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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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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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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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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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8# 살아있는 이유(3)

DUMMY

119

**

박진성(54) 다음 대선 주자로 낙점된 자로, 박진남을 밀어내고 당대표에 올라 활동 중이다. 과거 경찰이라는 신분과 방송에서 쌓아 올린 신뢰를 바탕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국회의원으로...

**


XX당 건물. 4층 회의실.

박진성은 쭉 째진 눈으로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박수호를 올려다보며 손을 내밀었다.

“선배로서 응원 중입니다. 재벌, 지역 유지, 같은 경찰, 무엇보다 가족.”

가족이라는 말을 강조한 그가 말을 이었다.

“그 모든 요소를 배제하고, 공정하고 엄중한 수사를 해주신 점,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팬입니다.”


1


노란색.

박진성의 손을 잡고 악수를 한 박수호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저도 선배님이 정치권으로 가서 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한다는 점에서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팬입니다.”

“하하. 확실히 박진남 의원님의 아들이라서 그런지, 말을 잘하는군.”

말하면서 맞잡았던 오른손을 빼고 살짝 쥐웠다폈다한 그가, 싱긋 웃으며 한 곳을 가리켰다.

“자 저기 앉아서 대화를 나눠 보도록 할까요.”

“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그래요? 하지만 간단한 조사라도 녹음을-”

“반말을 했다고 해서, 법의 잣대가 느슨해지지도, 엄격해지지도 않는다는 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박수호의 말에 박진성의 눈썹이 살짝 꿈틀거렸다.

“으음... 뭔가 다른 뜻이 섞인 거 같네만.”

“네?”

“아니네. 일단 앉도록 하지.”

자리 잡은 두 사람에게 젊은 여성이 다가왔다.

“의원님, 한 시간 뒤에 당내 대표 회의가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금방 끝내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박수호가 부드럽게 말하자,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여성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정말 다행이네요. 드시고 싶은 차라도 있으시면-”

“아닙니다. 저는 제가 직접 산 생수밖에는 먹지 않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자판기 커피 정도?”

박수호의 말에 여성의 얼굴이 살짝 굳어진 가운데, 박진성이 크게 웃더니 말했다.

“자네, 설마 누가 약이라도 탄다고 생각하는 건가?”

“예. 케이그룹 사건 조사 때, 세 번 정도 있었고, 그 외에도 다른 사건에서도 조사 나가서 GHB까지 탄 걸 찾아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의 말에 박진성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런 말을 언론에 못 들었는데, 그렇게까지 음해하려 든다고?”

“그 정도면 양반입니다. 실제로 죽이려고 든 적도 있습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상대한 사람들 대다수가 권력과 돈이 상당하신 분들이 제법 있다는 걸요. 그리고 제 눈앞에 있는 분도 엄청나시고요. 대선주자시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박진성은 어색한 미소를 흘린다.

“말이 대선주자지, 예전에 시장했던 내 또래 사람처럼 팽 당하고, 연줄 있는 사람을 갑자기 대선 주자로 내세울 수도 있는 곳이, 바로 정치권일세. 그건 자네 아버지 사례로 보아서도 잘 알지 않나.”

“죄를 범해서 떨어져 나간 분들이 더 많지만, 아무튼 현재까지는 대선에 제일 가까우신 분이신 건 사실이니까요.”

박수호는 수첩을 꺼내며 말을 이었다.

“시간도 없으신데, 간단하게 몇 가지 질문만 하겠습니다.”

“박비서. 잠시만 나가 있어요.”

“하지만-”

“나가라면 나가.”

강압적인 말을 하고서야, 박비서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나갔고, 그녀가 나가자마자, 박수호가 입을 열었다.

“따님에게 너무 강하게 말씀하신 거 아닙니까.”

“가끔 참견이 너무 심해 일을 그르칠 때가 있어서 말이야. 자네와 다르게 아직 표정 관리도 제대로 못 하고, 일 처리도 물러.”

“미국 하버드 졸업에,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돌아온 따님이 무르다는 건 좀...”

“그래봤자, 현장에서 구른 자네보다 못하지. 입바른 소리는 그만하고, 질문이 뭔가.”

날카로운 눈빛과 목소리에 박수호도 자세를 바로 세웠다.

“안민수 검시조사관님을 아십니까?”

“안민수?”

잠시 허공을 향했던 그의 눈동자가 박수호에게 다시 움직인다.

“십 년 전 이맘때 죽은 사람이지?”

“예.”

