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숫자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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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그좋아
작품등록일 :
2019.04.0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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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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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0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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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파일8# 살아있는 이유(4)

DUMMY

120.

그의 말에 세 사람의 얼굴이 확 굳어진다.

이신후가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말한다.

“일부러 살려줬다는 거냐?”

“둘 중 하나겠죠. 병원에 갇혀 있어서, 놔뒀던가. 그게 아니라면 살려줘야 이득이던가.”

“흠... 이득인 경우는 뭐가 있지?”

“그의 진술이 거짓말인 경우가 있겠죠.”

“거짓말? 하지만,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그는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 환상을 본 걸 수도 있지 않습니까.”

“환상이라...”

이신후가 입을 다물고 고민하는 사이, 이명환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병원에 갇혀 있어서 못 죽인 거 같아.”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바로 경찰들에게 끌려가서 병원으로 이송됐잖아요. 그 바람에 건드리지도 못하고 끙끙대다가, 결국 사건 재조사까지 하게 된 거고요.”

“확실한 건 없어. 양쪽 모두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자는 말이었다.”

“그러면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져. 나말세의 말이 거짓말일 경우, 나말세가 범인이거나, 진짜 사고사, 또 다른 범인의 경우가 생기고, 거짓말이 아니라고 해도 어차피 환상일 수 있어서... 그리고 범인이 진짜 죽였다고 해도 예전에 수사해서 생긴 원한에 우발적으로 따라가서 죽였거나, 이 세 사건과 연관되어서 죽인 경우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냥 죽이고 싶어서 죽이려고 드는 놈까지 생각하면... 어우. 너무 복잡하다.”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섣부른 추측은 불가능할 거 같구나.”

“결국, 좁힐 만한 증거를 찾기 위해 다시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네요.”

김선애의 말에 이신후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형사가 가만히 앉아서 수사하는 거 봤냐. 피해자 가족과의 대화는 누가 할래?”

“제가 할게요.”

그의 말에 김선애가 손을 들어 올리자, 그는 이명환을 바라보았다.

“검사님이 같이 가야겠습니다.”

“네. 가자.”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떠나자, 이신후가 박수호를 바라보았다.

“너는 어디로 갈 거냐?”

“저는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맡았던 사건과 살인 사건을 병행해서 재검토할 생각입니다.”

“그러면 나는 강서 경찰서를 잘 아는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마.”

“예.”

대답과 함께 두 사람도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에서 나갔다.


**

화곡동 불법 도박.(2008.11.18.)

단순 오락실로 신고하고서 현금이 오가는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도박 단속 기간에 현장을 덮쳐 현금 오억 원을 회수했으며, 운영자 셋과 일반인 스무 명을 체포한다.

하지만, 최소 이십억이 거래 되었다는 제보와는 다르게 칠억 정도 운용되었고, 운영자 한 명이 체포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두 불법도박과 관련되어 체포 영장을 발부...

**


“사건은 단순 불법도박, 왜 감식이 필요했을까...”

서류를 뒤지던 박수호는 맨 앞에 적힌 것과 다르게, 종이 두 장이 빈다는 걸 발견한다.

“흐음... 이래서 수사 중에 작성된 보고서를 봐야 안다니까.”

말하면서, 서류를 들어 올린 박수호는 종이에 새겨진 희미한 자국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기계 아래 혈흔, 에이 형. 지폐. 색이 다른 바닥.”

이리저리 서류를 돌려가며 내용을 확인한 박수호는 나머지 내용까지 바라보고는 비닐 팩에 서류를 집어넣었다.

그때, 이신후가 다가온다.

“뭐라도 발견했냐?”

“누가 보고서를 빼갔는데, 아마 현장 사진이 찍힌 사진 중 일부를 가져간 거 같아요. 추가로 피해자가 볼펜으로 적은 곳만 빼가면 될 줄 알았나 본데, 자국이 남아 있어서 확인해보니, 피해자는 살인 사건이 그곳에서 일어났다고 의심한 거 같습니다.”

