 수는 없는지.

“......미안하지만 나에게도 방법은 없군.”

“......그래?”

그렇다고 이것들을 놓고 갈 수도 없는데. 마족들의 손에 들어가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럼... 나밖에 남지 않은 건가?’

“자르카. 여기라면 여신과 대화할 수 있을까?”

“모르지. 하지만 머리색을 보니 신력은 돌아온 것 같은데.”

“흐음..... 일단 해 봐야 되겠지......”

눈을 감고 조심스럽게 느껴보았다. 나와 깊게 연결되어 있는...... 여신의 느낌을......

“......여신님.”

-......라드? 뭐야 벌서 끝났어?-

아, 됐다. 여신과 연결이 되었어.

“아니요. 다 끝나지는 않았는데... 꼭 필요한 일이 있어서...”

-......?-

“힘이 많이 필요해요. 아세아도, 자르카도 할 수 없다고 하니까 저밖에 할 사람이 없는데.”

-.......-

여신은 잠시 말이 없었다.

-나는 상관없지만... 네 몸에 무리가 갈텐데. 그리고 네가 사용할 매개체가 될 그 에페리스라는 검에도-

자르카도 말했던 거군. 과도한 신력을 사용하면 몸에 무리가 간다는......

“......그래도 방법이 없습니다.”

여신은 잠시 생각하는 듯 했다.

-.......허락하겠어. 마음껏 사용해봐-

그렇게 여신의 허락이 떨어졌다.

“후우...”

“뭐야. 방법이 있어?”

자르카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러고 보니... 아세아는 내가 신력을 발휘해도 괜찮은 거야?”

내가 아세아의 어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받으면 아세아도 그렇지 않을까?

끄덕.

내 물음에 아세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다는 표시일까?

“원래 다크 브레스만 아니라면 내 어둠도 라드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으니까.”

그런가?

“그럼... 모두 입구로 물러나 줘.”

“입구?”

“응. 우리가 들어왔던 곳.”

“알겠어.”

자르카는 아세아를 데리고 입구로 물러났다. 두 사람... 아니, 사람은 아니지. 둘이 입구로 물러나는 것을 확인하고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에페리스를 바닥에 박아 넣었다.

텅.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후우......”

나는 서서히 여신이 보내주는 신력을 느끼고 있었다.

“후우우......”

아주 약간의 신력이라도 모두 찾아내서, 내 몸에 있지만 내가 느끼지 못했던 신력까지 전부 찾아내서... 사용해야 한다.

우우우우웅.......

에페리스는 괴로운 듯이 떨고 있었다. 이거 조금 미안하네... 못난 주인 만나서 고생 많이 하고 있어.

“......”

나에게 흘러 들어오는 신력이 점점 많아진다. 마치 너무 큰 동물을 먹은 뱀처럼 몸이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몰론 그건 생각일 뿐... 실제로는 몸은 불어나지 않고 단지 내 주변에 머물던 빛이 진해졌을 뿐이었다.

으득.

“......윽!”

어느 순간부터일까. 에페리스를 잡고 있는 손이 뜨겁다.

“잠깐! 라드! 지금 뭐하는 거냐!”

‘타들어 가는 것 같아...’

눈앞은 이미 보이지 않는다. 마치 태양이 눈앞에 강림한 듯, 하얀빛만이 보이고 있었다.

“이런 바보자식!! 크윽!”

“지금 위험해! 나가면 안 돼!”

뿌드드득...

에페리스를 살짝 땅에 박아 두었는데, 바닥은 에페리스에서 넘치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서서히 금이 퍼져가고 있었다.

‘빨리하지 않으면 바닥이 무너진다......!’

투두두둑!!

아래쪽의 균열은 더욱 강해지고 있었다.

-지금-

그 때, 여신의 말과 함께 갑자기 온몸에 강제로 축적되어 있던 신력이 수십, 아니 수백... 수천배로 강해졌다!

“으으으윽!!!”

‘몸이 눌려버리는 것 같아...’

거대한 바위에 깔려... 아니, 그것보다는 바위 사이에 빈틈없이 끼어있는 것 같았다. 몸 주위에 짙게 퍼져있던 빛이 숨이 막힐 듯이 몸을 조여온다.

