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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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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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0.1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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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쪽

2nd 05. 순간 가속 능력(5)

DUMMY

‘......’

......는 슬퍼하고 있었다. 왜 그렇게 슬퍼하고 있는 것일까? 아무래도 나 때문이겠지. 나를 보며 울고 있었으니까.

‘......어째서...’

그런데...... 누구지? 나도, 앞에 있는 누군가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렇게... 당신까지... 나를.......’

당신은? 나를 알고있는 거야?

욱씬.

울고 있는 그 누군가를 기억해내려고 하는 순간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 왔다. 가슴도 마치 찢어지기라도 한 듯이 아려왔다. 고통에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 같았지만 그래도 기억해주고 싶었다. 말해주고 싶었다. 나는 아직 당신을 잊지 않았다고......

네리스......

.......

“......어라.”

눈이 뜨겁고 무겁게 느껴졌다. 무슨 이상이라도 있나 싶어 눈을 떠보니 눈꺼풀을 뜸과 동시에 뺨으로 차가운 물이 흐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눈부셔.”

왜 창문 근처로 머리를 눕혀놓은 거냐. 눈부셔서 잘 수가 없잖아.

‘눈이 부시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 건가?’

나름대로 흘러내리는 눈물의 이유를 생각해낸 뒤 몸을 일으키기 위해 팔에 힘을 주었다.

“......!!”

그리고 그 순간 팔에서부터 잊고있었던 고통이 다시 솟아올랐다.

“......으, 으윽...”

움직이지 않아도 심장이 뛸 때마다 온몸이 터질 것 같은 고통이 전신에 몰아쳤다.

“......하아, 하아...”

아파......

-......괜찮아?-

아파...... 아파...... 너무 아파......

-라드. 라드? 괜찮아?-

고통에 약간이지만 익숙해지고 나서야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꽤나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인데......

-......라드?-

“......아파요.”

약간 더 고통에 익숙해지고 나니 여신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간 가속 능력을 사용했다며?-

“그런가... 으윽... 봐요.”

말하기도 힘들다. 입이 움직이면서 몸이 약간 흔들리는데, 그것으로도 아프니까.

-.......정말. 내가 없으면 사고만 친다니까-

“......내가 언제 사고쳤다... 으윽. 고요.”

정말 아픈 것도 서러운데 갑자기 사고뭉치 취급까지... 너무하네.

-많이 아프지?-

“......네.”

내 서운한 마음을 안 것일까? 여신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부드럽게 들려오고 있었다.

-......라드-

“......?”

-넌 그대로 있으면 죽어-

“아아. 그래요...... 에에엑?!”

별 생각 없이 여신의 말을 넘기던 나는 그 말뜻을 이해한 뒤로 비명을 질렀고, 그 대가로 다시 한번 전신이 마비 될 정도의 고통이 몸을 휘감았다.

-예전에도 순간 가속 능력을 사용한 신관이 있었어-

“......”

자르카가 그 비슷한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서... 뭐라고 했더라?

-그리고는 너처럼 고통을 호소하다가 죽었지?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뭐라고요오오?!”

‘커헉! 내가 바보지! 지금 다시 소리를 질러버리면......’

“뜨아아악...”

덕분에 제대로 비명도 못 지르고 괴로워하고 있어야 했다. 비명을 질렀다가는 입에서부터 시작된 고통이 다시 전신을 휘감을 테니까.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어?”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아세아는 그대로...

철퍽!

“끄에에에엑!!”

내 몸에 겹쳐지듯이 넘어졌다.

‘으허허허헉!!’

그리고 온몸에 퍼지는 고통의 감가아아악!!!

-......아마... 5일만에 죽었던가?-

“크허헉...”

‘5일 후가 아니라 지금 바로 죽겠다!’

“무슨 일...... 헉!”

그리고 기절했던 내가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였다.

“끄응......”

지금까지 있었던 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지금 내가 있는 곳은 지난번의 그 마을이었다. 술 먹고 싸움 붙었던 그곳 말이다.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겨우 자르카의 부축을 받고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 녀석들이 지난번의 복수를 한답시고 찾아오면 큰일나겠군’

“......그래서. 네가 5일 뒤면 죽는다는 얘기냐?”

“응.”

아직도 온몸이 욱신거렸다. 그래도 누워있는 것보다는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 덜 아팠기에(누워있으면 침대에 닿아있는 몸 전체가 아팠지만 앉아 있으면 의자와 탁자에 닿은 부분만 아팠다)자르카의 부축을 받아 겨우 내려온 것이다.

“......정말. 미치겠군!”

쿵!

“더헉...”

자르카가 탁자를 치니 그 충격이 내 몸에 전해졌다. 그 충격은 내 몸을 엄청나게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고.

“......아프잖아.”

“......미안.”

비명도 못 지로고 고통을 삼키는 나를 본 자르카는 조심스레 탁자에서 손을 떼며 사과했다. 내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는 것까지 본 그는 화제를 돌릴 생각인지 아세아에게 말을 걸었다.

“네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나?”

자르카의 물음에 아세아가 힘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미안.”

