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나니 마왕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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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stable
그림/삽화
Zig
작품등록일 :
2019.02.24 00:11
최근연재일 :
2024.09.07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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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12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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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그는 시비 걸어야 할 상대를 잘못 골랐다

DUMMY

내가 원하는 드래곤 퀘스트를 받기에는 퀘스트 경험이 별로 없는 게 계속 문제가 되었다.


“물론 저야 내어드리고 싶긴 한데... 혹시라도 류셀 씨가 잘못되면 전부 제 책임이라서요...”


우물쭈물대는 리사를 보고 있자니 묘안이 하나 떠올랐다.


“그럼 이런 건 어때, 넌 우리팀에게 퀘스트를 주지 않았지만 우리가 마음대로 드래곤을 처치하고 왔다는 건?”

“정말 셋이서 드래곤을 처리하러 가실 생각이신가 보네요...”


리사가 턱에 손을 괴었다.


“보통은 퀘스트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몬스터를 하나 둘 쓰러뜨려보았자, 보상은 나오지 않는게 원칙이긴 한데요. 자이언트 드래곤 정도 되면 길드에서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그 말은,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건가?”

“일단 비공식이긴 하지만 퀘스트라서요. 자력으로 드래곤을 쓰러뜨렸다면 보상으로 금화를 받는 정도가 아니고, 나라에서 주최하는 연회에까지 참가할 수 있을 걸요?”

“그렇단 말이지. 알았다.”

“아, 그래도 꼭 조심하셔야 해요? 위험할 것 같으면 바로 도망치세요.”


리사는 몇 번이나 당부하고 나서야 자이언트 드래곤의 위치를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래서? 언제 출발할 거야?”


낭보를 가지고 돌아오자 시이나가 다리를 대롱거리며 말했다.


“말해두겠지만, 시이나가 올 의무는 없다. 광맥은 몬스터들의 소굴이 되어있다고 해, 모험자들 사이에서도 위험한 장소로 분류되어 있어. 드래곤이 있는 최심부까지 얼마나 걸릴지도 모른다.”

“어라~? 내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 류셀.”

“이건 내가 이스에게 맡은 의뢰니까. 부외자를 끌어들일 생각은 없어.”

“...”


진지한 대답이 돌아오자 시이나가 고개를 숙였다.


“딱히 아무 생각 없이 따라가겠다는 건 아니야. 나도... 드래곤을 직접 만나고 싶기도 해.”

“드래곤을?”

“드래곤은 지난 전쟁에 아예 참가 안 했거든. 그 연유를 듣고 싶어.”

“마족 편에 붙지 않은 걸 따지겠다는 소리인가?”

“그런 건 아냐. 드래곤은 그렇게 강대한 힘을 가졌으면서... 방관하는 이유가 뭔지 알고 싶어서 그래. 이걸로는 이유로서 부족할까나.”


힘없이 말하는 시이나의 어깨에 손을 얹어주었다.


“부족하지 않아. 목표가 생겼다면 관철하는 게 당연하다.”


시이나는 쑥스러운지 꼬리를 동그랗게 말아올렸다.


“...고마워.”


한동안 주방에서 뭔가 하던 이스가 찻잔을 가지고 돌아왔다.


“여러분, 마셔보세요. 피로를 덜어주는 효능의 훌트 차라고 해요.”

“뭐야? 그런 건 사놓은 적 없는데.”

“제가 가지고 온 거예요.”


셋이 사이좋게 차를 마셨다.


“출발은, 오늘로 하지.”


아직 해가 중천이었다.


“류셀 씨치고는 꽤나 서두르시네요? 무슨 일 있어요?”

“별로.”


마음에 걸리는 게 있기는 했다. 섣부른 걱정이라곤 생각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한시간 안에 필요한 짐을 전부 싸는 게 좋겠어. 내 전이 마법으로 단번에 왕국 밖으로 나가지.”


이스는 원초 가볍게 짐을 싸서 여행하던 입장이고, 시이나도 챙길 건 많지 않았는지라 한시간 안에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


광맥은 도보로 갔다면 열흘은 족히 걸릴 위치였다. 하지만 전이마법을 연달아 사용해 눈에 보이는 지점까지 한 번에 가는 것으로, 우리는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 바로 광맥입구에 도달할ㅡ예정이었다


드래곤 토벌을 위해 북부 산맥지대로 전이한 우리를 맞이한 것은 한 무리의 기사들이었다. 그들은 어딘가 얼굴이 낮이 익었다.


모험자 길드에서 두고 보라고 외치며 떠난 귀족 나부랭이. 그 수하들이겠지. 모종의 루트를 통해 우리가 드래곤 퀘스트를 받았다는 걸 알고 여기에서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멈춰라! 왕국령에서의 전이는 허가 없이는 중범죄라는 걸 모르나!”

“이런~ 겨우 여행이 시작하나 싶었더니 이렇게 되네요.”


이스가 위기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한탄을 했다.


“류, 류셀 어떡하지... 저 문장은...”


시이나가 경직되었다. 기사의 갑옷에는 아키넬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대뜸 큰소리를 친 기사는 헬멧을 벗고 말에서 내려왔다. 이스와 시이나의 몸을 음흉한 시선으로 훑더니 내게 삿대질을 했다.


“취조가 필요하겠군! 여자들은 우리가 연행해 가겠다. 너는 바로 감옥행이다. 목숨이 아깝다면 순순히 따르는 게 좋을 것이다.”