“......”

에페리스를 들어올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마치 바닥에 붙어 있는 것처럼 에페리스를 들어올릴 수가 없었다.

드드득...

하지만, 약간이나마 땅에서 떼어내자 그때부터는 훨씬 쉬웠다.

“으윽...”

하지만, 에페리스를 들어올리자마자 한쪽 무릎을 꿇고 말았다.

‘조금만 더!’

그리고 에페리스를 하늘을 향해 들어올린 그 순간.

‘......’

모든 신력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제발...”

“......”

정말 약간의 시간에... 아무런 소리도 없는 절대적인 침묵이 흘렀다. 이제... 신력은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되어라.”

촤아아아악!!!

내 선언에 멈춰있던 신력이 빠른 속도로 주변에 퍼져나갔다.

사아아아아-

그리고, 주변의 모든 물체가 ‘사라져’갔다. 빛의 대신전에서 세키와 마황자에게 사용되었던... 바로 그 신력의 발현이었다.

“......”

파바바박!

전신의 핏줄이 터지고 온몸이 불타버리는 것 같은 고통이 퍼져왔지만... 이상하게 고통스럽지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을 하얗게 메워버린 빛의 사이에서...

히죽.

나도 모르게 웃어버리고 말았다.



작가의말

챕터당 10화가 안 걸릴 줄 알고 01이라고 하지 않고 1이라고 했다가 결국 10화를 넘겨버린...

레포트를 하는데 하루씩 걸리는데 과목이 7개고 과목당 하나씩 낸다면... 끝낼 수가 없는 무한루프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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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2nd 06. 침묵의 천사(2) 11.10.11 545 6 69쪽
66 2nd 06. 침묵의 천사(1) +2 11.10.11 531 9 68쪽
65 2nd 05. 순간 가속 능력(6) +2 11.10.11 529 5 103쪽
64 2nd 05. 순간 가속 능력(5) +1 11.10.10 543 5 72쪽
63 2nd 05. 순간 가속 능력(4) +1 11.10.10 539 6 75쪽
62 2nd 05. 순간 가속 능력(3) +1 11.10.09 527 7 67쪽
61 2nd 05. 순간 가속 능력(2) 11.10.09 534 24 58쪽
60 2nd 05. 순간 가속 능력(1) +1 11.10.09 578 11 72쪽
59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6) +2 11.10.08 541 6 64쪽
58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5) +1 11.10.08 548 9 88쪽
57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4) +2 11.10.08 537 5 71쪽
56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3) +1 11.10.07 531 7 66쪽
55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2) 11.10.07 525 6 51쪽
54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1) +1 11.10.07 566 5 57쪽
53 2nd 03. 마왕과 마황자(4) +1 11.10.07 637 9 35쪽
52 2nd 02. 마왕과 마황자(3) +2 11.10.06 565 6 85쪽
51 2nd 02. 마왕과 마황자(2) +1 11.10.06 595 7 62쪽
50 2nd 03. 마왕과 마황자(1) +1 11.10.06 609 6 57쪽
» 2nd 02. 어둠의 유적(10) 11.10.05 594 7 73쪽
48 2nd 02. 어둠의 유적(9) 11.10.05 588 5 72쪽
47 2nd 02. 어둠의 유적(8) +2 11.10.05 608 5 85쪽
46 2nd 02. 어둠의 유적(7) 11.10.04 610 6 91쪽
45 2nd 02. 어둠의 유적(6) 11.10.04 619 5 61쪽
44 2nd 02. 어둠의 유적(5) 11.10.04 651 4 71쪽
43 2nd 02. 어둠의 유적(4) 11.10.04 661 5 64쪽
42 2nd 02. 어둠의 유적(3) +1 11.10.04 707 8 65쪽
41 2nd 02. 어둠의 유적(2) +2 11.10.03 763 5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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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2nd 01. 다시 시작하는 여행(4) +3 11.10.03 798 5 87쪽
38 2nd 01. 다시 시작하는 여행(3) 11.10.02 787 8 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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