자르카의 인상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자르카......”

“왜.”

“그렇게 찌푸리며 살다가는 몇 년 못 가서 얼굴이 쭈글쭈글하게 될 거야.”

“......누구 때문인데.”

......사람 할 말 없게 만드는군.

“......우우... 죽겠다... 괜히 말을 했나봐.”

“......정말! 그렇게 위험하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던가! 왜 혼자 나서서 이런 꼴이냐!”

으윽. 자르카가 소리를 지르니 머릿속이 울리며 다시 한번 고통이 솟구친다......

“우우우......”

하지만 그런 사실을 전해주기도 싫었다. 입을 열어도 몸이 아프니까.

“......그래서. 여신은 어떤 방법이 없대?”

“몰라... 아직 안 물어봤어.”

그냥 죽는다는 얘기를 하던 도중 아세아와의 충돌로 인해 죽기 직전까지 갔다... 라는 긴 말을 생략했다. 말하기 힘들어...

“......그럼 빨리 연락해!”

“으윽......소리지르지 마...”

머리 울려서 아파... 라는 말은 또 생략.

“......그리고 연락하려면 빛이 있는 곳에 있어야 해.”

지금 여신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을 보니 아마 확실할 것이다. 예전에 환상으로 나타났을 때에도 달빛이 집에 스며들어 있을 때니까.

“......그래?”

자르카는 벽에 붙어 있는 창문을 열었다.

덜컥.

“......안 와.”

아쉽게도 우리가 앉아있는 자리는 1층 식당의 중앙부분, 창문을 연다고 해서 바로 햇빛을 받을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 온 자르카는 내가 말리기도 전에 내 몸을 들쳐 맸다.

“......꺼헉.”

작은 소리도 지를 수 없을 정도로, 자르카의 손이 닿은 부분에서부터 몸이 떨어져 나가는 듯한 고통이 몰려들었다.

“그만... 살려줘...”

“너 살리려고 이러는 거다!!.”

그렇게 내 몸을 끌고 간 자르카는 날 햇빛이 들어오는 탁자에 앉혔다. 그래도 앉히는 것은 살살해 주었지만, 그래도 고통은......

“빨리 연락해.”

“그게 내 마음대로 되냐......”

여신이 먼저 해야 되지... 난 제대로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니까.

“......그럼 거기서 잠이라도 자던가.”

“지금... 잠이 오겠어?”

“......”

자르카의 눈살이 또 찌푸려진다. 지금 자세히 살펴본다면 잔주름이 자글자글 할거야.

“우우우......”

그나저나... 이대로 5일을 사느니 차라리 지금 죽는게 낫다고 생각될 정도로... 아프다.

“여신님... 살려주세요...”

듣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일단 입은 열어 보았다.

-무슨 일인데?-

“자르카가 괴롭혀요...”

으득.

지금 들리는 소리로 보니 앞으로 자르카는 치아건강도 조금 신경 써야 할 것 같았다. 아니, 매일 풀만 먹으니 상관없나?

-장난치지 말고. 혹시 몸이 나아지거나 하지는 않았어?-

“전...혀.”

내 힘으로는 말을 하는 것이 한계다.

-......큰일인데. 지금 내가 신계에서 이탈할 수도 없고-

‘결국 도움은 못 준다는 건가......’

-네가 신계로 온다면 모를까-

응? 신계?

“신계에 가면... 치료가 되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할거야 아마도-

드디어 희망이 보였다.

“뭐래? 치료가 된데?”

자르카의 물음이었다.

“그렇긴 하다는데... 여신과 만나야 하는데, 이 곳으로 올 수가 없데.”

“......다른 방법은?”

갑자기 장난기가 돌았다.

“혼족의 날개를 뜯어서 3일간 푹 삶아 먹으라고 하던데.”

참고로, 고문헌에는 혼족에게 날개가 있었다고 하지만 자르카를 보면 그것이 헛소문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개뿔’과 같은 물건이라고 해야할까. 있지도 않은 물건이라는 말이다.

“......”

자르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장난이 너무 심했나?’

하긴, 나도 내 팔로 약을 만들어 먹는다고 하면 화를 낼 거다.

“그 정도로 살아난다면. 내가 희생하지.”

“......아니, 농담인데.”

갑자기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내가 곤란하잖아!

“......그래서. 농담이 아닌 진짜로 나을 방법은?”

농담이라는 말을 들은 자르카는 내 등을 살살 문지르며 물었다. 으윽... 살살 문지른다고 하지만 그래도 손닿은 부분이 욱신거려... 이런 식으로 복수하다니... 치사하다!

“우우... 신계로 오라는데...”

“......신계?”

그 말을 들은 자르카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응. 신계. 여신이 지금 나올 수 없다던데.”

“......”

자르카의 인상이 일그러진다.

“......너. 신계가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아니. 몰라.”

내 대답에 자르카는 이마를 짚으며 괴로워했다. 왜 저러지?

“......신계가 있는 곳은......”

자르카는 그렇게 말하며 창문 밖을 가리켰다.

