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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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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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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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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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142

**

조현아 자살 사건.

2018.08.03. 자살 사건을 듣고 급하게 이동한 경찰청 전국수사팀 소속 박수호 경사가 제일 먼저 발견, 그녀는 스타킹으로 목을 맨 채 죽어 있었다.

제일 마지막에 그 집을 나선 건, 김명호의 친부였던 종인현이었으나, 그 또한 자신의 집에서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성행위 또는 성폭행의 흔적은 없었고, 반항의 흔적도 없었다.

단, 수면제가 혈액의 다량 들어가 있었던 점으로 타살이라고 의심되지만, 제일 유력한 용의자인 종인현이 사망하면서 자살로 종결 한다.

**


인천광역시 북구. XX동.

산 밑에 바로 있는 한눈에 보아도 부잣집이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마당과 백 평은 거뜬히 넘어 보이는 이층 구조의 저택을 손전등으로 비추어 확인한 이신후가 눈살을 찌푸렸다.

“아직 경매 중이라서 다행이긴 한데, 집이 좀 을씨년스럽군.”

그의 말에 옆에 있던 한 여인이 입을 가린다.

“호호. 귀신 안 무섭다면서요.”

“귀신이 아니라. 저기 창문이 깨진 것도 그렇고, 문이 열린 것이, 새로운 증거는커녕 고생만 하다 다시 나올 거 같아서 그렇지.”

그의 말에 긴 머리를 뒤로 묶은 여인이 자신의 잘록한 허리를 더 강조하듯 코트의 허리끈까지 묶어 몸을 움직이기 편하게 하더니, 두 소매를 걷어 올리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래도 가봐야죠. 그리고 운동화로 갈아 신고 오길 잘했네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간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자.

“도깨비라 그런지 겁이 없어.”

작게 중얼거린 이신후가 그녀 뒤로 황급히 따라갔다.

“은비야. 내가 먼저 간다.”

“괜찮아요.”

“됐어! 어두운데, 어설프게 창문 넘다가 다치지 말고, 내가 현관문 앞에 있는 물건 치워줄 테니까, 기다려.”

“그래도.”

“박수호가 너 다쳤다는 소리 들으면 죽이려고 들 거 같아서 그런다.”

“헤헤. 저는 그럼 외곽 사진 좀 찍을게요.”

“그래.”

이신후가 자신의 자그마한 손전등을 꺼내 입에 물고, 대각선으로 쓰러진 신발장을 다시 세우고 주변 정리하고 있을 때, 우은비는 외곽을 돌며 창문을 중심으로 사진을 찍었다.

번쩍. 번쩍.

“창문에 돌멩이를 던진 것 말고는...”

중얼거리며 뒤편까지 돌아간 그녀.

“어이! 다 끝났어!”

“네!”

이신후가 부르자 그녀는 아까 자신이 있던 곳으로 뛰어갔고, 그곳에는 땀을 훔치며 숨을 고르고 있는 이신후가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그래. 고생했지.”

“제가 이번 사건 끝나면 맛있는 국수 한 사발 쏠게요.”

국수라는 단어에 이신후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이냐?”

“그럼요. 영자 아주머니랑 같이 오세요. 아주머니도 좋아하는 냉면도 잘하는 가게예요.”

“오~ 그래.”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단지 오래 방치되어 뒤틀린 원목 가구들과 울퉁불퉁한 장판과 누렇게 뜬 벽지, 그리고 수북이 쌓인 먼지들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그나마 멀쩡한 건 대리석 바닥이 깔린 거실과 복도였고, 그곳을 지나가다 김명호와 그녀가 부둥켜안고 있는 가족사진이 걸린 곳에서 두 사람은 멈춰 선다.

“사진으로만 보면 착해 보이는 사람들이... 쯧.”

이신후가 혀를 차는 가운데, 사진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던 우은비는 액자로 손을 뻗었다.

“뭔가 이상한. 어?!”

살짝 건드리자 액자가 갑자기 옆으로 툭 틀어지더니 안에서 비밀금고가 하나 나타났다.

놀란 눈으로 그걸 바라보던 우은비.