“나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그때 당시 피해자와 친했다는 사람과 통화해봤는데, 피해자가 자신에게 따로 알아봐 줄 혈액이 있다고 말했다는구나. 비리인사라는 소문에 입 다물고 있다가 재조사를 한다고 하니까, 털어놓으면서 내게 내일 퀵으로 관련 내용 보내준다고 했다.”

“그리고 이거 보세요.”

박수호가 가리킨 곳으로 눈동자를 움직인 이신후가 흠칫한다.


...최가운, 최가인...


“이들이 불법 도박장에 있었다고?”

“예. 웃긴 건 자기 아버지 건물에 있는 도박장에서 도박하다 걸린 거죠.”

“둘 다 살인사건 용의자였잖아. 둘 중 하나는 처벌까지 받았고.”

“네.”

“최가인은 교도소에 있는 거 아니었어?”

이신후의 말에 박수호는 서류 한 장을 보여준다.

“여기 나온 걸 보면, 몸에 두드러기가 많이 나와서 병원에 외래 진료를 나왔다고 쓰여 있어요. 그를 감시하고 있던 경찰은 몸이 안 좋아서 잠시 진료받는 사이에 도망쳤다고 합니다. 병원 기록부는 없는 거 보니, 그냥 그렇게 진술하고 넘어간 거 같아요.”

“쓰러진 사람은 다른 세 건과 연관은 없어?”

“예. 하지만, 그래도 대화는 나눠봐야죠. 그런데 이자가 어디서 근무하고 있는지는 알 거 같습니다.”

“아는 사람이야?”

이신후의 질문에 박수호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스친 사람입니다.”


**

남나휘(41.) - 스물여덟의 나이에 순경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한 사내로, 같은 지구대에서 계속 근무 중이다.

**


한 시간 뒤.

까치산 지구대.


노란색


박수호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내를 보며 싱긋 웃었고, 그를 따라 눈앞에 사내도 어설픈 미소를 지었다.

“남나휘 경사님. 제가 찾아온 이유는 아시죠?”

그의 질문에 남나휘는 휘둥그레 뜬 눈으로 박수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는 전혀 모르겠습니다.”

“전혀요?”

“네. 전혀요.”

주변을 둘러본 박수호가 다시 남나휘를 바라본다.

“다른 두 분은 안 계십니다?”

“두 분은 식사하러 나가셨습니다.”

“아... 그렇군요.”

톡.

톡.

톡.

검지로 남나휘 책상을 두드리는 박수호를 바라보던 남나휘가 굳게 닫힌 입을 열었다.

“저기... 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설마 제 입으로 말해야 합니까? 제가 무슨 일로 여기 찾아왔는지는 이미 부대장님에게 들어서 아실 텐데요.”

남나휘는 어색한 미소를 짓는다.

“미안하지만, 저는 전혀 모르-”

“최가인. 왜 놓친 겁니까?”

박수호의 말에 남나휘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입을 굳게 다물어버린다.

“아파서 진료받았다길래 외래 진료를 맡은 병원을 찾아가서 기록을 요청했는데, 경사님 이름으로 된 기록이 없다고 하는 겁니다. 주변 병원까지 제 동료들이 돌아다녔지만, 당신이 진료한 기록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죠?”

파란색으로 변하는 숫자를 바라보며 박수호가 말을 이었다.

“위에 저희가 보고하기 전에, 미리 말씀하시죠. 그래야 조금이라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잠시 어디로 전화 좀 하고-”

“어딜 전화하시려고 합니까. 지금 당장 말씀하세요. 안 그럼 큰 목소리로 다 터뜨려 버릴 겁니다.”

“실수로 놓친 거고, 그거 때문에 내가 지금 계속 지구대에 있는 거 아니요. 그 당시 순경이 아니라, 원래라면 다른 사람이 맡아야 하는 건데-”

“다른 사람이 혹시 김동규, 송용창 두 분을 말하는 겁니까?”

박수호의 말에 남나휘의 몸이 움찔했다.

“하긴, 순경 한 명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운다는 건 말이 안 되지. 결국 두 사람이 한 실수를 당신이 뒤집어쓴 거고, 남들은 오 년 채워도 힘든 경사 승진을 경정 근무만 이 년 하신 분이 바로 승진하신 거고요.”