“봐봐.”

“......고개도 못 돌리겠는걸.”

내 말에 아세아가 다가와서 목을 돌려주었다.

‘으윽, 조금 아프잖아’

다행히 이 여관은 창문이 조금 낮았기에 아세아가 약간 고개를 들어주자 탁자에 엎드린 상태에서도 밖을 볼 수 있었다.

“......이 근처에 있어?”

밖에 보이는 건 노숙하고 있는 호위들의 천막밖에 없었다. 다른 상급신관들은 다 돌아갔지만 만약을 대비해 오로스가 여기에 남아있었으니 오로스 호위들의 천막이겠지.

“......그곳에서 위로 시선을 돌려봐.”

위로 시선을 돌리니 무란산맥의 일부인 산이 보였다.

“......무란산맥에?”

“더 위로.”

지금의 자세로는 저 산보다 위의 광경을 볼 수 없었지만, 대충 무엇인지 이해가 갔다.

“......하늘에?”

“그래.”

자르카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내 날개를 먹으면...”

“농담이라니까.”

“......설마.”

으윽, 또 무슨 짓을 하게! 난 지금 아세아가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는 것도 칼맞는 것처럼 아프다고!

“......진짜로 내 날개가 효능이 있는데 괜히 미안해서 그러는거 아냐?”

“......”

황당해서.......말이 안나온다.

“그거 진짜 농담이라고. 그냥 신계로 오라는 말 밖에 안 했어.”

하지만 하늘이라면 갈 방법이 없군. 그럼 이제 내 목숨은 3일...정도 남은 건가?

“......라드.”

아세아가 웬일로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어째서 자신이 죽는 상황에서도 별 반응이 없어?”

“......글쎄?”

그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 나는 별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 죽는다는 말에도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고 말고 있는 듯하니까.

‘빛의 대신전에서 죽음을 약간 경험해봐서 그런가?’

스스로 떠올린 생각이었지만, 곧 부정했다. 그 전에 죽기 일보 직전의 상태로 아세아를 처음 만났을 때, 죽였다고 생각한 세키에게 당했을 때에도, 그리고... 가슴에 칼이 꽂혔을 때에도, 이번에 백작의 마력탄을 보았을 때에도......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난...

난.죽.음.을.두.려.워.하.지.않.았.다.

“......그러고 보니... 그렇네?”

내 죽음에 대한 감응이 별로 없었다. 그 이유가 뭐지?

[너는 앞으로 내 이름의 일부를 물려받아 살게 될 것이다]

“!!!”

머릿속으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스쳐지나갔다. 감정이 없는 기계와도 같은 목소리가.

피이이이잉...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어째서......?!’

“......라드?”

아세아의 걱정스러운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가끔씩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뭐지? 내가 아줌마에게 발견되기 전에 알던 사람들인가? 그것에 대해 생각하려 하자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 왔기에 그 목소리에 주인에 대해서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저 한 줄기의 의문만을 가슴에 품어둘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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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2nd 05. 순간 가속 능력(6) +2 11.10.11 529 5 103쪽
» 2nd 05. 순간 가속 능력(5) +1 11.10.10 543 5 72쪽
63 2nd 05. 순간 가속 능력(4) +1 11.10.10 538 6 75쪽
62 2nd 05. 순간 가속 능력(3) +1 11.10.09 526 7 67쪽
61 2nd 05. 순간 가속 능력(2) 11.10.09 533 24 58쪽
60 2nd 05. 순간 가속 능력(1) +1 11.10.09 577 11 72쪽
59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6) +2 11.10.08 540 6 64쪽
58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5) +1 11.10.08 547 9 88쪽
57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4) +2 11.10.08 536 5 71쪽
56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3) +1 11.10.07 530 7 66쪽
55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2) 11.10.07 525 6 51쪽
54 2nd 04. 마계의 절대군주(1) +1 11.10.07 565 5 57쪽
53 2nd 03. 마왕과 마황자(4) +1 11.10.07 636 9 35쪽
52 2nd 02. 마왕과 마황자(3) +2 11.10.06 564 6 85쪽
51 2nd 02. 마왕과 마황자(2) +1 11.10.06 594 7 62쪽
50 2nd 03. 마왕과 마황자(1) +1 11.10.06 608 6 57쪽
49 2nd 02. 어둠의 유적(10) 11.10.05 593 7 73쪽
48 2nd 02. 어둠의 유적(9) 11.10.05 587 5 72쪽
47 2nd 02. 어둠의 유적(8) +2 11.10.05 608 5 85쪽
46 2nd 02. 어둠의 유적(7) 11.10.04 609 6 91쪽
45 2nd 02. 어둠의 유적(6) 11.10.04 618 5 61쪽
44 2nd 02. 어둠의 유적(5) 11.10.04 651 4 71쪽
43 2nd 02. 어둠의 유적(4) 11.10.04 661 5 64쪽
42 2nd 02. 어둠의 유적(3) +1 11.10.04 706 8 65쪽
41 2nd 02. 어둠의 유적(2) +2 11.10.03 763 5 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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