“아저씨. 혹시 이거.”

“아니, 보고서에는 없었다.”

“건드린 흔적은 없어요.”

“일단 사진부터. 찍고, 동영상 찍어줘.”

말한 뒤, 이신후는 손전등을 입에 물고 주머니에서 장갑을 꺼내었다.

“예!”

그녀가 사진을 찍고 나서 조작하더니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준비됐어요!”

“찍어.”

그녀가 한손에는 손전등으로 전방을 비추고 다른 한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찍기 시작하자, 이신후는 조심스럽게 장갑을 낀 두 손을 뻗어 금고를 만졌다.

“전자식 같은데. 잘만하면.”

철컥.

“그냥 열렸네요. 원래 이렇게 쉽게 열려요?”

“아니, 전기만 통하면 오히려 일반 열쇠 형식의 금고보다 더 안 열린다. 문도 더 두꺼워서 일반 도둑들은 절대 손도 못 대지. 여기 전기가 끊긴 걸 행운으로 여기라고. 그럼 연다.”

“예.”

끼이익.

녹슨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나면서, 성인 머리 크기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 안에는 이십 개 정도 되는 금괴와, 현금과 무기명 채권이 가득 들어 있었다.

“얼추 계산해도 이십억은 넘어 보이네요.”

“이걸 투기꾼들이 알았으면, 땅 치고 후회할 거다.”

“몰라서 저는 다행이에요. 아직 보상 못 받은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잖아요.”

“그렇지. 허술하게 수사한 경찰이 고맙기는 처음이구나.”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안을 뒤지던 이신후는 검은색 편지 하나를 발견한다.

검은색 편지는 구겨졌다가 편 상태였고, 편지 봉투에서 편지지를 꺼낸 이신후가 읽어 내려갔다.

“여러 번의 기회를 줬음에도, 끝까지 나쁜 놈의 삶을 산 당신의 아들은 끔찍한 고통 속에 죽을 것이다. 그 전에 피해자들에게 보상해라. 그러면 최소한 깨끗한 죽음을 주마.”

그리고 마지막에 적힌 글자를 본 이신후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개미.”

카메라로 내용을 찍고 있던 우은비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소름 돋네요.”

“그래... 이 편지를 보관한 게 어쩌면 그녀도 이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는 걸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니면?”

“개미가 사건이 끝난 다음에 이곳에 넣었을지도 모르지.”

“하긴, 만약 이 편지를 봤다면, 그녀가 자식을 보호해 달라고 했겠죠. 하지만 소장에게서 그런 말은 듣지 못했잖아요.”

“음... 워낙 거짓말을 자주 하는 위인이라 잘 모르겠다. 일단.”

갑자기 상체를 숙인 이신후가 바닥 위를 훑어보았다.

“먼지 흔적에는 우리 발자국밖에 없다.”

“그렇다면 정말로 그녀에게 이 편지를 보냈다는 뜻이거나, 사건 직후 들어왔다는 거네요.”

“어느 쪽이든 좋지 않아.”

“어째서요?”

“먼저 보냈다면 이곳의 주소를 알고 있는 박수호에게 불리해. 너도 알다시피 이곳은 그녀 이름이 아니라, 그녀 친척 중 돌아가신 분 이름으로 되어 있던 곳 아니냐. 그거 때문에 경매도 늦어진 거고.”

“아... 맞다. 그런데 사건 직후에 들어 온건...”

“우리 내부에 개미가 있다는 뜻이잖아. 경찰 혹은 검찰.”

이신후는 굳은 얼굴로 검은 편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들 중에 개미가 숨어 있고, 박수호를 기습했다는 이야기가 되지. 만약, 박수호가 개미가 아니라면...”

이신후가 말을 흐린 가운데,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가 그 말을 마무리했다.

“그를 공격하고 있는 자 중에 개미가 있다는 뜻이 되네요. 혹은 그들을 조종할 수 있는 위치의 있거나.”

“그래... 박수호가 잘 버텨줘야 할 텐데...”