박수호의 말에 그는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지금 저를 비리로 승진했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의 큰 목소리에 주변 경찰들의 시선이 쏠리자,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림과 동시에 입을 굳게 다물었다.

박수호는 의자에 몸을 맡기며 느긋하게 말했다.

“생각만큼 경찰들은 승진이 쉽지 않아요. 특히 공보다는 실이 더 많은 남나휘 경사님 같은 경우는 더더욱 힘듭니다. 어설프거나, 대놓고 무시하는 말 때문에, 이곳에서 자주 시민들과 싸운 사실도 기록에 제법 있더군요. 그런데도 경사라니... 당신과 같은 연차에 간신히 경사 되신 분과 비교해봐도 솔직히 이해되지 않더군요.”

“당신도 운 좋게 인맥으로 성공한 거 아닌가?”

“저요?”

“그래. 내가 듣기로는 이신후라는 사람이 인맥도 넓고 나름 공도 많이 세운 형사라며? 그가 아버지처럼 뒤를 봐주고 있고, 그자 형도 지금 부산서 서장이 되어서, 그리 쉽게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서 승진할 수 있었잖아.”

“애초에 이신후님과 다른 서에서 근무했습니다. 경찰서만 달라도 다른 사람이 뒷배 봐주는 거 힘들다는 사실 당신도 잘 알지 않습니까.”

“하지만, 순경 때 굵직한 사건을 맡은 건-”

“사람도 셋 정도 구했고, 학교폭력에 신음하는 아이들도 구했습니다. 그게 쌓여서 굵직한 사건 조사 때, 관련지역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어서 뽑힌 겁니다. 시민과 싸운 당신과 다르게 말이죠. 그리고...”

박수호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당신처럼 범인을 놓치지 않았답니다.”

남나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새끼가. 경위 단다고 무시하는 거냐!”

외치면서 박수호의 멱살을 향해 양손을 뻗었지만, 박수호가 왼손을 휘둘러 그의 두 손을 쳐낸다.

드드륵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호는 그를 내려다보았을 땐, 얼굴에 미소는 사라지고 없었다.

“무시하는 게 아니라,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그때 당신이 그 사람을 놓친 건 사실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살해 용의자를!”

그의 외침에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말리러 오다가 멈추거나, 자기들끼리 소곤거렸다.

그들의 모습에 남나휘는 입술을 깨물더니, 박수호를 똑바로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닙니까. 보고서에 떡하니 당신 이름만 적혀 있었습니다.”

“내가 놓친 게 아니라고!”

“그럼 누군데요?”

“김동규! 그자가 놓친 거다! 나는 단순히 보고서를 전해주려고 갔을 뿐이야! 내가 아니라 그자가 놓친 건데, 갑자기 내가 나쁜 놈이 되어 있었다고! 그 사실을 증명하려고 했을 땐, 이미 두 사람은 승진해서 내 윗사람이 되어 있었어! 그런데 내가 뭔 말을 해! 너나 뒷배가 있으니까, 이런 일 겪지 않았겠지만, 여기 있는 지구대 사람들은 대부분 그들에게 공을 뺏기거나 같이 했다는 식으로 먹힌 자들이야. 너처럼 공으로 전부 인정받아서 승진하는 그런 순탄한 일을 겪지 않았다고!”

그의 한탄 섞인 외침을 들으며 박수호가 주변을 돌아보자, 주변 경찰들이 굳은 얼굴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 다 같이 상부에 신고하면-”

“몇 년만 더 지나면, 우리들은 국가직이 아니라 지방직 공무원이 돼. 그리고 지방직 공무원이 된 우리들은 지방에서 권력을 잡은 사람들에 의해 심사를 받고 승진 여부가 결정되지, 심지어 이미 징계위원회도 같은 지역 유력 인사들보고 심사를 맡는 와중에, 신고? 지랄하지 말라고 해! 내사과는 그들 공에 눈이 시뻘게져서 우리들까지 캐서 같이 뭉개버리려고 할 게 뻔하고, 설사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어도, 그들이랑 친분이 있는 그자들에게 죄를 물을 사람들이 누가 있는데! 그걸 아는 정치인 새끼들은 생각 없이 지방분권만 떠들고 있으니. 로스쿨 제도 주장할 때 슬그머니 찬성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변호사 출신이 위에 있으면 뭐 해, 법이 아닌 다른 분야에만 신경 쓰고-”

“어차피 그전에는 관습이라는 이름하에 공을 위부터 주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지금처럼 계속 방관하다, 자신이 혜택을 받을 날만 기다린 거 아니었습니까? 솔직히 당신도 그 혜택 받고 경사로 승진한 거지 않습니까.”