취조, 라는 것은 아키넬 가문을 떠벌리고 다니는 그 놈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이겠지. 유력귀족 정도면 모험자 몇을 어떻게 한들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에 끌고 다니는 토끼 아인 노예를 봤을 때 취급이 어떨지는 뻔했다.


전이 마법을 썼다는 건 결국 구실에 불과한 것이다. 그 귀족 나부랭이는 참 졸렬하다.

기사는 밧줄을 들고 시이나에게 다가갔다.


“마족 주제에 좋은 몸을 가지고 있군. 케이네스 님도 기뻐하실 거다.”


시이나의 동공이 흔들렸다.


“시이나 씨,”

“이스... 반항한다면 본보기로 사형 당할지도 몰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잡혀간들...”


시이나가 흐린 뒷말을 이스는 바로 알아들었다. 성노예로 전락한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사가 시이나의 몸에 손을 대려 한 순간이었다.


“...어?”


밧줄을 들어 올리려 한 기사는 어리둥절했다. 왜냐하면 그곳에는 더 이상 그의 손이 없었기 때문에.


뒤늦게 자신의 두 손이 절단당한 것을 안 기사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


사방에 선혈이 뿌려졌다.


“네... 네 이놈! 무슨 짓을 한 건지 아는 거냐!”


내가 검을 비껴 쥐고 있는 것을 보고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 마법을 다루는 자는 없는 듯했다.


“내가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을 기다릴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좀 더 부드러운 방법을 택하는 게 나았겠군. 내가 여자를 그냥 넘길 거라고 생각했나.”


슬쩍 뒤를 돌아보니 이스는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시이나는 너무 놀라 넘어질 뻔하고 있었다.


“사형! 사형이다! 이놈들의 목을 베어라!”


두 손이 잘린 기사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기사들의 검이 일제히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류셀!”


뒤에서 패닉에 빠진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번에는 기사들이 패닉에 빠질 차례였다.


“뭐, 뭐야!"

“뭐에 막힌 거지? 이건 도대체...”


뱀의 형태로 나를 뒤덮은 마력 구름에 기사들이 당황했다. 검을 계속 내리쳤지만 내게 검격은 닿지 않았다.


“덕분에 여러 가지 시험해볼 수 있겠어. 힐.”


나는 당황하는 기사들을 무시하고 두 손이 잘린 기사에게 힐을 걸었다. 절단된 면에서 새로운 손이 자라났다.


“오, 내 손이! 손이 다시 생겼어!”


기사는 기뻐하면서 손을 들어 보이다, 갑자기 푹 쓰러졌다.


“어이! 괜찮냐!”


동료 기사 하나가 급히 달려가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경악에 빠져 신음소리를 내었다.


“뭐냐... 이건...”


쓰러진 기사의 얼굴은 노인의 그것이 되어 있었다. 머리는 하얗게 세어버렸고, 갑옷 너머로도 앙상한 뼈만 남은 몸이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무슨 마법을 건 거냐! 저주인가?!”

“아니, 힐이다.”


나는 만족스럽게 미소지었다.


“손을 다시 자라나게 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계속해서 힐을 걸었다. 세포의 재생을 극단적으로 빠르게 하면, 그만큼 노화속도도 빨라지지. 이미 그 놈ㅡ아니, 노인은 죽을 나이가 다 되었던 모양이군. 숨이 끊어진 걸 보니.”

“잘도! 뻔뻔하게!”


다시 몇 번이고 검을 내리쳤지만 내게는 도달하지 않는다. 나는 검을 꺼내어 한 번, 횡으로 그었다. 내 바로 앞에 있던 기사의 몸이 두 동강 나 쓰러진다.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왔다.


“괴... 괴물...”


힘의 차이를 실감한 것인지 나머지 기사들이 전의를 잃었다.


“맞아. 나는 괴물이다. 그러니 너희들은 죽는다.”


나는 담담히 사실을 고했다.


“그럼 너희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몇 가지 수단을 두고 고민하고 있자니, 그들 중 하나가 겨우 입을 열었다.


“하.. 항복을...”

“멍청한 것. 너희를 살려둬서 내게 이점이 뭐가 있지? 보나마나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가져다 바칠 것 아닌가? 이미 너희들의 미래는 하나로 결정된 거다.”


나는 주위를 가리키는 제스쳐를 취했다.


“다행이게도 성문에서 꽤 떨어진 곳까지 따라와 주었군. 목격자도 없다. 손대중할 필요도 없어. 너희들은 여기서 죽는 거다.”


내 검은 그림자에서 검은 늑대가 세 마리 튀어나왔다. 처음 죽인 마물의 형태를 재현한 것이다. 짐승들은 잔뜩 굶주린 것처럼 사나운 이를 벌렸다.


그것의 형태는 조금씩 시시각각 변화해, 보는 이로 하여금 그것이 단순한 짐승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겁에 질린 기사들은 말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말들은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주인처럼, 말들도 극심한 공포에 빠진 것이다.


나는 박수를 한 차례 치며 말했다.


“자, 식사시간이다.”


이어지는 건 우걱우걱. 비명소리. 그리고 짙게 퍼지는 피 냄새.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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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신화의 괴물 +2 19.05.25 916 20 11쪽
41 선전포고 +3 19.05.22 957 24 10쪽
40 헬하운드와 펜리르 +1 19.05.19 976 1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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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다크엘프 +2 19.05.16 1,024 22 10쪽
37 시찰 +1 19.05.12 1,016 23 9쪽
36 목적과 이유 +2 19.05.11 1,075 24 9쪽
35 전쟁의 준비 +4 19.05.09 1,142 24 9쪽
34 네이아르 백작 +2 19.05.06 1,168 2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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