“내가 듣기로는 내가 맡았던 살인사건에 대해 듣고 싶다고 해서 응한 건데, 그건 살인사건이 아니라-”

“그분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았고, 그때 당시 사고사로 감정했던 부분이 과학기술의 발달과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얻은 정보로 타살일 수도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때 조사가 누락됐는지 모르겠지만, 검강검진을 한 기록을 발견했고, 거기서도 문제가 없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과거 정신질환자의 환상이라고 치부했던 모습이 진짜 살인 사건이 아닌가 의심스러워 재조사 중입니다.”

“그래? 하지만 나는 그때 당시 수사를 담당하지 않았는데, 왜 나를 찾아온 건가?”

“몇 분이 저희에게 그때 당시 조용히 넘기라고 말한 윗분들이 있다고 진술해서요.”

“그중 하나가 나고?”

“예.”

“으음... 누가 그랬는지 궁금하군.”

“죄송하지만 정보원들의 출처는 죽어도 밝히지 않는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알고 있네. 일단 자네가 말한 내용이 사실이라고 해도, 문제가 될 이유는 없지 않나?”

“살인사건의 경우 관련자들 전부 알리바이를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박수호의 말에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지금 나를 범죄자 취급하는 건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를 듣자마자 박수호가 살짝 위를 올려다보았다.


노란색.


“가족까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라. 그게 수사의 기본 아니겠습니까.”

“미안하지만, 그때 당시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아.”

“그렇군요. 알리바이 없음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이보게, 마치 내가 범인인 거 같지 않나.”

“죄송합니다. 하지만, 사실이지 않습니까.”

박수호와 시선이 마주친 그가 살짝 옆으로 눈동자를 움직이자, 박수호는 수첩으로 시선을 옮겼다.

“조용히 넘어가려 한 이유는 알 수 있을까요?”

그는 혀로 입술을 축인 다음 입을 열었다.

“수사해봐서 알겠지만, 그때 당시 우리 과학수사 관련 팀은 비리에 대한 소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네, 그래서 최대한 빨리 수사를 마무리해달라고 한 것뿐이야.”

“수사에 압력을 가한 건 인정하신 거군요.”

“압력이 아니라, 서장님을 비롯한 다른 분들도 서울지청의 감사대상이 될까 봐 그런 거라니까.”

“죄가 없으면 두려울 이유도 없지 않습니까?”

“죄가 없어도 만들면 그만이라는 것도 알지 않은가?”

잠시 서로 마주보다가 박수호가 입을 열었다.

“안민수 사건 때처럼 말입니까?”

그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그는 분노조절 장애는 물론이고, 일종의 망상증, 그리고 항시 긴장되어 보여서 휴식이 필요해 보였네. 죄를 저지르고 있는 범죄자처럼 말이지...”

“직접 조사하지 않고, 자신의 판단만으로 사건을 덮으라고 종용하셨다는 겁니까?”

“조사한 사람들에게 그 말은 듣지 못했나 보군. 후...”

의자에 몸을 기댄 그가 굳은 얼굴로 말을 이었다.

“강서 경찰서에서 일 년 사이에 세 건이 황당한 실수들로 무마된 경우가 있었네.”

“사건들이 전부 중요한 사건이었습니까?”

“전부 다 살인사건이었어.”

그의 말에 박수호의 눈이 커진다.

“살인사건을 세 번이나 실수로 무마가 되었다고요? 그게 말이 되는 일입니까?”

“당연히 안 되지. 두 건의 사건에서 나는 자백까지 받아냈어. 눈앞에 범인이 황당한 실수로 죄가 살인에서 과실치사나 무혐의로 변하는 걸 보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었네.”

“그 실수들이 전부 피해자와 연관되어 있었습니까?”

박수호의 말에 그는 고개를 젓더니, 검지를 들어 올렸다.

“하나만 관련되어 있어, 다른 사건들도 증거물보관소에서 하나, 강력팀에서 하나 이렇게 나왔지.”

“실수들이 뭔지는 아십니까?”

“피해자가 수집한 증거물 중, 제일 중요한 혈액 샘플이 오염되는 일이 벌어졌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보관소에서 흉기 중 지문이 있는 손잡이 부분이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고, 나머지 하나는 나도 알지 못하지만, 증거물이 훼손되었다는 것만은 알고 있지.”

“전부 다 증거물이 문제군요. 혹시 조폭이나 서로 아는 사이라던지-”

“아니, 조폭은 아니고, 각자 소득 계층도 틀리고, 경찰 중에 친인척이었던 자들도 없었어. 그래서 강서 입장에서 얼마나 골치 아팠겠나.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고, 훼손된 과정을 보면, 그럴만한 사정들이 다 있었어. 통장 검사까지 해봤지만, 의심스러운 점도 없었으니...”