**

**


박수호의 눈이 감길 때마다 이명환과 김성수는 깨우면서 잠을 못 자게 했고, 같은 질문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때마다 박수호는 전혀 흔들림 없이 같은 대답을 하면서, 두 사람의 얼굴은 박수호보다 더 피로함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김성수 경사. 듣고 와봐.”

“예!”

김성수가 나가고 두 사람만 남은 가운데, 박수호가 중얼거렸다.

“이십 시간.”

“그런다고 나와 김성수가 흔들린다고 생각하지 마.”

“이상해. 정말 이상하단 말이야...”

“무슨 소리지?”

“김화선.”

박수호의 말에 이명환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그 사건은 왜 언급하지 않는 거지? 너희들에게 불리한 거라도 있나? 하긴. 검찰청 유치장에 들어가 있던 김화선이 갑자기 죽어 있었으니. 얼마나 당황했겠어. 사인은?”

“말할 수 없다.”

“살인이라면서. 살인인데, 뭐에 죽었는지도 파악 못한 거야? 아니면, 살인이 아니라 자살-”

“아니다. 살인, 확실히 네가 죽인 게 맞아!”

이명환의 고함에 박수호은 싱긋 웃었다.

“그러면 말해 보라니까. 솔직히 그 사건만 집중하기만 해도, 내가 개미라는 증거 찾을 수 있을 텐데. 아닌가?”

쾅!

주먹을 내리친 이명환이 고함을 지르려다가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 그러더니 그의 입가에 희미하게 미소가 맺힌다.

“박수호. 네가 두 사람을 죽인 거다.”

“두 사람?”

“이신후와 우은비. 두 사람이 실종되었다.”

실종이라는 단어에 박수호의 얼굴이 굳어진다.

“실종?”

“조현아가 자살한 자택에서 비밀 금고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개미가 보낸 것으로 추정된 편지까지 있다고 신고했지. 그런데, 그들이 도착했을 땐, 물건만 남고 신고한 이신후와 우은비는 사라졌어.”

이명환의 말에 박수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사라지다니?”

“말 그대로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증거를 찾았는데, 말만 하고 사라지다니!”

“개미가 보낸 편지가 있다는 건, 주소를 알고 있는 네게 언뜻 불리한 이야기지만, 제일 유리한 증거 중 하나다. 왜냐하면, 범죄자가 자신이라는 걸 확실히 알려주는 무언가를 남기는 것만큼 어리석은 건 없기 때문이지. 특히 치밀한 범죄자로 추정되는 개미가, 그런 바보 같은 행동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야. 하지만, 경찰이 발자국을 추적한 바로는 그들은 조현아가 죽은 방까지 간 모양이야. 그곳에서 그들도 예상치 못한 새로운 증거를 찾아낸 건 아닐까? 그래서 너를 추종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그자를 죽인 건 아닐까?”

“그런 억측으로 날 옭아맬 생각부터 하지 말고, 두 사람부터 찾아!”

박수호의 고함에도 이명환은 느긋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했다.

“두 사람은 성인이잖아. 성인이 사라지고 나서 바로 수색하는 내용은 경찰이 가지고 있는 실종 매뉴얼에는 없다고.”

“이 새끼가 사람 목숨이 위험한데 그걸 가지고 장난치는-”

“그러니까. 네가 개미라고 자백하면 다 끝난다니까? 그러면 아무 문제 없이 끝난다고.”

강렬한 눈빛으로 이신후가 자신을 바라보며 한 말에 박수호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봐봐. 결국 자신의 안위를 위해 너는 그들이 아닌, 자신을 선택했잖아.”

“난 하지도 않은 일을-”

“한 일을 숨겨놓고 그런 말을 해봤자. 소용없어. 자 선택해. 자백할 거야? 아니면 입 다물 거야. 자백하면 실종자들 찾아내지. 그게 아니라면 난 아무것도 하지 않겠어.”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의자에 몸을 기댄 이명환의 모습에 박수호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노란색.


“나는...”

박수호의 목소리에 이명환의 눈을 떴고, 박수호는 말을 이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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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12# 48시간 (2) +2 19.09.10 219 12 11쪽
145 파일12# 48시간 (1) +2 19.09.09 322 1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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