박수호의 말에 주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맞아.”

“솔직히 우리 이 경장님이 먼저 승진했어야지.”

“에이. 그런 말 해서 뭐해 저 사람도 열심히 했으니 먼저 된 거지...”

주변 사람들이 중얼거리며 남나휘에게 좋지 않은 눈빛을 보내었고, 그걸 감지한 남나휘는 확 낮아진 목소리로 박수호에게 말했다.

“아무튼, 나는 그 녀석을 담당한 경찰관이 아니었고, 그 일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내 능력으로 경사 자리에 올랐다. 결코 그일 이후에 어떤 연관 관계도 없다고.”

“라고 하는데요. 송경위님?”

박수호의 말에 남나휘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헉.”

“음...”

그곳에는 굳은 얼굴로 사나운 눈빛을 뿌리고 있는 두 명의 오십 대 남성이 서 있었는데, 두 사람을 보고서 다른 사람들이 황급히 움직이는 사이, 얼어붙은 남나휘를 뒤로 한 채 박수호가 천천히 두 사람에게 걸어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중 송용창이 사나운 눈빛으로 박수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 발톱을 숨긴 사자가 아니라 소문대로 하이에나였나.”

“수사자가 암사자나 자식들 등쳐먹는다는 건, 아시지 않습니까. 차라리 뒤처리라도 깔끔히 해주는 하이에나가 더 나은 존재입니다.”

“남이 세운 공을 들추고 뒤집어서 자기 공으로 바꾸는 게 뭐가 낫다는 겐가!”

그의 호통에도 박수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고, 여유로운 표정과 함께 귀를 검지로 쑤시며 이죽거린다.

“어디서 하이에나 짖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뭐. 뭐! 지금 자네-”

“남의 공 가로채 먹는 게 하이에나라고 생각합니다만.”

“지금 자네가-”

“제가 아니라, 지구대 내 다른 대원들이 세운 공을 자기 공으로 바꿔 승진하는 인간들이 하이에나 아닙니까. 제가 보고하면 이제 곧 내사가 들이닥칠 텐데, 지금 이런 태도, 징계위원회에 안 좋게 작용할 겁니다. 당신들 뒷배도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거 이미 알 테고, 제가 여기로 온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마지막 기회를 주려고 온 겁니다. 자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 말이죠.”

그의 말에 두 사람 머리 위 숫자에 파란색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입을 굳게 다문 송용창 옆에 있던 김동규가 입을 연다.

“자수라니! 우리는 아무 짓도 안 했어!”

“자신이 놓쳐놓고, 순경에게 뒤집어씌웠다는 말을 들으셨지 않습니까? 남나휘님.”

박수호가 뒤돌아서 그를 바라보자, 지목당한 남나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왜. 왜 그러는데.”

“이분들 당신이 한 말 다 들었습니다. 그동안 당신에게 어떤 대우를 했는지 모르지만, 어떻게 해야하나 잘 생각해보세요.”

그의 말에 남나휘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김동규가 다급하게 말했다.

“잘못 말했다고 해! 그럼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가겠어.”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남나휘의 눈동자가 흔들리자, 박수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힌다.

“설마, 저 말에 흔들리는 겁니까? 귀가 얇으시네요.”

“뭐뭘! 나는-”

“스스로 속박을 벗기고 나올 유일한 기회입니다.”

“유일한 기회...”

남나휘의 얼굴이 굳어지고, 몸의 떨림이 멈추었다.

박수호는 그의 태도 변화에 미소를 지우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물러서시면, 영원히 못 벗어난다는 건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국민들의 경찰이지, 저들, 그리고 윗사람들의 경찰이 아닙니다.”