다시 한 번 더 그가 크게 한숨을 내뱉었고, 박수호는 수첩을 내용을 적은 다음 입을 열었다.

“사건 이름과, 훼손된 경위를 아시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선, 내가 맡은...”

그에게서 말을 들은 박수호가 입을 열려고 했지만,

“곧 회의입니다.”

여비서의 말에 박수호는 벌리던 입을 굳게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박진성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박수호도 따라 일어났다.

“다들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걸세.”

“알고 있습니다.”

“혹시 도움이 더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하고.”


1


노란색.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박수호가 고개를 숙이자. 작게 고개를 끄덕인 그가,

“수고하게나.”

박수호의 어깨를 두드려준 다음 몸을 돌렸다.

그를 따라 바깥으로 나온 박수호는 복도 왼쪽에서 다가오는 두 명의 남성과 눈이 마주친다.

박수호와 비슷한 남자 뒤에 있던 사십 대 남성이 반가운 목소리를 낸다.

“수호구나.”

“안녕하세요. 최건 변호사님.”

“여긴 어쩐 일이야?”

“잠시 조사 때문에 왔습니다.”

조사라는 단어에, 박수호 뒤편에서 멀어지고 있는 남성을 바라보며 최건이 입을 열었다.

“조사? 저기 앞에 있는 박진성씨와 관련된 거야?”

“용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이십니다. 경력이 상당하신 범죄분석요원이셔서 제 사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최건은 살짝 아쉬운 목소리를 낸다.

“그래? 난 또 죄라도 저지른 줄 알았는데...”

쓴웃음 지은 박수호에게 말없이 있던 남성이 무뚝뚝하게 말했다.

“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아버지입니다. 제 아버지는 아직 잘 계십니다.”

“음... 네 반대로 다시 호적을 옮기지 않았을 뿐, 이제 정식으로 너는 내 아들-”

“삼선만 하고 그만둔다고 약속하셨으면, 그 약속부터 지키세요. 최소한 자식에게는 떳떳하고 싶은 게, 부모라던데... 쯧.”

혀까지 차는 박수호였지만, 눈앞에 남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대신 옆에 있던 최건이 굳은 얼굴로 박수호에게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분은 네 아버지야. 네가 이렇게 지역 유지나 국회의원들을 조사하고 다녀도 무사한 건, 아버지가 국회의원에서 버티고 있기 때문에-”

“십 년 전에는 몰랐겠지만, 지금은 건이 형도 아시잖아요. 제 아버지가 누구 때문에 국회의원 밥줄 잡고 있었는지. 그리고 뭐 때문에 밥줄이 돈을 지원했는지. 안 그래요? 설마 제가 다 떠벌리길 원하는 거예요?”

최건 머리 위 숫자가 파란색으로 변하는 걸 보며 박수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건이 형. 제가 형 대접하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그때 제가 진실을 말하지 못해서, 형이 똥통에 몸을 담갔다는 그거 하나예요. 물론, 말했다고 해서, 형의 집안 사정이 어려웠기 때문에 벗어나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그거 하나 때문에 참고 있는 거라고요.”

“수호야...”

“죄송하지만, 약속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사람을 아버지라고 부르게 강요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리고 경고하지만, 제 이름 팔지 마세요. 이름 팔면, 그대로 다 터트립니다.”

말을 마치고 박수호가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하자, 침묵하고 있던 의원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냐?”

“뭘요? 저 이용해서 돈 받은 거요?”

그의 질문에 의원이 침묵했고, 박수호는 그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속삭였다.

“중학교 그날부터.”

박수호의 말을 듣자마자, 의원은 몸이 비틀거린다.

“괜찮으십니까.”

그와 그를 부축한 최건을 뒤로 한 채, 박수호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며 중얼거린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제 방패막이나 되시라고요...”


**

박진성이 말한 사건들.

1. 공항 살인 사건(2008.03.12.) - 피해자(강칠.52.남)가 가해자(나준표.32.남)에게 한낮에 도로에서 속도 경쟁을 하다가 싸우게 되었고, 그 뒤에도 분이 안 풀린 가해자가, 피해자를 쫓아가 김포공항 화장실에서 칼로 찔러 죽인 사건이다. 그 당시 카메라는 작동이 중지된 사항이라, 범인 찾기기 쉽지 않았으나, 공항 도로 배수로에서 흉기가 발견되었고, 손잡이에 지문이 발견되어 체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증거물 보관실에서 손잡이 부분만 사라지는 괴이한 일이 벌어지면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었다.