그의 말에 몇 사람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냥 경범죄자를 감싸주고 눈감아 주는 건 장발장같이 어려운 사람들도 넘어가는 일도 다분히 있으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자는 살인자입니다. 살인자가 저들과 연관이 있고, 그들을 봐줬다는 건 당신이 잘 알지 않습니까! 만약 그 살인자에 의해서 다른 이들의 피해를 보았다면, 당신은 그 사실을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박수호의 외침에 남나휘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그자가 병원에서 탈출한 시간이나, 뒤처리 과정을 상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그래야 진실을 밝힐 수 있습니다.”

“음... 내가 알기로-”

“입 안 다물어!”

김동규가 외치며 박수호 앞으로 나와 남나휘를 노려보았다.

“그 입! 다물라고!”

“이렇게 된 마당에-”

“잘 들어. 진실이 드러나서 다치는 건 누군지. 자네 가족들도 있잖아. 설마, 네 가족들을 잊은 건 아니지?”

그의 말에 남나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오히려 남나휘의 눈빛이 약해지기는커녕 강해지더니, 입에서 터져 나온 목소리로 지구대가 가득 찬다.

“내 가족들? 이 미친새끼가! 가족을 건드리겠다고 말해?! 어차피 내가 입 다물어도 건드릴 거잖아!”

남나휘의 말에 김동규가 당황한 낯빛으로 말했다.

“그런 뜻이 아니라-”

“너나 그 입 닥쳐! 뭐? 나중에 죄를 벗겨줄 거라고?! 시발, 내 인사기록에 남아서 형사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내가 아무리 병신이라도 내 가족까지 건드리려고 하는 새끼, 똥까지 처리하지 않아!”

그의 외침에 뒤에 있던 송용창의 눈이 사납게 변했다.

“김동규! 설마 진짜로 자네가 놓친 거였나. 상부 지시로 순경이랑 같이 근무 섰는데, 저 치가 놓친 거라고 했잖아!”

몸을 돌린 김동규가 떨리는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았다.

“저. 저기 저는-”

송용창은 입술을 깨물었다.

“말 안 해도 알겠군. 박수호 경사.”

“네.”

박수호가 자신을 바라보자, 송용창이 상체를 숙인다.

“아까 한 말은 정말 죄송하게 되었네. 사과하지.”

“그날 같이 근무하신 거 아니었습니까?”

“아내 때문에 반차를 냈지. 그래서 남나휘 경사도 같이 간 거고. 그 일로 꿈이었던 형사 쪽으로 못간다는 점이 맘에 걸려서, 내가 계속 봐주고 있었던 거네.”

박수호는 그의 머리 위 숫자에 초록색으로 차오르는 걸 보며 미간을 좁힌다.

“정말 모르셨던 겁니까?”

“그래...”

“당신 부사수였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송용창은 눈을 질끈 감았다.

“사실... 어느 정도는 의심하고 있었네. 하지만, 믿고 싶지 않았어. 두렵기도... 했고.”

시선을 김동규에게 돌린 박수호가 싸늘하게 말한다.

“죄송하지만, 서로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영-”

“영장이라는 단어를 내뱉는 순간, 긴급체포하겠습니다.”

박수호의 말에 김동규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송용창을 애절한 눈으로 바라본다.

“형님-”

“따라가. 그리고 다 털어놓고. 자네 아내나 자식들에겐 내가 잘 말해줄 테니.”

그의 말에 김동규는 몸을 축 늘어뜨렸고, 그에게 다가온 박수호가,

“가시죠.”

라는 말에 그와 함께 지구대 현관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문을 열었을 때, 뒤에서 송용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규.”

그의 부름에 두 사람이 몸을 돌렸을 때, 송용창의 머리 위 숫자는 파란색으로 변해 있었다.

“자네가 한 건 아니지?”

그의 말에 김동규의 얼굴이 굳어진다.

“자네. 설마 진짜 검시관을 죽인 건가. 아니지? 아니라고 말을 왜 못하는데!”

송용창의 고함을 끝으로 지구대는 겨울보다 더 차가운 침묵에 빠진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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