2. XX아파트 살인 사건(2008.05.21.) - 피해자(이면수.43.남)가 칼로 수십 번 찔려 죽은 채로 열린 문이 수상해 들어온 경비원에게 발견된다. 가해자(최가인.44.남)는 바로 자백했지만, 살인이 아닌, 상대가 먼저 공격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다르게, 그가 먼저 공격했다는, 맞은편 아파트에 사는 목격자의 진술과, 동영상 증거가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가지고 있던 동영상 원본 파일을 분실하면서, 과실치사로 사건이 마무리된다.

3. 동계산 산로 살인 사건(2008.09.18.) - 피해자(김화인.16.여)의 피로 만들어진 웅덩이를 등산객이 발견했으며, 감식반이 혈액 샘플을 채취해 확인한다. 검사에서 다른 사람의 피도 같이 확인했으며, 용의자(최가운.42.남)이 체포된다. 시체는 발견하지 못했으나, 피의 양이 치사량이 넘는 수가 흘렀다고 판단되었고, 그의 집에서 피가 묻은 옷과 화장실에 피 반응까지 확인되어 체포된다. 그러나, 중요한 증거인 혈액샘플이 오염되어 다른 사람의 피가 섞인 걸 확인할 수 있었으며, 다시 채취하려고 했을 땐, 이미 비가 내린 상황이었다. 자백했던 범인이 갑자기 말을 바꾸면서, 사건은 미해결 상태로 빠지게 된다.

**


강서 경찰서.

사무실에서 사건 기록을 열람한 이명환이 얼굴을 구기며 말했다.

“세 사건 모두 피해자가 감식한 사건이네.”

“정확히는 과학수사대가 전부 동원되다시피 한 사건이다. 박진성도 두 사건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아파트 살인 사건에는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신은 모르는 사건이라고 말한 것과 다르게, 진술 질문에 관여한 것으로 적혀 있어.”

“그리고, 그 사건들 모두 두 형사가 개입했어요.”

서로 눈을 마주친 세 사람의 뒤에 이신후가 걸어오면서 말했다.

“그리고, 그 사건 가해자 모두 돈 좀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준표씨는 그 당시 주식 대박으로 책까지 써낸 사람이었고, 최가인, 최가운은 알고 보니 아버지가 같은 사람이었어. 그 아버지가 건설사 회장이고.”

“분명 경찰 내부에서 내사도 들어가지 않았을까요?”

김선애의 질문에 이신후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당연히 그것도 물어봤지만, 내사에서 증거가 발견되지 않으면서 일은 단순하게 실수가 각자 나오면서 생긴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리고 그 보고서는 여기 있고.”

이신후가 내민 파일을 제일 먼저 살펴본 이명환은 눈살을 찌푸린다.

“이건 그냥 말만 들은 내용이잖아요.”

“형식상으로만 했다는 거지. 문제는 십 년이 지난 지금, 우리가 조사해봤자,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다는 거다.”

“최소한, 그 사건들을 파악해야, 범인이 누군지 알 수 있는데...”

세 사람이 어두운 얼굴로 대화하는 가운데, 말없이 세 사건을 바라보던 박수호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피해자를 죽였을까?”

“어째서라니? 이 일에 연관되었거나, 연관된 사람이 누군지 알아서 그런 게 아닐까?”

이명환의 말에 박수호는 미간을 좁힌다.

“그러면 다른 곳에서 조용히 죽이면 되잖아. 굳이 살인 사건 현장에서 죽일 필요가 없잖아.”

“협박해서 그런 건 아닐까요? 사건 현장에 경찰을 제외한 일반인들이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테니, 제일 한적한 곳이잖아요. 저라면 그곳에서 죽이려고 들겠어요.”

김선애의 말에 이신후가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그곳만큼 주변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죽일만한 곳은 없겠어. 아마 범인은 그가 그곳으로 추가 증거물 수집차 간다는 걸 알고 따라갔을 거다. 그 뒤에 공격해서 죽인 거고.”

“거기서 한 가지 의문이 더 생겨요.”

“그게 뭔데?”

“나말세.”

박수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름을 들은 이명환이 고개를 갸웃한다.

“나말세라면, 그 노숙자 말하는 거잖아? 그가 왜?”

“그자는 범인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구석진 곳에서, 피해자가 주사위를 맞고 죽는 걸 보았어. 그 바람에 살인사건으로 전환되었지. 나라면...”

말을 흐린 박수호가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자까지 처리했을 거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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